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204)
204화
다음 날.
카르페가 접속하자 묵향과 미라쥬 외에 다른 사람도 카르페를 반겨 주었다.
-왔냐?
“어? 형 왔어요? 여기 있는지 어떻게 알고?”
-당연히 몰랐지. 그냥 왕성에 있겠거니 생각하고 이 방 저 방 뒤져 보다가 우연히 찾은 거다. 딱 들어왔더니 애들 자고 있더라고.
천마는 그렇게 말한 후, 방 한쪽 구속을 가리켰다. 거기에는 묵향과 미라쥬가 서로를 부둥켜안은 채로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어라. 이 에너지 넘치는 애들이 이 시간까지 자고 있다니. 드문 광경이네요.”
-그래. 너무 잘 자고 있길래 깨우기도 뭐 해서 그냥 혼자 기다리고 있었지.
“아마 잠자리가 바뀌다 보니 밤에 잠을 설쳤나 보네요.”
그렇게 밤새도록 뒤척이다 새벽녘에서야 겨우 잠이 들었을 것이다. 카르페 역시 잠자리가 바뀌면 잠을 설치는 경우가 많았기에 십분 이해가 갔다.
“뀨우…… 뀩!”
“으으응…… 주님…… 오늘도 정의로운 도둑이 되는 걸 허락해 주세요오오…….”
둘은 서로 푹신한 방석에서 부둥켜안고 잠꼬대를 해댔다. 얼굴에 미소가 걸려 있는 것이 기분 좋은 꿈을 꾸는 모양이었다.
“형님. 얘들 웃는데요?”
-냅둬. 어디 좋은 꿈이라도 꾸는 모양이지. 그나저나 어제 우리 떠나고 나서 별일 없었냐?
“없었죠. 너무 없어서 난감한 참이었습니다.”
국왕과 만나고 나면 퀘스트도 좀 진척이 될 거라 믿었건만.
“현실은 도서관에 짱 박혀서 보물찾기라니. 에픽 펫 진화 퀘스트라서 그런가? 단서가 꽁꽁 숨어 있는 느낌이네요.”
-에픽 펫이면 그럴 만도 하지.
“형은 별일 없었습니까? 다른 권속들도 다 무사하죠?”
-그래. 우리도 나름 안전한 곳에 정착했으니까.
“오, 그래요? 다행이네.”
-그리고 그뿐만이 아니라 진화 퀘스트 단서도 발견했다.
“엥? 진짜요?”
카르페가 깜짝 놀랐다. 정작 왕국까지 들어온 자신은 이렇다 할 수확이 없었는데, 밖에 있던 천마가 단서를 발견하다니?
-그러니까 그게 어떻게 된 일이나면…….
천마는 카르페와 헤어지고 있었던 일을 간략하게 설명해 주었다.
잠든 두 권속의 색색거리는 숨소리를 BGM삼아 이야기가 이어졌고.
-……그렇게 된 거야.
“아니, 형 사실 NPC 아닌 거 아녜요? 무슨 배후령이 퀘스트를 자꾸 받아?”
-내 말이. 나도 황당해.
“음. 아무튼 저항 단체 레지스라니. 레지스탕스에서 이름을 따온 것 같은데.”
-그렇겠지.
“혁명이라는 걸 보니 라마르크 때와 비슷한 스토리로 흘러갈 것 같은데요.”
당시 라마르크는 어리석은 왕과 악독한 재상의 대환장 콜라보로 나라가 썩어들어 가고 있는 상태였다.
카르페는 직업 퀘스트가 나라와 엮여 있던지라 라마르크 혁명에 개입할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 악독한 재상은 사라졌다. 나라는 해피엔딩을 맞이한 것이다.
“저한테도 비슷한 퀘스트가 뜨긴 했거든요. 이 나라의 신분제와 관련해서.”
다만, 카르페의 경우엔 혁명을 도우라는 퀘스트가 아니라 어떻게 할지 선택하라는 퀘스트였다.
“그런데 형도 그런 퀘스트를 받았으면 사실상 선택지가 정해진 거나 다름이 없네요.”
형무소에 수감되어 있는 자가 태초의 다람쥐에 대해서 알고 있다지 않은가.
그럼 당연히 저항 단체 쪽에 가담할 수밖에.
“혁명이라. 단어만 들어도 난이도 끔찍하다.”
-아니. 이번 경우는 그렇게 어려울 것 같지도 않던데?
“응? 왜요?”
-저항 세력 쪽 파워가 막강해.
천마는 자신이 보이지 않고 어디든 이동할 수 있다는 이점을 이용해 이미 저항 세력 곳곳을 확인한 참이었다.
-마법사를 제외한 모든 직종이 다 있더라. 그렇다고 마법사가 없는 것도 아니고.
다람쥐 검사, 다람쥐 씨프, 다람쥐 궁수, 다람쥐 탱커 등등!
반면 마법사 우월주의에 빠진 왕국의 주요 전력은 9할이 마법사였고 나머지 1할도 마검사, 마창사 같은 직종이라 전문성이 떨어졌다.
-전열이 받쳐 주지 않는 마법사는 그리 무섭지 않지. 아마 혁명은 우리가 개입 안 해도 쉽게 성공할 거다. 정말 생각지도 못한 변수만 나타나지 않는다면 말이지.
“쓰읍. 왠지 그 말로 복선 깔린 거 같아서 불안한데…….”
-결정적으로 왕국의 요직에 있는 중요 인사가 저항 세력과 이미 결탁한 모양이더라고.
“응? 중요 인사? 누구요?”
-그건 극비라면서 알려 주지 않더라. 호언장담하는 걸 보면 아마 권력이 대단한 거 같던데.
“흐음. 그럼 상위 귀족이라는 건데.”
신분 제도의 수혜자인 귀족들 중에서도 트인 사고를 가진 자가 있는 모양이었다.
전력도 우세한데 내부의 권력자까지 섭외되어 있다니.
천마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 혁명은 이미 성공한 것과 다름없었다.
-그런고로 형무소 습격쯤은 이쪽 전력만으로도 차고 넘치니까 넌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아직 습격까지의 시일도 며칠 남았으니 너는 너대로 왕국 내에서 단서를 찾아봐. 나도 이쪽에서 관련된 정보를 계속 수집할 테니까.
“알겠습니다. 권속들도 잘 부탁드립니다.”
-오냐. 그럼 또 오마.
천마는 떠나기 전 잠들어 있는 묵향과 미라쥬를 한 번 더 쳐다보고 피식 웃은 후, 자리를 떠났다.
“좋아. 그럼 나도 찾아볼까.”
카르페는 애들을 깨울까 하다가 그냥 혼자서 도서관으로 향했다. 곤히 자고 있는 모습을 보니 그냥 깨우기가 싫었다.
“음. 이거는 어제 읽었고…… 오늘은 이쪽부터…….”
그러기를 약 한 시간.
카르페는 무수히 많은 서적들 중에 그럴듯한 내용을 하나 찾을 수 있었다.
[……타미아를 건국한 태초의 타미아스는 8가지의 속성을 다룰 수 있다고 전해진다. 허나, 한 가지 놀라운 점은 태초의 타미아스는 처음부터 8가지 속성을 다룰 수 있었던 게 아니라는 점이다. 이는 ‘속성의 개수는 타고나는 것’이라는 현대의 상식과는 맞지 않은 충격적인 이야기다.]카르페가 읽고 있는 건 작자 미상의 ‘어둠의 진실’이라는 제목의 책이었다.
대충 살펴보니 정사가 아닌 세간의 야사를 총집합해서 그럴듯하게 써 놓은 탓에 반쯤 소설 같은 허무맹랑한 책이었다.
“……맹금, 족제비, 여우, 삵이라. 하나같이 다람쥐들 천적이긴 하네.”
카르페는 흥미롭게 책을 읽어 나갔다. 각종 건국 신화와 마찬가지로 불세출의 영웅이 나타나 동족을 괴롭히던 나쁜 괴수를 무찌르고 새로운 나라를 건국하는 이야기였다.
어떻게 보면 세인트루할의 건국 이야기와도 아주 비슷했다.
[……결국 혈전 끝에 태초의 타미아스는 마지막 악몽인 얼음 족제비를 쓰러뜨렸다.그러자 얼음의 속성이 태초의 타미아스에게 스며들었고 그는 여덟 속성을 다룰 수 있게 되었다.
……
자연의 이치를 깨달은 그의 머리 위에 8개의 고리가 떠올랐으니 이는 분명 전설 속의 팔기조원(八氣朝元)의 경지였다. 대자연으로부터 스스로 진기를 받아들인 그는 그대로 우화등선하여 선계로…….]
“……뭐야. 여기서 갑분 무협 엔딩이라고?”
허무한 결말에 카르페가 입맛을 다시며 책을 내려놓았다. 엔딩이 좀 그렇긴 했지만 무척이나 흥미로운 내용이었다.
“네 개의 악몽이라.”
어쩐지 사해가 연상되는 건 기분 탓일까? 카르페는 이 네 개의 악몽이 묵향의 진화 퀘스트와 관련되어 있으리란 느낌적인 느낌이 들었다.
“좋아. 조금 더 찾아볼…….”
“마스터!”
“뀨뀨!”
그리고 그때 도서관의 문이 벌컥 열리며 묵향과 미라쥬가 들어왔다.
“마스터. 미안해. 깊게 잠들어 있어서 마스터가 온 줄 몰랐어.”
“뀨우웅…….”
“아냐, 괜찮아. 피곤해 보이던데 푹 잤어?”
“응. 완전 쌩쌩해.”
“그래. 다행이네. 그런데 뭘 한다고 그렇게 잠을 설친 거야?”
“……그냥 왠지 잠이 안 왔어. 향이가 고민이 있다고 해서 상담도 좀 해 주고.”
“고민?”
카르페가 궁금하다는 듯 묵향을 쳐다보자 미라쥬가 고개를 저었다.
“마스터. 섬세하지 못해. 번뇌하는 소년의 고민을 함부로 물어보다니.”
“……그런 거야?”
“그런 거야. 그리고 내가 제대로 상담해 줬으니 괜찮아! 그치 향?”
“뀨뀨!”
묵향은 그렇다는 듯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평소에도 사이가 좋은 둘이었지만 어쩐지 오늘은 더욱 사이가 좋아 보이는 듯도 했다.
“뭐, 해결됐으면 다행이네. 혹시 내 도움이 필요하면 말하고.”
“응. 마스터! 안 그래도 부탁하고 싶은 게 있었어.”
“뭔데?”
“의상이 갖고 싶어!”
“의상?”
“검은 가면! 검은 망토! 향이랑 같이 입을 거니까 한 쌍으로!”
“의상이라니. 갑자기 뜬금없네.”
“……안 돼? 마스터?”
미라쥬는 그렁그렁한 눈빛으로 카르페를 쳐다봤다. 그러자 향이도 바로 옆에서 돕겠다는 듯 2차 눈빛 공격을 가해 왔다.
“……안 될 거 없지.”
카르페의 입꼬리가 자동으로 씰룩거렸다.
이 귀염뽀짝한 콤비가 사달라는데 어찌 지갑을 아끼겠는가.
평소라면 티나가 ‘기사답게 체통을 지키십시오. 주군께 물질을 요구하는 것은 기사가 할 일이 아닙니다.’라고 따끔하게 혼을 냈겠지만 안타깝게도 이 자리에는 티나가 없었다.
카르페는 자연스럽게 의상 샵으로 접속했다.
어차피 의상 아이템은 능력이 없는 순수한 룩질 아이템이라 비싸지도 않았다.
“펫용 검은 가면이…… 어, 있다.”
카르페는 미라쥬가 원하는 물품을 모두 찾을 수 있었다.
눈 주변만 가리는 검은 가면과 검은 망토.
한 쌍씩 구입하자 의상 아이템은 그 즉시 인벤토리에 들어왔다. 둘에게 입히니 아주 그림이 그럴듯했다.
새하얀 머리칼에 중성적인 외모의 미라쥬. 머리칼처럼 새하얀 셔츠에 검은 망토를 둘러놓으니 정말 애니메이션 캐릭터 같았다.
묵향도 마찬가지. 기존에 있던 붉은 스카프에 검은 망토와 가면을 장착하자 귀여움이 배가 됐다.
“좋아. 잠깐만 있어 봐.”
이쯤 되니 카르페가 더 흥분했다. 카르페는 의상 샵을 더 검색해서 검은 모자와 의상 은색 펜싱 검까지 추가로 구입했다.
“완벽해! 검은 망토 검은 가면 그 이름~ 쾌걸 조로!”
“응? 그게 뭐야? 마스터.”
“내 고향에 있는 정의로운 의적의 이름이지.”
“와. 그럼 정말 우리에게 딱이야!”
“응? 뭐가?”
“아, 아냐. 말이 헛나왔어. 아무것도 아니야.”
카르페의 되물음에 미라쥬가 당황했지만, 이미 그들의 귀여움에 취한 카르페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이 광경을 평생 저장하기 위해 쉴 새 없이 스샷 버튼을 연타할 뿐이었다. 이 정도면 조회 수 1,000만은 너끈하리라.
“자, 둘이 등 기대서 포즈 좀…….”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도서관에서 행복한 한때를 보내고 있는 일행에게 한 다람쥐가 다가왔다.
“실례합니다. 국빈이시여. 임금님께서 중요한 회의가 있으니 참여해 달라고 하십니다.”
“회의요? 우리는 외부인인데?”
“외부인의 의견을 들어 보고 싶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도 자세한 건 모르는지라…….”
“음…… 알겠습니다.”
왠지 모르게 퀘스트의 냄새가 난다.
카르페는 국왕의 환대에 보답할 겸 묵향과 미라쥬와 함께 국왕에게로 향했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