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81)
81화
손가락 크기 정도 되는 붉은 보석.
틀림없다.
티나의 영혼이 담겨 있던 영혼석과 동일한 형태의 보석이었다.
띠링.
[텅 빈 영혼석] [분류 : 퀘스트 아이템] [등급 : 유니크] [대상의 영혼을 수집하여 봉인할 수 있는 일종의 봉인구입니다. 대상의 동의를 얻거나, 대상을 쓰러뜨렸을 때 영혼을 수집할 수 있습니다.] [대상의 동의를 얻었을 경우 : 100% 확률로 영혼 수집 가능] [대상을 쓰러뜨렸을 경우 : 매우 낮은 확률로 영혼 수집 가능] [대상의 레벨이 사용자의 레벨보다 높을 경우 영혼을 수집할 수 없습니다.]* 현재 봉인된 영혼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 봉인된 영혼을 부여할 시 영혼석은 파괴됩니다.
“이제 후예께서도 어엿한 마도군주이시니, 권속의 제작에 관심을 두셔도 괜찮으시리라 판단되옵니다.”
이번에도 지난번 상자와 마찬가지로 밑바닥에 한 권의 책이 있었다.
[초급 인형 제작 도안을 획득하셨습니다.] [마도공학 스킬과 연동됩니다.]“오오.”
이번 선물은 권속 제작에 필요한 아이템들이었다.
-마도왕은 마법사이면서 연금술사라는 설정이었지. 어째 선물 상자는 제작 관련 아이템이 주로 들어 있다는 느낌인데.
‘그러고 보니 지난번 상자에는 필드 보스 레이더가 들어 있었죠.’
그리고 그 레이더의 도안까지 들어 있었다.
천마의 말처럼 선물 상자는 제작 관련으로 컨셉이 잡혔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고결한 영혼과 강대한 육체. 두 가지가 모두 준비되어야만 제대로 된 인형이 탄생하는 법이지요.”
드렉은 그렇게 말하고선 카르페의 가슴팍을 쳐다보았다.
그곳에는 인형 모드인 티나와 미라쥬가 얼굴만 빼꼼 내민 채로 드렉의 말을 경청하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보던 드렉은 인자한 할아버지 같은 웃음을 흘리며 말을 이었다.
“허허. 후예시라면 마도왕께서 남기신 인형분들만큼이나 위대한 인형을 제작하실지도 모르지요. 그나저나, 정말 대단한 일입니다. 고대 문헌에 따르면 두 가지 인형을 동시에 운용하는 건 굉장히 힘든 일이라고 들었는데…….”
“아, 확실히 그렇긴 했죠.”
카르페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드렛슈의 인형술 스킬에도 그렇게 적혀 있긴 했었다.
[드렛슈류 인형술 Lv. 10(Master)]-플레이어에 귀속된 전 권속의 능력치 150% 증가.
-플레이어에 귀속된 전 권속의 경험치 150% 증가.
-인형 소환에 소모되는 MP가 절반으로 감소합니다.
* 마도왕의 인형은 동시에 하나만 운용할 수 있습니다.
스킬 설명 마지막에 명시되어 있는 ‘동시에 하나만 운용’할 수 있다는 문구.
드렉은 지금 그 부분을 언급하고 있었다.
“상성이 좋았나 봐요.”
“으음. 대단한 일입니다. 어쩌면 이것 또한 위대하신 마도왕의 안배일 수도 있겠군요. 아크람이시여…….”
카르페는 갑자기 하늘에 기도를 올리는 드렉을 보며 어색하게 웃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카르페가 인형 두 체를 동시에 운용할 수 있었던 건 상성 따위가 아니었다.
해금!
미라쥬를 얻은 그 순간에 해금이 발동하며 제약을 풀어 버렸던 것이다. 덕분에 지금 카르페는 두 체가 아니라 일곱 체 모두를 동시 운용할 수 있는 상태였다.
-뭐, 그러기에는 마나가 모자라긴 하겠지만…… 일곱 체를 다 얻을 때쯤이면 그것도 다 해결되겠지. 하여간 해금이 미친 사기라니까. 밸런스 유지하려고 걸어 놓은 제약까지 다 풀어 버리면 어쩌자는 거야?
‘어쩌긴요. 너무 좋지. 10성 스킬 클라스가 있는데 그 정도 사기성은 적당하다 봅니다. 역시 게임명가가 제작한 게임답다. 밸런스 기가 막히게 잘 잡았음.’
-만든 게임이 라세밖에 없는데 게임명가는 개뿔이…….
8성 스킬과 9성 스킬이 숫자로는 한 등급 차이지만 그 위력은 한 등급 차이가 아니듯이, 9성 스킬과 10성 스킬 역시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었다.
제멋대로 발동한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독보적인 사기 스킬임에는 틀림없었다.
“자, 그럼 다음 유물에 대해서 알려 드려야겠군요.”
드디어!
인형 제작은 어디까지나 곁가지에 지나지 않았다.
카르페가 드렉을 찾아온 가장 큰 이유는 다음 유물에 대한 단서를 얻기 위한 것이었으니까.
“말씀만 하시죠. 저는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허허. 의욕적인 모습을 보니 이 늙은이도 기분이 좋습니다. 으음. 이걸 어떻게 설명드려야 하나…….”
드렉은 살짝 뜸을 들인 후, 애매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사실 다음 유물은 굳이 고생해서 찾으실 필요가 없습니다. 세 번째 유물은 저희 아크람이 보관하고 있으니까요.”
“아하. 티나 때와 상황이 비슷한가 보네요.”
티나 역시 아크람이 보관하고 있던 유물이었다.
다만, 그때는 장소가 공동묘지였기에 언데드가 창궐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이번에는 그런 것도 아닙니다. 위협적인 요인은 하나도 없는 안전한 장소에 보관되어 있지요.”
“그렇군요. 장소가 어디이기에 이렇게……?”
카르페의 물음에 드렉은 살짝 쓴웃음을 지었다.
그 표정에는 어쩌다 이렇게 되었나 하는 회한 같은 것이 담겨 있었다.
“바로 아크람 왕궁의 지하입니다. 정확히는 구 아크람 제국의 황성이지요.”
* * *
800여 년 전.
마도왕 드렛슈는 아크룩스 대륙을 통일하고 아크람이라는 제국을 건국했다.
하지만 위신 전쟁에서 패배한 이후 제국은 사분오열로 찢어졌고, 아크람이라는 이름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말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크람의 명맥이 완전히 끊긴 것은 아니었습니다. 위신의 눈을 속여 어떻게든 멸망까지는 피했습니다.”
거대한 제국이 찢어져서 왕국으로. 그리고 그 왕국이 더 쪼개져서 소국, 아니 소국이라는 이름조차 아까운 지경까지 와 버리고 말았지만 혈통은 이어져 내려오고 있었다.
-이상하군. 내가 알기로 현재 라세에 아크람이라는 이름의 나라는 없는데.
그런 천마의 의문을 마치 듣기라도 한 것처럼 드렉이 말을 이었다.
“물론, 지금은 다른 이름을 쓰고 있습니다. 위신을 눈을 피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요.”
역사란 승자의 기록이다 보니 패배한 나라는 그 이름조차 제대로 유지할 수 없었던 것이다.
“왕국의 이름은 라마르크(Ramark)라고 합니다. 아크람(Arkram)이라는 이름을 새롭게 조합한 것이지요.”
-아하. 라마르크는 들어 본 적 있지. 그게 아크람의 애너그램(Anagram)이었구만. 아마 강대국 사이에 끼여서 맨날 쥐어 터지는 나라였을 거야.
현재 아크룩스 대륙은 거대한 4개의 나라가 힘의 균형추를 맞추고 있었다.
대륙 남쪽에 자리한 기사의 나라 ‘길리안트 제국’.
북쪽의 마도왕국 ‘제노니아’.
서쪽의 신성국가 ‘세인트루할’.
그리고 동쪽의 중립국가 ‘루인데리아 연방국’이었다. 현재 카르페를 포함한 모든 유저가 처음 시작하는 나라였다.
‘응? 그럼 유저는 전부 다 루인데리아 연방국 소속이에요?’
-그건 아냐. 루인데리아 연방국이 중립국 컨셉이라서, 원한다면 다른 나라로 쉽게 이동할 수 있어. 보통 2차 전직을 마친 후에 이동하지.
물론, 다른 나라로 떠나지 않고 루인데리아 연방국에 남는 선택지도 가능했다.
초보자의 도시 레이씬이 튜토리얼의 공간이었다면, 루인데리아 연방국은 초보들이 2차 전직 전까지 게임에 대해 알아가는 공간이었던 것이다.
좀 더 본격적인 무대는 2차 전직 이후에 펼쳐지는 셈이었다.
그리고 현재 라마르크 왕국은 길리안트 제국과 루인데리아 연방국 사이에 끼어 있는 소국이었다.
“세 번째 유물의 이름은 암군(暗軍)의 린드오르라고 합니다. 죽음의 군대를 이끌던 데스나이트이지요.”
“데스나이트!”
-기사, 도플갱어, 다음엔 데스나이트인가. 마도왕 녀석. 취향 종잡기 힘드네.
이름만 들어도 강력함이 물씬 풍겼다.
자고로 데스나이트란 이름을 달고서 약한 존재는 없는 법이었으니까.
“아주 좋네요. 그럼 라마르크 왕국으로 이동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말씀대로입니다. 허나, 세 번째 유물에는 한 가지 결점이 있습니다.”
“결점?”
그리고 이어지는 드렉의 말에 카르페는 왜 그가 애매하게 뜸을 들였는지 알 수 있었다.
“현재 린드오르의 영혼석이 파괴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때문에 후예께서 린드오르의 육신에 부여할 새로운 영혼을 찾으셔야 합니다.”
띠링.
* * *
“영혼석을 여기다 쓰라는 얘기였구나.”
-생각해 보면 좀 이상하긴 했지. 고작 초급 인형을 만드는 데 인형석을 소비하는 게 말이 안 되잖아.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건데.
드렉의 말에 따르면 영혼석의 제작 도안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모양이었다.
현재 카르페에게 넘겨준 영혼석은 800년 전 드렛슈가 제작하고 남은 유일한 영혼석이었다. 그런 귀한 물건을 고작 초급 인형에 사용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애석한 일입니다. 린드오르는 과묵하지만 선량한 마음씨를 지닌 기사였는데…… 이렇게 먼저 떠나 버렸군요.”
“린드오르 떠났어……. 인사도 제대로 못 했는데.”
“모든 것에는 끝이 있는 법이니까요. 부디 마지막 길이 평안했었기를 빕니다.”
티나와 미라쥬는 린드오르가 소멸했다는 소식에 살짝 침울해했으나, 그렇다고 크게 슬퍼하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죽음에 대한 개념이 인간과는 조금 다른 것 같았다.
“영혼의 수집이라…….”
-딱 봐도 골 아파 보이는구만. 이건 지금까지와 다른 의미로 어려워.
마이나데스나 서빙제의 파편처럼 특별한 이벤트 보스를 클리어하는 것이 아닌, 영혼 자체를 선별하는 어려움!
-어중간한 걸 넣었다가는 제 위력을 발휘하지 못할 거 아냐. 최소한 보스 몬스터쯤은 돼야 구색이 맞겠지.
“그렇겠죠?”
그것도 그냥 보스 몬스터가 아닌, 최소한 이성이 존재하는 보스여야 했다.
데스나이트의 신체적 특성과 스킬 등을 제대로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는 영혼이어야 했으니까.
“문제는 이게 잡는다고 다 영혼을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건데.”
영혼석의 설명에 나와 있는 대로 몬스터를 쓰러뜨리면 ‘아주 낮은 확률’로 수집이 가능했다.
“으으. 안 그래도 몇 시간에 한 마리씩 등장하는 게 보스 몬스터인데, 아주 낮은 확률? 미친 노가다잖아!”
-아주 낮은 확률이면…… 최소 1,000마리는 잡아야 하지 않을까?
“어이가 없네. 노가다의 수준이 아니잖아요.”
보스 몬스터 천 마리 사냥?
사냥할 수 있는 능력은 둘째치고 시간상 불가능했다.
-뭐, 운 좋으면 한 마리 잡고도 바로 될 수도. 네 운이면 가능하지.
“전혀 안 될 거라고 생각하는 표정이면서.”
-흐흐. 날먹충 쉑. 이번 기회에 좀 굴러야지.
“후. 하지만 다른 방법도 있긴 있잖아요.”
영혼을 수집하는 두 번째 방법.
상대의 동의를 얻으면 100% 수집 가능.
여기에 걸어봐야 했다.
-그것도 힘들긴 마찬가지지. 그걸 누가 동의해 줘. 마침 딱 죽기 직전의 사람이 현생에 미련이 남았으면 또 모를까.
“그러게요. 데스나이트 신체를 잘 다룰 수 있을 만큼 이성이 있고, 마침 육체가 없는 영혼이라니. 그런 형편 좋은 게 있을 리…….”
잠깐만.
“있네?”
데스나이트뿐만 아니라 게임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뛰어나며, 마침 육체가 없는 영혼만 있는 존재.
거기다 현생에 미련도 많다.
그런 존재가 바로 옆에 있었다.
“형.”
-……너 눈빛이 왜 그러냐? 에이. 아니지? 내가 상상하는 거 아니지?
“데스나이트 천마. 좀 멋있다고 생각 안 해요?”
-오지 마라. 경고했다. 영혼석 들이밀지 마라.
“한 번만 해 봅시다.”
-오지 말라고!!!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