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mporarily Closed for Work Reasons RAW novel - Chapter (43)
또 불꽃이 날아올까 싶었는지 요한이 방패를 들며 경계했다.
하지만, 이것은 그런 권능이 아니다.
난 약지를 내 가슴의 상처에 겨눴다.
어지간하면 나에게는 쓰고 싶지 않았다.
“치료하는 신의 약지!”
-치유 대상 ‘유일신’의 인과율을 계산합니다…….
-유일신은 제8위계 하급 종족이자 제10위계의 최하급 신이다. 잠재적으로 신과 세계의 규율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존재이다.
띠링!
-10,000,000Gcoin이 치유의 대가로 소모됩니다.
츠츠츠!
권능이 발동하자 저주에 먹혀 가던 내 상처들이 거짓말처럼 치유되어 갔다.
나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검은 피를 쏟으며 쓰러져 있는 검귀에게도 약지를 겨눴다.
“치료하는 신의 약지.”
띠링!
-1Gcoin이 치유의 대가로 소모됩니다.
“컥! 허억!”
검귀의 몸에 새하얀 빛이 일더니 그가 거친 숨을 헐떡였다.
다행이다. 아직 죽지는 않았나 보다.
그나저나 검귀는 1코인인데 나는 1천만 코인이라니, 바가지도 이런 바가지가 없다.
이래서 나한테는 쓰고 싶지 않았는데.
한편 그런 내 모습을 본 요한의 동공이 지진이라도 난 듯 흔들렸다. 마치 절대적인 믿음이 흔들린 듯한 그 표정.
“어, 어떻게 제 신의 권능을 이리 쉽게……?”
“어떻게 하긴! 갓코인 지랄이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나는 발로 박살 내듯 땅을 짓밟았다.
콰콰쾅!
지진이라도 난 듯 바닥이 흔들리며 요한이 비틀거렸다.
“윽!”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난 요한의 배후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의 마갑이 보호해 주지 않는 두 부위 중 하나, 그의 목을 팔뚝으로 감았다.
“잡았다!”
“헉?”
당황하는 요한에게 슬리피 홀드를 걸었다.
레슬링에서 팔로 목의 경동맥을 압박해 상대를 기절시키는 기술이다.
“켁! 커억! 이거 놔!”
요한이 온몸을 뒤틀며 발악했다.
하지만, 겨우 한쪽 팔만 남은 그로서는 일호의 강체로 통나무 굵기로 변한 내 팔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렇게 20초 정도 지나자 마침내 요한 놈이 게거품을 뿜으며 축 늘어졌다.
“좋아.”
혹시나 싶어 몇 번이나 확인했지만, 확실히 기절했다.
상대는 머리를 박살 내도 재생하는 괴물 같은 놈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기절시켜 보면 어떨까 생각했는데 다행히 잘 먹혀들었다.
“일단 이 거슬리는 것부터 떼어 내고.”
기절한 요한의 마갑에 힘을 주었다.
-크르르르!
그러자 마갑의 가슴에 박힌 용 문양이 꿈틀거리며 반항하듯 으르렁거렸지만, 무시하고 계속 힘을 줬다.
콰지지지직!
그러자 곧 게 껍질이 떨어지듯 요한의 몸에서 떨어져 나갔다.
“까불기는.”
휙, 쿵!
난 떼어 낸 갑옷을 사방으로 흩어 버리고는 갓메이커의 신의 상점 메뉴를 실행시켰다.
설명 : 멸망의 뱀의 신력이 비늘로 만든 로프다. 대상의 힘과 마력을 봉인한다.
특이 사항 : 끝내주게 질기다.
철두철미들을 묶기도 했던 뱀 사슬을 구매해 요한을 단단히 결박했다.
하나만으로는 불안해서 5개나 구매해서 놈의 몸을 아예 미라처럼 휘감아 버렸다.
하아, 지친다.
스르륵, 스르륵.
때마침 일호와 스킬 공유를 했던 강체도 제한 시간이 끝났는지, 내 몸이 원래의 연약한 작가의 것으로 돌아왔다.
“겨우 정리가 된 건가.”
무슨 소설도 아니고 단신으로 악의 조직과 대결이라니.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
역시 난 이런 일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나는 내가 주인공이 되고 싶은 게 아니라, 주인공이 멋지게 활약하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
“아, 그러고 보니 마감해야 하는데.”
메일 하나 남기고 잠수 탔으니, 담당 놈이 날 죽이려 하겠지?
이번에는 어떤 핑계를 대야 먹힐까. 고민 좀 해 봐야겠다.
우우우웅!
우우웅!
갑자기 진동음이 울려서 담당 놈한테 전화라도 왔는지 놀라 핸드폰을 봤지만, 진동벨 소리가 아니었다.
“……?”
드드드드!
진원지는 바로 내 발아래.
사람들의 시체를 삼켰던 핏빛 마방진이었다.
츠츠츠츠!
마방진에서 아까보다 음산하고 요사한 기운을 띤 광채가 폭발할 듯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뭐, 뭐야, 이거?’
그러자 동시에 내 스토커들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한없이 베푸는 풍요’가 협약 위반이라고 소리칩니다.
-‘모든 것을 베는 천검’이 흥미진진한 눈으로 현 사태를 주시합니다.
-‘소리 없이 다가오는 악몽’이 당장 그곳에서 도망치라고 경고합니다.
-‘영겁의 구도자’가 증오 어린 눈으로 ‘???’을 노려봅니다.
-크르르르…….
핏빛 마방진 안에서 기이한 소리가 들려왔다.
악의와 탐욕, 굶주림이 가득한 초월적인 뭔가가 저 안에 있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밀려오는 공포를 견디며 그것을 감정하려 했다.
순간 머리가 깨질 것 같은 두통이 엄습했다.
“윽!”
-감정에 실패했습니다! 지금 당신의 격으로는 감히 감정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
쿠쿠쿠쿵!
끼기기기기긱!
“아아악!”
지진과 함께 뭔가를 강제로 찢어발기는 것 같은 소리가 고막을 터트릴 기세로 울려 퍼졌다.
-경고! 경고!
-파괴신 ‘???’가 지구로 강제 강림을 시도합니다!
피로 쓴 것 같은 붉은 문자가 마방진에서 떠오르더니, 그것에서 검은 형상의 뭔가가 튀어나오려고 했다.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저것을 나오게 하면 안 된다.
방금 저것이 집어삼킨 사람들은 바다에 떨어진 소금 한 덩이에 불과할지 모른다.
막아야 한다.
하지만 어떻게?
“짓뭉개는 신의 검지!”
혹시나 해서 마방진에 권능을 써 보았지만.
-실패했습니다. 유일신의 권능이 통하지 않는 고위 신격입니다.
내 권능이 통하지 않았다.
까드드득!
동시에 마방진을 뚫고 날카로운 칼날 같은 검은 물체가 튀어나왔다.
그것은 마치 거대한 짐승의 발톱처럼 보였다.
지지지직!
찌지지지직!
그것이 강제로 마방진을 찢어발기자 그 틈으로 태양처럼 불타는 거대한 눈동자의 ‘일부’가 모습을 드러냈다.
-크르르르르!
털썩!
그것과 눈이 마주친 순간 나는 온몸에 힘이 빠지며 그만 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저것은 인간의 이지를 아득히 초월한 뭔가다.
어쩌면 저것이야말로 진정 사람들이 경외하고 신앙하는 ‘신’ 혹은 ‘악마’일지 모른다.
나 같은 게임 속 세계의 가짜 신 따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진짜.
덜덜덜!
전신이 공포로 떨리며 숨이 막혀 왔다.
인간을 마주한 개미처럼 압도적인 두려움과 무력감이 날 사로잡아 도망칠 수조차 없었다.
마방진에서 기어 나오는 ‘그것’을 망연자실하게 바라보며 난 생각했다.
이대로 죽는 건가?
띠링! 띠링!
-‘눈먼 신의 눈’의 고유 권능이 발동합니다.
그때 내 갓메이커가 격하게 울리며 앤트리니아 세계에 있는 내 개미, 가야미족들의 모습이 눈에 비치기 시작했다.
내가 없는 사이 무슨 일을 당했는지 온몸에 새하얀 가루를 뒤집어쓴 채 죽어 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데도 나를 향한 기도를 멈추지 않았다.
-유일신이시여, 사악한 악신에게 지시면 안 됩니다! 제 근육을 쓰소서!
-유일신 님, 약해지지 마시옵소서. 소녀에게 오직 신은 당신뿐이십니다. 제발 힘을 내세요.
-위대하고 자비로운 유일신이시여, 당신의 승리를 기원합니다!
일호, 앤티, 그리고 가야미족들의 기도에 퍼뜩 정신이 들었다.
그래, 난 혼자가 아니다.
“하아! 하아!”
퍽! 퍽!
덜덜거리는 다리를 주먹으로 후려치며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현실은 변하지 않았다.
‘저것’은 내가 쓰러뜨릴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들썩들썩!
그러자 마치 자신을 쓰라는 듯 내 백팩 안에 있던 검신이 들썩였다.
“안 돼.”
자신감은 좋지만, 저것은 스케일이 아득히 다르다.
인간의 검으로는 막을 수 없다.
하지만, 만약 신에게도 통할 진정한 신의 검이라면.
난 위로 고개를 들며 말했다.
“모든 것을 베는 천검 씨.”
-흥미진진한 눈으로 사태를 보던 ‘모든 것을 베는 천검’이 왜 자신을 부르냐고 묻습니다.
“계약대로 당신 창고 좀 씁시다.”
-‘모든 것을 베는 천검’이 자신의 검 끝을 험하게 구깁니다.
그러든지 말든지 나는 지상으로 튀어나오려는 그 ‘괴물’을 응시하며…….
“천검의 보고(寶庫) 소환.”
사용했다.
띠링!
-‘모든 것을 베는 천검’의 ‘검의 보고’ 사용권이 1회 차감됩니다.
-‘천검의 보고’가 지구에 강림합니다!
쩌적!
쩌저저적!
그러자 마치 알이 태어나듯.
나의 세계가 부서졌다.
산을 씹는 거신(巨神)의 검
나는 눈을 떴다.
정체 모를 신이 세상에 뛰쳐나오려던 급박한 풍경 대신, 기묘한 공간이 내 앞에 펼쳐져 있었다.
끝없이 펼쳐진 신비로운 백(白)의 공간.
그곳을 채우고 있는 것은 단 하나.
검이었다.
오직 검뿐이었다.
그 형태도 크기도 각양각색이었지만, 하나만은 분명했다.
문외한인 내가 보더라도 알 수 있을 정도로 하나같이 범상치 않은 명검들이다.
이런 검들이 끝없이 펼쳐져 있는 이곳이 바로 ‘천검의 보고’.
-‘모든 것을 베는 천검’이 과거, 현재, 미래의 모든 신검은 다 자신의 것이라고 으스댑니다.
-‘모든 것을 베는 천검’이 계약대로 천검의 보고에 있는 신검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십니다.
차라락.
그러자 백색의 공간을 부유하고 있던 검들이 날 향해 몰려들었다.
아름답고 강인해 보이는 수많은 신검들이 마치 자신을 선택하라는 듯, 형형색색의 광채를 뿜었다.
그런 신검들의 자태를 넋 놓고 보고 있자니 내가 마치 아름다운 무희들에게 둘러싸인 하렘의 술탄이 된 기분마저 느끼게 했다.
이들 중에서 겨우 하나만 고르라니.
너무 가혹했다.
마음 같아서는 그들 모두를 취하고 싶었다.
-‘모든 것을 베는 천검’이 여러 개를 골라도 된다고 합니다. 단, 신검 하나마다 ‘천검의 보고’ 대여권을 1회씩 차감하겠다고 합니다.
역시 더럽게 쩨쩨한 양반이라 생각하며, 나는 내 주위를 날고 있는 신검을 살폈다.
대체 어떤 신검을 선택해야 감정조차 불가능한 그 괴물을 막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