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477)
477화
인형합일과 정령합일, 두 9성 스킬의 동시 발동.
현재 카르페가 보여 줄 수 있는 최종 오의라 해도 과언이 아닌 조합이었다.
마도왕의 인형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동시에 천무지체로 정령합일을 습득할 수 있어야 하는 조건.
오직 마도왕의 후예인 카르페만이 가능한 진기였다.
휘이잉.
눈보라가 몰아친다. 열대 기후에 가까웠던 중생대 필드였지만 순식간에 혹한의 대지로 변모해 나갔다.
띠링.
[얼음의 상급 정령 ‘서리’와의 정령합일이 완료되었습니다.] [플레이어의 몸에 순수한 얼음의 기운이 깃듭니다. 모든 능력치가 크게 상승합니다.] [빙한신체(氷寒身體) 변신 완료. 모든 얼음 속성 공격에 이로운 효과가 추가됩니다. 플레이어의 공격 스킬이 봉인됩니다.] [정령합일 상태 전용 스킬이 생성되었습니다.]까드득.
거대한 로이어드의 신체에 서리가 내려앉기 시작했다. 온통 붉었던 강철의 거인에 새하얀 서리가 앉으며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연두색으로 빛나던 두 눈도 은빛으로 변했고, 로이어드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붉은색 뿔 또한 푸른빛을 머금었다.
[플레이어가 현재 또 다른 합일 상태입니다.] [기존 합일 개체에 강력한 빙 속성 기운을 감지했습니다. 시너지가 발생합니다. 모든 빙 계열 스킬의 범위가 20% 증가합니다.]카르페와 만나기 전의 로이어드, 그러니까 마도왕 드렛슈와 함께했을 당시의 로이어드는 기본적으로 대지 속성만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새로운 로이어드를 제작할 때, 카르페는 가지고 있던 고급 재료란 재료는 전부 사용했고 로이어드는 복수의 속성을 획득하게 되었다.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던 대지 속성은 물론이고, 최상급 화염 정령핵을 마력코어로 사용했기에 화염 속성이 추가된 것이다.
게다가 마력 코어로 사용한 또 다른 최고급 재료인 백빙정으로 로이어드에게는 얼음 속성 역시 존재했다. 지금의 시너지는 그 얼음 속성이 증폭된 결과였다.
-……역시 정령합일 최고의 궁합은 로이어드가 맞았군.
단순히 속성 때문이 아니다. 정령합일 스킬에는 합일 시, 플레이어의 공격 스킬이 봉인되는 페널티가 있었다.
하지만 다른 인형과 달리 로이어드의 스킬은 다 방어와 관련된 것들뿐이라 정령합일의 페널티를 최소화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인형합일 때도 온몸에 힘이 흘러넘쳤지만, 지금은 또 다른 세계에 온 느낌이었다.
서 있는 곳에 따라 보는 광경이 달라지는 것처럼 한층 더 경지를 뛰어넘어 보는 풍경 자체가 달라진 기분이었다.
정말 뭐든지 쓰러뜨릴 수 있을 듯한 자신감이 샘솟았다. 상대가 그 사해라 할지라도 말이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건 너무 갔지. 진짜 사해가 상대면 아무리 지금 상태라도 개껌마냥 씹힐 텐데.
-흐흐. 확실히 멋지긴 하군. 다른 사람들이 이걸 실시간으로 못 본다는 게 안타깝구만.
이번 원정에서 진행하던 라이브 채널은 에덴 길드의 마스터인 시렌의 시점에서 진행되고 있었다.
그녀가 로그아웃당한 지금, 라이브 방송 역시 그 시점에서 종료된 뒤였다. 이런 최후의 변신이 남아 있었다는 걸 안다면, 아마 아쉬움에 며칠은 울부짖지 않을까.
-그래. 언젠가 싸우게 될 텐데, 밑천을 홀라당 보일 순 없는 거지.
동시 합일 모드는 현재 카르페가 선보일 수 있는 최후의 비기다.
그리고 다른 유저들은 직업 시나리오상, 카르페와 적대적인 관계가 될 확률이 높았으니 그들에게 모든 걸 공개하는 건 그다지 현명하지 않은 선택이었다.
어떻게 보면 지금 이 전투는 다른 일행이 로그아웃당했기에 가능한 그런 전투였다.
정령합일을 지켜보던 크로가가 웃음을 흘렸다.
[흐하핫! 흐하하하하! 좋아! 재밌다! 너는 역시 세상이 내게 내려 준 선물이 맞다! 내 생애 중 이토록 즐거웠던 적이 없었으니!]-그야 거대 메카가 눈앞에서 숨겨 둔 변신을 꺼내 들면 나라도 자지러질 것 같긴 한데?
크로가는 마치 처음으로 로봇 장난감을 선물 받은 남자아이처럼 즐거워했다.
저 깔아보는 시선에 주먹을 박아 주지 않으면 기분이 풀리지 않을 것 같았다.
[하하. 고통? 재밌다. 아직까지 겪어 보지 못한 생소한 개념이다. 부디, 내가 널 부수기 전에 알게 되었으면 좋겠군.]카르페는 그렇게 중얼거린 후, 전투 전 마지막 버프를 발동했다.
[콜카니언 방어구 세트 옵션이 발동합니다! 주사위가 던져집니다!]카르페의 머리 위로 커다란 주사위가 돌아가다가 이내 멈췄다.
[Fever! 주사위 숫자 ‘6’입니다! 콜카니언 방어구 세트의 옵션이 60% 증가합니다!]반복 없이 단 한 번의 시도로 숫자 6!
혹시, 주사위의 신 역시 지금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환상적인 타이밍이었다.
[…….]폭풍전야.
두 거대한 괴수가 서로를 노려보던 그때.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향해서 동시에 달려들었다.
창룡보를 발동한 카르페의 주먹과 크로가의 앞발이 허공에서 부딪히며 강력한 충격파를 생성해 냈다.
콰드드드득!
단순히 주먹과 발톱이 부딪혔을 뿐이건만, 주변 지형이 붕괴하기 시작한다.
쾅! 쾅! 콰아아앙!
카르페가 주먹을 내지를 때마다 주변이 얼어붙었고, 크로가가 포효할 때마다 공기가 찢어졌다. 본격적인 격돌 후, 채 1분도 되지 않았건만 이미 주변은 전부 파괴되어 예전 모습을 찾아볼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휘둘러도 부숴지지 않는구나! 처음이다! 즐겁다! 즐거워! 나를 위해 더 버텨 보아라!]까드득.
공기 중의 수증기가 검의 형태로 얼어붙으며 카르페의 손에 쥐어졌다.
인형합일로 새롭게 생성된 8성 스킬 ‘얼음검’이었다.
[얼음의 검이 생성되었습니다. 플레이어의 물리, 마법 공격력이 10% 증가합니다.] [얼음의 검에 의한 공격은 높은 확률로 대상에게 동상과 결빙을 부여합니다.] [얼음의 검 장착 시, 특정 스킬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얼음의 검을 터뜨려 ‘빙섬한’ 스킬로 연계 가능합니다.]카르페가 날카롭게 벼려진 얼음 검을 휘두른다.
크로가가 검을 피해 뒤로 물러나는 그 순간, 검에서 마법이 발동되었다.
얼음의 검에서 푸른 아지랑이가 뻗어 나와 크로가에게 날아들었다.
마치, 푸른 유령(Specter)이 달려드는 듯한 광경이었다.
[음?]생전 처음 보는 스킬이었는지, 크로가는 반사적으로 푸른 유령을 향해 발톱을 휘둘러 왔다.
-걸렸다! 역시 이 스킬은 모르는군!
그것을 보곤 천마가 기세등등하게 외쳤다.
8성 스킬 프로스트 스펙터.
얼음의 정령인 서리와 정령합일 상태일 때, 그것도 얼음의 검을 장착한 상태에서만 발동할 수 있는 특수 스킬로, 그 효과는 접촉한 대상의 현재 체력을 퍼센티지로 감소시키는 스킬이었다.
대부분의 게임에서 사기 스킬 판정을 받는 바로 그 퍼뎀 스킬!
그 수치는 마스터 레벨 기준 15%라, 피 돼지 계열 몬스터를 상대로 아주 유용한 스킬이었다.
특히, 이 스킬의 무서운 점은 ‘접촉’이 발동 조건이라 방어가 불가능하다는 점이었다.
회피는 가능할지언정 방어는 불가능한 스킬이다.
사실, 프로스트 스펙터가 그리 빠른 공격은 아니라서 충분히 피할 수 있는 스킬이었으나 크로가는 처음 보는 스킬을 굳이 피하려고 하지 않았다.
감히 자신에게 다가오는 기분 나쁜 것을 후려칠 뿐.
무지하고 또한 광오하였기에 가능한 그런 실수였다.
스륵.
크로가의 발톱은 유령을 찢어 버리지 못했다. 대신, 그대로 크로가의 발에 스며들었고.
[프로스트 스펙터가 적중하였습니다!] [대상의 현재 체력의 15%를 감소…….]띠링!
[대상 ‘어린 크로가’의 9성 스킬 ‘근원체(根源體)’가 활성화됩니다.] [근원체는 세상의 근원과 밀접하게 닿은 ‘크로가’의 전용 스킬입니다.] [신체 내부로 침투하는 모든 스킬을 무효화하며 자신의 양분으로 삼습니다.] [프로스트 스펙터가 무효화됩니다. 어린 크로가의 HP가 5% 회복됩니다.]-……뭐? 아니, 이게 뭔 미친 소리야?
놀랍게도 프로스트 스펙터는 데미지를 주긴커녕, 크로가를 회복시키고 말았다. 어차피 풀피 상황이었으니 의미없는 회복이었으나 가히 충격적인 광경이었다.
크로가는 자신의 앞발에 스며든 유령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상한 기술이군. 이게 무슨 수작질이지?]이쪽이 하고 싶은 말이었다. 진짜 이게 무슨 수작이란 말인가.
하지만 놀라운 건 지금부터가 시작이었다.
[크로가의 신체 ‘근원체’는 ‘세계’의 보정을 받습니다.] [현재 플레이어의 행위에 대한 정보가 크로가의 신체에 스며듭니다.] [실시간 보정 중.] [세계의 백업으로 크로가의 신체가 강화됩니다.]-…….
떠오르는 알림을 보며 천마가 멍하니 입을 벌렸다.
[크로가가 세계를 통해 학습합니다.] [‘냉기’에 의한 데미지가 20% 감소합니다.] [‘타격’에 대한 데미지가 15% 감소합니다.] [‘참격’에 대한 데미지가 20% 감소합니다.] [‘영혼’을 대상으로 하는 공격에 대해 30%의 내성을 가집니다.] [해당 효과는 전투가 종료될 때까지 지속되며, 다른 행위를 통해 중첩 적용될 수 있습니다.] [전투 종료 시, 근원체의 효과로 해당 효과의 1%만큼을 영구적으로 획득합니다.]이게 9성 스킬이라고? 10성이 아니고?
카르페는 이 싸움이 절대 자신의 생각대로 풀리지 않으리란 걸 직감했다.
* * *
쨍그랑!
“아.”
북염존은 접시를 떨군 후, 머리를 긁적였다.
“후. 인간의 신체는 힘 조절이 어렵단 말이지. 그나저나…….”
그놈은 잘하고 있을까.
카르페라는 인간에게 사해에 대해서 의뢰를 하긴 했는데 아직도 잘한 건지 판단이 서질 않았다.
“다른 놈은 그렇다 쳐도 크로가는 으음…….”
어떤 의미로는 서빙제보다도 훨씬 질이 안 좋은 놈이다. 당연히 평범한 대화로만 끝나지는 않을 터. 아마 높은 확률로 사망하게 될 것이 분명했다.
“에이. 몰라. 어차피 목숨도 많으니 알아서 하겠지.”
탁!
북염존 렉티아는 떨어진 접시 조각을 불태우며 중얼거렸다.
“그래도 그 놈이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는 설명해 주는 편이 좋았으려나? 아니, 아니지. 거기까지는 너무 귀찮…….”
그 귀찮음으로 인해 누군가의 게임 난이도가 베리 하드 모드로 돌입했다는 걸 북염존은 꿈에도 알지 못했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