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115
제114화
지금, 강설의 손에서 넘실거리는 검은 기운은 분명 카렌이 뿜어내는 기운과 같은 종류였다.
“그림자….”
“서, 설마?”
“아니죠? 오빠, 아닌 거….”
카가가가가각-!
투리악스의 곤봉이 카렌의 맹공을 막아섰다.
카렌은 상대의 수준을 파악하고, 홀로 제압할 수 있겠다 싶어 공세로 전환했다.
“이 곤봉… 성가신데?”
카가각-!
겉보기에는 투박했지만 카렌의 공세를 막아서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곤봉은 제 할 일을 다 했다.
카렌의 검은 무려 불세출 등급이었으니까.
사삭…
촤아아악!
크와아아아아!
쿵! 쿵! 쿠웅!
핏물이 수풀로 흩뿌려졌다.
물론 그 붉은 액체는 오우거 투리악스의 피였고.
“음… 깊은 줄 알았는데, 맷집이 꽤 좋네.”
이것은 오우거의 특징이기도 했다.
두꺼운 피부, 인간의 기준에서는 가죽이라고도 칭하는 이 장벽은 놀랄 만큼 강한 저항력을 지녔다.
물리 저항은 물론이고 원소 저항력도 상당히 뛰어나 각종 장비의 고급 소재로도 사용되는 물건, 그것이 오우거의 가죽이었다.
‘불이 붙지 않는 거군.’
보통 카렌을 상대하는 몬스터의 결말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온몸이 불타버려 뼈째 녹아내리는 것. 다른 하나는 그 검에 목이 날아가는 것.
‘이번엔 후자겠어.’
강설은 이번 모험이 조용하게 지나가길 바랐지만, 상황은 그렇게 풀리지 않았다.
한소미 일행이 떠듬떠듬 말을 내뱉었다.
“어, 어쩌지… 그게 그러니까 어… 저기 음….”
“살 수 있는 거지? 응? 우리 살 수 있는 거지?”
“형! 우리 빠져나갈 수 있는 거예요?”
강설은 말없이 눈앞에 떠오른 투리악스의 정보를 바라보았다.
[뼈 애호가 투리악스]
등급 : 희귀
추정 레벨 : 18~22
숲 오우거는 다른 오우거들에 비해 지능이 높다.
이들은 간단한 도구를 사용하곤 하는데 인간의 기준에서 그 도구들은 충분히 위협적이다.
투리악스는 대삼림의 중심부에서 흘러나온 숲 오우거로 식량을 뼈째로 으깨 먹는 것을 좋아한다. 그의 단단한 이빨은 충분히 그것을 가능케 했다.
주식은 걸어 다니는 생명체 모두이다. 그중에는 인간도 포함된다.
기본 능력 : [뼈 다지기 1], [연하게 만들기 2], [흥분 1], [잡아서 으깨기 2], [지속 : 오우거의 가죽 2], [지속 : 둔감한 고통]
특수 능력 : [괴성 지르기 1]
빠르게 내용을 읽어나간 강설은 메시지가 더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흘러넘친 지옥’의 주요 내용이 변경됩니다.]
[‘흘러넘친 지옥’이 ‘뿌리치기’로 변경됩니다.]
모험 16-1. ‘뿌리치기’
대삼림에 고립된 모험가들의 전력은 아주 평범했습니다. 하지만, 평범하기에 매우 위험한 상황입니다.
이들을 둘러싼 위협은 숲 오우거로 밝혀졌습니다.
거대한 오우거가 대삼림 중심부에서 빠져나와 이들을 사냥하려 하고 있습니다.
평범한 모험가들만으로는 오우거를 쓰러트리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이들의 안전을 확보해야 합니다.
목표 : 노비라까지 모험가들 호위
이 모험은 돌발 모험입니다.
현재 남은 시간 「약 6일」
모험 정보와 몬스터의 정보를 모두 확인한 강설
– 이것이 4차 산업인가?
– 스마트 정보 생활!
– 아! 그렇군요! 오우거였어요!
한소미 일행을 보호하며 오우거를 쓰러트린다.
목표 또한 간단하고 그렇게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오우거야 맷집이 단단하기는 했지만 몇 차례 공방을 주고받다 보면 결국 카렌에게 패할 것이었으니까. 아마도, 카루나를 소환한다면 더 빠르게 제압이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뭔가가 강설을 망설이게 했다.
그것은 그가 지닌 지식이었다.
함부로 힘을 집중해서는 안 된다는 그런 무언의 경고가 계속해서 그의 행동을 막아섰다.
‘숲 오우거가 한 마리뿐이라고?’
강설이 30여 개 말들을 육성하면서 상대한 숲 오우거들의 수를 생각해보면, 오우거에 대한 그의 지식은 사전이나 마찬가지였다.
자주 등장하는 몬스터는 그들의 행동 원리부터 습성까지 전부 꿰고 있는 게 강설이었다.
‘숲 오우거는 무리 사냥이란 걸 정확하게 이해하는 몬스터다. 그편이 단독 사냥과 비교해 훨씬 수월하게 사냥감을 취한다는 걸 학습한 놈들이야.’
때문에, 놈들은 철저히 무리 사냥을 즐긴다.
애초부터 홀로 다니는 숲 오우거들은 거의 본 적도 없었다.
‘분명, 근처에 더 있을 거야.’
이 모험의 최우선 목표는 오우거를 쓰러트리는 것이 아닌, 지금 함께 있는 모험가들을 무사히 노비라로 귀환시키는 것이다.
더군다나 만일 오우거가 정말 투리악스 혼자뿐이었고, 강설의 예측이 빗나갔다고 치더라도 딱히 짊어지는 리스크는 없었다.
어차피 이대로 가면 카렌이 투리악스에게 일격을 가하게 될 것이니까.
크와아아아아!
[투리악스가 잡아서 으깨기를 사용합니다.]
투리악스의 거대한 손아귀가 카렌에게로 향했다.
한소미가 이 장면을 보고 기겁해서 소리쳤다.
“어, 언니! 조심해요!”
카렌의 전신에서 불길이 뿜어져 나왔다.
“어딜!”
[카렌이 홍련참(紅蓮斬)을 사용합니다.]
화르르르르륵-!
촤아아아악!
가슴까지 시원해지는 파육음과 함께, 투리악스의 곤봉을 쥔 오른팔이 팔꿈치 어림에서 잘려 나갔다.
크아아아아아아악!
크아아아아악!
[투리악스가 흥분을 사용합니다.]
[투리악스의 특수 능력 : 괴성 지르기가 발동합니다.]
크아아아아아아!
이제까지와는 다른 결의 비명.
화를 가득 담은 괴성과는 달리, 고통과 애처로움이 담긴 비명이었다.
그 소리가 꼭 가까이에서 폭탄이라도 터진 듯이 들려왔다.
“나이스!”
“누나!”
“이겼어! 이제 끝이야!”
한소미 일행이 희열에 찬 소리로 크게 외친 그때, 강설은 긴장을 풀지 않았다.
‘온다.’
쿠우우웅!
크와아……
“…어?”
투리악스가 내지른 고함이 아닌, 다른 존재가 내지른 고함.
“한… 한 마리가 더 있어?”
“처음부터 둘이었다고?”
“이쪽으로 오잖아!”
쿵! 쿵! 쿵! 쿵!
투리악스는 비록 카렌에게 팔을 잃긴 했지만, 특유의 끈질긴 생명력과 정면 승부를 피하는 교활함 덕에 아직도 살아남아 있었다.
한소미 일행이 힘을 다 합쳐도 한 팔을 잃은 투리악스조차 상대하지 못할 것이다.
즉, 카렌이 오우거 두 마리를 전부 상대해야 하는 상황.
마침내.
크와아아아아아!
고함을 내지르는 존재가 가까이 다가왔다. 강설의 눈에 그 괴물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맙소사!”
한소미의 비명과 함께 투리악스보다 거대한 오우거의 모습이 낱낱이 드러났다.
[숲 포식자 굴리암]
등급 : 희귀
추정 레벨 : 20~24
숲 오우거는 다른 오우거들에 비해 지능이 높다.
이들은 간단한 도구를 사용하곤 하는데 인간의 기준에서 그 도구들은 충분히 위협적이다.
굴리암은 그런 숲 오우거 중에서도 꽤 독보적인 존재였다. 과거엔 꽤 큰 규모의 무리를 이끌기도 했었지만, 지금은 기력이 떨어져 무리를 이끌고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가 과거에 쌓아둔 경험이 어디 가는 것은 아니었으니 여전히 위협적이다.
기본 능력 : [피 짜내기 1], [침착하기 1], [규칙적으로 휘두르기 1], [밟아 죽이기 2], [지속 : 오우거의 가죽 3], [지속 : 둔감한 고통], [지속 : 날 선 감각]
특수 능력 : [마구 부수기 1]
“더, 더한 놈이야!”
“어떡해요! 도망칠까요?”
“싸워보는 게 낫지 않아?”
“미쳤어요? 저기에 화살이 박힐 거 같아요?”
“그야… 안 박히겠지.”
오우거는 한소미 일행과는 극 상성이라고 할 만했다.
단단한 피부는 신문호의 단검과 한소미의 화살을 모두 튕겨낼 수 있었고 그나마 타격을 줄 만한 것이라고는 조경택의 창뿐이었는데 이마저도 저 거대한 크기에 비교하자면 젓가락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크으으으으으으…
원초적인 강함.
마수로 태어난 혈통 그 자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 한소미 일행을 옥죄어왔다.
쿠우웅…
마치 아껴둔 아이스크림을 꺼내는 것처럼, 굴리암은 서서히 한소미 일행에게 다가왔다.
“어, 언니가… 언니가 도와주면….”
“누나!”
“틀렸어, 저쪽도 바빠!”
한소미는 두려운 상황에 놓였지만, 최선의 판단을 했다.
“뛰어요! 우리도 카렌 언니 쪽으로 붙어서 저쪽부터 끝장내요!”
“방해되지 않을까?”
“되든 말든 일단 뭐라도 해봐야 할 거 아니에요!”
“달려어어!”
그녀의 판단은 꽤 적절한 것이어서 강설도 고개를 끄덕였다.
적어도, 그녀가 지금까지도 살아남은 이유를 이해하게 했다.
방금까지 주눅 들어있던 한소미 일행은 행동 방침이 정해지자, 부상을 입은 투리아스 쪽으로 무섭게 뛰어갔다.
“언니! 도와줄게요!”
“뭐?”
[대학생다죽어가 꿰뚫는 일격을 사용합니다.]
[화살에 관통력이 50% 추가됩니다.]
[화살이 관통할 시 대상에게 상태 이상 출혈을 남깁니다.]
쒜에에에엑-!
퍼억-!
끄으으윽…
화살은 다행히 투리악스의 몸에는 박혔지만, 관통하지는 않았다.
“하아아아!”
조경택이 고함을 지르며 창을 들고 돌진했다.
[나만없어고양이가 거창돌격을 사용합니다.]
[상태 이상을 무시하며, 충돌하는 모든 적에게 피해를 부여합니다.]
[돌진하는 동안 받는 피해가 50% 줄어듭니다.]
두두두두두두!
푸우욱!
그의 창이 투리악스의 무릎에 박혔다.
“나이스!”
크와아아아아!
이번엔 꽤 아팠던 건지, 투리악스가 괴성을 질렀다.
신문호가 급변하는 전세에 어찌할 바를 모르다 단검을 꼬나 쥐고 투리악스 쪽으로 가세하려 했다.
그런데, 한소미가 갑자기 발작하듯 소리쳤다.
“설… 설이 오빠? 뭐 해요! 왜 거기 있어요!”
“이런… 이쪽으로 가세하자는 말을 못 들은 건가?”
강설이 여전히 굴리암의 앞을 떡하니 가로막고 있었다.
크르르으으으…
주륵…
굴리암이 침까지 질질 흘려가며 강설에게 다가왔다.
[굴리암이 밟아 죽이기를 사용합니다.]
[발아래에 깔릴 시 굴리암의 근력과 비례한 피해를 받습니다.]
굴리암의 발이 강설을 짓밟기 위해 들어 올려졌고, 강설은 곧 짓밟힐 운명에 처했다.
푸스스스…
흙먼지가 일어나며 거대한 발이 강설의 시야를 가득 채웠다.
그때, 강설의 손아귀에서 검은 기운이 풀려나왔다.
휘리릭-!
검은 기운은 서서히 기사의 형상을 이뤘고, 그것은 곧장 카루나로 변모했다.
스릉-
카루나는 소환되는 즉시 숨결을 뽑아 들었다. 번쩍이는 섬광과 함께였다.
후우웅…
[카루나가 월광충천(月光衝天) 1단계, 현월(弦月)에 돌입합니다.]
곧이어 메시지가 주르륵 떠올랐다.
[쌍둥이 기사를 모두 소환한 상태입니다.]
[쌍둥이 기사의 이어진 영혼이 발동합니다.]
[두 소환수의 현재 능력치가 2배로 상승합니다.]
[쌍둥이 기사의 균형이 발동합니다.]
[두 소환수의 능력치는 합산된 상태에서 때에 따라 나누어집니다.]
서걱-
푸화아아아악-!
굴리암의 발이 발목 어림부터 석둑 잘려 나갔다.
카루나의 단 한 수에 의해 벌어진 일이었다.
크아아아아아아아!
이제 오우거들이 모두 부상을 입었으니 카루나와 카렌은 어렵지 않게 그들의 목을 취할 수 있을 것이다.
“오빠! 안 돼!”
그런데, 그 순간 들려온 것은 한소미의 비명이었다.
“형! 위…”
강설의 뒤에서 뭔가가 나타났다.
아무런 소리도 없이.
기척도 없이.
[토리아의 살금살금이 해제됩니다.]
[토리아의 숨 참기가 해제됩니다.]
[토리아가 기진맥진 상태에 빠집니다.]
[5초 동안 피해량이 30% 하락합니다.]
굴리암보다 조금 왜소한 체격의 오우거가 강설의 등 뒤로 나타났다.
“안 돼에에에!”
신문호가 소리쳤을 땐, 이미 토리아의 주먹이 강설을 내려치고 있었다.
[‘뿌리치기’의 주요 내용이 변경됩니다.]
[‘뿌리치기’가 ‘3인조’로 변경됩니다.]
후우우웅-!
그때, 아주 찰나의 순간 강설의 전신을 검은 무언가가 뒤덮었다.
충돌은 그 직후 일어났다.
콰아아아아아아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