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129)
129화
카르페가 쌍둥이 동상과 전투에 들어간 후로 꽤 많은 시간이 지났다.
실제로 흐른 시간은 한 시간이 조금 지났을 뿐이지만, 체감상으로는 세 시간 이상으로 느껴질 만큼의 대접전!
“이제 좀 죽어!”
콰앙-! 쾅!
카르페의 마법이 무투가 드렛슈를 강타했고, 동시에 티나의 랜스와 길리안의 검이 마법사 드렛슈를 정확하게 찔렀다.
쿠우웅!
[‘???의 동상’이 기능을 정지합니다.]카르페의 염원이 닿은 것일까.
쥐어 짜낸 일격이 성공하자 두 석상이 동시에 허물어졌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무수한 알림창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띠링.
[레벨 업! 보너스 포인트가 주어집니다.] [레벨 60을 달성하셨습니다. 룸 업그레이드가 가능해집니다.] [직업 관련 NPC로부터 직업 선물을 수령하실 수 있습니다.]“후우우.”
카르페가 깊은 숨을 토해낸 후, 다시 깊게 들이쉬었다.
탑 내부의 공기는 빈말로도 좋다고 하기 힘들었지만, 지금은 그렇게 달콤할 수가 없었다.
그만큼 격렬한 전투였으니까.
지금까지 쓰러뜨렸던 적 중, 서빙제의 파편 다음으로 강한 보스임에 틀림없었다.
전투에 과도하게 집중한 탓인지 머리가 살짝 어지러웠다.
“와, 진짜 더럽게 빡세게 만들어 놨네. 형, 이거 한번 잡아 봤다고 했죠? 도대체 어떻게 혼자서 잡은 거야? 이걸.”
-……후. 그때 고생한 거 생각하면 눈물이 앞을 가리지. 아무튼 잘했다. 힘들긴 했지만 결국 성공했네.
사실, 보스들의 공격 패턴 자체는 단순했다. 그리 빠르지도 않았고.
하지만 이 쌍둥이 보스들에게는 황당한 패턴이 있었는데, 무투가 드렛슈는 물리 공격에 대해서 면역이었고, 마법사 드렛슈는 마법 공격에 대해서 면역이란 점이었다!
“솔플로만 발동하게 해 놓고 그딴 패턴을 숨겨 놓다니…… 진짜 개발진들 흉악하네요.”
그래도 보스라고 경험치는 많았는지 지룡을 그렇게 잡아도 안 오르던 레벨이 드디어 올랐다.
“생각해 보니 조금 어이없네. 30레벨 이상 강한 몬스터를 수십 마리나 잡았는데도 레벨이 안 오르다니.”
-뭐, 라세는 레벨 차이 많이 난다고 해서 경험치가 폭증하는 구조는 아니니까. 흐흐. 지난번에도 한번 말했지? 저렙 때처럼 레벨 팍팍 오를 거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야. 라세는 이제 시작이니까.
물론, 지금도 다른 유저에 비하면 5배 이상 렙업 속도가 빨랐지만 천마는 굳이 그 사실을 언급하진 않았다.
“그래도 꾸준히 사냥하다 보면 결국 오르겠죠. 아무튼 이걸로 끝이에요? 히든 피스는?”
-조금 있으면…… 아, 시작됐군.
우우웅.
공기가 진동하는 소리와 함께 카르페가 쓰러뜨린 두 동상의 파편 속에서 주먹만 한 구슬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무투가 동상에서는 빨간색, 마법사 동상에는 파란색.
두 가지 색의 구슬은 허공에 떠올라 빙글빙글 돌기 시작하더니 이내 하나로 합쳐졌다.
팟!
그리고 밝은 빛과 함께 두 구슬은 워프 게이트로 변해 버렸다.
띠링.
[‘???의 비밀 서재’로 통하는 워프 게이트가 생성되었습니다.]“아하. 이런 식이구나.”
카르페는 제법 괜찮은 연출이었다고 생각하면서 워프 게이트 위로 손을 올렸다.
[‘???의 비밀 서재’로 입장하시겠습니까?]“입장한다.”
카르페가 알림을 승낙하자 순식간에 풍경이 바뀌었다.
“와, 책 되게 많네. 여기에 유물에 대한 단서가 있는 거죠?”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비밀 서재는 각종 서적으로 가득 찬 공간이었다.
오랜 세월 동안 사람의 손길이 끊긴 만큼 먼지가 수북이 쌓여 있었고, 오래된 책 특유의 냄새가 코끝을 간질였다.
-내가 여기 처음 들어왔을 때 이것저것 뒤져봤는데…… 딱히 뭐 특별한 게 있진 않더라고. 아, 잡템 몇 개는 있긴 했다만.
당시 천마는 천신만고의 개고생 후에 간신히 쌍둥이 동상을 쓰러뜨릴 수 있었다.
하지만 정작 그 개고생 뒤에 이렇다 할 보상이 없었으니…….
-현실 부정하면서 여기 꽂힌 책들도 다 읽어 봤었지. 아, 그립네. 그래 그런 미친 시기도 있었어…….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마도왕 드렛슈라는 이름을 처음으로 접할 수 있었다.
물론 책 속에 히든 피스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았고, 천마는 분통을 터뜨리며 적색탑을 떠났다.
“흐음. 그럼 혹시 책 내용 중에 유물에 관한 이야기도 있었어요?”
-일단 내 기억에는 없군. 아무리 나라고 한들 이 많은 책의 내용을 죄다 기억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그건 그렇죠.”
카르페는 주변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아무리 적게 잡아도 대략 1,000권은 되어 보이는 양에 카르페가 미간을 좁혔다.
“설마 이걸 전부 뒤져서 찾아야 하나?”
-그래도 내가 찾을 때랑 다르게 인원도 많으니까 작정하고 찾으면 금방 찾을 거…….
하지만 결론적으로 그런 고민은 의미가 없었다.
우우웅.
카르페의 발밑에 커다란 마법진이 형성되기 시작하면서 알림이 떠올랐다.
[비밀 서재에 방문한 자의 마력 패턴을 파악했습니다.] [마도왕 드렛슈의 후예임을 확인. 기록이 재생됩니다.]그리고 마법진에서 뿌연 연기가 솟아올라 이내 하나의 형상을 갖추었다.
드렛슈 아크람.
지하에서 봤던 젊은 드렛슈가 아닌 미라쥬가 재현한 드렛슈보다도 더 나이가 든 얼굴이었다.
[아, 아. 잘 들리나?]드렛슈는 그렇게 말한 후, 카르페의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계속 말을 이어 갔다.
[굳이 대답할 필요는 없어. 이건 지하에 있는 나와 달리 자아가 있는 건 아니니까. 그냥 여기서 내가 기록한 말을 그대로 읊을 뿐인 마법이다.]“아…….”
-마도왕의 마력에만 반응하는, 일종의 영상 편지 같은 개념인가 보군.
[내 이야기를 듣고 있다는 건, 무사히 내 시험을 통과했다는 거겠지. 제대로 된 인간이 내 힘을 이어서 기쁘군.]드렛슈의 목소리는 밝았으나 얼굴은 어쩐지 지쳐 보였다.
[내 탑에 온 것을 환영한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다만, 시간이 여의치 않군. 본론만 간단하게 전달하마. 네 번째 유물에 대해 알고 싶겠지?]카르페는 눈앞의 드렛슈가 영상 편지인 것을 알면서도 반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번째 유물의 이름은 강철(强鐵)의 로이어드라고 한다.]“강철?! 설마 이번 인형은 키 작은 연금술사…….”
-나 보고 소설 줄이라고 하기 전에 너부터 만화책 줄여 인마.
[내가 만든 인형들 가운데 가장 크고 튼튼한 녀석이지. 이 녀석을 얻는다면 널 지켜 줄 든든한 방패가 생기는 셈이다.]“아니구나.”
카르페는 약간 실망했다.
“생각이었다만?”
그렇다는 건 결국 하지 못했다는 뜻인가?
카르페는 어쩐지 불길한 기분이 들었다.
[내 나름대로 로이어드를 강화하려고 했단 말이지. 여기저기 기능을 추가해서 최강의 방패를 만들려고 했는데…….]“……설마.”
‘강화’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불안함이 다시 1스택 적립되었다.
[직접 보여 주는 편이 빠르겠군.]드렛슈는 그렇게 말한 뒤, 서재의 벽면을 가리켰다.
[저기에 손을 얹어 봐. 내 마력 패턴을 가진 너라면 반응할 거다.]“도대체 뭐길래…….”
카르페는 불안해하면서도 드렛슈가 가리킨 곳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손을 얹는 그 순간, 벽면에 마법진이 생성되더니 자그마한 상자 하나가 툭 튀어나왔다.
“어? 유물함?”
라마르크에서도 한번 봤던 상자다.
암군(暗軍)의 인형이 들어 있던 유물함과 완벽히 동일한 형태였으니까.
“단서가 아니라 한 번에 유물을 주는 거였구나. 괜히 걱정했네.”
카르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유물함을 열었다.
하지만 상자 속 내용은 카르페의 기대와 조금 달랐다.
“……엥?”
없었다.
원래대로라면 상자 속에는 자그마한 인형 한 개, 그리고 그 인형에 부여할 영혼석이 있어야 했다.
하지만 지금 카르페가 연 상자는 반쪽짜리였다.
붉은 보석 형태의 영혼석은 들어 있었지만, 그 육체가 될 인형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카르페가 의문 섞인 눈동자로 드렛슈의 영상 편지를 쳐다보자, 마치 그에 반응이라도 한 듯이 드렛슈가 머리를 긁적였다.
[부숴 먹었다.]“……네?”
[아, 그래도 영혼석은 미리 추출해 뒀으니까 멀쩡해. 몸만 부서진 거야, 몸만.]“……거짓말.”
[쓰읍. 지금 생각해도 억울하네. 거기서 조금만 더 강화했으면 진짜 최강의 방패가 탄생하는 건데. 아오, 역시 사람은 과하게 욕심을 부리면 안 돼. 조금 삐끗했다. 미안하다!]“야!!!”
-와. 드렛슈란 인간 알면 알수록 레전드네. 진짜 대륙이 한때 이런 인간 손에 통일 당했다고? 에이, 농담이지?
카르페는 소리를 지를 수밖에 없었다.
세 번째 유물 암군과 완벽히 반대되는 상황이었다.
그때는 인형이 있고 영혼석만 없었는데, 이번에는 인형이 없단다.
카르페는 헛웃음을 흘렸다.
뭔 놈의 퀘스트가 정상적인 게 없어!
[그래서 부랴부랴 새 인형을 만들려고 했거든? 근데 시간도 없고 재료도 없고 마력도 없고…… 뭐, 다 없더라고.]“……욕하고 싶다. 해도 되나?”
“주군. 저는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으음. 설마 로이어드가 이렇게 부서질 줄이야.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럼 네 번째 인형은 영영 못 얻는 건가…….”
그토록 기대했건만 기다리고 있는 게 강화 파괴 엔딩이었다니.
실망감이 힘이 탁 풀렸다.
[하지만 방법이 없는 건 아냐. 영혼석은 남아 있으니까.]“오?”
[유물처럼 강력한 인형들은 오직 내 특수 스킬 ‘마도공학’으로밖에 만들 수 없지. 하지만 지금의 난 만들 수 없는 상황이다. 즉, 인형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한 사람밖에 없다는 뜻이야.]그때였다.
드드드드.
비밀 서재 전체가 진동하면서 발밑의 마법진이 재가동하기 시작했다.
파아앗!
마법진의 힘이 최고조로 모인 그 순간.
마법진의 기운이 그대로 카르페를 감싸 안았다.
[8성 스킬 – 마도 공학에 ‘에픽급 인형 제작’ 도안이 등록됩니다!]띠링.
[마도왕의 네 번째 유물 (4)] [퀘스트 분류 : 직업 시나리오] [퀘스트 제한 : 마도왕의 의지를 이은 자, 초급 이상의 인형 제작술을 보유할 것] [당신은 네 번째 유물을 찾아냈지만, 안타깝게도 강철의 로이어드는 파손된 상태입니다. 하지만 방법은 있습니다. 드렛슈의 비법을 전수받아 새로운 인형을 제작하십시오. 로이어드의 영혼은 신체가 멋지면 멋질수록 더욱 만족할 것입니다.] [퀘스트 성공 시 : 강철의 로이어드 획득]*제작에 사용된 재료의 등급과 상성에 따라 인형의 효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헐.”
지고의 마법사이자 연금술사, 그리고 인형술사인 드렛슈 아크람.
그의 의지를 이어받은 카르페가 첫 인형 제작에 착수하는 순간이었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