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mporarily Closed for Work Reasons RAW novel - Chapter (275)
그야말로 생명체는 단 일 분도 살아남을 수 없는 가혹한 죽음의 장소.
하지만, 당연하게도 투신과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피조물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변방의 행성이오. 자, 되었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면 되었다.
투신이 엄숙하게 선언했다.
“나 투신은 멸망한 지구의 신이었던 유일신에게 ‘신의 제전’을 선포하노라! 그대는 받아들이겠는가?”
투신의 말에서 가슴 한구석이 욱신거렸다.
그래, 지구는 결국 멸망했단 말이지.
신의 탑은 시간의 흐름이 다르긴 하지만, 여기까지 오는 데 너무 긴 세월이 흘렀다.
하지만, 괜찮다.
‘아직 돌이킬 수 있어.’
일호와 이호, 두 영겁의 구도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나는 돌아가서 반드시 모두를 구해 낼 것이다.
이 전투를 끝내고.
나 또한 선언했다.
“신의 제전을 받아들인다.”
띠링!
-도전을 수락하였습니다.
-투신 ‘살육과 광기의 전쟁’과 아직 신명이 정해지지 않은 불완전한 ‘유일신’. 서로의 목숨과 신격을 건 최상급 신들의 이 열립니다!
치이익!
동시에 투신의 팔과 내 손등에 신의 제전의 증표인, 해골에 검이 꽂힌 투신의 문신이 새겨졌다.
원래 신의 제전은 상급의 격인 자가 하급의 격을 가진 신에게 선포할 수는 없다.
단순히 전투력을 떠나 이것은 지금의 나와 투신이 서로 대등한 신격을 가진 존재임을 증명하기도 했다.
“크크크, 이렇게 기대되는 전투는 소리 없이 기어 오는 악몽 이후 처음이오!”
투신이 기껍다는 듯 웃으며 기둥 같은 자신의 대검을 위로 치켜들었다.
“그럼 처음에는 가볍게 시작해 보겠소!”
투신의 일검이 날 향해 내리꽂혔다.
콰아아아아!
투신의 대검은 4미터를 넘지 않았으나, 그것이 품은 강대한 신력과 압도적인 파괴력은 마치 수백만 톤에 이르는 거대한 검이 날 벌레처럼 짓뭉길 기세로 쏟아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천마군림.”
하지만, 나는 당황하지 않고 그것을 향해 손에 쥔 묵빛의 단검을 휘둘렀다.
투신과 내 검이 맞부딪친 순간.
세상이 쪼개졌다.
그것은 비유가 아니다.
사납게 휘몰아치는 검은 모래 폭풍 아래로 끝이 보이지 않는, 십자형의 거대한 균열이 새겨져 있었다.
샤아아아아!
갈라진 균열은 검은 모래를 쉼 없이 빨아들이고 있다.
그 광경은 마치 사막에 쏟아지는 나이아가라폭포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한가로이 그것을 감상할 때가 아니다.
허공에 부유하고 있는 나를 투신의 그림자가 뒤덮었다.
“훌륭하오! 하지만, 이것도 막을 수 있겠소?”
투신이 이격을 내리쳤다.
츠츠츠츠!
시커먼 투기로 물든 검이 내 몸을 반으로 쪼갤 기세로 섬뜩하게 날아온다.
가볍게 시작했다는 말이 거짓이 아닌 것처럼 투신의 두 번째 검은 산을 아득히 초월해, 마치 행성이 쏟아지는 것 같은 거력을 품고 있었다.
본래의 나로서는 감히 막을 수 없는 공격이다.
그러나, 나는 안다.
힘만으로는 최상급 신인 투신과 대등한 신을.
“스킬 공유, ‘산을 씹는 거신’.”
단검을 쥔 내 오른팔이 순간 바위와 돌로 뒤덮이며, 거대한 산을 한 끼 식사로 씹어 먹는 거신의 용력이 차오른다.
까가가가가강!
검과 검이 부딪치는 소리가 세상이 내지르는 단말마의 비명처럼 울려 퍼졌다.
“마, 막았다고? 내 검을 한 손으로?”
내가 오른손으로 쥐고 있는 단검에 가로막힌 자신의 대검을 본 투신의 얼굴에 경악의 감정이 어렸다.
하지만, 나는 무표정한 얼굴로 투신을 향해 남은 왼손을 뻗었다.
“스킬 공유, 팔이.”
철컥! 철컥!
내 왼손이 인간의 것에서 궁극의 경지에 오른 기갑신의 것으로 변화했다.
영혼기갑 라젠카가 되었을 팔이의 운명은 나로 인해 개변되었으나, 그의 신격을 내게 남았다.
그리고 지금 그것이 다시 구현된다.
“영혼기갑포 갓 피스트(God Fist).”
기갑용의 형상으로 변한 내 손이 토해 낸 광선빔이 투신을 집어삼키며 폭발했다.
콰콰콰콰쾅!
고오오오!
황산 가스를 띤 누런 대기가 그 위력에 증발하며 한순간 대기가 유리처럼 투명하게 변했다.
행성마저 소멸시킬 수 있는, 분명 최상급 신조차 치명상을 입히고도 남을 공격.
그러나.
“훌륭하오, 이 정도로 강해졌다니.”
근거리에서 영혼기갑포를 정면으로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투신은 건재했다.
쩌저적! 콰득!
투신이 부서지고 녹아내린 자신의 황금 갑주를 맨손으로 뜯어냈다.
곧 드러난 조각 같은 투신의 근육질의 육체에는 티끌만 한 상처도 없었다.
투신이 새하얀 이를 드러내며 킬킬거렸다.
“탐색전은 이쯤하고 이제 슬슬 진심으로 해보는 게 어떻소?”
투신이 부서질 듯 양손을 움켜쥐더니 자신의 힘을 끌어 올리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압!”
드드드드드!
그 신력에 감응하며 행성이 부서질 듯 요동치기 시작한다.
휘릭, 휘리릭!
츠츠츠츠!
동시에 투신의 주위로 마치 장미의 가시 넝쿨 같은 신력이 형상화하고, 대검의 날은 황금빛으로 물들며 낫의 형태로 변하기 시작했다.
이제부터가 진짜다.
여태까지는 워밍업으로 투신 자신만의 힘으로 싸웠다면, 지금부터는 그가 삼킨 최상급 신 ‘소리 없이 기어 오는 악몽’과 ‘한없이 베푸는 풍요’ 그리고 그가 억겁의 세월 동안 집어삼켰던 수많은 신들의 힘을 사용하려는 것이다.
나는 잠시 눈을 감았다.
“도와줘, 모두.”
그러자, ‘나’들이 응답했다.
-흥, 명심해라. 모든 게 끝나면 누가 본체인지 자웅을 가리는 거다!
-파괴!
악신들이 들끓는 마계를 정복하고 최상급 신에 이른 이신.
그 기원은 파괴신의 신력에서 비롯되었지만 그것에 물들지 않고 정의롭게 성장한 삼신.
그리고 신의 탑을 겪으며 내가 얻었던 수많은 신들의 힘이 나를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으득, 으드득!
등을 찢고 튀어나오는 흑과 백의 날개와 머리에 튀어나온, 마치 마신을 연상케 하는 거대한 뿔.
스윽.
닫힌 내 눈꺼풀이 열리며 세상 모든 것을 멸망시키고 불태울 것 같은 시뻘건 적안이 투신을 담았다.
그와 내 눈이 마주친다.
“훌륭하오. 그대를 먹는다면 내 오랜 비원인 그 씹어 먹을 파괴신을 죽일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들기 시작했소.”
“어멋, 남자에게 먹히고 싶진 않은데요? 특히 입 냄새 나는 영감님한테는 더욱더요.”
요염하게 손사래 치는 내 모습에 투신이 껄껄 웃었다.
“크하하하! 이 상황에서도 시답잖은 농지거리를 하다니! 베짱이 있소!”
“헤헤! 별말씀을. 제가 태생이 개그 자까라서요. 개그야말로 고된 삶의 위안이죠.”
우리는 서로를 향해 이를 드러내며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웃었다.
쐐애액!
번쩍!
그리고 다음 순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의 목을 향해 검을 날렸다.
***
악몽관, 살아 있는 모든 생명체가 꿈꾸는 악몽이 모이는 정신세계.
그곳의 주인인 악몽은 피가 날 듯 손톱을 깨물며 초조한 눈으로 투신과 유일신의 싸움을 바라보고 있었다.
-크하하! 참으로 즐겁구려! 자신의 모든 힘을 쏟아 내 대등하게 싸울 수 있는 상대라니! 이거야말로 축복이지 않겠소?
-전 러브 앤드 피스 주의자라서요. 싸움은 별루 취향이 아닌데요.
그들이 있던 행성은 둘의 전투의 여파로 이미 그 흔적도 남기지 못하고 소멸해 버렸다.
까강! 까가강!
광활한 우주에서 두 신이 이가 나갈 대로 나간 서로의 검을 부딪쳤다.
언뜻 보면 둘의 대결은 대등해 보였다.
하지만, 투신과 싸웠던 적이 있는 악몽은 안다.
살육과 광기의 전쟁이란 신명처럼 투신은 전투에 특화된 신이다.
게다가 투신에게는 비장의 수단이 있었다.
‘투신은 절대 이길 수 없어! 내가 막아야 해! 이대로라면 일신이가 죽을 거야!’
투신에게 대부분의 힘을 뺏겨 영락해 버린 그녀였지만, 목숨을 건다면 최소한 유일신이 도망칠 시간 정도는 벌 수 있을 것이다.
-끼에에에에…….
그때였다.
그녀의 애완 식물, 밤에 피는 장미가 고통스러운 듯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바로 유일신의 분신인 사신을 삼켰던 장미다.
“너, 왜 그래?”
-끼에에에에에에!
퍼어어엉!
곧이어 장미의 줄기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기 시작하더니, 처참한 비명과 함께 폭발해 버렸다.
그리고, 그것이 악몽의 세계에 모습을 드러냈다.
자신을 뒤덮는 거대한 그림자를 올려다본 악몽의 낯빛이 창백하게 변했다.
“너, 너는……?”
신의 탑 99층 ‘투신의 시련’ (2)
후득, 후드득!
투신의 붉은 신혈이 쏟아지는 사선으로 갈라진 가슴의 검상에서 폭포처럼 쏟아졌다.
“훌륭해. 참으로 훌륭하오.”
하지만, 투신은 그것이 기껍다는 듯 웃으며 자신의 몸에 이 검상을 새긴 유일신을 찬탄했다.
“아무리 나를 포함한 최상급 신들이 심혈을 들여 안배를 짜놓았다 해도 겨우 천 년이란 짧은 시간에 이 정도의 힘을 키우다니, 이 얼마나 기특한지. 왜 풍요와 악몽이 그대를 총애했는지 알겠소.”
하나,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아니면, 답할 여력이 없는 것인가?
“헉! 헉!”
유일신의 몰골은 처참했다.
누더기 인형처럼 검상이 가득한 몸에서 흐르는 피는 그의 전신을 시뻘겋게 덧칠하고 있었다.
덜덜덜!
간신히 검은 놓지 않았지만, 그것을 움켜쥔 손은 애처로울 정도로 떨렸다.
그 모습을 보며 투신은 안타까움을 느꼈다.
자신과 대등한 신력을 가졌지만, 그 기원이 하위계 피조물인 탓인가. 너무나 나약한 육신이로구나.
“아쉽구려. 나는 전투와 전쟁이 기원인 투신이라 지치지 않고 무한으로 싸울 수 있지만, 그대는 이제 한계인 듯하오.”
이제 더 이상 끌어 봐야 의미가 없는 전투다.
“그대와의 전투는 즐거웠소. 하지만,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
고오오오!
그러자 마치 달군 쇠처럼 투신의 전신이 붉게 달아오르더니 뼈가 보일 정도로 갈라졌던 가슴의 검상이 용접하듯 순식간에 아물었다.
치이이익!
동시에 투신의 몸에서 핏빛 증기가 화산처럼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것은 전생에서 황제가 헌터워에서 사용했던 금기의 기술로, 자신의 생명마저 불태워 전투력으로 변화시키는 투신의 가호.
그 권능의 원류가 지금 펼쳐지려 하고 있었다.
콰아아! 투신이 용처럼 시뻘건 증기를 토해 내며 말했다.
“지금부터 내 전력을 다해 그대의 목숨을 끊겠소. 혹 아직 감춰 둔 수가 있다면 쓰는 게 좋을 것이오. 크흐흐!”
투신의 음성이 점점 살육의 갈망과 광기로 물들어 갔다. 슥, 투신이 중지와 엄지를 겹치며 유일신에게 겨눴다.
“아니면 순식간에 죽을 테니까 말이다!”
탕!
유일신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단지 손가락을 튕긴 영향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위력.
콰콰쾅!
그 단순하지만 엄청난 압력을 머금은 지풍에 유일신의 머리가 부러질 듯 뒤로 꺾였다.
“크윽!”
그 충격을 이기지 못한 유일신의 몸이 순식간에 우주 저편으로 날아가 버렸다.
하지만, 마냥 놀라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크하하하핫!”
슈우우욱!
검은 도화지에 붉은 선을 긋듯, 광기에 찬 웃음을 토하는 투신이 유일신을 향해 섬광처럼 날아왔다.
투신이 바스러질 듯 손에 쥔 낫이 살육을 원하며 흉악하게 빛났다.
유일신이 울컥 피를 토하며 중지와 엄지를 맞댄 채 투신을 향해 겨눴다.
“커허억! 나도 돌려주지! 단죄하는 신의 중지, 증식하는 신의 엄지!”
화륵! 화르륵!
처음에는 단지 하나의 불꽃.
슈슈슈슈슉!
그러나 그것이 증식의 권능에 의해 순식간에 수천, 수억의 불꽃으로 늘어난다.
탕!
유일신이 중지를 튕기자, 모든 것을 불태우는 지옥의 업화가 그를 향해 날아오는 투신을 향해 유성우처럼 쏟아졌다.
콰콰콰! 콰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