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mporarily Closed for Work Reasons RAW novel - Chapter (75)
불의 마차의 후반부, 뒷바퀴를 포함해 3분의 1이 본체에서 썰려 나갔다.
콰콰쾅!
중심을 잃은 불의 마차가 땅을 데굴데굴 구르며 전복됐다.
마차의 머리에 박힌 머리가 찢어질 듯 입을 벌리며 불꽃 섞인 절규를 토했다.
[끄아아악! 주인께서 손수 만들어주신 내 소중한 몸이!]그리고 마지막 사도.
피할 생각도 못 했는지 천마군림의 검기를 정통으로 맞은 히드라.
서걱! 서걱!
쿵! 쿵!
일곱 개의 뱀 머리가 일제히 몸에서 분리되며 땅에 쏟아졌다.
푸슈욱!
시퍼런 피를 분수처럼 토하며 놈의 거체가 허물어지듯 쓰러졌다.
“허억! 허억!”
나는 거친 숨을 헐떡이며 그 광경을 보았다.
다행히 손에 쥔 검신은 ‘천마군림’을 펼쳤음에도 무사했다.
아무래도 그 갓코인만 밝히는 수전노가 일은 제대로 해준 모양이다.
‘남은 건 하나.’
히드라는 죽였고, 불의 마차는 뒷바퀴를 잘라냈으니 당분간은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
나는 하늘을 날고 있는 검치호랑이 마수를 노려보았다.
‘좋아, 이제 저놈만 해치우면!’
아직 놈이 일호를 삼킨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저놈을 쓰러뜨리고 배를 가르면, 일호를 구출할 수 있을지 모른다.
게다가 조금이지만, 승산은 있었다.
띠링!
[지구 지부 신도 ‘성미리’의 봉인이 해제됐습니다.‘성미리’가 초월의 가능성을 품습니다!]
신도 : 50,212,321/1,000,000,000
초월의 가능성이 있는, S급 이상의 지적 생명체 신도 수 : 7(+2)/ 10
현실에 있는 성미나가 드디어 미리 씨의 봉인을 푸는 것을 성공했는지, S급 신도의 숫자가 하나 늘었다.
게다가 그 영향인지 조금이지만 몸에도 힘이 돌아왔다.
아직 화상의 통증이 끔찍하게 느껴졌지만, 간신히 싸울 수는 있을 것 같았다.
나는 마수를 향해 검신을 겨눴다.
‘좋아! 한 번 더 천마군림으로!’
쉬이익!
그때 귀에 거슬리는 소리가 등 뒤에서 울려 퍼졌다.
놀라서 황급히 고개를 돌리는 순간, 서늘한 비늘로 뒤덮인 뭔가가 사슬처럼 나를 휘감았다.
휘리릭, 콰콰쾅!
“윽!”
꾸득! 꾸드득!
부서뜨릴 기세로 내 몸을 조이고 있는 것은, 바로 방금 머리를 베었던 사도 히드라였다.
이제 겨우 머리가 둘이라 히드라라고 부르기에는 좀 무리일지 모르겠지만.
뱀의 머리 중 하나가 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부글부글!
그러던 와중에도 잘려나간 히드라의 다른 상처에서 기포가 일며 뱀의 머리하나가 불쑥 튀어나왔다.
이제 머리가 셋이 되었다.
부글부글!
곧이어 다른 상처에서도 기포가 일며 다시 새로운 머리가 튀어나왔다.
새로 난 머리가 눈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쉬익! 그래, 우리는 죽일 수 없지!]‘이게 그런 의미였나?’
처음 감정했던 히드라의 특이 사항에 있던, 끝없이 재생한다는 문장.
-양성구유의 뱀이다. 사용한 지 2,000년 되었다.
특이 사항 : 신녀 아라크네가 소환한 사도로 끝없이 재생한다.
아무래도 히드라를 닮은 것은 겉모습만이 아닌 것 같았다.
[아아악! 내 모오오옴!!]히드라가 전복된 채 계속 비명을 지르는 불의 마차를 보며 설레설레 머리들을 저었다.
[쉬익! 쉬익! 살아있는 몸도 아닌 주제에 엄살은. 저런 것과 같은 사도라고 불리는 게 창피하구나.] [크르릉! 뱀이여! 독식은 안 된다! 계약대로 악신의 3분의 1을 내놔라!]하늘을 날고 있는 마수가 히드라를 노려보며 으르렁거렸다.
히드라가 혀를 날름거리며 마수를 비웃었다.
[쉬익! 겨우 하찮은 검기 따위에 놀라 고양이처럼 도망간 네가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느냐? 이 악신은 ‘심연 늪의 지배자’님의 것이다.] [크르릉! 이 뱀이 정녕 피를 봐야 정신을 차리겠느냐!] [쉬이익! 해볼 테면 해봐라, 짐승아. 허나 이건 기억해둬라. 네 잘난 바람으로 내 몸을 베어봐야 소용없다는 것을.] [닥쳐라! 크아앙!]마수가 긴 송곳니를 드러내며 히드라를 향해 달려들려 할 때였다.
-하찮은 검기라고?
소름 끼치도록 차갑고 무미건조한 음성.
목소리는 낮고 조용했으나 전장에 있는 모든 이들이 들었다.
인간도, 괴물인 사도의 것과도 다른 이질적인 목소리.
난 기겁했다.
당연했다.
그 목소리의 근원지는 바로 내가 움켜쥔 검신이었으니까!
히드라가 검신을 내려다보더니 탐욕스럽게 눈동자를 빛냈다.
[쉬이익! 말을 하다니 생각보다 쓸 만한 마검이로구나! 좋아, 너는 전리품으로 내가 가져야겠······.]-뱀아, 헛소리 말고 다시 지껄여봐라. 본좌의 검기를 하찮다 하였느냐? 감히?
히드라가 떼쓰는 아이를 바라보는 눈빛으로 검신에게 말했다.
[쉬익! 물론. 널 포함해 세상의 그 어떤 빼어난 신검이라도 무한히 재생하는 내 앞에서는 무용지물. 그러니 당연히 하찮을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 쉬이익! 자아, 이리 오너라, 마검아. 검은 검에 어울리는 효용이 있는 법이니. 마검, 너를 내 토굴 입구를 꾸미는 장식품으로 써야겠다.]-크큭! 크크큭! 크하하핫!
검신이 갑자기 광소했다.
그것은 마치 내가 검신을 잡고 광기에 함몰돼 짓는 웃음과 비슷했다.
어? 그러고 보니 검신을 잡았는데도 이번에는 왜 이렇게 멀쩡했지?
히드라의 눈에 노기가 서렸다.
[쉬이익! 웃어?]-당연히 웃길 수밖에. 시체가 헛소리를 지껄이는구나.
[쉬이익! 이 하찮은 검놈이 개소리를 하는구나! 시체라니? 누가 시체란 말이냐!]-바로 너 말이다. 대가리가 여러 개인 뱀아.
검신이 뱀을 비웃으며 선언했다.
-넌 이미 죽어 있다!
파스스스······.
[쉬이익?!]히드라의 몸에 변화가 일어났다.
마치 모래성처럼 그의 전신이 가루가 되며 부서지고 있었다.
[쉬익! 이, 이 마검이 내게 저주를 내렸구나! 쉬이익! 하, 하지만 이쯤이야 내 주인께 받은 재생의 축복을 사용하면!]부글부글!
히드라의 전신에서 거품을 뿜으며 재생을 시도했다.
파스스스!
하지만, 그것이 소용없을 정도로 히드라의 몸이 빠르게 붕괴하고 있었다.
마치 천마군림을 맞았던 악어 사도 구스타프의 최후처럼.
[쉬익! 쉬이익! 이, 이건 말도 안 돼! 한낱 검 따위가 나를!]히드라의 뱀 머리들을 감싸던 녹색 비늘이 공포 탓인지 새하얗게 탈색했다.
-설마 모든 것을 굴복시키는 본좌의 천마군림을 정통으로 맞고도 정녕 살려 했더냐?
[쉬이익! 시, 싫어어어! ‘심연 늪의 지배자’님! 사, 살려······.]마지막으로 남은 뱀머리가 울부짖으며 자신의 주인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파스슥!
채 마지막 말을 내뱉지도 못한 채, 산산조각이 나며 사라졌다.
검신이 조소했다.
-크큭, 하찮은 뱀이구나.
히드라가 가루가 되어 사라지자 갓메이커의 메시지가 울렸다.
띠링!
[‘심연 늪의 지배자’의 사도를 학살했습니다.] [제물을 흡수합니다]부서진 히드라의 가루가 내 몸 안으로 스며들었다.
띠링!
[축하합니다. 신이시여. ‘심연 늪의 지배자’의 사도는 S급 2명분의 가치가 있는 강한 제물입니다.]그러자 사도 요한과, S급 5명분의 제물의 가치의 구스타프, 그리고 이번에 S급 2명분의 가치가 있는 히드라를 합쳐.
띠링!
제물 : 52,023,002 /1,000,000,000
초월의 가능성이 있는 S급 이상의 지적 생명체 제물 : 8(3+5)/10
콰아아아!
S급 이상의 지적 생명체 제물의 숫자가 8로 늘더니 내게 엄청난 힘이 치솟았다.
스륵, 스르륵!
심지어 흡수한 히드라의 재생력 효과인지 화상으로 가득했던 상처가 빠르게 낫기 시작했다.
“우, 우와.”
내가 극적인 변화에 놀라고 있을 때, 검신이 버럭 소리쳤다.
-갈(喝)! 이 얼빠진 놈아! 뒤다!
검신의 외침에 놀라서 뒤를 돌아보자.
휘이이잉!
독수리처럼 하늘을 날며 온몸에 푸른 바람을 휘감고 있는 검치호랑이 마수의 모습이 보였다.
[크르르! 이제 눈치채봐야 늦었다! 내 삭풍의 권능으로 갈가리 찢어주지!]마수가 박쥐 날개를 펄럭이자, 내가 서 있는 지상을 향해 서슬 퍼런 바람의 칼날이 쏟아졌다.
“젠장!”
나는 사도들과 싸우는 난장판에 휩쓸려 기절한 앤티를 황급히 주머니에 넣고는 가야미 병사들에게 소리쳤다.
“모두 피해!”
그리고 전력으로 그들의 반대 방향으로 질주했다.
쾅!
콰콰쾅!
바람의 칼날이 적중한 땅에 거대한 검으로 벤 듯한 상흔이 끔찍하게 새겨졌다.
하늘 꼭대기에서 바람 칼날을 뿌리던 마수가 도망치는 날 비웃었다.
[크르르! 소용없다! 발악해봐야 네 놈은 독 안의 쥐······ 끄에엑!]오만한 웃음을 띠던 마수의 눈동자가 갑자기 찢어질 듯 커졌다.
[뭐, 뭐냐?]부륵! 부르륵!
놈의 배가 갑자기 경련을 일으키며 요란하게 꿈틀거리더니.
-[중량 증가!] [중량 증가!] [중량 증가!]
뱃속에서 내가 아는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오는 게 아닌가.
[아, 안···! 크아앙!]그의 배가 바위를 삼킨 듯 아래로 축 늘어지더니, 중력에 빨려 들어가듯 엄청난 기세로 지상을 향해 추락했다.
콰르르 콰콰쾅!
[끄아악! 배, 배가! 찌, 찢어질 거 같아! 크아앙!]온몸이 피투성이임에도 불구하고 복부를 움켜쥐며 괴로워하던 마수의 배가.
퍼어엉!
폭발했다.
[끄아아앙!!]전신을 바르르 떨며 괴로워하던 마수가 머리를 땅에 쾅 박으며 절명했다.
그리고 잠시 후.
“근유우우우욱!”
터진 마수의 뱃속에서 피로 흠뻑 젖은 일호가 엉금엉금 기어 나왔다.
“일호야! 살아 있었구나!”
일호가 몸에 묻은 피를 털어내며 껄껄 웃었다.
“당연한 말씀을! 제가 아까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껄껄껄! 자기 덩치만 믿는 큰 괴물 놈은 뱃속에서부터 조지면 되는 법입니다!”
“우아아! 일호야! 역시 네가 최고다!”
세상 모든 사람에게 자랑하고 싶을 정도로 우리 일호는 멋있었다.
-크큭, 얼빠진 네놈이 부리기엔 아까운 하인이로구나.
내 손에 쥐어진 검신이 조소했다.
그래, 아까부터 신경 쓰였다.
나는 조심스레 물었다.
“그런데 대체 누구세요?”
원래 좀 미친 식칼이긴 했지만, 지금 이 상황은 낯설다. 아주 많이.
그러자 검신이 호탕하게 외쳤다.
-크큭, 과연 얼빠진 놈답구나! 여태껏 내가 누구인지도 몰랐단 말이냐? 귓구멍을 파고 잘 들어라! 본좌는 바로!
꿀꺽!
나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바, 바로?”
막장 드라마에서 출생의 비밀을 밝히는 것처럼 분위기를 잡던 검신이었지만.
-······어라, 본좌가 누구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