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mporarily Closed for Work Reasons RAW novel - Chapter (61)
츠츠츠!
동시에 내 몸이 눈부신 빛에 휩싸이더니, 내 입술이 내 의지와 별개로 열렸다.
“오랜만이구나, 내 기사여. 네 이름은 무엇이냐?”
거신검을 사용할 때 희미하게 내 몸에 남아 있던 ‘산을 씹는 거인’의 잔재가 내 입을 빌려 그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이미 천 년 동안 저승을 헤매다 잊은 지 오래입니다. 제 소환자는 저를 하데스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알겠다. 그리하면 너의 이름은 오늘부터 ‘하데스’다. 나의 기사였던 하데스에게 묻는다. 내 의지를 계승한 아직 어리고 나약한 신, 유일신의 검과 방패가 되겠느냐?”
하데스가 감격한 듯 전신을 부르르 떨었다. 그가 바닥에 이마를 쾅 박았다.
-주인이시여! 그리고 지고한 분이시여! 이미 죽어 찌꺼기만 남은 영락한 몸이지만, 제발 제가 당신을 섬기는 것을 허락해 주소서!
그러자 ‘산을 씹는 거인’의 의지가 사라지고 내 의식이 돌아왔다.
나는 간절히 나에게 허락을 구하는 기사를 향해 말했다.
“허락한다.”
츠츠츠!
그러자 그와 내가 한순간 연결되는 것 같은 고양감이 내 전신에 퍼졌다.
-축하합니다. ‘산을 씹는 거인’의 신도 계승에 성공했습니다.
-‘자이언트 스켈레톤 하데스’가 지구 지부의 세 번째 신도가 되었습니다.
[자이언트 스켈레톤 하데스]분류 : 신도
특이 사항 : 비록 오랜 세월 영락하여 대부분의 힘을 잃었지만, 당신의 신력을 소모해 ‘진화’가 가능하다.
진화가 가능하다고?
진화에 의식을 집중하자 다시 갓메이커가 반응했다.
-신력을 사용해서 ‘자이언트 스켈레톤 하데스’를 진화시키겠습니까? (Yes/No)
“Yes.”
-악신 타이틀 ‘잔혹한 학살자’를 장착합니다.
-선신 타이틀 ‘자애로운 구원자’를 장착합니다.
콰콰콰콰!
그러자 내게 있는 선신과 악신의 타이틀이 동시에 발동하며 흑과 백이 뒤엉킨 기운이 하데스에게로 빨려 들어갔다.
그러자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스륵스륵.
새하얀 뼈만 남은 그의 영락한 육체에 잿빛의 피부가 뒤덮이기 시작했다.
철컹, 철컹!
동시에 짙은 어둠을 뿜는 갑주와 투구가 전신을 감쌌고, 양손에 대검과 엄지를 치켜든 문양이 새겨진 거대한 방패로 무장까지 하였다.
그 모습은 완벽한 기사.
-축하합니다! ‘자이언트 스켈레톤 하데스’가 ‘데스 나이트 하데스’로 진화했습니다!
[데스 나이트 하데스]분류 : 암흑 성기사
특이 사항 : 유일신의 자비와 은총으로 영락전의 힘을 되찾아 초월의 가능성을 품었다.
하데스가 잠시 어리둥절한 듯 자신의 몸을 살피더니 눈물을 쏟으며 내 발에 입을 맞췄다.
“유일신 님의 하해와도 같은 은총에 감사드립니다. 저 하데스, 제 영혼을 걸고 유일신 님의 방패가 될 것을 맹세합니다.”
명지는 졸도할 것 같은 얼굴로 하데스를 보았다.
“하, 하데스가 변했어? 거기에 심지어 말도 해?”
그래. 내가 생각해도 사나이다운 멋진 저음이었다.
나는 하데스의 충성 맹세에 멋진 말이라도 해 주고 싶었다.
아, 그런데 좀 어지럽네.
나는 짙은 탈력감을 느끼며 쓰러졌다.
“헉! 주인이시여!”
“선생님!”
“검신 님!”
희미해져 가는 의식 너머로 알림 메시지가 들렸다.
띠링!
[퀘스트 : 하급 선신 승급(진행 중)]초월의 가능성이 있는 S급 이상의 지적 생명체 신도 : 4/10
***
나는 꿈속에서 눈을 떴다.
어떻게 자연스럽게 꿈인 줄 아냐고?
왜냐하면, 이 짓을 벌써 일주일째 하고 있으니까.
쏴아아아.
부드럽게 불어오는 바람에 아스라이 펼쳐진 황금빛 밀밭이 기분 좋게 출렁인다.
그 밀밭의 한가운데에는 양손에 이삭을 한아름 안고 있는 여인의 신상이 세워져 있었다.
“오늘은 풍요 아줌마인가?”
츠츠츠, 신상이 빛났다.
-‘한없이 베푸는 풍요’가 엄격한 얼굴로 자신은 아줌마가 아니라고 항변합니다.
귀도 밝으셔라.
“넹, 풍요 누님.”
-‘한없이 베푸는 풍요’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만족합니다.
신성 가야미국의 백성 숫자가 5천만이 넘고, 앤티와 일호가 초월의 가능성을 품게 되자 내게 소소한 변화가 일어났다.
그중 하나는 이렇게 꿈속에서 내 스토커들과 접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뭐, 직접 만나는 건 아니고 그들의 영역에서 간접적으로 대화를 하는 거지만.
-‘한없이 베푸는 풍요’가 ‘산을 씹는 거인’의 신도를 구원한 것을 칭찬합니다. 지금처럼만 하면 훌륭한 선신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당신을 응원합니다.
별로 선신이 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감사합니다, 풍요 누나.
그래도 오늘은 그 지겨운 악몽이나, 수련이나 시키려고 하는 영겁의 구도자가 아니라 다행이다.
-‘한없이 베푸는 풍요’가 신도를 구원하느라 신력을 많이 썼으니 오늘은 자신의 영역에서 푹 쉬면서 신력을 회복하라고 합니다.
역시 풍요 누나가 스토커 중에서는 제일 인간, 아니 신이 됐단 말이지.
나는 풍요 누나에게 엄지를 척 치켜들며 적당한 곳을 찾았다.
여기가 좋겠네.
푹신푹신한 밀밭을 담요로, 푸른 하늘을 이불 삼아 드러누웠다.
하, 이곳이 천국이로구나.
-‘한없이 베푸는 풍요’가 당신에게 치유의 신력을 베풉니다.
츠츠츠.
동시에 황금 밀밭이 눈부시게 빛나며 내게 따스한 기운이 스며들었다.
엄마 품에 안긴 듯한 기분 좋은 충만함과 함께 잠이 솔솔 온다.
하지만, 난 몰랐다.
내가 꿈속 풍요의 영역에서 쉬고 있을 때, 짙은 악의를 품은 존재가 현실의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었다는 것을.
***
할짝할짝.
성미나는 보건실에서 커다란 막대 사탕을 핥으며 유일신과 성미리의 수업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최은비가 준 막대 사탕은 맛있었지만, 너무 지루했다.
“아!”
성미나가 갑자기 눈을 빛내더니 배낭을 열고 그 안에 넣어 둔 길쭉한 나무 상자를 꺼냈다.
그건 유일신의 집 서랍에 숨겨져 있던 물건이었다.
유일신이 밥을 할 때마다 요란하게 덜컹거리는 것에 호기심을 느낀 성미나가 몰래 가져왔다.
성미나가 조심스레 나무 상자를 두드렸다.
“똑똑.”
그러자 안에 있는 뭔가가 격하게 반응했다.
“거기 누구 있어요?”
달그락!
“너두 사탕 줄까?”
달그락! 달그락!
“뻥이지롱! 안 줄 거야, 내 거야.”
다다닥! 다다다닥!
그렇게 격하게 반응하는 상자와 놀고 있던 성미나.
최은비는 그런 그녀를 흘깃 보더니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차라리 싹수없는 원래 모습이 낫지. 저게 뭐야.”
어쩌다 얼음 여왕이라는 별명이 있는 성미나가 어쩌다 저런 귀여운 아이가 되어 버렸단 말인가.
문제는 그게 어색하지 않아 보인다는 거다.
겉모습만 봐서는 성미나의 외모는 10대의 소녀로밖에는 보이지 않았으니까. 평소에는 짙은 화장으로 나이를 커버했지만, 저 꼴이 된 이후로는 그것도 먼 일이 되어 버렸다.
‘아빠랑 백유현 씨는 별일 없겠지? 성미나가 같이 갔으면 별걱정 안 했을 텐데.’
최은비가 S급 헌터 세르게이를 죽인 몬스터를 잡기 위해 강원도로 파견된 최강산을 떠올리며 한숨을 쉬었다.
“꺄아악!”
그때 갑자기 성미나가 비명을 질렀다.
“왜 그래요? 미나 씨!”
최은비가 놀라서 그녀를 바라보니, 그녀가 입에 물고 있던 막대 사탕이 땅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나 있었다.
“싫어, 싫어…….”
“미나 씨. 걱정 말아요. 사탕이라면 많이 있으…… 꺅!”
성미나가 오들오들 떨며 최은비의 품에 파고들었다.
“무서워, 무서워…….”
심상치 않은 것을 느낀 최은비가 조심스레 물었다.
“성미나 씨? 진정해요. 대체 뭐가 무섭다는 거죠?”
“괴물, 괴물이!”
성미나의 눈에 눈물이 글썽거렸다.
“나 잡아먹으러 와…….”
그 시각.
헌터 아카데미의 정문.
“여보세요, 일반인은 출입 금지입니다.”
수위가 얼굴을 찌푸리며 정문 앞에 서 있는 남자에게 다가갔다.
악취가 풍기는 넝마를 뒤집어쓴 지저분한 남자가 아까부터 정문 앞에서 뚫어지라 아카데미 건물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이봐요, 내 말 안 들려요? 출입 금지라니까!”
완력으로라도 물러나게 해야겠다고 생각한 수위가 그의 팔을 거칠게 움켜잡았다.
수위라고는 하지만 그 또한 D급 강화계 각성자였기에 일반인은 한 손으로도 가볍게 제압할 괴력의 소유자였다.
‘응?’
하지만, 남자는 바위처럼 미동도 하지 않았다.
“이이익!”
오기가 생겨 안간힘을 쓰는 수위를 향해 남자가 고개를 돌리더니 입을 쩍 벌렸다.
“뭐…….”
그리고, 그것이 수위가 마지막으로 본 광경이었다.
콰직!
푸슈우욱! 쿵!
순식간에 상반신이 사라진 수위의 하체가 분수처럼 피를 토하며 힘없이 무너졌다.
으적으적!
“퉤!”
남자가 씹고 있던 살점을 뱉었다.
삼킬 가치도 없는 하찮은 인간이었다.
자신이 수확할 가치가 있는 인간은 저 안에 있었다.
까드드드드득!
쿵!
남자가 철문을 맨손으로 뜯어내며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피로 시뻘겋게 젖은 그의 입술이 움직이더니 성난 짐승 같은 음성이 새어 나왔다.
“Kujitolea kwa Mungu.”
‘신께 제물로 바친다’.
거두는 자, 두 번째 사도 구스타프
위이이이이잉!
헌터 아카데미 창립 이래, 단 한 번도 울리지 않던 사이렌이 비명처럼 퍼졌다.
지저분한 누더기를 후드처럼 뒤집어쓴, 정체불명의 괴인에 의해.
괴인, 구스타프는 생각했다.
“꺄아아악!”
“으아악! 살려 주세요!”
시끄럽게 앵앵거리는 벌레들이 너무 많다고.
퍼억! 콰직! 쿵! 콰드득!
그래서 숫자를 줄여 보았다.
인간의 몸은 너무나도 약하다.
가볍게 휘두른 손짓 한 번에도 풍선처럼 온몸이 터져 죽어 버린다.
“시바알! 죽어!”
화르륵! 쿠콰쾅!
미래의 헌터 후보답게 발악하듯 학생들이 화염과 얼음 등 각종 이능을 구스타프에게 쏟아부었다.
하지만 바위에 던진 계란처럼 구스타프의 몸에는 잔상처 하나 나지 않았다.
구스타프가 허리를 숙이더니 땅에 떨어진 돌멩이 하나를 손에 쥐었다.
바드득!
산산조각이 난 돌멩이 파편을 꽉 쥔 구스타프가 자신을 공격하는 학생들에게 그것을 산탄처럼 뿌렸다.
푹! 푹!
“아…….”
쿨럭! 털썩!
몸에 좁쌀만 한 구멍이 뚫린 학생들이 피를 토하며 힘없이 무너졌다.
“당장 그만두지 못해! 이 살인귀야!”
구스타프가 자신을 뒤덮는 그림자에 고개를 위로 치켜들었다.
60대로 보이는 반백의 노인이 분노로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검을 내리치고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검이 아니다.
파지직!
번쩍!
전격이 어린 날카로운 검이 구스타프의 목에 번개처럼 내리꽂혔다.
지금은 은퇴하고 아카데미의 교사가 되었지만, 한때 뇌전검이라는 별명을 가진 A급 헌터 박전검의 혼신의 일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