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5)
5화
알림창을 본 정훈이 깜짝 놀란 얼굴로 말했다.
“와! 천마님! 방금 봤어요? 역대 최고 기록이래요!”
-그래. 봤다. 너한테 보이는 알림창은 나한테도 그대로 보이니까. 그리고 천마님이라 하지 말고, 그냥 형이라 부르고.
“와! 천마 형!”
-이 새끼…… 후우.
천마, 아니 진호는 한숨을 내쉬더니 이내 의외라는 눈빛으로 정훈을 쳐다보았다.
-튜토리얼 최고 기록이라.
낯선 알림은 아니었다. 이번 생에 튜토리얼 최고 기록 타이틀을 목격한 것은 이로써 두 번째. 정훈 이전에 최고 기록을 보유한 것은 다름 아닌 진호 자신이었다.
-아무튼, 잘했다. 숲속의 히든 피스를 놓치긴 했지만.
“어? 히든 피스? 그거 지금 얻으러 가면 안 돼요?”
-튜토리얼 끝났다는 알림 못 봤냐? 이 양심 터진 놈아. 뭔 죄다 날로 먹으려고 하네.
“아니, 게이머라면 히든 피스라는 단어에 눈 뒤집힐 수밖에 없으니까 그렇죠. 아, 아쉽네.”
-아쉬워할 것 없어. 꽤 깊숙이 숨겨져 있는 거라서 그거 얻었으면 최단 시간 클리어는 날아가는 거니까.
히든 피스와 최단 클리어.
두 개 중 하나를 고르자면, 역시 최단 클리어 보상이 훨씬 낫다. 애초에 숲속에 숨겨진 히든 피스는 0성 배후령으로는 써먹기 어려웠으니까.
그래도 숲으로 들어가라고 했던 건, 애초에 정훈의 역량으로는 최단 시간 클리어가 불가능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생각보다 움직임이 훨씬 좋아.
‘올스텟 22’라는 수치는 분명 어마어마하다. 제대로 맞힐 수만 있으면 한 방에 몬스터의 머리를 터뜨릴 수 있을 만큼.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클린 히트를 했을 때의 이야기였다.
타이틀의 보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라세를 처음 접해 보는 사람이 튜토리얼 몬스터를 학살할 수 있을까?
제아무리 담이 큰 사람이라 해도, 생생한 괴물을 처음 접하게 되면 몸이 굳기 마련이었다. 그게 설령 게임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너 혹시 현실에서 격투기 같은 거 했냐? 고등학생 때 선수였다든가.
“네? 아뇨. 저 운동이라고는 축구밖에 안 해 봤는데요. 그마저도 잘 못 해서 골키퍼 아니면 수비만.”
-흠. 그럼 라세 말고 다른 가상 현실 게임 해 봤어?
“해 봤죠. 한 반년쯤?”
-뭐? 해 봤다고? 라세 말고 다른 건 리얼 판타지아뿐인데, 그 똥겜을 반년이나 했다고?
“그래픽 더럽게 구린데 콘텐츠도 없어서 결투장만 줄창 했죠. 그마저도 반년 하니까 질려서 때려쳤지만.”
-아하.
진호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리얼 판타지아’의 결투장이라 하면, PvP뿐만 아니라 PvE도 함께 경험할 수 있는 종합 콘텐츠다. 당연히 몬스터와의 전투가 익숙할 수밖에.
-……그걸 고려해도 잘 싸우는 것 같긴 한데.
진호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몇 가지 더 물어보려는 그 순간이었다.
띠링.
[튜토리얼 보상이 지급됩니다.]“오오. 드디어!”
정훈의 눈앞으로, 알림과 함께 3개의 상자가 등장했다. 각각의 상자에는 커다란 물음표가 그려져 있어서 마치 고전 게임의 아이템 박스를 연상케 했다.
“이건 뭐예요? 툭 하고 치면 버섯이나 별 같은 게 나올 것처럼 생겼네.”
-비슷하긴 하지. 그것들 대신에 아이템이 튀어나온다는 게 다르지만.
진호는 씨익 웃으며 말을 이었다.
-잘 봐둬라. 저게 수억의 라세 유저를 울고 웃게 만드는 라세의 최종 병기, 완전 랜덤 뽑기 상자. 통칭 ‘벽돌’이다.
이름 그대로 ‘완전 랜덤’.
까보기 전까지는 무엇이 나올지 아무도 모른다.
무기, 방어구, 액세서리.
심지어는 천금을 주고도 구할 수 없는 희귀 신수의 알이라든가, 히든 퀘스트의 시작 아이템이 등장하기도 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까 봤자 대부분 잡템이고, 높은 등급이나 성능 좋은 아이템일수록 등장 확률이 낮아.
“그거야 뭐, 대부분 게임이 그렇긴 하니까.”
-그래. 랜덤 박스가 다 그렇고 그런 거지. 길게 끌 거 없이 후딱 까 보자고.
“어떻게 하면 되는데요?”
-아까 말했던 것처럼 주먹으로 상자를 쳐 봐라. 그럼 아이템이 튀어나올 거니까. 그중 하나를 선택해서 가져가면 돼.
“어? 하나요? 세 개 다 주는 게 아니라? 최고 기록인데?”
-양심 터진 소리 좀 그만하라고 말하고 싶긴 한데…….
진호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에 한해서는 네 말이 맞다.
띠링!
[튜토리얼 최고 기록 클리어를 확인하였습니다.] [보상이 추가로 지급됩니다. 3개의 랜덤 박스 아이템 중 하나를 더 선택해서 획득할 수 있습니다.]“오. 원 플러스 원.”
-그래. 원플원이다. 그러니까 제발 좀 빨리 저 상자들 좀 까자. 하루 내내 튜토리얼만 하다 갈래?
“하긴. 얼른 끝내고 넘어가야죠. 천마 형이 지존으로 만들어 준다고 했으니까.”
-그럴 생각이었는데, 네 성격을 보니까 지존이 될지 쥐젖이 될지 나도 이제는 판단이 잘 안 선다.
정훈은 투덜거리는 진호를 뒤로하고 상자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한 번 짧게 심호흡을 한 뒤.
“흡!”
첫 번째 랜덤 박스를 후려쳤다. 그러자 상자의 물음표가 찬란한 빛을 뿜어내더니, 이내 아이템 하나를 토해냈다.
“검?”
-검이군. 이놈 진짜 운 좋네.
“어? 좋은 거예요?”
-그야, 정보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알 수는 없지. 그래도 최소한 장비 아이템이 나온 거잖아. 잡템을 피했다는 것만으로도 운이 좋은 거야.
“아. 그런 의미구나. 진짜 갓템 뜬 줄 알고 놀랐네.”
-내가 라세를 10년 넘게 하면서 너만큼 날로 처먹으려는 놈은 처음 본다. 후우…… 정보나 확인해 봐.
정훈은 투박한 모양의 검을 집어 들었다. 그러자 눈앞에 정보창이 나타났다.
[미확인 검] [감정되지 않은 물품입니다. 감정 아이템이나 스킬을 사용하여 정보를 확인해야 합니다.]텍스트를 확인한 정훈은 황당하다는 듯이 진호를 쳐다봤다.
“아니, 정보 확인이고 나발이고 아무것도 안 뜨는데요? 감정해야 한다는데.”
-……미확인템이라고?
“네.”
-와. 진짜 날로 먹네. 누구는 회귀해 가면서 존나 구르는데, 누구는 시작부터 타이틀이며 템이며 펑펑 쏟아지고. 이게 나라냐?
“왜요? 미확인템이 뭔데 그래요?”
흥분한 진호의 설명에 따르면 다음과 같았다.
라세에서 드랍되는 아이템은 똑같은 아이템이더라도 ‘감정 상태’와 ‘미감정 상태’로 나뉜다고 한다.
예를 들어, 고블린 족장을 잡아서 ‘고블린 족장의 검’이라는 아이템이 드랍됐다고 한다면, ‘고블린 족장의 검’이 감정 상태일 수도 있고 미감정 상태일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아하…… 알겠다.”
비록 라세는 처음이라지만, 정훈 또한 인생의 절반 이상을 게임과 보낸 사람이다. 이 자칭 회귀게이머 귀신이 하고자 하는 말을 단숨에 눈치챘다.
“감정템과 달리 미감정템을 감정하면 추가 보너스가 있나 보죠?”
-정답. 역시 게임 많이 해 본 놈이 이야기가 편하다니까.
라스트 세이비어라는 게임에서는 미감정 아이템을 감정 시 낮은 확률로 추가 옵션이 붙는다.
추가 데미지, 속성 데미지, 치명타 확률, 데미지 감소 옵션 등등.
혹은 희귀 스텟을 올려 주는 옵션이 붙을 수도 있고, 정말 더럽게 운이 없으면 페널티로 작용할 옵션이 붙기도 했다.
-옵션은 하나가 붙을 수도 있고, 두 개가 붙을 수도 있고…… 정말 운이 좋다면 그 이상이 붙어서 아이템의 고유 등급이 상승하는 경우도 있지.
“뭔 놈의 게임이 죄다 뽑기네요. 하다 하다 아이템 옵션도 뽑네.”
-그래서 라세가 인기가 있는 거야. 사회에서 돈이 많든 적든, 지위가 높든 낮든, 라세에서는 의미가 없지. 운 그리고 실력. 오로지 이 두 가지로만 승부를 봐야 하니까.
“그래요? 돈 많은 사람이 현질로 템 사 버리면 되는 거 아닌가?”
-현질로 살 수 있는 아이템에는 한계가 있지. 정말 좋은 것들은 대부분 귀속템이거든.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면 스스로 일궈내는 수밖에 없어.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할 수가 없다. 타고난 수저가 제각각이니까.
그러나 라세는 다르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든, 흙수저를 물었든 간에, 똑같은 출발선에서 똑같이 출발해야 한다.
-……라고 다들 생각할 텐데.
천마가 돌연 탄식했다.
-사람들은 꿈에도 모르겠지. 게임 출발선에서부터 10년 차 라세 공략집이 따라다니는 놈이 있을 거라곤 말이야……. 썩을. 이게 나라야? 이게 게임이냐?!
“아니, 갑자기 왜 소리치고 그래요?”
-내가 지난 세월 개같이 굴렀던 게 억울해서 그런다 왜!
“그게 내 탓인가…….”
정훈은 흥분한 진호를 뒤로한 채 두 번째 상자를 개봉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왜 이 랜덤 박스를 벽돌이라고 부르는 지 말이다.
“…….”
가로 20cm, 세로 10cm, 높이 6cm의 회색빛 육면체 돌덩이.
정말 말 그대로 벽돌이 튀어나온 것이다!
그리고 그 벽돌을 보고 천마가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제야 정상적으로 나오네. 자, 얼른 마지막 상자…….
“아니, 아니 잠깐만. 뭘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가요?! 이거 진짜 벽돌이에요?”
-그럼 가짜 벽돌이겠냐? 아, 혹시 벽돌 속에 퀘스트나 스킬 같은 게 숨겨져 있다고 생각한다면 꿈 깨라. 그냥 순수한 벽돌이니까.
“와, 뭐 이딴…….”
정훈의 반응에 진호가 클클 웃었다.
-벽돌이 자주 나와서 벽돌이라 불리거든. 확률은 대충 70퍼센트쯤? 현금으로 몇천만 원 하는 아이템에서 고작 벽돌 하나 튀어나올 수도 있는 게 바로 라세의 클라스지. 뭐 해? 다음 상자 안 까고.
“……그 소리 들으니까 까기 무섭다.”
-그렇다고 안 깔 것도 아니잖아. 튜토리얼 보상이라 팔 수도 없는데.
“후우. 일단 심호흡 좀 하고.”
벽돌이 나와서 조금…… 아니, 많이 당황하긴 했지만, 아직은 괜찮았다. 마지막 상자에서 벽돌만 안 나온다면 말이다!
“기껏 얻어 낸 원 플러스 원인데 벽돌을 가져갈 순 없어!”
-아, 70퍼센트 확률로 벽돌이죠? 방금 그 말로 복선 다 깔려 버렸죠?
“시끄럽고, 간다!”
정훈은 힘차게 외치며 랜덤 상자를 두드렸다.
팟!
랜덤 박스의 뚜껑이 열렸다. 짧은 파공음과 함께 빛이 뿜어져 나오며, 손바닥 사이즈의 검은 실루엣이 드러났다.
크기로 보아 절대로 장비 아이템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왔구나! 벽돌!
“아, 좀! 천마 형은 도대체 누구 편이에요!”
-날먹하는 자, 모두 나의 적이다!
둘이 투닥거리는 사이, 빛이 사라지며 상자 속에서 아이템이 툭 하고 튀어나왔다. 예상대로 장비 아이템은 아니었다.
다만, 벽돌도 아니었다.
“……알?”
-알이네.
상자에서 튀어나온 것은 성인 남성의 주먹보다 조금 더 큰 크기의 새하얀 알이었다.
띠링.
[미감정 알] [어떤 존재의 알인지 알 수 없습니다. 감정이 필요합니다. 단, 감정을 통해서도 어떤 존재의 알인지 알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처음 보는 형태인데……. 야, 뭐야. 너 몸을 떨어?
“……먹자.”
-뭐? 저걸? 갑자기 왜?
“지존 먹자!!!”
-……미침? 갑자기 뭔 헛소리야?
“쯔쯔. 10년 차니, 회귀니 하면서 소설 주인공 드립 치시던 분이 아직도 감을 못 잡으셨습니까?”
튜토리얼 최단 기록으로 얻어 낸 히든 보상.
그리고 그 히든 보상에서 튀어나온 정체불명의 알.
거기에 더해, 10년 이상 인생을 바쳐 게임을 했던 사람이 모르는 알이라면?
완벽한 클리셰다.
“히든 펫.”
신수 혹은 전설의 마수. 아니면 정령왕의 씨앗 등등!
다른 이들은 존재조차 알 수 없는 유니크한 존재의 알임이 틀림없었다!
-똥 싸는 소리 하고 있네……라고 말하고 싶긴 한데.
가능성이 0이 아니라는 것이 무섭다. 천마는 몸을 잘게 떨었다.
-설마? 아니, 이놈 운이 보통이 아니긴 하지만 진짜로?
튜토리얼 단계에서 10년 차 공략집과 보너스 스텟, 미감정 검과 신수까지 얻어 간다고?
세상이 원래 불공평한 거라지만 그건 좀 선을 넘은 게 아닌가? 만약 진짜 뜬다면 배가 아파서 그대로 승천할지도 몰랐다.
-후우.
“왜 한숨을 쉬어요? 제가 잘되면 천마 형도 좋은 거 아닌가?
-이성적으로는 그걸 알지만, 감성적으로는 납득이 안 돼서 그런다. 아무튼, 선택이나 해. 벽돌 고를 건 아니잖아.
“그야 물론이죠.”
정훈은 상자 앞에 놓인 세 개의 보상 중 미감정 검과 알을 집어 들었다. 그러자 알림창이 등장했다.
[보상 선택을 완료했습니다.] [튜토리얼이 종료됩니다. 잠시 후 시작의 도시 ‘레이씬’으로 워프됩니다.]“후우. 이제 끝인가.”
-그래, 더럽게 길었구나. 다른 유저들보다 세 배는 더 길었을 거다.
“대신에 얻어 낸 보상은 삼십 배 넘을 듯.”
-진짜, 이딴 운빨똥망겜 얼른 망해야 하는데. 아오.
“실력갓흥밸런스겜. 만수무강 하…….”
그러나 둘의 대화는 더 이상 이어지지 못했다. 검을 인벤토리에 넣고 튜토리얼이 다 끝났다고 생각하는 순간, 예상치 못한 알림창이 등장했다.
띠링.
[돌발 상황 발생.] [트랩 아이템(Trap Item)이 감지되었습니다.] [‘랜덤 몬스터의 알’이 부화합니다!]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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