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0th Regression of the Max-Level Player RAW novel - Chapter 257
만렙 플레이어의 100번째 회귀 257화
257. 선택
처음 16라운드에 올라갔던 68회차에서, 류민은 전투 천사와 싸웠었다.
‘싸운 게 아니라 학살했었지.’
당시 나타난 전투 천사는 열 명.
녀석들의 목적은 단순했다.
‘몬스터의 편에 서서 플레이어들을 훼방 놓는 게 목적이었지.’
그동안 퀘스트에 개입하지 않던 천사가 처음으로 난입한 순간이었다.
‘난감했지. 어이가 없기도 했고.’
갑작스러운 개입이 난감했고, 생각보다 약해서 어이가 없었다.
물론 시살이 있었다면 류민은 저항도 못 하고 머리가 터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 나타난 천사들은 시살을 쓰지 못했어.’
그동안 얻은 정보에 의하면 16라운드에선 시살을 쓸 수 없었다.
이유는 모른다.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시스템이 제약을 걸었다고 봐야지. 시살만 있으면 누구든 한 방에 죽일 수 있으니까.’
천사들이 어째서 훼방을 놓는지는 알 수 없었다.
중요한 건 시살을 쓰지 못한다는 것.
당시 시살의 대응책인 ‘지고의 존재’ 칭호가 없었던 류민으로선 기꺼운 일이었다.
‘너무도 쉬웠지. 시살도 없는 데다 고작해야 6품 전투 천사였으니까.’
6품은 플레이어로 치면 평범한 장비의 만렙 수준.
아마 70레벨인 지금의 수준이라면 다섯 명이서 한 명을 상대할 수 있을 거다.
‘나야 혼자서 상대했었지만.’
68회차의 류민은 강했다.
6품 따위 열 명은 혼자서 학살할 정도로.
‘그때 천사를 전부 죽이고 나니 대천사가 나타났었지.’
서열 1위로 추정되는 그 대천사는 류민에게 아무런 위협도 공격도 하지 않았었다.
류민도 압도적인 강함에 감히 덤빌 엄두를 못 냈고.
‘그저 알 수 없는 말을 하다가 가버렸었지. 기억은 잘 안 나지만.’
아마 이번에도 6품 천사들이 나타날 터.
마지막 6차 웨이브가 되어서야 등장할 테니 아직 여유는 많다.
“멍청한 천사 년, 우리가 섬에 모여 있을 줄은 몰랐지?”
“검은 낫 님이 이번에도 공략을 맞히셨어.”
“미리 섬에 들어오지 않았다면 지금쯤 우리 가족은 어떻게 되었을지…….”
“이게 다 검은 낫 님 덕분이야. 감사합니다!”
주변에 있던 사신교 신도들이 류민을 향해 저마다 감사의 말을 전했다.
자신의 공략을 믿지 못하는 눈치였던 알렉스의 눈빛에도 없던 믿음이 생겨 있었고.
‘다행이군. 신입들의 믿음을 얻은 것 같아서.’
새로 온 신도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자신에게 진심으로 충성을 다할 것이다.
그건 눈앞에 있는 알렉스도 마찬가지.
가면 속 류민의 입꼬리가 만족스레 올라갔지만…….
‘응?’
이내 알렉스와 대화하는 민주리를 보곤 정색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예언자를 찾는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 * *
“여기 버프 받으세요.”
민주리의 손이 신도들에게 향하자 버프 3종 세트가 걸렸다.
“오오, 감사합니다!”
고개를 끄덕인 민주리는 곧장 다른 플레이어에게로 눈을 돌렸다.
여기 있는 576명 전원에게 버프를 걸려면 쉴 틈이 없었다.
그때 민주리의 눈에 혼자 동떨어진 플레이어가 보였다.
외국인이었기에 조금 서투른 영어로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새로 오신 분인가 봐요?”
“예. 알렉스라고 합니다.”
“저는 민주주의라고 해요. 잠시 실례해도 될까요?”
의아해하는 알렉스였지만 그것도 잠시.
블레스, 스위프트, 세이프티 배리어라는 버프 3종 세트를 받자 그의 눈이 더할 나위 없이 커졌다.
“이, 이건…….”
“버프예요. 당신에게 유용하게 쓰일 거예요. 그럼 전 바빠서 이만…….”
민주리는 놀란 시선을 뒤로하고 다른 사람에게로 향했다.
그러면서 이따금 누군가를 찾듯 눈을 이리저리 돌리고 있었다.
‘어디 있는 거지?’
전 세계의 모든 플레이어가 사신교로 통합됐다.
그중엔 예언자 클래스인 류민도 있을 터.
‘그런데 코빼기도 안 보이잖아?’
만나는 사람마다 버프를 걸어주고 있지만 그중에 자신이 아는 류민은 없었다.
그건 추적하기를 써봐도 마찬가지였다.
[대상 ‘류민’을 찾을 수 없습니다.] [얼굴과 이름이 일치하지 않습니다.]‘왜 자꾸 일치하지 않는다고 뜨지?’
분명 현실의 얼굴을 알고 이름도 안다.
그런데도 류민은 검색되지 않는다.
‘나 몰래 개명이라도 했나? 아니면 성형?’
말도 안 되는 생각이었지만 그것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다.
‘섬에 가자고 할 때 어떻게 해서든 같이 왔어야 하는 건데…….’
섬으로 불렀을 때 같이 가자고 했었지만 볼 일이 있다고 먼저 가라고 거절했던 류민이었다.
그런데 막상 섬에 도착해 보니 류민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혹시 몰라서 버프를 걸면서 숫자를 세보고는 있지만…….
“버프 감사합니다, 민주주의 님!”
“네…….”
끝내 민주리는 류민을 만나지 못했다.
조금 전에 버프 걸어줬던 사람이 마지막이었으니까.
‘어떻게 된 거지? 576명 전원이 섬에 들어와 있다고?’
하지만 민주리는 류민의 얼굴을 본 적이 없다.
모두 버프를 걸면서 면면을 확인했다.
한 사람을 제외하면.
‘아……!’
민주리의 시선이 흰색 가면을 쓴 남자에게로 향했다.
‘검은 낫 님이 설마……?’
하지만 민주리는 이내 픽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스스로가 생각해도 어이없는 가정이었다.
‘검은 낫 님이 류민일 리가 없잖아. 키부터가 다르신데.’
검은 낫은 큰 키에 누가 봐도 건장한 체격이다.
피부도 구릿빛이고.
둘이 동일 인물일 리가 없다.
‘그럼 어디 있는 거지? 왜 추적하기도 안 되는 거지?’
민주리가 긴 한숨을 쉬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검은 낫 님.”
민주리는 일단 보고를 위해 검은 낫을 찾았다.
“지시하신 대로 여기 있는 전원에게 버프를 걸었습니다.”
“그래, 수고했다.”
끄덕이는 검은 낫을 민주리가 가만히 주시했다.
‘말도 안 되지. 검은 낫 님이 류민? 하하…….’
체격은 물론 목소리며 말투까지 전부 다 다르다.
의심의 여지가 없었지만 검은 낫이라면 알고 있을지 모른다.
“검은 낫 님? 혹시 예언자님 못 보셨어요?”
“예언자?”
“네……. 인원수는 맞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안 보이네요.”
류민의 눈썹이 꿈틀했지만, 찰나의 순간일 뿐이었다.
“못 찾겠으면 추적하기를 쓰면 되지 않나?”
“그게…… 일치하지 않는 대상이라고 나와서요.”
그 대답에 류민이 속으로 웃었다.
‘그럴 수밖에 없지. 암살자의 가면으로 모습을 변형한 상태니까.’
모습을 변형하면 추적하기에 걸리지 않는다.
변형한 모습과 이름을 떠올리지 않는 이상.
“나도 잘 모르겠군. 어떻게 된 일인지.”
“후…….”
실망한 민주리지만 포기하지 않을 생각인지 열심히 시선을 돌렸다.
그것도 그만하라는 듯 메시지가 떠올랐지만.
[잠시 후 1차 소환이 시작됩니다.] [몬스터의 습격에 준비하세요.]“예언자는 그만 찾고 습격에 대비해라.”
“하지만…….”
“괜히 한눈팔다가 칼침 당하지 말고.”
“알겠어요…… 죄송해요.”
풀 죽은 민주리를 보니 류민이 더 미안한 심정이었다.
“검은 낫 님.”
부름에 고개를 돌려보니 러셀과 빅터가 보였다.
“시키신 대로 플레이어들에게 무기 강화와 장비 버프를 돌리고 왔습니다.”
“저도 힐링 포션 배급을 마쳤습니다.”
“잘하셨습니다. 두 분 모두.”
“검은 낫 님?”
이번에 다가온 사람은 크리스틴이었다.
“576명 전원에게 성녀의 축복을 걸어주고 오는 길이에요.”
“그래, 잘했다.”
“고마워요.”
싱긋 웃는 크리스틴을 지켜보던 민주리가 말을 걸어왔다.
“저기, 크리시?”
“네, 민주주의 님.”
“방금 576명에게 버프를 돌렸다고 하셨는데 확실히 세어보셨어요?”
“네. 저 포함해서 576명이었는데, 왜요?”
“으음, 그게 말이에요…….”
민주리가 다른 사람 눈치를 보더니 속삭였다.
“혹시 예언자님 못 보셨어요? 찾고 있는데 통 안 보여서요.”
“아…….”
크리스틴이 잠깐 생각하는 듯하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저도 못 봤어요. 얼굴을 다 확인하면서 버프를 건 게 아니라서…… 죄송해요. 도움이 못 돼서.”
“아, 아니에요. 죄송할 것까진 없죠…… 알겠어요.”
납득한 민주리는 여전히 찾아볼 생각인지 사람들 속으로 사라졌다.
그 모습을 류민이 가면 속에서 지켜보고 있는 줄도 모른 채.
‘끈질기군. 끝까지 찾으려 하다니.’
찾으려는 이유는 생각을 읽으니 알 수 있었다.
-같이 몬스터 잡다 보면 훨씬 더 친해질 수 있을 텐데…….
지금보다 관계를 더 발전시키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친구가 아닌, 그 이상의 관계로.
‘이계에 와서도 내 생각뿐이구나. 넌.’
류민과 민주리, 둘 사이에 검은 낫이 끼어들 틈은 없었다.
그녀에게 있어서 검은 낫은 존경스러운, 우상으로 삼을 만한 존재, 그뿐이었으니까.
그때 우연히 크리스틴과 시선이 마주쳤다.
찡긋 윙크를 보내는 모습이 보인다.
-저 잘했죠? 예언자님?
속마음을 읽으니 칭찬해 주길 바라는 모양이었지만 류민은 못 본 척 고개를 돌렸다.
이제 곧 몬스터가 나올 테니까.
[1차 소환] [플레이어 576명 VS 블러드 오크 5,760마리] [30분 뒤에 2차 소환이 시작됩니다.] [라운드 종료까지 남은 시간 : 02:59:59]수천 마리의 오크가 병장기를 든 채로 나타났다.
원래라면 도시 근처에서 나타나 수많은 일반인을 학살해야 했지만…….
“퀴이익!”
“퀴익?”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인 공간에 나타난 오크들은 당황하며 플레이어들을 바라봤다.
이렇게 고립된 장소에 소환될 줄은 몰랐던 모양이다.
“더러운 오크 새끼들!”
“긴말할 것 없고 죽입시다!”
“와아아아!”
“퀵! 퀴이익!”
외딴섬에서 오크와 플레이어가 맞붙었다.
무려 10배나 많은 오크였지만 사신교는 밀리지 않았다.
중요한 건 숫자가 아니었으니까.
푹- 푹-!
서걱-! 스걱!
“퀴이익!”
“퀴엑!”
고립된 섬에선 오직 오크들의 비명만이 울렸다.
[블러드 오크를 처치하였습니다!] [칭호 효과로 경험치가 1.5배 증가합니다.] [포식의 룬 효과로 경험치와 골드가 2배 증가합니다.] [경험치+0.0006%] [골드+3] [추가 골드+1] [파티원이 너무 많으면 스탯 포인트와 포식 스택이 들어오지 않습니다.] [현재 킬 수 : 36/100] [학살의 룬 효과로 모든 스탯이 36% 증가합니다.] [반경 100m에 2,491개체의 적이 있습니다.] [일당백의 룬 효과로 모든 스탯이 100% 증가합니다.]다가오는 오크들을 죽이던 류민이 검은 낫을 휘둘렀다.
쿠콰콰쾅-
“퀴에엑!”
“쿠아악!”
한 번의 휘두름으로 약 50마리의 블러드 오크가 죽어버렸다.
그렇게 마당 청소하듯 쓸어버리니 오크의 수가 눈에 띄게 감소했다.
‘파티라서 편하군. 아군이 다칠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되니.’
류민은 마음껏 오크들을 학살했다.
14라운드처럼 기여도에 따라 랭킹이 정해지는 것도 아니니 힘을 제어할 필요도 없었다.
‘포식의 룬으로 스탯과 스택이 쌓이지 않는 게 아쉽긴 하지만.’
포식의 룬은 처치한 몬스터의 수준에 따라 스탯 포인트를 준다.
다만 지금은 수백 명이 파티를 이룬 탓에 얻을 수 없었다.
스택도 쌓이지 않았다.
‘뭐, 괜찮아. 다음 라운드에 기회가 생길 테니까.’
그저 이대로 아무런 걱정 없이 몬스터들을 학살해 버리면 된다.
4차 소환이 끝날 때까지 쭉.
‘5차 소환 때는 섬을 벗어날 생각이거든.’
이유는 다름 아닌 서브 퀘스트 때문이었다.
‘이번 라운드 서브 퀘스트는 최초로 일반인 목숨 구하기. 위협당하는 일반인을 구한 1인이 보상을 받을 수 있지.’
보상으로 나오는 건 필수로 얻어야 하는 [음양의 룬].
그걸 위해서라도 류민은 5차 때 잠시 자리를 뜰 예정이었다.
‘5차 소환 때는 공중 몬스터인 리틀 드레이크가 나온다. 리틀 드레이크 한 마리만 섬 바깥으로 유인해서 도시로 향한 뒤 죽인다면?’
일반인을 구한 걸로 인식되고 서브 퀘스트 보상을 차지할 수 있다.
‘그전까지는 마음껏 쓸어주지.’
그런 생각으로 3차 웨이브가 막 끝나던 참이었다.
류민의 눈앞에 돌연 메시지가 나타났다.
[영웅의 보호를 걸어둔 대상이 공격받고 있습니다!] [10초간 영웅의 손길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음 중 하나를 선택해 주십시오.]└ 1. 대상에게로 이동하기
└ 2. 대상을 불러오기
[선택까지 남은 시간 : 00:0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