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151)
151화
고대신 아스텔이 한껏 분통을 터뜨렸으나 안타깝게도 그의 외침은 드워프들에게 닿지 못했다.
“인간! 도대체 우리에게 왜 이러는 것이냐!”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다고 이렇게 집요하게 물어뜯는…… 윽!”
“미하일! 괜찮은가?!”
두 드워프 중 미하일이라고 불린 드워프는 오른쪽 다리에 큰 상처를 입고 있었다.
응급처치는 한 모양인지 상처 쪽에 붕대가 감겨 있었지만, 붕대에 핏물이 계속 배어 나오는 걸로 보아 제대로 된 치료가 필요해 보였다.
그런 상황이기 때문일까?
그들의 태도는 날이 서 있었고, 마치 상처 입은 동물이 으르렁거리는 모양새라 카르페는 그들이 잠시 진정할 동안 기다리기로 했다.
애초에 드워프들이 너무 흥분한 상태라 대화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진짜 드워프들이 퀘스트 주는 거 맞아요? 지금 태도 보면 당장 칼부림 나도 안 이상할 거 같은데.’
-그게 이 퀘스트의 어려움이지. 일단 저 드워프들한테 인정을 받고 나서야 본격적으로 퀘스트를 받을 수 있다.
‘인정은 어떻게 받는데요?’
-당연히 퀘스트지.
‘이게 뭔…… 이제는 퀘스트도 다단계를 하네.’
우리의 인정을 받는다면 굉장한 퀘스트를 주마! 아, 여기 우리의 인정을 받기 위한 퀘스트를 또 따로 주도록 하지!
정말 어처구니없는 상황이었지만 RPG 장르에서는 종종 찾아볼 수 있는 광경이기도 했다.
부탁을 하는 NPC가 갑이 되고 부탁을 들어주는 입장인 유저가 을이 되는 갑을역전의 세계가 바로 이 RPG란 장르였다.
-아까 전 공방 거리의 퍼거스 집 앞에서도 봤잖아. 유저들이 제발 부탁 좀 해 달라고 빌고 있던 거.
‘뭐…… 퀘스트 보상이 좋으면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죠.’
아이템과 경험치를 위해서라면 어떻게든 NPC의 비위를 맞춰야 하는 법.
게이머란 족속은 그런 슬픈 생명체들이었다.
“이 비열한 인간 놈! 저리 썩 꺼지지 못해!”
상처 입고 으르렁거리는 NPC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카르페는 가장 먼저 누구나 할 수 있을 법한 정석적인 방법을 시도했다.
“무슨 오해가 있는 모양입니다. 저는 적이 아니니 그리 경계하시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상처가 심해 보이는데 일단 여기 포션으로 치료를…….”
“누가 속을 줄 알고! 분명 그 포션에 독이라도 탔을 테지. 지난번 인간에게 대접받은 음식에도 독이 들어 있었다!”
“…….”
카르페의 시도는 무참하게 실패하고 말았다. 드워프들의 인간 불신은 카르페의 상상 그 이상이었다.
‘말 걸기도 힘든 수준인데…… 형은 이 상황에서 어떻게 했어요?’
-지지난 회차였나? 일단 내가 무해한 인간이란 걸 알리기 위해서 장비를 전부 해제하고 저 앞에서 무릎 꿇고 두 시간쯤 대기했었지. 그리고 포션에 독이 안 들어 있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내 팔에 스스로 상처를 내고 포션을 반쯤 부은 후, 남은 포션 반을 건네줬었다.
‘…….’
-그게 끝이 아니야. 간신히 경계심을 좀 낮추고 나면 배고프다고 먹을 거 구해 오라고 시키고 먹을 거 구해다 주면 힘을 시험해 본답시고 몬스터도 한 100마리쯤 잡고 오라고 시키지. 그 짓거리를 몇 번 반복하고 나면 그때야 본격적인 퀘스트를 줘. 햐, 지금 생각해 보면 갑질도 이런 갑질이 없네.
‘와, 그렇게까지 해야 돼요?’
카르페의 반문에 천마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쯧쯧. 그렇게까지 해야 하냐고? 너 같은 운빨날먹러는 결코 모르겠지. 유저들의 아이템 하나하나에 얼마나 많은 땀방울이 서려 있는지를 말이야! 너 말고 다른 사람들은 다 그렇게 해서 겨우겨우 보상 얻어 임마! 다 너처럼 하늘이 돕는 줄 알어?!
‘……갑자기 왜 화를 내고 그러십니까.’
-평범하디 평범한 운빨을 가진 소시민의 대표로서 날먹러에게 화 좀 낼 수 있지! 아, 혁명마렵다.
‘…….’
카르페는 천마가 조금 진정할 때까지 기다린 후 다시 물었다.
‘그래서 대체 이 퀘스트의 최종 보상이 뭔데요?’
-80레벨 제한의 히어로 또는 운이 좋다면 유니크 템.
‘……으음, 확실히 보상이 좋기는 한데.’
물론 어디까지나 다른 유저를 기준으로 했을 때의 이야기였다.
평범한 유저들이라면 눈이 돌아가서 간이고 쓸개고 다 빼줄 만한 보상이었으나 카르페는 굳이 크게 목맬 수준은 아니었던 것이다.
‘확정 유니크면 또 모르겠는데…… 고민되네요. 아, 혹시 이 퀘스트가 다른 히든 퀘스트로 연계된다거나 그런 것도 없고?’
-내가 알기론 없어.
‘흐으음.’
카르페가 이 퀘스트를 정녕 수행해야 하는가 말아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와중에도 드워프들은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그래. 하지 말자.
지금은 적미스릴이랑 강화 재료 구하기도 바쁘지 않은가.
퀘스트가 간단하다면 또 모를까 고작 히어로 템을 위해서 그런 시간과 심력을 소모하고 싶진 않았다.
카르페가 마음을 굳히고 자리를 떠나려는 그 순간이었다.
[대장장이의 고대신이 ‘저, 저놈들이 정녕!’이라고 답답해합니다.] [대장장이의 고대신이 혹시 당신이 불쾌해할까 봐 걱정합니다.]아스텔이 카르페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카르페를 자신의 사도로 만들어야 하는 판국인데 자신을 섬기는 종족들이 날을 세우고 있었으니…….
그로서는 열불이 터져서 소리치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외침 덕에 카르페는 어떤 사실을 떠올릴 수 있었다.
“어, 그러고 보니 잠깐만…….”
신계에서 아스텔을 만났을 때, 무언가 받지 않았었나?
그래. 확실히 메달 같은 것을 받았었다. 별다른 능력은 없지만 아스텔이 자신의 신물이라고 건네줬던 손바닥만 한 메달이었다.
거기에 생각이 미친 카르페는 인벤토리에서 즉시 메달을 꺼낸 후, 드워프들에게 보여 줬다.
“저기, 혹시 이거에 대해서 아시…….”
“헉?!”
“허어업!”
카르페가 메달을 내미는 순간 드워프들의 태도가 완전히 달라졌다.
그들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눈을 부릅뜨고 메달과 카르페의 얼굴을 번갈아 가면서 쳐다봤다.
그리고 약 10초 후.
“고대신의 사도를 뵙습니다아!”
“죽여 주시옵소서!”
쿠웅!
상황을 파악한 드워프들이 그 자리에서 머리를 땅에 박았다.
“……우디르급 태세 전환이네.”
-역시 종족 신의 신물이야. 성능 확실하구만.
상처가 다시 터지든 말든 아랑곳하지 않고 머리를 박는 통에 카르페는 황급히 그들에게 다가가 말렸다.
“이제 제가 적이 아닌 거 아셨죠? 일단 상처부터 치료하시죠. 여기 포션입니다.”
“크윽! 감사드립니다. 사도시여.”
“아직은 임시 사도인데…….”
“임시 사도라 하셔도 마찬가지입니다. 위대하신 분의 인정을 받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저희 드워프들은 전적으로 사도님을 믿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띠링.
“……와우.”
-……지지난 회차에서 내 개고생은 도대체 뭐였던 걸까?
천마는 평소보다 조금 더 울적해지고 말았다.
* * *
[대장장이의 고대신이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쉽니다.]“먼저 저희들의 소개를 드려야겠군요. 저희는 붉은 모루 부족의 지스, 그리고 미하일이라고 합니다.”
“아, 네. 반갑습니다. 카르페입니다.”
“사도님의 존함을 알게 되어 영광입니다. 몇백 년 동안 나타나지 않았던 그분의 사도가 설마 인간일 줄은…….”
지스라고 자신을 소개한 드워프는 카르페의 얼굴을 몇 번이고 쳐다봤다.
그 표정에는 일말의 의심도 없었고 그저 ‘신기하다’라는 감정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곤란하신 상황 같은데 혹시 제가 사정을 들을 수 있을까요?”
“후우. 조금 긴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만…….”
지스는 그렇게 운을 뗀 후, 사정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야기는 약 5년 전. 붉은 모루 부족의 차기 족장에서부터 시작했다.
족장은 드워프들 중에서도 손꼽히는 기술을 익힌 장인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실력을 받쳐 주는 인품과 열정까지 겸비한 완전체의 인물이라 붉은 모루 부족은 그 어느 때보다 번성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족장에게도 한 가지 단점이 있었으니 바로 호기심과 탐구열이 강해도 너무 강했다는 점이었다.
‘우리 드워프가 모든 종족 중 최고의 장인이기는 하나 세상은 넓고 또 넓다. 고여 있는 물은 언젠가 썩기 마련이니 인간 세계를 겪어 보고 그들의 기술을 배워 오겠다!’
족장의 그런 선언에 일족은 발칵 뒤집히고 말았다.
다른 이들이 인간이란 본시 탐욕스러운 존재라 믿을 수 없다고 거듭 말렸으나 족장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하다못해 수행원이라도 붙이고자 했지만 일족 최고의 장인이자 동시에 전사였던 족장은 한사코 홀로 떠나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그렇게 그는 인간 세계로 여행을 떠났다.
“저희가 너무 안일했지요. 인간들과는 간혹 교류를 하곤 하니 큰 문제가 없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기술을 보고 오겠다던 족장은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돌아오질 않았다.
1년 또 1년 그리고 또 1년.
그렇게 5년이 지나고 나서야 붉은 모루 일족은 무언가가 잘못됐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저와 미하일은 족장님을 찾기 위해 인간들의 나라로 들어왔습니다.”
루인데리아 연방국.
인간들의 나라 중 가장 기술이 뛰어나다고 알려진 나라였다.
지스와 미하일은 자신이 알던 족장이라면 반드시 이곳을 방문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은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실제로 족장님은 이곳을 방문하셨다고 높은 신분의 인간이 말해 줬습니다. 그리고 족장님이 지금 광산 안에서 무언가 연구를 하고 있다는 사실도요.”
지스와 미하일은 당장이라도 광산 안에 들어가려고 했으나, 그 높은 신분의 인간이 그들을 말렸다.
어찌 손님께 그런 일을 시키겠냐는 이유에서였다.
아랫것들을 시켜서 모시고 올 테니 그동안 푹 쉬라고 배려를 해 줬던 것이다.
“크윽. 지금 생각하면 그 모든 것이 거짓이었습니다.”
친절에 감격한 드워프들은 숙소에 머물면서 여러 가지 물건들을 만들어 줬다.
하지만 하루 이틀이 지나도 족장의 소식은 없었다.
몇 번 따져 물었지만 ‘너무 깊은 곳에 계셔서 시간이 걸린다’라는 말만 되돌아왔을 뿐이었다.
“저희는 더 이상 기다릴 수가 없어서 직접 광산에 들어왔는데…….”
“왔는데?”
“그 순간 누군가로부터 공격을 받고 이렇게 몸을 숨기게 되었습니다. 크흑. 사도시여! 부디 저희를 도와주십시오!”
-……이거 이상한데? 내가 아는 스토리랑 완전 딴판이야.
‘엥? 진짜요? 뭐가 어떻게 된…….’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띠링.
[퀘스트가 발생합니다.] [루인데리아의 깊은 어둠] [등급 : 에픽] [퀘스트 제한 : 드워프들의 호감도가 최대치인 자] [퀘스트 성공 시 : ???] [퀘스트 실패 시 : 루인데리아 연방국과의 영구 적대] [주의하십시오. 에픽급 퀘스트는 그 결과에 따라 게임 내 시나리오에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등급의 퀘스트입니다.] [당신의 선택이 큰 변화를 불러올지도 모릅니다. 선택에는 항상 신중을 기하십시오.]“헐…….”
– 이런 미친. 여기에 에픽급 퀘스트가 있었다고?!
카르페가 세상을 바꿀 서사시(Epic)의 무대에 오르는 순간이었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