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244)
244화
“일단 아이템 확인부터.”
해금 대장군께서 적장 ‘드렛슈의 목소리’를 처치하셨으니 그 전리품을 확인해야만 했다.
띠링.
[고대 왕국의 섬광 부츠] [등급 : 레전더리] [착용 제한 : 민첩 수치 150 이상, 마력 수치 150 이상] [물리 방어력 : 255] [마법 방어력 : 75]– 민첩 +15
– 마력 +10
[머나먼 고대, 마법의 정점에 닿았다는 마법사가 고안한 마법 부츠입니다. 드래곤의 가죽을 소재로 제작되었기에 깃털처럼 가벼우며, 또한 강철보다도 튼튼합니다. 착용자의 발에 신묘한 힘이 깃듭니다.] [추가 옵션 : 모든 이동 스킬의 최대 이동 거리 20% 증가, 쿨타임 10% 감소] [추가 옵션 : 발을 활용한 공격이나 스킬의 데미지 20% 증가] [추가 옵션 : 착용자의 레벨에 비례해서 성장]*거래 불가
“와. 레전더리!”
솔직히 상자만 고풍스럽고 실속은 별거 아닌 게 아닐까? 같은 생각도 조금 하고 있던 터라 더욱 반가웠다.
역시 제국의 황제. 이런 쪽으로 통이 크구나!
-허. 옵션이 상당한데. 데미지 증가는 뭐 그렇다 쳐도 이동 거리 증가는 웬만해선 찾아보기 힘든 옵션인데.
“그래요?”
-그래. 특히 모든 이동 스킬의 범위가 늘어나는 건 거의 없어. 이건 진짜 괜찮은 거야.
“오오. 형이 이 정도로 감탄하는 거면 진짜 희귀한 놈인가 보네요.”
이동 거리 증가 옵션은 창룡보 같은 보법 스킬을 사용할 때 엄청난 플러스 요인이다.
“디맨션 게이트는 어차피 좌표 지정 이동이니까 상관없을 거고…… 어, 혹시 이거 캐슬링에도 적용될까요?”
캐슬링은 권속과의 위치를 서로 바꾸는 스킬이다. 딱 잘라서 이동 스킬이라 말하기에는 조금 애매한 감이 있었지만.
-나도 직접 실험해 본 적은 없어서 확실한 건 아니다만, 아마도 될 거다. 비슷한 글을 읽은 기억이 있어.
“와. 그럼 진짜 좋은데? 지금 당장 바꿔…… 아. 그건 아닌가.”
카르페는 아이템을 교체하려다가 멈췄다.
현재 카르페가 장착하고 있는 방어구는 붉은 모루 일족의 레지스트 세트.
지금 부츠를 교체하게 되면 레지스트 세트의 5세트 효과 옵션이 깨지고 만다.
“으음. 일반적으로 싸울 때는 섬광 부츠가 더 낫긴 하지만 또 순수 탱킹력으로 보면 레지스트 세트가 더 나은데.”
-필요할 때마다 바꿔 끼면 되지, 뭐 고민할 필요가 있냐?
“하긴. 그것도 그렇네요.”
카르페는 고개를 끄덕이며 섬광 부츠를 착용했다. 기분 탓인지 몰라도 발이 훨씬 편안해진 느낌이다.
“자, 그럼 이제 챙길 것도 챙겼으니.”
본게임으로 들어갈 시간이다.
카르페는 뒤쪽에 나타난 숨겨진 문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문 위에 손을 올리는 그 순간.
띠링.
[‘문무(文武)의 관’에 진입하시겠습니까?] [문무의 관은 도전자의 문과 무 모두를 시험하는 곳입니다. 시련을 이겨낼 경우 고대 마법왕의 보상이 주어집니다.] [하지만 주의하십시오. 도전 시, 목숨 이상의 것을 걸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돌아가려면 지금뿐입니다.]“겁주기는.”
자타공인 즐겜러 카르페.
여기까지 왔는데 물러난다는 나약한 선택지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입장한다.”
카르페의 입장 선언과 동시에 다시 알림창이 등장했다.
다만, 이번 알림창의 내용은 조금 특이했다.
[‘문무의 관’으로 입장합니다.] [플레이어의 직업을 판정합니다. 판정 중…….] [플레이어의 직업 ‘2차 전직 – 마도패왕’을 확인하였습니다.] [히든 조건(마도왕의 후예 직업)을 만족하셨습니다. 히든 조건을 만족하여 ‘문무의 관 진(眞)’으로 입장합니다.] [특수 NPC가 생성됩니다.]파앗!
문에서 뿜어져 나온 밝은 섬광이 그대로 일행을 집어삼켰다.
* * *
문 안으로 진입한 카르페가 주변을 둘려보았다.
“여기가 문무의 관? 연무장 같은데?”
다만 평범한 연무장과는 크나큰 차이가 있었다.
바로 연무장의 장외.
연무장 바깥은 낭떠러지였고 낭떠러지 밑에는 마그마가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흠. 만화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장소구만. 싸우다가 장외 패 당하면 그대로 마그마행. 일종의 데스매치 링이군.
“거, 살벌하네.”
목숨을 걸어야 한다고 하더니 그래서 이런 무대를 준비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잠시의 시간이 지나자 연무장 한가운데에 밝은 빛이 생성되며 NPC 한 명이 튀어나왔다.
“하아. 뭐야. 내 후예였어? 젠장, 얼굴 뜨겁게스리.”
한숨을 쉬며 나타난 NPC의 정체는 다름 아닌 마도왕 드렛슈.
고대 제국 아크람의 초대 황제이며 이 보물고 던전의 주인이었다.
그는 머리를 한 차례 벅벅 긁은 후, 카르페를 향해 말을 건넸다.
“반갑다. 후예. 피차 소개는 필요 없겠지? 난 아니지만 너희들은 이미 한 번 봤을 거 아니야. 탑에서.”
“응? 나는 처음 보는걸?”
“세실리아와 로이어드……인가? 미안한데 그렇게 아는 척해도 반응해 줄 수가 없어. 탑에 있던 놈과 달리 나는 인형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으니까. 그냥 일곱 체의 인형을 제작했다는 정도의 기억밖에 없어.”
지금 나타난 드렛슈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드렛슈는 아니었다.
마도탑의 지하에 있던 드렛슈의 영혼처럼 드렛슈 본신이 아닌 그의 기억 조각이었던 것이다.
“반갑습니다. 그런데 마도탑 지하에서 봤던 드렛슈보다 훨씬 사람 같네요.”
“맞아. 맞아. 탑 지하의 드렛슈는 그냥 유령 같았는데!”
“그놈보다는 훨씬 더 많은 권한을 부여받았으니까. 시험 한정이긴 하지만 물리력도 발휘할 수 있지. 자, 이것 봐.”
드렛슈의 기억은 그렇게 말하며 손 위에 불꽃을 피워 올렸다.
“이 보물고에 어떤 장치를 해 둘지, 어떤 보상을 줄지, 어떤 시련을 줄지. 전부 내 마음이라는 거지.”
“그럼 그 여기 들어오기 전에 은거기인 흉내 낸 것도 그냥 본인 취향?”
“……뭐, 그런 셈이지. 큼.”
드렛슈는 부끄럽기는 한 모양인지 연신 헛기침을 해댔다.
“들어왔을 때 알았겠지만, 이 공간은 내 후예를 위한 공간이 아니야. 찾을 수만 있다면 누구든 들어올 수 있는 곳이지.”
드렛슈의 말대로였다.
보물고 던전의 입장 조건은 ‘레벨 200 이하’일 뿐 그 외에 다른 조건은 없었다.
만약 이 공간이 마도왕의 후예를 위한 공간이었다면 입장 조건이 ‘마도왕의 후예’라고 딱 정해져 있어야만 했다.
“그럼 여기는……?”
“한마디로 말하자면, 싹수 있는 놈을 찾기 위한 곳.”
“싹수? 찾아서 어쩌려고요?”
“어쩌기는. 쓸 만한 놈이다 싶으면 아이템 좀 쥐여주고 아크람 좀 도와 달라 그럴 생각이었지.”
“아하.”
“그리고 정말로 잠재능력이 뛰어난 놈이었으면…… 후예로 삼을 수도 있는 거고.”
“엥?”
그 말에 카르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후예? 저 있잖아요?”
“그래. 지금은 그렇지. 하지만 너 같은 녀석이 나타날지 안 나타날지는 아무리 나라도 예측할 수가 없으니까. 대륙 곳곳에 이런 식으로 선택지를 만들어 놓은 거야.”
“아.”
-선착순 전직 시스템이군. 드물게 그런 직업이 있긴 하지.
라세는 정말로 셀 수 없이 많은 히든 직업이 존재하는 게임이다.
개중에서는 여러 유저가 동시에 전직할 수 있는 히든 직업도 있었고, 유저 중 오직 단 한 명만 획득할 수 있는 히든 직업도 있었다. 마도왕의 후예는 후자의 경우였다.
그렇다면, 한 명만 획득할 수 있는 직업이라고 해서 전직 루트도 단 하나일까?
그건 또 아니었다. 전직 루트는 여러 개 존재하지만 직업은 딱 하나! 이런 경우도 존재했다.
이 경우, 어떤 유저가 전직에 성공하면 다른 전직 루트는 모조리 폐쇄되는 식이다. 때문에 선착순 전직 시스템이라 불렀다.
“만약 제가 마도군주로 전직을 하지 않았다면, 그리고 다른 누군가가 여기를 방문했다면 그 사람이 후예가 되었을 거다. 라는 거죠?”
“그래. 아무나 후예로 삼을 순 없으니 시험을 빡세게 보긴 했겠지만.”
“싫어! 마스터. 난 마스터 말고 다른 마스터는 싫어!”
“그렇습니다. 주군. 미라쥬의 말대로입니다. 기사는 한 검으로 두 주군을 섬기지 않는 법! 차라리 제 목을 치시길.”
“아니, 만약이라잖아. 이미 내가 전직했으니까 그럴 일 없다고.”
-얘들은 무슨 지들 듣고 싶은 것만 듣네
“너네들. 사이 좋구나?”
드렛슈는 인형들의 반응을 보며 피식 웃어 버렸다.
“아무튼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곳이 싹수 있는 놈을 끌어들이기 위한 곳인 것 맞지만, 그렇다고 내 후예를 위해 아무런 안배도 해 놓지 않았느냐? 그건 또 아니라는 거지.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만약 이미 마도왕의 후예로 전직한 자가 이 보물고를 방문한다면?
그때를 대비해서 드렛슈는 후예를 위한 ‘전용 시련’을 마련해 놓았고 그게 바로 ‘문무의 관 진(眞)’이었다.
“자,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혹시 질문이 있더라도 그냥 참아. 더 말하기도 귀찮으니. 시험과 관련된 질문만 해.”
“…….”
이 드렛슈의 기억들은 개체마다 각기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탑 지하에서 봤던 드렛슈보다 훨씬 더 제멋대로였다.
“그래서 시험 내용은 뭔데요?”
“일단 문(文)을 먼저 시험할 거다. 통과한다면 멋진 녀석을 주지.”
“통과하지 못한다면?”
“아무것도 안 주고 그냥 쫓아낼 거다. 네가 아무리 내 후예라고는 해도 막 퍼줄 순 없어. 그게 이곳의 규칙이니까.”
“……좋습니다.”
‘문’의 시험.
이름으로 유추하건대, 분명 머리를 쓰는 시험일 것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카르페로서는 크게 자신 있는 분야가 아니었다.
엄청 강한 보스 몬스터가 나와서 그놈이랑 치고받고 싸우는 게 훨씬 더 취향에 맞았다.
‘문의 시험이라고 했으니 아마 퍼즐 같은 거 아닐까요? 미궁 같은 곳으로 워프시킨 다음, 제한 시간 안에 그곳을 탈출하라거나?’
-글쎄.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럴 거면 굳이 이런 곳으로 소환할 필요가 있었을까?
‘그것도 그렇네. 너무 어렵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카르페가 긴장한 눈으로 드렛슈를 쳐다봤다. 아니, 카르페뿐만 아니라 다른 권속들 모두.
드렛슈는 자신에게 집중되는 시선을 느끼며 웃은 후, 크게 외쳤다.
“문의 시험은…… 바로 이거다!”
딱!
드렛슈가 손가락을 튕기자, 카르페와 드렛슈 사이에 밝은 빛이 생성되었다.
그리고 그 밝은 빛이 사라지고 난 자리에는…… 사각형의 나무판이 놓여 있었다. 그리고 나무판 옆에 놓여 있는 동그란 나무통 두 개.
“흐흐. 아주 좋아. 이게 얼마만인지…….”
드렛슈는 그렇게 말한 후, 나무판 앞에 철퍽 주저앉았다. 그리고 나무통의 뚜껑을 열자, 그 안에는 각각 검은색과 흰색의 동그란 돌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아니, 잠깐만.”
지금까지 살면서 실제로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지만, 카르페는 분명 그 물건들을 알았다.
그런데 분명 아는 물건이 맞긴 한데……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걸렸다.
그만큼 지금 장소와 안 어울리는 물건이었으니까.
“……아니, 바둑이라고? 진심?”
“오. 뭐야. 알고 있으면 더 설명할 것도 없지. 자, 앞에 앉아라.”
드렛슈는 바둑판을 탁탁 두드리며 카르페를 재촉했다.
-…….
“아니, 태클 걸 게 한두 개가 아닌데 지금.”
어떤 머리 아픈 시련이 덮칠지 걱정했는데 그냥 바둑이라고?
아니, 백번 양보해서 이게 시련이라고 쳐도…….
“판타지 배경 게임에서 무슨 바둑이야! 적어도 체스여야지!”
-구배지례 때부터 느낌이 쎄하더니. 대놓고 동양 컨셉이네.
최악의 상황이었다.
당연하게도 카르페는 바둑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했다.
차라리 장기나 체스 같은 건, 기물 이동 방법만 알면 되니까 낫지. 바둑 같은 경우는 그냥 선이 교차하는 곳에 둔다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몰랐다.
“……다른 거 안 돼요?”
“안 돼. 바꿔 줄 생각 없어. 돌아가.”
“아니 바둑 둘 줄 모른다니까요?”
“그럼 배운 다음에 다시 도전해. 어차피 800년을 기다렸는데 1, 2년 더 못 기다리겠냐?”
“들어오는 순간 기회는 단 한 번뿐이라며?”
“그거야 그냥 겁주려고 넣은 설정이고. 기다려 줄게. 배워 와.”
“미치겠네.”
잘은 몰라도, 바둑이란 게 하루 이틀로 배울 수 있는 게 아니란 건 안다.
아마 드렛슈가 만족할 만한 수준까지 오르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터.
어쩌지. 진짜 황당하지만 이대로 물러나야만 하나?
하지만 그때였다.
-괜찮으니까. 앉아.
‘네? 저 못 둔다니까…… 아, 설마?!’
-그래. 내가 둘 줄 안다. 그것도 꽤 잘 둘걸.
‘미친. 고X트 바둑왕이 실제로 가능한 거였다고?’
-그리고 드렛슈에게 제안해.
‘뭘요?’
-바둑을 그냥 두면 재미가 있나? 바둑의 진면목은 당연히…….
천마가 씨익 웃었다.
-내기 바둑이지. 나만 믿어라. 드렛슈 보물 싹 다 털어서 개털 만들어 줄 테니까.
‘……형!’
천마의 확신에 찬 어조가 그렇게 듬직할 수 없었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