Temporarily Closed for Work Reasons RAW novel - Chapter (270)
-초월 신격 에너지 카르마(Karma : 악업)와 수바티(Subhūti : 선업), 율(Vinaya : 소멸) 3종 감지! 링크 확인!
-영혼 싱크로 On······ 싱크로율 999%!
-영혼기갑 NT2512R-1004가 순간적으로 궁극의 기갑신(機甲神)의 격에 이릅니다!
번쩍! 번쩍!
고오오오!
내가 쏟은 신력을 흡수한 영혼기갑에게서 우주를 관통할 기세의 황금 광휘가 솟구쳤다.
팔이, 이 개똥 같은 시나리오에서 내가 너를 구하겠다.
“간다! 라젠카 세이버!”
콰오오오!
영혼기갑의 출력을 최대한 높이며, 나를 집어삼키려는 파멸의 여왕의 불꽃 속으로 스스로 몸을 날렸다.
신기(神器) 제련
번쩍! 번쩍!
슈우우웅!
나는 기신의 경지에 올라 성스러운 황금 광휘를 뿜는 영혼기갑 라젠카와 함께 우주를 태울 기세의 파멸의 여왕의 불꽃 안으로 뛰어들었다.
띠링!
-강철과 불의 시련이 시작됩니다!
화르륵!
콰아아아!
“으으윽!”
지옥의 불꽃이 이런 느낌일까?
기신의 갑주를 걸쳤음에도 불구하고 파멸의 여왕의 불꽃은 견디기 힘들 정도로 뜨거웠다.
치이이익!
영혼기갑의 갑주마저 녹아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곳에서 과연 내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길어 봐야 5분?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짧을지도 모른다.
-지금이야말로 나와 하나가 되는 거야! 파트너! 아하하하핫!
광기 어린 파멸의 여왕의 웃음소리가 사납게 울려 퍼졌다.
기신의 능력과 지금의 내 신력이라면 파멸의 여왕으로 변한 팔이를 쓰러뜨리는 것은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내 목적은 팔이를 죽이는 것이 아니다.
자살은 더욱더 아니고.
나는 불과 대장장이의 수호자의 말을 떠올렸다.
-이번 신탑의 ‘강철과 불의 시련’은 너만의 신기(神器)를 벼리는 것이다.
‘나, 유일신만의 신기를 만들어야 해. 하지만…….’
파멸의 운명을 바꾸고 내 세계와 파괴신에게 멸망당한 세계를 구원하기 위해 내가 얻어야 할 신기는 대체 무엇일까?
나는 내가 알고 있는 가장 강력한 신들을 떠올렸다.
영겁의 구도자, 소리 없이 기어 오는 악몽, 한없이 베푸는 풍요, 모든 것을 베는 천검.
그리고 파괴신에게 복수하기 위해 아직도 힘을 탐하고 있는 투신 살육과 광기의 전쟁.
최상급 신들답게 그들의 신력은 전생이나 지금의 내가 감히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력했다.
하지만, 그들 또한 파괴신의 상대는 되지 못했다.
나는 생각했다.
파괴신에 대해서.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오래전 소멸했다는 창조신과 더불어 태초부터 존재했던 태고(太古)신이라는 것뿐.
파괴신. 신들의 정점이라 알려진 최상급 신보다도 한 단계 높은 신위의 신이었지만, 반려인 창조신의 소멸 이후 폭주하여 파멸만을 뿌리는 재앙이 된 존재.
‘모든 것을 베는 천검’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한 번은 쓰러뜨렸지만, 그의 검에 백 갈래로 찢기면서도 소멸하지 않고 수많은 세상에 자신의 분신을 보내 멸망시키는 절대 악.
그리고 나와 내 지구를 멸망시킨 원수.
치이익! 치이이익!
파멸의 여왕의 불꽃에 갑주의 장갑이 거의 녹아내리며 살과 피로 이루어진 내 몸마저 태우기 시작했다.
불에 타죽는 것이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고통 중 최고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영혼마저 찢기는 격통 속에서도 내 사고는 멈추지 않았다.
‘나, 유일신의 신기는 대체 뭘까?’
아니, 전제가 잘못됐다.
조각났음에도 불구하고 멸망을 멈추지 않는 저 터무니없는 괴물인 파괴신을 쓰러뜨리기 위해 내가 만들어야 할 신기는 무엇일까?
‘모르겠어…….’
어떤 신기를 만든다 해도 그 위대한 최상급 신들조차 하지 못한 일을 한낱 인간이었던 내가 정말 할 수 있을까?
화르륵!
치이이익!
파멸의 불꽃에 기갑의 대부분이 녹아내리며 한낱 쇳물로 화했다.
나 또한, 스스로를 불꽃에 태운 등신불(等身佛)처럼 원래의 형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숯덩이가 되어 갔다.
아무리 지금 내가 있는 세계가 0과 1로 이루어진 게임 같은 세계라지만, 더 이상 버티는 것은 무리였다.
이제는 시간이 없다.
무엇이든 선택해야 한다.
그때였다.
띠링!
-‘눈먼 신의 눈’이 유일신의 본질을 봅니다.
눈은 나란 존재가 세계를 들여다보는 창이다.
치이익!
하지만, 이미 불꽃에 타 버려 멀어 버린 내 눈에 세계 대신 다른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너는 누구……니?’
아이가 내 앞에 있었다.
나이는 열 살? 아니 그 아래로 보이기도 하는 작고 왜소한 아이.
그런 작은 아이의 품에는 스스로도 감당하지도 못할 종이 뭉치를 한가득 안겨 있었다.
그런데 아이의 얼굴이 왠지 낯이 익었다.
마치 내 분신인 삼신이에게서 짙은 다크서클과 붉은 눈동자, 그리고 창백한 뺨을 덜어 내면 지금 이 아이의 얼굴이 될 것 같았다.
그랬다.
이 아이는 바로 어린 시절의 나였다.
살랑, 살랑.
그때 아이가 힘겹게 품에 안고 있는 종이 뭉치 중, 몇 장이 바닥에 떨어졌다.
나도 모르게 그것을 보았다.
하지만, 그 종이에는 아무것도 쓰이지 않았다.
그것만이 아니다.
아이가 소중히 품에 안고 있는 종이 뭉치 또한 그랬다.
전부 다 활자 하나 채워져 있지 않은, 텅 빈 백지에 불과했다.
어안이 벙벙한 나에게 아이가 쪼르르 다가오더니, 보물처럼 품에 소중히 안고 있는 백지를 내게 내밀었다.
‘이거, 나한테 주는 거야?’
그러자 아이가 방긋 웃으며 말했다.
‘응. 일신아, 네가 내 대신 채워 줘.’
***
부들부들.
파멸의 불꽃에 시커멓게 타 버린 내 손이 힘겹게 움직였다.
신기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은 모두 갖췄다.
이제는 대부분 시뻘건 쇳물로 변해 버렸지만, 한때 기신의 경지에 오른 영혼기갑과 모든 것을 창조하고 또한 파멸시키는 이 불꽃까지.
-……하지만, 그 어떤 신기를 만들더라도 그 대가는 가볍지 않을 것이다. 큰 힘을 얻기 위에는 그만큼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
깡! 깡! 깡!
불과 대장장이의 수호자의 망치질 소리가 들려왔다.
대가는 치르겠다.
설령 그것이 내 목숨이라 해도.
짓뭉개는 신의 검지.
단죄하는 신의 중지.
치유하는 신의 약지.
증식하는 신의 엄지.
그리고 회귀하는 신의 소지.
신의 권능이 깃든 손을 허공에 뻗었다.
츠츠츠츠!
그러자 내 모든 권능이 손에 집약되며 하나로 합쳐진다.
쿵! 쿵!
그리고 그것이 불꽃 속에서 태어나려 하고 있는, 나만의 신기(神器)를 움켜잡았다.
번쩍!
나는 영혼기갑 NT2512R-1004, 원래는 팔이였던 내 신기를 향해 힘겹게 속삭였다.
“파트너, 나와 함께해 줄래?”
웅웅웅.
그러자 내 신기가 허락한다는 듯 낮게 울었다.
나는 신기를 쥔 채, 멀어 버린 눈으로 파괴신에 의해 한낱 게임으로 변해 버린 이 세계를 보았다.
“천마신공 절초.”
나는 허공에 그은 한 번의 붓질로 운명마저 개변시켰던, 내 스승이신 천마의 마지막 모습을 떠올리며.
“진 천마공겁(天魔空劫).”
갓 태어난 내 신기, 눈부신 황금 섬광이 빛나고 있는 펜을 그었다.
스스슥!
동시에 아이가 내게 건넨 텅 빈 백지에 활자가 새겨졌다.
***
외행성 루나틱.
팔이는 멍한 얼굴로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바라보았다.
농경을 관장하는 ‘한없이 베푸는 풍요’ 신의 축복을 받아 곡식이 탐스럽게 영글어 있는 평화롭고 아름다운 황금 들판을.
그곳에 에일리언 스케빈저들이 있었다.
부웅! 부웅!
사람 모가지 몇 개는 가볍게 썰어 버릴 것 같은 양팔의 대낫을 휘두르며 놈들이 전투를 알리듯 사납게 울부짖었다.
-키에엑! 키엑!
-끼아아아악!
하지만 정작 인류의 대적인 괴수들의 모습을 본 사람들의 반응은 상식과는 많이 달랐다.
“거참, 재촉하기는. 한 대만 더 피우고 갈게.”
-캬아아아악! 크르르르!
에일리언들이 다시 일제히 울부짖었다.
“하아, 간다. 가. 어이, 여보게들! 모두 일어서! 빨리 해치우고 제대로 쉬자고!”
옹기종기 앉아서 전자 파이프를 피우고 있던 인간들이 농기구를 챙기며 주섬주섬 몸을 일으켰다.
“영차, 영차.”
-캬아악!
서걱, 서걱.
그리고 곧이어 인간과 에일리언들이 한데 어울려 사이좋게 추수를 시작했다.
상식을 벗어난 광경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쿵! 쿵! 쿵!
괴수를 사정없이 베어 버리는 진동 커터와 에너지 건 대신, 지게를 짊어진 채 추수한 농작물을 나르는 기갑 로봇들.
-끼에에에에에!
하늘에는 한때 인류의 절망이라 불린 에일리언 최상위종 드래곤이 거대한 날개를 펄럭이며 등에 실은 농작물을 우주 곳곳에 나르고 있었다.
그런 그들의 모습에서 과거 서로의 멸종을 위해 전쟁을 벌였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꿈만 같아.’
인간과 에일리언이 화합을 이룬 유토피아.
게다가 더 이상 인류연합은 유전자 조합을 통해 후손을 남기지 않았다.
서로 사랑한 배우자와 아이를 만들고, 심지어는 인간형 에일리언과 가정을 이루는 경우도 왕왕 있었다.
그 기적 같은 광경에 취해 멍한 얼굴로 있는 팔이에게 낯익은 음성이 들려왔다.
“팔이야, 언제까지 쉬고 있을 거냐!”
쿵! 쿵!
기갑을 조종하며 농작물을 나르던 제너드가 팔이를 향해 다급히 손짓했다.
“너도 어서 돕거라! 인류연합과 에일리언연맹에게 납품할 물량을 맞추려면 서둘러야 해! 우리 제너드 일신 농장의 신용이 달렸다!”
“앗! 네, 아버지!”
제너드의 재촉에 퍼뜩 정신을 차린 팔이가 자신의 농작용 기갑을 향해 달려갔다.
***
띠링!
-축하한다. 신의 탑 3층, 4층 통합 ‘강철과 불의 시련’을 클리어 했다.
-보상으로 ‘운명 개변 포인트’를 2와 유일신의 고유 신기를 얻었다.
-현재 보유한 운명 개변 포인트 : 4/100.
띠링!
-‘유일신’이 다음 층의 신의 시련에 도전한다…….
그 후에도 나는 신의 탑을 오르고 또 올랐다.
시공을 초월한 신의 탑에는 갖가지 세계가 펼쳐져 있었다.
전생에서 일호가 용사로서 구원했던 요정 여왕과 문어 공주의 세계에서는 나는 일호 대신 그들을 구했다.
내가 겪은 세계 중에는 마치 판타지 소설 같은 세계도 있었다.
금단의 마법에 손을 대 어려진 대마법사와 모험을 떠나기도 했고, 동생을 구하기 위해 악마와 손을 잡은 용사를 도와 대마신과 싸우기도 했다. 천재 아기에게 우연히 소환당해 육아에 시달리는 지옥의 대공을 도와 조카를 통해 단련한 능숙한 기저귀 가는 솜씨를 뽐내기도 했다.
신의 탑에는 마치 미래의 가상현실 게임 같은 세계도 있었다.
복수를 위해 만든 가디언과 사랑에 빠진 연금술사와 함께 사악한 길드를 물리치고, 그 너머에 도사리고 있던 시련을 함께 극복했다.
좀 심하게 여자를 밝히는 게 흠이었지만 반신반인인 대헌터와 함께 파괴신의 힘에 물든 악신을 물리치고 했고, 마치 지구의 현실 세계를 닮은 세계에서 핸드폰에 깔린 워블이란 앱으로 이계를 오가며 세계를 멸망시키려는 칠대 재앙과 혈투를 벌이는 영웅들을 돕기도 했다.
그렇게 신의 탑을 오르며 나는 내가 그동안 상상해 왔고, 또한 내 상상을 넘어서는 세계들을 겪었다.
그리고,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
탁탁탁!
카페 테이블을 검지로 사납게 두드리고 있던, 검게 기른 머리칼에 뿔테 안경을 쓴 미인.
“요즘 다이어트 하셨나요? 많이 예뻐지셨네요.”
“……개수작은 닥치고. 그래서.”
내 이야기를 다 들은 담당이 도깨비처럼 와락 얼굴을 구겼다.
“지금 그게 휴재 이유라는 겁니까? 신의 탑인가 뭔가 올랐다는 게?”
조르륵.
품에 안고 있는 흑장미 화분에 조심스레 생수를 붓고 있던 나는, 잡아먹을 듯 노려보고 있는 담당에게 해맑게 웃었다.
“넹. 탑이 좀 높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