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116
제115화
한소미는 지금, 꿈을 꾸는 것만 같았다. 그것도 아주 비현실적인 꿈을.
‘강설 오빠가 그 사람…이라고?’
콩고리와 노비라.
네베니아 중부지방이라고 해야 할지 북부지방이라고 해야 할지 애매한 위치의 도시들.
그곳에 굉장히 유명한 사람이 있다.
비공개라고 불리는 사람.
정보를 공개하지도, 자신의 행적을 되도록 드러내지도 않는 존재.
하지만 이쪽 지역의 전이자라면 백이면 구십 정도는 그의 행보에 관해 관심을 기울였다.
랭킹 시스템 때문이다.
‘거의… 300만 점에 가깝다고 들었는데.’
최근에는 모험가 점수가 거의 300만 점에 다다랐다고 알려졌고, 이는 일반적인 전이자들을 거의 공격대 수준으로 끌어모아야 가능한 점수가 아닐까 싶었다.
그랬다.
비공개는 혼자서도 군단이었다.
‘어떻게 그렇게 점수를 모을 수 있는 거지?’
한소미가 여태 만나온 전이자들은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었다.
모험이든, 휴식이든 전이자들은 서로의 정보를 공유하고, 또 알게 모르게 정보가 노출됐다.
모두 똑같다.
그들은 비슷한 과정, 비슷한 난이도의 모험을 경험했다.
그런 정보를 종합한 후 한소미가 내린 결론은, 평범하게는 절대로 비공개의 점수에 도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뭔가 꼼수를 부렸… 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그게 당연한 것이다.
전이자 대부분이 엄청난 격차 없이 비슷한 점수를 얻어가고 있다면 독주하는 사람이 이상한 것일까 아니면 평범한 사람이 이상한 것일까.
독주하는 쪽이 명백히 이상했다.
이 판데아 대륙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묘하게 규칙적이었고 시의적절하다고 볼 수 있었다.
특출나게 이상한 행동을 하지 않는 이상 적당한 난이도와 구성의 모험을 마주하곤 했다.
‘마치 이 모든 게 게임이라도 된 것처럼.’
가끔 주사위를 굴린다는 문구가 나올 때도 있었으니, 그녀의 추론은 아예 틀린 것은 아니리라.
‘그런데 이건… 반칙이잖아….’
만약 이게 게임이라면, 지금 강설은 버그를 악용하는 몹시 나쁜 플레이어가 분명했다.
그렇게밖에 설명할 수 없었다.
“하하! 끝이야!”
화르르륵…
투리악스가 팔을 대신 내주는 것으로 카렌의 공격을 방어하려 했지만, 애초부터 카렌은 상대가 방어해도 피해를 줄 수 있는 불세출을 보유하고 있었다.
푸화아아악-!
크와아아아아아아아!
서걱-!
이후, 보이지도 않는 빠른 검격이 투리악스에게 쏘아졌고 아주 깔끔한 절삭음과 함께 오우거의 머리가 땅으로 굴러떨어졌다.
쿵.
그 절단된 머리의 무게도 상당한지, 떨어질 때 소리가 크게 들렸다.
“후우… 여긴 끝!”
카렌이 마치 지루한 숙제를 끝마쳤다는 듯이 한숨을 쉬었다.
이런 반응조차 놀라울 따름인데, 한소미를 더욱 놀라게 한 건 강설의 손에서 튀어나온 검은 기사였다.
후우우우우우웅-!
추화아아아아아아아악!
갑자기 푸른빛이 엄청나게 새어 나오더니, 그가 상대하던 오우거가 뼈째 양단되었다.
오우거가 무엇인가.
현재의 전이자들 수준으로는 상위권을 제외하고는 파티플레이를 통해서도 사냥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대형 몬스터였다.
짐승보다 아주 조금 더 우월한 지능이 그들을 매우 까다롭게 느껴지게 했다.
그런 오우거들을 단신으로 제압하는 존재들이라니.
거기다, 이제야 안 사실이지만 이들은 사람이 아니었다.
‘그림자….’
이들은 그림자였다.
넘실넘실 흘러나오는 검은 기운이 그녀의 짐작이 옳다는 걸 끊임없이 증명하고 있었다.
그림자를 다룬다.
개인으로서 압도적인 힘을 가졌다.
– 환영 파티 아직 해줍니까?
한소미는 이 말의 의미를 곰곰이 곱씹다가 소리쳤다.
“아앗! 위험해요!”
그녀의 시선이 닿는 곳엔 강설이 변한 거무튀튀한 존재가 홀로 남은 오우거를 단신으로 상대하고 있었다.
* * *
[주술사 ‘화산의 쟈마드’와 밤까마귀 형상을 취합니다.]
[‘화산의 쟈마드’의 능력치를 흡수합니다.]
[직업 : 격투가 상태입니다.]
촤라라락!
위기의 순간, 찰나라고 할 정도로 짧은 시간 안에 그림자에 둘러싸인 강설이 토리아라는 오우거의 주먹과 그의 주먹을 맞부딪혔다.
콰아아아아앙-!
쩌엉 하는 소리와 함께, 강설이 그대로 튕겨 나갔다.
휘리릭-!
하지만, 재주를 넘어 충격을 줄인 그는 곧 안정적인 자세를 취할 수 있었다.
[조용한 토리아]
등급 : 희귀
추정 레벨 : 20~25
숲 오우거는 다른 오우거들에 비해 지능이 높다.
이들은 간단한 도구를 사용하곤 하는데 인간의 기준에서 그 도구들은 충분히 위협적이다.
토리아는 다른 숲 오우거와는 달리, 성장이 더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토리아를 무시하는 존재는 어디에도 없었다. 토리아가 연마한 다른 능력들 때문이었다.
그는 오우거의 선천적인 거대한 덩치에도 불구하고, 아주 기민하고 은밀하게 움직이는 게 가능했다. 그는 동료애가 매우 강하며, 함께 싸우는 동료들이 쓰러졌을 때 가장 두려운 존재가 됐다.
기본 능력 : [살금살금 2], [숨 참기 2], [장막의 일격 1], [휩쓸기 3], [지속 : 오우거의 가죽 3], [지속 : 둔감한 고통], [지속 : 날 선 감각], [지속 : 가벼운 몸놀림]
특수 능력 : [전우애 1], [바람구멍 2]
강설이 노려지는 그 창졸간에, 다른 싸움은 모두 결판이 났다.
서걱-!
화르륵…
[뼈 애호가 투리악스를 처치했습니다.]
[추가 보상이 주어집니다.]
후우우웅…
촤아아아악!
[숲 포식자 굴리암을 처치했습니다.]
[추가 보상이 주어집니다.]
남은 건 강설이 상대해야 하는 토리아뿐이었다.
그림자의 입이 열렸다.
“마침 좋은 상대로군, 이봐.”
“쟈마드?”
“집중해라, 이제부터 네가 몸을 통제해봐라.”
순간, 강설에게 엄청난 해방감이 찾아왔다.
동시에 엄청난 힘 또한.
그 끝없는 쾌락에 강설은 이를 꽉 물고 버텼다.
“저 큰 덩치에 꽤 날렵하다. 네 첫 상대로 손색없을 정도야.”
“내가 손색 있지 않을까? 싸움이라고는 초등학교 이후로 해본 적이 없는데.”
“…이 몸과는 다른 환경에서 자라왔군. 이 몸에겐 산다는 것 자체가 투쟁이었는데 말이야.”
“그래서, 해 볼 만한 거 맞아?”
“네놈의 몸에 때려 박아줄 테니 직접 몸으로 느껴라.”
그때, 토리아의 눈이 시뻘겋게 물들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
[토리아가 투리악스의 사망을 확인했습니다.]
[토리아의 특수 능력 : 전우애가 발동합니다.]
[토리아의 모든 능력치가 20% 상승합니다.]
[토리아가 굴리암의 사망을 확인했습니다.]
[토리아의 특수 능력 : 전우애가 발동합니다.]
[토리아의 모든 능력치가 20% 상승합니다.]
흉흉한 기세가 전보다 배가 되어 돌아왔다.
끔찍한 살기.
쟈마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런데 이번엔 소리가 아닌 강설의 머리에 직접 찾아온 것처럼 더 선명하게 들렸다.
– 조금 빨리 배운다고 쳐야겠군.
“빌어먹을….”
[토리아가 숨 참기를 사용합니다.]
[토리아가 아무런 소리를 내지 않습니다.]
[토리아가 살금살금을 사용합니다.]
[토리아가 아무런 기척을 내지 않습니다.]
갑자기, 그 큰 오우거의 모습이 사라졌다.
– 집중해라, 곧장 머리가 날아가기 싫으면.
“도와줄까?”
카렌이 소리쳐 왔지만, 강설은 반응하지 않았다.
부정의 뜻이라 판단한 카렌이 어깨를 으쓱하고 한소미 일행의 곁으로 붙었다. 카루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토리아가 혹시 다른 일행을 노릴 수 있기에 한 행동이었다.
강설은 그곳에서 신경을 거두고 싸움에 집중했다.
그가 취한 어설픈 자세를 보고 쟈마드가 조언했다.
‘땅을 넓게 디뎌라, 좋은 움직임은 시작부터 결정된다.’
스윽…
강설이 발을 조금 움직여 자세를 바로 하는 순간.
팟-!
[토리아의 살금살금이 해제됩니다.]
[토리아의 숨 참기가 해제됩니다.]
[토리아가 기진맥진 상태에 빠집니다.]
[5초 동안 피해량이 30% 하락합니다.]
토리아가 튀어나와 양손으로 그를 붙잡으려 했다.
“큿….”
훙!
강설은 공중에 몸을 띄워 가까스로 공격을 피해냈다.
– 공중으로 떠오르는 건 지양해라, 날개가 없는 이상 자유롭지 못해.
“알아! 아는데….”
후우웅-!
토리아의 팔꿈치가 공중에 떠오른 강설을 노리고 휘둘러졌다.
“흣….”
핑그르르…
강설은 공중에서 무리하게 몸을 틀어 또 한 번 공격을 피해냈다.
– 그래서 공격은 언제 할 거지?
“하아… 이거 쉽지 않은데….”
– 하체가 부실하다. 아무리 내 힘을 부여받았다고 한들 네 기초 체력이….
“지금 당장 쓸모 있는 조언은 없을까?”
크르르르르…
[토리아가 휩쓸기를 사용합니다.]
[이제 공격 반경이 조금 더 넓어집니다.]
– 당장 쓸모있는 조언? 미리 말을 하지 그랬나. 좋다, 어차피 속성으로 배우는 것이니 정석적인 배움은 나중이어도 상관없겠지.
[토리아가 아무런 소리를 내지 않습니다.]
[토리아가 살금살금을 사용합니다.]
[토리아가 아무런 기척을 내지 않습니다.]
스으으…
또 토리아의 모습이 사라졌다.
이번에도 피해낼 수 있을까.
– 바위 어금니의 전통 음식 중에는 야생 동물로 만드는 요리가 있다.
“…그게 조언이라고?”
– 차분하게 들어라, 어차피 머리에 직접 때려 박는 거라 집중한다고 안 들리는 게 아니니.
팟-!
[토리아의 살금살금이 해제됩니다.]
[토리아의 숨 참기가 해제됩니다.]
[토리아가 기진맥진 상태에 빠집니다.]
[5초 동안 피해량이 30% 하락합니다.]
또 한 번 튀어나온 토리아.
우지지지지직-!
그 주변부의 나무들이 죄다 휩쓸려서 쓰러졌다.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 자체가 오우거의 엄청난 힘을 증명하고 있었다.
‘한 번이라도 공격을 허용하면 위험해!’
– 누리라는 요리인데, 양념으로 독특한 고추를 사용하지. 근데 재밌는 점이 뭔 줄 아나?
“…….”
– 어차피 듣고 있을 테니 대답하지 않아도 된다. 이 누리에 사용되는 야생 동물들은 모두 누린내가 엄청 심하다. 산양이나 멧돼지, 노루나 토끼도 모두 그렇지. 그런데도 매번 다른 고기를 사용하는 누리아의 맛은 크게 다르지 않다. 심지어 누린내도 대부분 사라졌지. 어째서일까?
콰아아앙-!
“윽… 이제 보일 것 같은데….”
– 양념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누리의 맛은 이 양념 맛이 대부분이다. 내가 보기에 넌 야생 동물이다. 형편없고, 누린내가 나지.
크와아아아!
[토리아의 특수 능력 : 바람구멍이 발동합니다.]
[이제 토리아의 신체를 이용한 공격이 구멍을 뚫습니다.]
콰직!
토리아의 주먹이 강설 대신 나무를 맞추었다. 나무에 주먹 모양의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총알이네, 총알….”
– 하지만 괜찮다. 이 쟈마드의 전투 경험이라는 절세의 양념이 있으니까.
“요점만! 구멍 뚫리게 생겼으니까!”
– 저번에 네 몸을 빌리면서 느낀 건데, 어렴풋이 네 움직임이 몸에 새겨져 있었다. 물론 너무 어설퍼서 순식간에 지워버렸지만.
“그 말은….”
후우우웅-!
우지지지지지직!
아직도 강설은 피하기만 할 뿐이었다.
하지만 어느새 처음보다는 꽤 나은 움직임을 보였다.
– 내 움직임도 네 몸에 새겨져 있을 거다. 네 누린내를 내 전투 경험으로 잡아라.
“진작 말하지!”
강설이 돌파구를 찾고 이어져 오는 토리아의 공격에 대응했다.
‘여기서….’
팟-!
크와아아!
목표를 놓친 토리아가 분노했다.
수월하게 토리아의 품에서 벗어난 강설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이었잖아.’
쟈마드의 감각은 정말로 강설의 몸에 남아있었다. 긴장한 강설이 그것을 제대로 잡아내지 못한 것이지.
이것을 깨달은 강설은, 이제까지와는 아예 다른 존재다.
이런 훈련이 무의미할 정도로.
크아아아아아!
토리아가 가만히 서 있는 강설을 향해 오른팔을 크게 당긴 후 뻗어왔다.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 건 분명하겠지만 빈틈이 많은 움직임.
– 보이나?
토리아의 움직임에 있는 큰 틈을 말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강설은 쟈마드가 묻기도 전에 이미 토리아의 공격을 향해 뛰어들고 있었다.
– 파고들어라, 겁쟁이가 아니라면.
“당연히….”
팟-!
강설이 가슴팍으로 파고들었다.
“아니지!”
한데, 공격이 처음이라 미처 예상하지 못한 게 하나 있었다.
‘이걸로 충분할까?’
단순히 주먹으로 토리아를 후려친다고 해서 토리아가 쓰러질까, 그런 의문이 강설에게 생겨났다.
하지만 쟈마드가 그것을 눈치챘는지 의문을 해소해 주었다.
– 오히려 넘친다.
[화산 태세로 전환합니다.]
[모든 공격에 불길이 옮겨붙습니다.]
[충격 지점에 폭발이 일어납니다.]
[지속 : 옮겨붙는 불길이 적용됩니다.]
[지속 : 뜨거움과 따스함이 적용됩니다.]
움직임에 신경 쓰느라 미처 화산 태세로 전환하지 못한 강설 대신 쟈마드가 대신 몸을 조율했다.
그리고, 이제까지와는 다른 느낌의 그림자 손이 강설의 오른팔에 우수수 솟아났다.
우지지지직!
몸에서 마력이 송두리째 빠져나가는 게 느껴졌다.
쟈마드의 소행이었다.
‘이런 무식한! 이러면 다음에….’
[그림자 손이 지속 : 옮겨붙는 불길에 영향을 받습니다.]
[그림자 손이 지속 : 뜨거움과 따스함에 영향을 받습니다.]
[그림자의 대가의 특수 능력이 발동합니다.]
[새로운 능력이 창안됩니다.]
‘…어?’
강설의 팔이 그의 몸보다 거대하게 부풀었다. 그리고 그는 그것을 자연스럽게 휘둘렀다.
후아아아아아앙-!
그리고 그것이 토리아의 턱에 적중하는 순간, 느꼈다.
– 이 몸이 나섰는데 다음이 있을 리가.
애초부터 다음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을.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쿠지지지지지지직!
쿠지지지직!
쿠지직…
콰지익…
토리아의 머리가 강설의 거대한 주먹과 충돌한 여파로 그대로 뽑혀 나와 나무를 여러 차례 부수고 날아갔다.
[조용한 토리아를 처치했습니다.]
[추가 보상이 주어집니다.]
[돌발 모험을 성공적으로 돌파했습니다.]
[업적 ‘당, 당황하지 마’를 달성합니다.]
[칭호 「해결사」를 얻습니다.]
[제한 시간이 종료되거나 보상을 선택하면, 모험을 마무리할 수 있습니다.]
강설의 인터페이스에 뭔가가 잔뜩 떠올랐다.
[깨달음! 새로운 능력을 깨우칩니다.]
[밤까마귀 : 철권통치를 깨우칩니다.]
[밤까마귀 : 철권통치가 탄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