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0th Regression of the Max-Level Player RAW novel - Chapter 146
만렙 플레이어의 100번째 회귀 146화
146. 인신매매
인신매매 조직원인 음바코는 당황했다.
‘고, 공격이 보이지도 않았어.’
그의 시선이 조금 아래로 향했다.
조직과 꾸준히 거래하던 택시 기사가 한순간에 시체가 됐다.
‘낫? 저 늘어나는 낫으로 이렇게 됐다고?’
낫이 어떻게 늘어나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자신이 반응도 못 할 만큼의 속도였다는 것이다.
꿀꺽-
자동소총을 들고 있음에도 음바코가 긴장했다.
초인을 넘어선 스피드, 상식을 초월한 무기, 젊어 보이는 얼굴.
종합적으로 봤을 때 말로만 듣던 플레이어가 분명했다.
‘플레이어라니…… 내 생전 플레이어를 상대해 보다니, X발.’
수염이 덥수룩해서 40대의 일반인인 줄 알았더니 알고 보니 일부러 위치를 알아내려고 일반인 행세를 한 모양이다.
“너…… 정체가 뭐야? 경찰이냐?”
생각 없이 말하던 음바코는 속으로 자신의 말을 정정했다.
‘아니, 그럴 리가 없지. 일대의 경찰은 우리가 전부 휘어잡고 있으니까. 무엇보다 저 녀석은 동양인이잖아?’
음바코는 다시 한번 총구를 조준하며 상대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플레이어라곤 하지만 무적의 자동소총이 있는 이상 쫄 건 없었다.
여차하면 쏴버리면 된다.
그럼 인간인 이상 죽지 않을까?
“너 누구냐고! 어느 조직에서 왔어!”
“누군지 말하면 네가 알아? 그냥 얌전히 이쪽으로 와라.”
‘너 같으면 가겠냐?’
목구멍까지 올라온 그 말을 음바코는 애써 삼켰다.
굳이 플레이어를 자극할 필요는 없었다.
“안 와? 안 오면 내가 가지.”
류민이 걸음을 옮기자 음바코는 마음을 먹었다.
상대의 정체가 뭐든 그냥 죽여 버리기로.
“죽어! X이바아아알!”
투타타타타탕-!
방아쇠를 당기기 전부터 음바코는 예상했다.
잠시 후 벌집이 된 상대가 피를 쏟아내며 뒤질 거라는 걸.
어쨌거나 플레이어도 결국 인간 아닌가?
어떤 인간이든 총알 앞에선 평등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예상과 다른 일이 벌어졌다.
‘머, 멀쩡해?’
정확히 목표를 조준하고 쐈음에도 상대는 멀쩡히 서 있었다.
허깨비를 본 것처럼 눈을 깜빡이던 음바코가 다시 한번 총질했다.
투타타타타타!
이번에는 제대로 볼 수 있었다.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총알을 피해내는 사내를.
‘저, 저걸 다 피한다고……?’
2초 사이에 열세 발의 총알이 빗발쳤지만 상대에게 닿은 건 단 한 발도 없었다.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광경.
류민이 놀라는 상대를 보며 비웃었다.
‘총만 믿고 있었나 본데. 어림도 없지.’
균형의 룬과 학살의 룬으로 증가한 류민의 민첩은 1,176.
권총보다 빠른 자동소총이라 해도 피하는데 어렵진 않다.
‘더구나 미래시의 룬까지 있으니.’
비웃음을 지어준 류민이 다시금 걸음을 뗐다.
“오, 오지 마! 오지 마! 괴물 새끼야!”
다시 한번 총알을 퍼부었지만.
틱- 틱-
어느새 방아쇠를 당겨도 모자랄 만큼 다 쓰고 말았다.
“자, 장전을…….”
덜덜거리는 손으로 탄띠에 꽂아둔 탄창을 교환하려는 그때.
“헉!”
코앞까지 다가온 상대를 본 음바코가 식겁하며 물러났다.
“총알이 없나 보지?”
“히, 히익!”
음바코가 뒷걸음질을 치다가 엉덩방아를 찧었다.
류민은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
그저 녀석이 공포에 떠는 걸 지켜봤을 뿐.
“얌띠.”
뒤에서 몸을 숨기고 있던 얌띠가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네, 주인님.”
“이 녀석을 지배해라. 그리고 놈에게 명령해. 조직 보스에게 안내하라고.”
* * *
저벅저벅-
음바코가 걷고 있는데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동료들이 달려왔다.
“음바코! 여기 있었구나?”
“갑자기 총소리가 나던데, 무슨 일이야?”
그 질문에 음바코는 별일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인신매매로 잡아 온 인간들이 반항해서 말이지. 바닥에다가 난사하면서 겁 좀 줬지.”
“혹시 잡아 온 인간이라는 게 너 뒤에 있는 놈들이야?”
음바코가 슬쩍 고개를 돌렸다.
그의 뒤에는 류민과 얌띠가 있었다.
“어, 맞아.”
음바코가 인정했는데도 동료들은 의문을 지우지 못했다.
어느 누가 납치한 사람을 뒤에다 두고 움직인단 말인가?
기습당하거나 도망가면 어쩌려고.
‘이상해.’
무엇보다도 결정적인 건 납치당했는데도 두려움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그들의 표정이었다.
“인신매매하려고 잡아 온 놈들이라고? 정말이야?”
“그렇다니까?”
“그렇다기엔 뭔가 이상한…….”
동료들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류민의 낫이 가차 없이 그들의 목을 잘라버렸으니까.
툭- 툭- 툭-
자른 순서대로 떨어지는 머리통을 보며 류민이 냉정하게 말했다.
“계속 가지. 보스가 있는 곳으로.”
쓰레기 청소를 시작할 시간이다.
* * *
햇볕조차 들지 않는 퀴퀴한 지하실.
만 30세의 평범한 여성인 수비나는 철창 속에서 눈물을 흘렸다.
‘두 달만 늦게 태어났어도 플레이어가 됐을 텐데. 그랬다면…… 이런 지옥 같은 곳에 잡혀 오지도 않았을 텐데…….’
보통은 플레이어가 되면 시한부 인생을 살아간다는 사실에 절망하기 마련이지만 수비나는 달랐다.
오히려 몇 달 차이로 플레이어가 되지 못한 것이 천추의 한으로 남았다.
지옥 같은 이곳에 잡혀 온 것도 단순히 힘이 없었기 때문이니까.
‘시간이 얼마나 지났지?’
납치당한 지 며칠이 됐는지는 모르지만, 그녀는 이곳에서 많은 것을 보았다.
눈빛이 마음에 안 든다고 가축처럼 두들겨 패거나, 조직원들이 탐욕스러운 눈으로 여성들을 끌고 가곤 했다.
그러다가 돌아온 여자들의 눈빛은 나사라도 빠진 사람처럼 퀭했다.
무슨 짓을 당했는지는 불 보듯 뻔했다.
가끔은 처음 보는 사람이 나타나 시장에서 물건 고르듯 지목해서 데리고 가곤 했다.
그렇게 지목당한 후 돌아오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래도 다른 사람들보단 나은 건가? 난 아직 아무 일도 당하지 않았으니까…….’
수비나는 처음 이곳에 잡혀 왔을 때 보스로 보이는 자가 한 말을 떠올렸다.
-얼굴이랑 몸매가 완전 내 스타일이네? 얘들아. 이년은 건들지 마라. 밀린 일 마무리 짓고 나면 이년부터 겁탈할 거니까.
-알겠습니다, 보스. 그동안 잘 맡아두고 있겠습니다. 흐흐.
생긴 게 마음에 들었다며 보스에게 지명을 당했다.
그것이 여태껏 당하지 않은 이유였다.
‘분명히 들었어. 나를 겁탈하겠다고.’
무릎을 끌어안은 수비나가 고개를 푹 파묻었다.
도살당하는 걸 아는 소의 심정이 이러할까?
앞으로 끔찍한 일이 벌어진다는 걸 알고 나니 매시간이 불안하고 발소리 하나하나에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었다.
이번엔 자신의 차례인가 싶어서.
‘내가 플레이어였다면 이렇게 당하진 않았을 텐데…….’
무력감이 수비나의 정신을 좀먹었다.
‘차라리, 차라리 혀를 콱 깨물고 죽어버리면…….’
몇 번이고 자살할 생각을 했지만 동반되는 고통이 너무도 두려웠다.
하지만 앞으로 당할 고통을 생각하면 자살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난 대체 어찌해야…….’
그때 조용한 지하실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생각할 겨를도 주지 않겠다는 듯 걸음 소리가 빨랐다.
‘아, 아. 와, 왔어. 부, 분명 보스일 거야.’
그러나 귓가에 들린 건 처음 들어보는 여성의 목소리였다.
“어? 여기도 사람이 있네?”
두려워서 눈을 감고 있던 수비나가 생소한 외국어에 슬며시 눈을 떴다.
웬 여자였다.
그것도 우스꽝스러운 복장을 착용한 동양인 여자.
‘저 복장은…… 설마 플레이어?’
파캉-!
손에 들린 단검으로 철창 자물쇠를 부수자 수비나는 깨달았다.
일반인의 범주를 벗어난 힘.
저 여자는 플레이어다.
그런데 자물쇠는 왜 부수는 거지?
희망이 없다고 생각해서인지 자신이 구해진 것도 모르는 수비나였다.
“나오세요. 얼른 나와요.”
얌띠가 손짓하자 수비나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걸어 나왔다.
“저, 절 어디로 데려가려는 거예요?”
“뭐라는 거야? 일단 따라와요.”
“……?”
따라오라는 말에도 수비나가 멀뚱히 있자 얌띠가 기어코 손을 잡아끌었다.
퀴퀴한 지하실에서 지상으로 올라온 두 사람은 건물 밖으로 나왔다.
듬성듬성 숲이 있고 공터처럼 마련된 공간이 보였다.
그곳 가로등 불빛 아래에 웅성거리며 사람이 모여 있었다.
‘뭐, 뭐지? 무서워.’
수비나는 아직도 경계하고 있었지만 이내 불빛에 모인 사람들의 면면을 보고는 조금 표정이 풀렸다.
다름 아니라 이곳에서 봤던 납치당한 여성들이었기 때문이다.
“다들 여기서 뭐하…….”
수비나는 순간 그들의 발밑에 있는 덩어리를 보고선 깜짝 놀랐다.
그것은 사람의 시체였다.
뒤늦게 피 냄새가 올라와 구역질 나게 했지만, 그것도 잠시.
“어?”
자신을 겁박하던 조직 보스의 얼굴이 보이자 신기하게도 메스꺼운 느낌이 사라졌다.
시체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시선을 좀 더 들어보니 조직원으로 짐작되는 시체들이 무수히 늘어져 있었다.
“이, 이게 어찌 된…….”
그때 흰색 가면을 쓴 수상한 남자가 동양인 플레이어에게로 걸어왔다.
“얌띠. 납치된 사람들은 다 풀어줬나?”
“네. 기척 감지로 샅샅이 뒤져봤는데 여기 있는 사람이 전부예요.”
“그래?”
류민이 모여 있는 사람들을 세어봤다.
전부 여성들로, 정확히 12명이었다.
이들 모두가 건물 곳곳에 마련된 철창에 감금당해 있었다.
“안녕하세요.”
류민이 영어로 인사를 건네자 시선이 모였다.
나이지리아에서도 자주 쓰이는 영어였기에 못 알아듣는 사람은 없었다.
다만 가면을 써서 그런지 다들 경계하는 눈으로 바라봤다.
“그렇게 경계하실 것 없습니다. 보다시피 저희는 여러분을 구출하러 온 플레이어입니다. 증거들은 이미 보셨죠?”
류민이 발밑을 가리키자 여성들이 끄덕거렸다.
자신들을 유린하며 낄낄대던 악마보다 못한 녀석들이 한 줌의 고깃덩이가 되어 있었다.
류민이 흔적 지우기를 쓰지 않은 것도 일부러 여성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보다시피 조직의 보스는 죽였습니다. 이곳에 있던 조직원 21명도 전부 죽였습니다. 완전한 위협은 사라졌으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말하자면 여러분은 자유입니다. 집으로 갈 수 있다는 말이죠.”
“저, 정말이에요?”
“저희 정말 자유예요?”
믿기지 않는다는 물음에 류민이 주머니에서 키를 꺼냈다.
“여기 조직원들에게서 챙겨온 차 키입니다. 운전하실 수 있는 분은 챙겨서 집으로 가시면 되겠습니다. 여기요.”
류민이 키를 건네주자 그제야 실감이 나는지 눈물을 글썽이는 여성들이었다.
“흑흑, 다행이야. 정말 다행이야.”
“이제 집으로 갈 수 있어.”
이곳에 갇힌 여성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냈는지 류민은 알고 있었다.
조직의 보스로부터 그들의 만행을 들었으니까.
‘뒤탈 없어 보이는 30대 이상의 여행객이나 일반인들을 납치해서 사육하듯 감금해 놨다가 다른 조직에 큰돈을 받고 팔아넘기는 녀석들이다. 말하자면 1차 제공자라 할 수 있지.’
그 과정에서 폭언, 폭행, 협박, 강간이 일상처럼 이뤄지는 것은 당연했다.
처녀가 필요한 경우엔 강간을 절제하기도 하지만 납치당한 여성들의 말로는 똑같이 절망스러웠다.
‘어쨌거나 이 조직은 인신매매단일 뿐이지 IS는 아니야.’
전 회차에서도 검은 낫의 명성을 쌓기 위해 IS를 털어본 경험이 있는 류민이다.
하지만 IS의 본거지가 어디인지는 정확히 모른다.
점조직이라 매번 위치를 바꿀뿐더러 기억할 필요가 없다고 여겼다.
‘어차피 밑바닥 조직부터 올라가면서 차근차근 털다 보면 나오는 게 IS니까.’
IS를 추종하는 파생 조직이 무수해서 조직 몇 개만 털다 보면 정보를 얻기는 쉽다.
전 회차에서도 이런 식으로 IS의 수장을 찾은 적이 있었다.
더구나 얌띠까지 있으니 정보를 얻고 유인하기는 더욱 쉬울 거다.
“차는 많이 끌고 가봐야 좋을 거 없으니 두 대만 가져가세요. 추적당할 우려가 있으니 운전한 뒤에 차는 버리시고요.”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신은 저의 생명의 은인입니다.”
여성들이 류민을 향해 울면서 감사를 전했다.
마찬가지로 여성들 사이에서 감사하단 말을 하던 수비나가 정작 중요한 걸 묻지 않았다는 듯 물었다.
“그런데 저희를 구해주신 은인의 이름이 어떻게 되시는지…….”
기다렸던 질문에 류민이 가면 속에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검은 낫입니다. 그렇게만 알고 있으시면 됩니다.”
“검은 낫…….”
“꼭 기억할게요.”
“평생 잊지 않을게요.”
류민은 닉네임을 말하는데 거리낌이 없었다.
인신매매 조직으로부터 여성들을 구했다는 일화마저도 검은 낫의 명성을 쌓는 데 도움이 될 테니까.
그러려고 가면을 쓴 거이기도 하고.
“어서들 가세요. 밤이 늦었습니다.”
류민이 손을 휘휘 젓자 수비나가 물었다.
“그런데 검은 낫님은 안 가시나요?”
“저는 여기 남아서 할 일이 있어서요. 어서들 가세요.”
“아, 그럼 먼저 가보겠습니다.”
“이 은혜 잊지 않을게요.”
“정말 감사합니다.”
여성들이 처음으로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렇게 여성들이 승합차를 타고 사라지자 조직에는 류민과 얌띠만이 남았다.
류민이 흔적 지우기로 수많은 시체를 치워버렸다.
그리고는 얌띠에게 손을 내밀었다.
“녀석의 핸드폰은 챙겼지?”
“네. 여기 있어요.”
죽은 보스의 핸드폰을 받아든 류민이 영어로 문자를 보냈다.
[여자 셋, 남자 하나, 20% 싼 가격에 급하게 처분함. 연락 바람.]거래처라 쓰인 조직의 연락책에게 보낸 문자였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답장이 왔다.
[오케이. 지금 가겠음.]“미끼를 물었군.”
입꼬리를 올린 류민이 웃으며 말했다.
“그럼 손님맞이 준비를 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