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141)
141화
“아이스 애로우!”
카르페의 손에서 발사된 한줄기 얼음 화살이 화염의 하급 정령에게 정확히 적중했다.
[타이틀 ‘한 방에 주님 곁으로’가 적용됩니다. 첫 공격 시 데미지가 10% 증가합니다.] [크리티컬 히트! 107%의 추가 데미지가 적용됩니다.] [화염의 하급 정령을 쓰러뜨리셨습니다.]“크으. 이거지! 이게 게임이지!”
한 방에 픽픽 쓰러져나가는 정령들을 보고 있자니 감동이 밀려왔다.
처음 게임을 시작했을 때나 느껴 봤던 그 기분!
“잊고 있던 추억을 되찾은 기분이네요. 그래. 라세는 이런 게임이었어.”
-루아나 때까지는 신나게 원킬 내고 다녔잖아. 그게 얼마나 됐다고 추억 타령이야?
“기분이 그렇다는 거죠. 기분이.”
카르페는 다시 한번 창룡보를 밟으며 가까운 화염 정령에게 옮겨갔다.
그리고 휘둘러지는 카르페의 주먹.
퍽-!
[크리티컬 히트! 113%의 추가 데미지가 적용됩니다.] [화염의 하급 정령을 쓰러뜨리셨습니다.]사냥은 너무나 손쉬웠다.
화염 정령들에게 어마어마한 디버프가 걸려 있기도 했지만 정령들이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컸다.
마치 막다른 곳에서 맹수를 만난 토끼처럼 바들바들 떨기만 할 뿐, 공격할 의사가 없어 보였다.
-어. 마법 온다. 조심.
“이크.”
물론, 모든 정령들이 그런 것은 아니었다.
일부 정령들, 특히 중급 정령들은 두려움을 이겨내고 카르페를 향해 공격을 날렸다. 허나 카르페는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간단히 피해냈다.
콰앙!
등 뒤에서 빗나간 파이어볼이 터지며 후끈한 열기가 느껴졌다.
“뀨뀨뀨웃!”
주인이 공격을 받았다는 사실에 화가 난 것일까.
묵향은 성난 소리를 내며 앞발을 허공에 휘적거렸다.
그러자 중급 정령의 머리 위로 진한 먹구름이 생성되더니.
콰과광-!
한 줄기 벼락이 중급 정령을 향해 내리꽂혔다.
묵향의 스킬 ‘콜링 썬더’가 발동한 것이다.
하지만 정확한 클린 히트에 비해 결과는 썩 좋지 않았다.
화염의 중급 정령이 잠시 비틀거리기는 했으나 이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다시 파이어볼을 날려 왔다.
카르페는 이번에도 그리 어렵지 않게 피해냈지만 묵향은 다소 충격을 받은 듯했다.
“뀨웅?!”
-뭐. 방깎이 걸려 있다 하더라도 레벨 차이가 워낙 극심하니까. 게다가 속성도 안 맞았잖아. 아무리 에픽 펫이라도 이건 무리지.
“뀨우우웅…….”
늘 쫑긋하던 묵향의 귀가 살짝 접혔다.
뀨무룩해 버린 것이다.
“아니, 형은 왜 애 기를 죽이고 그래요?”
-……아니. 그냥 사실만 말한 건데. 딱히 기죽이려고 그런 건 아니고…….
“결과적으로 그렇게 됐잖아요. 빨리 달래 줘요. 아직 사랑으로 보듬어야 할 나이라고!”
-나도 좀 사랑으로 보듬어 봐라. 망할 놈아!
천마는 툴툴거리면서도 묵향에게 말을 걸었다.
-그 뭐냐. 너무 기죽지 마라. 네가 아직 어려서 그렇지, 조만간 저런 잡것들 상대도 안 될 만큼 강해질 거다.
“뀨웅?”
-그래. 특히 진화만 끝나면 저런 것들은 죄다 원큐에…… 아. 그러고 보니 진화 퀘스트는 어디까지 진행됐냐?
“2단계 막바지죠. 권속들끼리의 보스 사냥 딱 하나만 남겨 두고 있습니다. 조만간 3단계로 넘어갈 듯?”
-들었지? 뀨뀨야. 너 조만간 떡상한다.
“뀨뀨뀨!”
-……내가 지금 펫 상대로 뭔 짓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네.
천마는 현타가 온 듯 허탈한 표정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지금까지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라세를 하면서 NPC를 이런 식으로 대한 건 처음이었다.
게임 내 NPC들은 그래픽 쪼가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으니까. 굳이 정을 줄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형. 최근 들어서 그래픽 쪼가리라는 말을 안 하게 됐네요?”
-…….
“허허. 차가운 심장의 대악마 천마지존은 이제 옛말이 되었군. 그런 말랑말랑한 마음가짐으로는 천마신교 독문무공인 냉혈심법(冷血心法)을 극성까지 이룰 수 없어!”
-갑자기 뭔 개소리야?! 네가 정녕 미쳐 버렸구나.
“그쵸. 형도 인간인데 같이 먹고 자고 부대끼다 보면 정이 들 수밖에 없지. 이제 향이가 진짜 반려동물 같고 막 그렇죠?”
-시끄러!
“형 덩치와 외모로 츤데레처럼 말해 봤자 혐오감만 조장할 뿐입니다. 그냥 인정하세요.”
-갸아아악!!!
카르페는 천마를 놀려먹으면서도 손은 쉬지 않았다.
아이스 애로우와 창룡보, 평타를 조합해서 착실하게 화염 정령들을 줄여나갔다.
퍽-!
“아, 역시 이놈은 한 방에 안 죽네.”
도마뱀 형태의 중급 화염의 정령은 평타 한 방에 쓰러지지 않았다.
하기야 명색이 중급 정령인데 하급 정령과 똑같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었다.
“마선침투경!”
퍼억-!
[대상이 마선침투경에 적중당했습니다. 물리, 마법 방어력이 5초간 50% 감소합니다.]하지만 결국 시간의 차이였을 뿐이다.
마선침투경에 적중당한 중급 정령은 정확히 다섯 번의 공격에 쓰러지고 말았다.
“중급도 어렵지 않네. 속도 좀 더 올려도 되겠다.”
그때부터 카르페는 창룡보를 쿨타임 마다 사용하며 이리저리 종횡무진 움직였다.
퍽! 퍽! 퍽!
주먹을 휘두를 때마다, 마법을 쏘아낼 때마다 어김없이 정령들이 터져 나갔다.
그리고 묵향은 그런 정령들의 드랍한 아이템을 착실하게 챙겼다.
간혹 다른 정령들이 묵향을 노리고 달려들었으나 그때마다 묵향은 ‘은영보’ 스킬을 발동해서 카르페의 그림자로 숨었다.
“어째 처음 형이랑 향이랑 셋이서 다닐 때 생각나네요.”
-그래. 그때도 이렇게 몹이 펑펑 터져 나갔었지. 괴물 같은 놈.
카르페가 동굴을 전부 정리하기까지는 채 30분이 걸리지도 않았다.
더 이상 정령이 존재하지 않는 걸 확인한 카르페는 아쉬워하며 동굴 끝에 있는 철문에 섰다.
“아오. 모처럼의 꿀 사냥터인데 몹이 별로 없네요. 앞서간 사람만 없으면 리젠될 때까지 계속 죽치고 싶다.”
-의미 없는 짓이다. 이런 스테이지 형식으로 제작된 에어리어는 처음 잡을 때만 경험치랑 템을 주니까. 마도탑이랑 비슷한 구조인 셈이지.
“그래요? 이놈의 게임은 날먹 좀 하려고 하면 죄다 틀어막네. 똥겜 같으니라고. 근데 스테이지형 구조요?”
-그래. 저 철문을 열면 방금 여기와 비슷한 곳이 또 나와. 거기도 정령들이 있고 다 잡으면 다음 철문으로 이동 가능하고…… 대충 어떤 구조인지 알겠지?
“아하.”
그리고 그렇게 몇 번의 스테이지를 반복하다 보면 가디언이 지키고 있는 곳이 나타난다.
“그럼 최대한 빠르게 진행하겠습니다.”
카르페는 망설임 없이 다음 스테이지로 통하는 철문을 열었다.
천마의 말대로 또 다른 공동이 나타났고, 바닥에는 용암이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용암 속에서 기어 나오는 화염의 정령들.
카르페는 환하게 웃으며 놈들에게 달려들었다.
* * *
두 번째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건 첫 번째보다도 빨랐다.
정확하게 23분이 걸렸고, 그다음 세 번째 스테이지는 21분이 걸렸다. 여기에서 한 번의 레벨 업도 달성할 수 있었다.
-……이건 진짜 볼 때마다 믿기지를 않네. 어떻게 이렇게 실시간으로 전투에 익숙해지지?
“요령껏 하면 됩니다. 요령껏.”
보통 스테이지 형식의 던전은 스테이지가 증가할 때마다 몬스터가 강해지지만, 이곳 화염 정령의 쉼터는 모든 스테이지가 동일한 수준의 몬스터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카르페는 조금도 쉬지 않고 네 번째, 다섯 번째 스테이지도 클리어해 버렸다. 그 시점에서 카르페는 클리어 시간을 15분까지 단축시킬 수 있었다.
이제 여섯 번째 스테이지를 눈앞에 둔 상황.
“어? 문 형태가 다르네요?”
여섯 번째 스테이지로 통하는 문은 지금까지의 철문이 아닌 반짝거리는 은색 문이었다.
-다 왔군. 딱 보면 알겠지만 저 문 뒤는 지금까지와 다르다.
“은색 문은 뭐가 다른데요? 설마 보상방?!”
-……날먹러다운 발상이다만 아쉽게도 아냐. 은색 문 뒤의 스테이지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아.
보상은커녕 몬스터조차 존재하지 않는 커다란 공간이 있을 뿐이었다.
“뭐야. 그런 공간이 도대체 왜 있는데요?”
-은색 방 다음에는 반드시 보스방이 나타나니까. 은색 방은 보스전에 돌입하기 전 잠시 휴식을 취하는 장소야.
“아하.”
카르페가 고개를 끄덕였다. 마도탑 때와 마찬가지로 보스 직전 에어리어에는 휴식 공간이 마련되어 있는 모양이었다.
“흐음. 그렇다는 건 이번에 만날 수도 있겠네요.”
-그렇겠지. 이제 남은 방은 몇 개 없으니까.
카르페보다 앞서 들어온 두 명.
지금까지 만나지 못했으니 이 앞에 있을 가능성이 농후했다.
그리고 그들과 만난다면 백이면 백 전투가 벌어질 확률이 높았다.
과연 괜찮을까?
지금 자신으로서 승산이 있을까?
순간적으로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지만 어차피 선택지는 하나뿐이었다.
카르페는 인벤토리에서 포션을 꺼내 MP를 풀로 채웠다.
그리고 크게 심호흡을 한 후.
“후우. 그럼 갑니다.”
조심스럽게 은색 문을 밀었다.
“어?”
그리고 그 순간. 지금까지와 공기가 달라졌음을 느꼈다.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비유 같은 게 아닌 정말로 공기가 달라졌다는 의미였다.
“여긴 하나도 안 덥네?”
숨이 턱턱 막히는 열기가 싹 사라졌다. 아니, 사라지는 수준을 넘어 조금 시원하기까지 했다.
-최상급 화염 정령의 핵과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데 시원해지는 건 말이 안 되지. 누군가가 인위적으로 시원하게 만들지 않은 다음에야.
그리고 그 누군가를 찾는 것은 간단했다.
휴식 에어리어의 정중앙. 그곳에 한 명의 여성이 서 있었으니까.
시원한 기운은 그 사람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었다.
“응? 어라?”
160cm 초반으로 보이는 그 여성은 푸른색 단발에 안경을 쓰고 있었다.
그리고 펑퍼짐한 로브와 커다란 지팡이는 그녀의 직업이 마법사임을 짐작게 해 주는 요소였다.
“당신 뭔가요? 어떻게 여길?!”
그녀는 카르페를 보고 크게 당황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은 그녀와 그녀의 길드 마스터가 각고의 노력 끝에 찾아낸 비밀 장소였으니까.
애초에 누군가가 들어 올 수도 있다는 가정 자체를 해 본 적이 없었다. 그만큼 이곳 화염 정령의 쉼터는 은밀한 장소였다.
하지만 당황하는 것도 잠시.
그녀는 표정을 굳히며 카르페에게 다가왔다.
“무슨 수로 들어왔는지는 모르겠지만 혹시 이대로 물러나 줄 수는 없을까요? 그렇게 해 주신다면 제 이름을 걸고 상응하는 보답을 하겠습니다.”
그녀는 카르페가 자신의 이름을 안다는 전제로 말했다.
하지만 그건 결코 오만 같은 게 아니었다. 그녀에게는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었으니까.
그녀를 수식하는 단어는 수없이 많았다.
더 썬 길드의 부길드 마스터.
공식 랭킹 6위의 천외천.
영구동토의 주인.
얼음 여왕 케이트 스웬버그가 바로 그녀였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