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417)
417화
현 라세에서 가장 강한 플레이어는 누구인가.
불과 한 달 전쯤만 하더라도 치열한 갑론을박이 있을 만한 주제였지만, 지금에 이르러서는 그렇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 명의 이름을 떠올릴 테니까.
천마(天魔).
원래부터 숨은 최강자라는 인식은 있긴 했으나, 악마 침공 이벤트 이후는 명실상부 라세 최강의 유저였다.
그 누가 상급 악마와의 일대일 대결에서 승리하겠는가.
그리고 천마는 그걸 실시간 라이브 방송으로 증명해냈다. 5억이 넘는 라세 유저 중, 오직 그만이 보유한 업적이었다.
일부 분석가들은 압도적인 상성으로 인한 결과일 뿐이고, 대인전에 특화된 라세 최상위 랭커라면 충분히 천마와 싸워 볼 수 있다고 말하곤 했으나, 그런 사람들조차도 천마가 최강자 라인 중 한 명이란 걸 부정하지는 못했다.
쿵! 쿠웅!
그리고 그런 현 라세 최강자가 지금 여기에 있었다.
자신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거대한 붉은 로봇을 이끌고서!
“제, 젠장. 이거 어떻게 해야 해? 진짜로 싸운다고? 천마랑?”
“어떻게 하기는 등신아! 이미 PK 알림 떴어!”
“지금이라도 못 본 척하고 보내 주면…….”
“잘도 지나가겠네. 그리고 못 본 척하고 보내 주면? 윗선에서 허허 잘했다고 칭찬이라도 해 줄 것 같아서?”
“……하. 씨. 돌겠네.”
만트라 길드원은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죄다 똥 씹은 표정이 되었다.
그냥 지루한 작업이라고 생각했던 일에 갑자기 천마라니?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지는 것도 정도가 있어야지…… 왜 하필 천마가 지금 여기에 나타난단 말인가.
현재 만트라 파티의 리더라 할 수 있는 자할은 여전히 대검이 붙잡혀 있는 상황.
대검을 빼내려고 젖 먹던 힘까지 쏟고 있었으나 검은 요지부동이었다.
‘진짜 천마라니?!’
어떻게든 한 번은 만나고 싶었던 플레이어였지만, 그게 이런 형태는 절대 아니었다고!
자할은 식은땀을 흘리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
“그…… 죄송합니다. 잠시 오해가 있었던 거 같습니다.”
카르페로서는 피식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는 말이었다.
“오해? 오해애애? 캬. 10대 길드가 좋긴 좋아. 일단 칼부터 휘두르고 본 다음에 수틀리면 오해라고 하면 되니까. 안 그래?”
“시, 십대 길드는 아닌데…….”
“아, 미안. 그런 설정이었지. 자꾸 깜빡하네.”
“…….”
자할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입이 열 개라도 변명할 말이 없었다.
‘최악의 상황이다.’
자할은 천마의 영상을 단 하나도 빼놓지 않고 수백 번 이상 돌려봤다.
단순히 팬이라서 그런 게 아니라 어떻게든 전투법을 배우기 위해 영상 하나하나를 분석하며 연구해 왔던 것이다.
그리고 그런 그가 판단하기에 지금 이 인원으로 천마를 잡는 건 절대로 불가능했다. 아니, 불가능한 정도가 아니라 제대로 된 데미지를 주는 것조차 힘들 터다. 현재 인원의 5배가 있어도 무리라고 단언할 수 있었다.
‘상황 자체는 최악이지만…… 아직 기회는 있어.’
PK가 성사되었다는 알림이 떴으나, 아직 본격적인 전투는 벌어지지 않았다.
지금까지 공격 행위를 한 건 오직 자신뿐.
그러니 일단 자신의 목숨을 내주고 거기에 보스 몬스터까지 양보한다면?
아직 협상의 여지는 있다. 그렇게 판단한 자할이 다시 입을 열려던 그 순간이었다.
“뭘 쫄고 있어? 등신들아! 숫자 못 세냐? 팔 대 일이다. 팔 대 일! 하. 쫄보 새끼들 데리고는 무슨 일을 못 하겠네.”
‘라이르! 이 병신이!’
자할은 속으로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저 머저리가 지금 도대체 뭐라는 거야!
카르페 역시 흥미로운 눈길로 그를 쳐다봤다. 마치,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더 해 보라는 태도였다.
“상급 악마 솔로 레이드? 상성빨에 운빨까지 겹쳐서 겨우겨우 잡은 거라는 거 알 만한 사람 다 아는 사실 아니야? 그냥 개거품이라고.”
“아니, 그래도 천마의 저 메카는 진짜…….”
“하. 지만 권속 키우나? 소환!”
라이르가 외치는 순간, 땅바닥에 두 개의 커다란 마법진이 나타났다. 이윽고 마법진이 빛나기 시작했고 빛이 사라졌을 땐, 그 자리에 커다란 두 마리의 늑대가 자리 잡고 있었다.
-흠. 블루 워 울프네. 테이머였구만.
‘이름은 멋있네. 센 편이에요?’
-테이머 권속 중에선 꽤 괜찮은 편이지. 뭐, 그래봤자 한두 대 치면 바로 죽겠지만.
‘이래서 권속은 주인을 잘 만나야 한다니까.’
카르페와 천마 사이에 그런 대화가 오가는 줄도 모른 채, 라이르는 의기양양한 태도로 계속 떠들었다.
“우리가 합을 하루 이틀 맞췄냐? 탱커 둘이 전방 틀어막고 나머지가 조이면 지가 뭐 어쩔 건데? 디버프라도 하나 걸리면 그냥 끝나는 거지!”
“그, 그런가?”
“그래. 라이르 말이 맞는 거 같아. 우리도 약하진 않잖아.”
라이르의 자신만만한 태도가 전염병처럼 퍼져 나간다.
천마라는 이름에 겁을 집어먹었던 인원들도 점점 행복한 회로를 돌리기 시작했다.
“그래. 여기서 도망쳐 봤자 위쪽에 찍히기만 하겠지. 그러면 결국 편한 겜생은 글렀다고.”
“만약 우리가 천마를 잡으면? 초대박이잖아. 이건 도전해 볼 만하지.”
“아, 안 돼! 다들 멈춰! 여긴 내가 수습…….”
깜짝 놀란 자할이 그들을 말리려 입을 열었으나 안타깝게도 신은 그의 편이 아니었다.
부스럭.
“헐. 미친. 갑자기 지원 요청이래서 와 봤는데 이게 뭐야?”
“진짜 천마라고?”
“헐. 나 팬인데…….”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8명의 인원이 추가로 나타났다. 근처에서 대기 중이던 만트라의 다음 교대 8인이었다.
‘망했다.’
자할은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지금 지원 온 8인의 리더는 라이르만큼이나 제정신이 아닌 놈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저쪽 리더와 라이르가 서로 히죽 웃는 것이 이미 귓말로 상황 설명이 끝난 모양이었다.
“이걸 어째. 이제 십육 대 일이네?”
라이르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카르페를 쳐다봤다.
‘하늘이 주신 기회다!’
평소 재수 없게 굴던 어린놈이 천마에게 붙잡혔다.
지금 상황을 자신이 주도해서 천마를 잡는다면, 길드 내부의 승진은 떼 놓은 당상!
“이제 더 볼 것도 없지! 자, 물어뜯어라!”
“커허엉!” “아우우!”
라이르의 명령에 두 마리의 늑대가 쏜살같이 카르페에게 달려들었다.
좌우를 동시에 압박해 들어가는 합공!
라이르는 의외로 실력이 괜찮은 테이머였다. 어느 한쪽을 막는 순간, 나머지 한쪽이 무자비한 이빨로 목덜미를 뜯도록 철저하게 늑대를 훈련시켜 둔 상태였다.
타타타닥!
두 늑대가 어느새 카르페의 코앞까지 접근했지만, 그때까지도 카르페는 멀뚱멀뚱 늑대를 쳐다보고 있었다.
옆에서 천마가 조그맣게 한숨을 내쉬었다.
-에휴. 꼭 어느 판에 가더라도 직접 당해 봐야만 정신을 차리는 것들이 있다니까. 그래. 능지가 부족하면 맞으면서 배우는 수밖에…….
두 늑대가 카르페의 목덜미를 노리고 뛰어오른 순간, 카르페는 붙잡고 있던 자할을 저 멀리 던져 버리며 주먹을 뻗었다.
퍽! 퍼어어억! 퍼벅!
“깨갱!” “캐앵!”
“……어?”
정확히 몇 번의 타격음이 들렸는지도 잘 모르겠다.
라이르가 상황을 파악했을 때는 자신의 늑대 두 마리가 양옆에 뻗어서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다. 강제 역소환이 된 것이다.
“뭐, 뭐야? 방금 봤어?”
“뭐가 번쩍하긴 했는데…….”
“얻어맞는 소리까지는 났잖아? 야, 라이르 어떻게 된 거야? 권속 피 관리 안 했어?”
“미친 새꺄! 테이머란 새끼가 권속 피도 제대로 확인 안 해? 순식간에 뒈졌잖아!”
“어, 어…… 이럴 리가 없는데?”
라이르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어서 눈만 껌뻑였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그럴 리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정말 피 관리를 깜빡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비현실적이었다.
“이익! 권속은 이게 끝이 아니…….”
“아오. 진짜 더럽게 시끄럽네. 뭔 놈의 게임을 입으로 하나.”
“헉?!”
두 늑대를 역소환시킨 카르페가 순식간에 라이르의 눈앞에 이동해 있었다. 카르페의 장기인 창룡보가 발동한 것이다.
“이제 올 놈도 더 없는 것 같으니 다 잡으면 되겠네.”
카르페가 굳이 저런 바보가 떠드는 걸 듣고 있었던 것은 다른 게 아니다.
초장부터 전부 다 조져 버려서 지원군이 도망가면 안 되니까!
하나하나 다 소중한 아이템들 아닌가. 한 놈도 놓칠 수가 없었다.
퍽!
“커, 커헉…….”
카르페가 주먹이 정확하게 라이르의 턱을 스치고 지나갔다.
당연한 말이지만 라이르가 회피한 게 아니라 카르페가 의도적으로 빗맞힌 것이다.
라이르의 뇌가 흔들리며 순간적으로 스턴 상태에 빠졌다.
이어지는 카르페의 주먹이 라이르의 복부에 꽂혔다.
퍼어어억-!
“미친. 데, 데미지가…….”
단 두 대.
단 두 대인데 피가 바닥이다. 그것도 별다른 스킬이 들어간 것도 아니고 평타인데?!
테이머가 아무리 물몸 직업이라지만, 이건 너무하지 않은가!
“넌 일단 거기 누워 있어 봐. 나중에 얘기 좀 하게.”
털썩.
쓰러진 녀석을 두고 카르페가 몸을 돌렸다. 갑작스럽게 파고들어 온 카르페를 보며 새로운 8인의 리더가 소리를 질렀다.
“전부 달려들어! 천마고 나발이고 쪽수에는 장사 없어”
리더가 카르페를 향해 한손검을 찔러 들어왔다. 그리 길지 않은 샴쉬르(Shamshir) 계열의 검이었다.
슥.
그리고 카르페는 당연하다는 듯이 찌르기를 피해내며 상대의 품을 파고들었다.
그리고 등으로 강하게 밀치며 스킬을 발동했다.
“패왕철산고!”
“커헉?!”
정확하게 철산고에 얻어맞은 상대는 넉백이 발동해서 뒤로 튕겨 나갔다.
하지만 카르페는 그걸 가만히 두고 보지 않았다. 그대로 창룡보를 밟아서 뒤로 튕겨 나가는 리더를 쫓아 팔을 붙잡았다.
뚜두둑.
“크학?!”
팔이 부러지는 소리가 나면서 카르페가 그대로 상대를 땅바닥에 메다꽂았다.
교과서에 싣고 싶을 만큼 깔끔한 업어치기!
그리고 바닥에 매다꽂은 그 상황에서 카르페의 주먹이 자비 없이 얼굴로 날아들었다.
퍼어어억!
“카……흑…….”
그걸로 끝이었다.
연속 치명타를 허용한 리더는 제대로 된 공격 한 번 하지 못하고 그대로 회색빛이 되어 사라지고 말았다. 이곳에 있는 만트라의 길드원 중 가장 높은 레벨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남자가 사라진 곳에 남은 몇 가지 아이템만이 그가 있었던 사실을 알려 주고 있었다.
“…….”
“……미친. 이건 차이가 난다는 수준이 아니잖아.”
좌중이 얼어붙었다.
카르페가 무표정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로이어드. 도망치는 놈들 못 도망치게 막아. 굳이 싸울 필요는 없어. 내가 다 처리할 거니까.”
쿠웅!
로이어드가 거체를 움직여 퇴로를 막았다. 누구 하나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그저 움찔거릴 뿐이었다.
명령을 마친 카르페가 좌중을 훑어본 후, 짧게 입을 열어 한마디 했다.
“다음.”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