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0th Regression of the Max-Level Player RAW novel - Chapter 256
만렙 플레이어의 100번째 회귀 256화
256. 16라운드 시작
2023년 3월 31일 23시 50분.
16라운드가 시작되기 10분 전.
576명의 전 세계 플레이어들은 저마다 긴장 어린 눈길로 남은 시간을 바라봤다.
대부분이 침묵하고 있었지만, 일부는 긴장을 풀기 위해 옆 사람과 잡담을 나누기도 했다.
“긴장되네요.”
“그러게요.”
“이번에도 검은 낫 님이 말씀하신 대로 진행될까요?”
“그렇겠죠. 사신교에 가입한 이래로 전부 맞히셨잖아요.”
13라운드부터 지금까지.
사신교에 가입한 한국 플레이어들은 다음 라운드 공략을 미리 듣는 혜택을 받았다.
그렇기에 걱정이 없었다.
불안도 없었고.
최근에 새로 들어온 외국인 플레이어들을 제외하면.
“Excuse me. Can you speak English?”
뚱뚱한 체형의 외국인 신도가 다가와 묻자 한국 플레이어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영어 가능해요. 15라운드 끝나고 새로 들어오신 분이죠? 닉네임이…….”
“알렉스라고 불러주세요.”
“반가워요, 알렉스. 전 밥버러지라고 합니다. 뭐 궁금한 거라도 있으세요?”
“제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검은 낫 님은 매번 이렇게 공략법을 알려주시나요?”
“네. 저희는 12라운드 끝나고 가입했었는데 그동안 쭉 공략법을 들었습니다.”
“덕분에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죠. 하핫.”
“알렉스도 이번에 16라운드 공략법 들으셨죠?”
알렉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여기 와 있는 것도 그런 이유고요.”
“그런데 표정은 안 좋아 보이시네요? 불안하신가 봐요?”
알렉스는 솔직하게 답했다.
“그렇습니다.”
“하하,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도 처음에 그랬거든요. 행여나 공략이 틀리면 어쩌나 하고.”
“그런데 지금은 그저 감사하며 정보를 받고 있습니다. 알렉스도 그렇게 될 거예요, 흐흐.”
안심하라는 표정으로 말했지만, 알렉스는 여전히 불안한 얼굴이었다.
“검은 낫 님을 믿으세요?”
불쑥 들어온 질문에 플레이어들은 웃음으로 답했다.
“못 믿으면 어쩌게요? 이제 와서 별수 있나요? 사신교에 가입까지 한 마당에.”
“긴장 풀고 기다리세요. 어차피 여기서 나갈 방법도 없잖아요?”
맞는 말이었기에 알렉스는 불안감을 조금 내려놓기로 했다.
“그러네요. 어떻게 보면 바보 같은 질문이었네요. 말씀 감사합니다.”
“별말씀을.”
알렉스는 몸을 돌리며 다른 사신교 신도들을 쳐다봤다.
기존 신도들은 표정이 여유로운 반면, 처음 가입한 신도들은 긴장과 불안감으로 시간이 흐르길 기다리고 있었다.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공략을 미리 들었음에도 말이다.
‘아마 나처럼 검은 낫에 대한 믿음이 부족해서겠지.’
검은 낫과 함께하면 살 확률이 높을 것 같아서 들어오긴 했지만, 그것과 믿음은 별개다.
알렉스도 검은 낫을 완전히 믿는 건 아니었다.
다른 신입들도 자신과 같은 생각일 거다.
‘그저 생존을 위해 본능적으로 강한 쪽에 붙었을 뿐이겠지.’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믿음이 생긴다는 것부터가 말이 안 되지 않는가?
‘1위 보상으로 다음 라운드 정보를 알 수 있다는 것도 말이 안 돼. 아니, 말이 안 될 건 없나?’
솔직히 믿기 어려웠다.
사신교에 들어오면 공략을 알려준다는 것도 처음 알았고, 1위 보상으로 정보를 선점할 수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확실한 건 1위를 해봐야 알 수 있겠지만…….’
지금은 이래저래 따질 때가 아니다.
어느새 시간이 다 되었으니까.
“자정까지 1분 남았습니다!”
긴장된 표정으로 사람들이 남은 1분을 기다렸다.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들어서인지 여느 때보다 더 긴장했다.
5, 4, 3…….
2, 1…….
0.
핸드폰의 시계가 4월 1일로 바뀌면 플레이어들의 의식은 이계로 넘어간다.
영혼 전이.
차원을 넘나드는 그 기술이 실행되기엔 눈 깜짝할만한 찰나의 시간만 필요할 뿐이지만…….
지금 플레이어들의 눈에 보이는 건 드넓은 초원도, 무채색의 공간도 아니었다.
“어?”
“그대로야.”
원래 있던 자신들의 공간, 그대로였다.
“이동하지 않았어.”
“정말 검은 낫 님의 말대로 됐어.”
원래라면 신체는 아바타로 바뀌어 있고 주변 환경도 싹 달라져 있어야 한다.
하지만 플레이어들은 여전히 현실에 있었다.
변화가 없다.
아바타도 없다.
원래의 몸 그대로다.
이계로 떠났어야 할 정신도 마찬가지였고.
웅성웅성-
처음 겪는 상황에 당황하면서도 신도들은 안심했다.
이번만큼은 기면증이 없을 거라는 검은 낫의 말이 사실로 판명 났으니까.
그때였다.
[후후후. 지금쯤 당황하고 있는 꼴이 눈에 선하네요.]아름다운 미성의 목소리.
그러나 그 실체는 추악하기 그지없는 천사의 목소리가 플레이어들의 머릿속에 박혔다.
[안녕하세요, 576명의 플레이어 여러분. 갑자기 목소리가 들려서 많이 놀라셨죠? 아니, 그것보다는 이계가 아니라서 놀랐으려나? 풉.]목소리만 들어도 천사가 무슨 표정을 짓고 있을지 눈에 선했다.
낚싯줄에 걸려 팔딱거리는 물고기가 재미있다는 듯 입꼬리를 한껏 올리고 있겠지.
[평소처럼 이계로 진입하지 않아서 많이 놀라셨을 거예요. 누구는 생존게임에서 벗어난 건 아닐까? 하고 기대했겠지만 아쉽게도 끝나지 않았어요. 남은 5라운드를 공략하기 전까지 절대로 벗어날 수 없죠. 킥킥.]머릿속에서 울리는 비웃음에 사람들의 인상이 구겨질 대로 구겨졌다.
눈앞에 천사가 없으니 전처럼 표정 관리를 할 필요가 없었다.
“X발 천사 새끼.”
누구는 욕설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 욕설이 들리지 않는다는 듯 천사는 제 말만 이어갔지만.
[우선 16라운드 미션부터 확인해 볼까요?]말이 끝나기 무섭게 모두의 눈에 창 하나가 떠오른다.
◀ ROUND 16 ▶
└3시간 이내에 인간계에 소환된 몬스터 전멸시키기
[통합 구역 CA-EA001]└참가자 : 576
└달성자 : 0/288
보통 퀘스트를 보면 당황하기 마련이건만, 플레이어들은 침착했다.
이미 검은 낫으로부터 언질을 받았으니까.
천사는 그것도 모른 채 혼자서 웃기 바쁘다.
[놀랐죠? 킥킥, 이번 라운드는 인간계에서 진행되는 특별한 라운드예요. 여러분의 정신이 이계가 아닌 지구에 있는 이유죠. 색다르죠?]“지랄.”
[물론 이계가 아니기에 아바타도 없어요. 멋들어지게 커스터마이징 한 몸이 아닌, 그 비루한 몸뚱이로 지구에 소환된 몬스터를 막아야 한다는 거죠. 그래도 걱정은 마세요. 모습만 그럴 뿐 능력은 똑같이 사용할 수 있을 테니까.]“미친 천사 새끼.”
진즉에 나타났어야 할 천사가 보이지 않자 몇몇이 자신감 있게 욕설했다.
못 듣는다는 가정하에.
아니나 다를까, 천사는 예상대로 듣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이번 라운드는 인간계에서 진행되는 만큼 목소리로만 설명해 드릴게요.]그리 말한 천사가 이내 본격적인 설명을 이어갔다.
[메인 퀘스트는 보다시피 제한 시간 3시간 이내에 지구에 소환된 몬스터들을 전멸시키는 미션이에요. 특이하게도 이계가 아닌 지구를 배경으로 삼은 유일한 라운드이며, 유일하게 기면증에 빠지지 않고 일반인과 함께 할 수 있는 미션이죠. 홈그라운드에서 게임할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좋아요? 킥킥.]사람들은 부글거리는 얼굴로 저마다 속으로 욕했다.
염병하고 있네, 라고.
[합동 미션인 만큼 576명의 플레이어는 모두 파티로 적용돼요. 몬스터는 첫 소환 이후로 30분마다 한 번씩, 총 6차례의 소환이 이루어지고요. 또…….]이후의 룰은 이전에 들은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웨이브마다 강해지는 몬스터.
플레이어 숫자에 비례해서 나타나는 몬스터 수 등등.
다만 여태까지와는 다른 점이 하나 있었다.
몬스터의 소환 방식이었다.
[몬스터들은 플레이어가 있는 위치에서 반경 100m 이내에 랜덤으로 소환됩니다. 말하자면 플레이어의 위치가 곧 몬스터의 생성 지점이나 마찬가지인 거죠.]“우리 위치가 생성 지점?”
“검은 낫 님이 말한 그대로잖아?”
[그러니 몬스터를 어떻게 찾을지는 걱정하지 마세요. 여러분 주변의 100m를 살피면 눈에 보일 테니까요.]한마디로 플레이어들이 흩어져 있다면?
전 세계 곳곳에서 몬스터가 나타난다는 뜻이었다.
[아, 참고로 몬스터는 인간에게 강한 적대심을 품고 있습니다. 일반인이든 플레이어든 상관없이 달려든다는 뜻이지요.]천사의 목소리에서 비웃음이 들렸다.
인간들이 당황하고 있으리라 확신하는 목소리였다.
[그러니 이번 라운드는 여러분에게 있어서 조금 바쁠지도 모르겠네요. 다른 민간인들을 희생시키지 않으려면 말이죠. 킥킥.]천사의 말대로였다.
플레이어 주변 100m 이내로 몬스터가 생성된다면 일반인도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도시로 소환된 몬스터가 플레이어가 아닌 사람들을 학살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럼 잠시 후에 미션을 시작하도록 하죠. 건승을 빌어요. 푸흡.]비웃음을 짓고서 떠나는 천사였지만 플레이어들의 얼굴엔 그 어떤 걱정도 떠올라 있지 않았다.
오히려 안심이라는 듯 입가에 미소를 짓고 있었다.
다름 아니라 반경 100m에는 자신들 말고 아무도 없었으니까.
지금 자신들이 서 있는 곳은, 일반인이라곤 보이지 않는 외딴섬이었으니까.
“휴우, 다행이다.”
“검은 낫 님의 말대로 섬에 들어오길 잘했어.”
“하마터면 사람들이 위험해질 뻔했잖아?”
곳곳에서 안도의 목소리가 나왔고 그중엔 가면을 쓴 류민도 있었다.
‘이걸로 동생이 위험해질 일은 없겠군.’
평소처럼 침대에 누워 있었다면 주변에 소환된 몬스터들로 인해 전 도시가 혼란에 휩싸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동떨어진 섬에서 스타트하면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지.’
전 세계의 플레이어들을 외딴섬으로 불러들이면?
민간인이 피해 입을 일은 없다.
자신이 아끼는 가족과 지인, 이웃들이 위험에 처할 일은 없다.
그렇기에 한곳에 모인 플레이어들이 안심하고 있던 것이고.
‘다행이야. 하지만 완전히 안심할 순 없어.’
류민이 아직 다른 신도들에게 말하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
‘이번 라운드는 몬스터만이 아니라 전투 천사도 등장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