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216
제215화
강설 일행이 떠난 후 한참.
피에 절은 손수건이 슈로의 터진 머리를 가리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도 끔찍한 광경을 직접 바라보지 말라는 의미처럼 보였다.
목이 베이지 않는 이상 죽지 않는 슈로.
그 말을 반대로 해석하면 목이 베이면 죽는다는 의미였다.
움찔…
그런데.
움찔…
지금, 슈로의 손이 전류라도 흐른 듯 생선처럼 움직였다. 사후경직처럼 보이기도 했다.
스르르륵…
서서히 그림자들이 슈로의 머리로 모여들며 그의 세포를 재구성했다.
이것은 강설과 세상, 심지어 영생교의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머리가 터졌는데 재생할 수 있다니.
이 모습을 브리아가 보았다면 기뻐하는 한편, 섬뜩한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전성기의 불사가 슈로의 몸을 빌려 되돌아온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도 했을 것이고.
신체 재생을 넘어 완전 수복의 경지에 다다른 것처럼 보이는 광경.
슈로는 방금의 일격으로 죽었어야 했다.
스르르르…
하나, 죽어야 했던 그에게 여러 가지 행운이 작용했다.
우선 일전에 카루나와의 승부로 몸이 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던 것.
신체의 반을 재생해야 했던 상황은 슈로의 재생력을 단번에 급격히 끌어올렸고 지금, 한번 해봤던 일을 반복해서 수행하고 있었다.
또한, 그의 심장에 쑤셔박힌 극독 또한 천운이었다.
독이 온몸에 퍼지며 죽기 전부터 신체 재생이 활성화되어 있었던 것.
그런 와중에 머리가 터지니 곧바로 신체 재생을 시도할 수 있었다.
꿈틀…
그것이, 지금의 기적을 만들어냈다.
“푸하아아아아!”
슈로의 부활을 목격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허억… 허억….”
팍-!
그의 얼굴을 덮은, 피에 절은 손수건을 집어 던지는 슈로.
“크….”
슈로가 어깨를 들썩이며 웃었다.
“살아남았다… 이번에도 살아남았다고!”
슈로는 죽음에 가까운 경험을 할수록 강해졌다. 이번 일로 한 발자국 더 도약한 것이다.
“다음에 싸우면… 이길 수 있어.”
그가 강설이 사라진 방향을 보며 웃었다.
“나는 불사신이다.”
* * *
해양 국가 프리욘.
네베니아 남부에서도 무역의 중심국을 꼽으라면 단연 프리욘이 첫 번째 손가락에 꼽혔다.
풍부한 해상 자원을 얻을 수 있는 건 물론이거니와, 프리욘이 보유한 넓은 부동항은 1년 내내 많은 배와 물자들이 오고 갈 수 있게 했다.
쏴아아…
“프리욘이에요!”
“바다로군… 왕녀님은 처음 보시지 않습니까?”
“네!”
쏴아아아아…
조니아 왕국과 약속이 있는 도시의 항구까지 다다르기 위해선 말이 필요했다.
적들도 말을 타고 추격해오고 있을 테니 강설 일행 또한 이곳에서 말을 구해야 했다.
강설이 리오나에게 말했다.
“근처에 마장이 있었으니, 제가 잠시 가서 구해오겠습니다.”
“조심해요.”
“돌아보시지도 않는군요.”
“죄, 죄송해요….”
마장은 이곳에서 걸어서 10분 거리 정도에 있었다.
그곳에서 말을 구해올 생각으로 홀로 해변을 따라 걷는 강설.
휘리릭-!
휘릭-!
카루나와 카렌이 동시에 튀어나와 해변을 보았다.
카렌은 입을 쩍 벌린 채로 너울지는 파도를 관찰했다.
“믿을 수 없어….”
“아름답지?”
“이게 다 물인 거야?”
“그래, 다 물이야.”
“마, 만져봐도 돼?”
“응.”
다다다 뛰어가서 바닷물에 손을 가져다 대는 카렌.
괜히, 강설 또한 미소가 지어졌다.
“예쁘다….”
“네게 꼭 이 바다를 보여주고 싶었어.”
“응! 좋아! 바다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고 죽었으면 억울했을 것 같아. 아! 이미 죽기는 했구나.”
쏴아아아…
카렌은 근처의 소라 껍데기를 들고 배시시 웃었다.
“나, 바다가 좋은 것 같아!”
“비린 냄새가 싫지 않아?”
“그것도 좋은걸! 육지와는 다르잖아.”
카렌이 강설과 카루나를 보고 말했다.
“나를… 여기까지 데려다줘서 고마워.”
카루나 또한 강설에게 마음을 전했다.
“우리를 이곳까지 이끌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주인님.”
강설이 괜히 코를 긁적였다.
– 아니 뭐… 애가 보고 싶다잖아.
– 나, 나는 딱히 한 거 없어…
– 오리배도 타볼래? 그것도 재밌는데.
– 그보다 왜 작별의 느낌을 내는 거냐?
– 불안해!
카렌과 카루나의 첫 번째 소원은 이루어진 상황.
그들이 악령이었다면 지금 성불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묘하게 그래도 될 것 같은 분위기였다.
“이제… 뭘 하지?”
“되살아났을 때의 내 욕망은 오로지 널 이곳에 데려오는 것뿐이었어.”
“알아, 그래서 하는 말이야. 카루나, 우리는 이제 뭘 해야 하지?”
자신 말고 아무도 없는 바닷가에 오면, 생각에 잠기게 되는 경우가 있었다.
파도가 밀려오고 또 빠져나가면서 생각이 밀려왔다가 도로 빠져나갔다.
그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카렌이 잠시 고개를 갸웃했다가 웃었다.
“결정했어! 계속 빌붙어 있기로!”
“방금 나도 그렇게 결정했다.”
“역시! 우리는 통한다니까.”
– 안 돼!
– 제발 집구석에서 나가아아!
– 눈사람도 사람이야, 사람!
카렌과 카루나가 동시에 강설을 쳐다봤다.
“함께 있고 싶어, 그래도 돼?”
강설이 그들의 눈을 바라보며 답했다.
“얼마든지.”
“휴… 허락해서 다행이야. 거절해도 붙어있을 생각이었는데.”
등불 속에서 비탄이 혀를 찼다.
【쯧! 이번에야말로 귀찮은 너희들이 사라지는 줄 알았는데! 아쉽게 됐다!】
“너 때문에라도 절대 안 나가!”
카렌이 비탄의 양 볼을 잡고 쭈욱 늘어트렸다.
【하히하! 하히마라고!】
두두두두…
강설 일행이 목적지로 정했던 프리욘의 항구 도시 라베느에 지금 막 도착했다.
[휴식 거점이 라베느로 변경됩니다.]
[거점 이동입니다. 여행 운 주사위를 굴립니다.]
[여행 운 주사위의 눈이 5가 나왔습니다.]
[훌륭한 운세가 나왔습니다.]
[당신이 라베느 인근에서 진행하는 모험이 수월하게 진행됩니다.]
[당신이 라베느 인근에서 진행하는 모험이 수월한 난이도로 진행됩니다.]
[당신이 라베느 인근에서 선택한 모험이 강제로 다른 돌발 모험으로 대체될 확률이 낮게나마 있습니다.]
[돌발 모험이 진행될 경우, 행운이 작용합니다.]
[인근을 모험하기에 좋은 운세입니다.]
차도르프가 선착장 근처 여관에 말을 묶어놓으며 말했다.
“리네, 포기하지 않기를 잘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네요, 정말로.”
브리스핀 백작이 어깨를 으쓱했다.
“어떻게든 도착하긴 했군요. 정말 기적과도 같은 일입니다.”
리오나가 강설을 바라보며 대꾸했다.
“네, 제가 경험한 건 기적과도 같은 일이에요.”
“가시죠, 18번 선창에 배를 정박해두었다고 했었습니다.”
관광은커녕, 물 한 모금 마실 틈도 없이 부둣가로 향하는 그들.
그만큼 목표 달성에 대한 열망이 강했다. 반드시, 조니아로 돌아가겠다는 열망 말이다.
10번…
12번…
15번…
특정한 번호가 매겨진 선창을 지날 때마다 그들의 호흡이 가빠왔다. 특히나, 리오나 왕녀의 호흡이.
“하아… 하아….”
아닐 거라고, 그럴 리 없다고 고개를 저으며 내달리는 리오나.
하지만, 그녀의 기대는 산산이 조각났다.
18번 선창에 배는 없었다.
“…….”
“…이건.”
“리네, 제가 알아보겠습니다.”
끼룩…
끼룩…
갈매기 소리만 들려오는 부두.
그런 그들에게 한쪽 눈에 붕대를 감고 있는 남자가 다가왔다.
“리오나… 왕녀님?”
“누구….”
“시코르지라고 합니다. 조니아에서 왕녀님을 모시고자 보낸 함선의 책임자지요. 아니, 책임자였죠.”
“그게 무슨….”
시코르지가 면목이 없다는 듯이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리고 그는 조용한 곳으로 이들을 안내했다. 구린내가 나는 여관에서 조용히 얘기를 꺼내는 시코르지.
“배는 예정대로 선창에 정박했었습니다.”
“근데 어째서….”
“모두 그놈들 때문입니다….”
“그놈들?”
시코르지는 침통한 얼굴로 눈을 감았다.
“우리가 가진 배를 인수하고 싶다는 말도 안 되는 제안을 해온 놈들이 있었습니다.”
“…그게 누구죠?”
“모릅니다. 복면을 한 것도 수상했지만 정체를 감추었기에 더는 이야기하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배는 절대로 팔 생각이 없고 이런 얘기를 다시는 언급하지 말아달라 했었죠. 그리고….”
쿵-!
시코르지가 탁자를 쳤다.
“며칠 전 밤에… 배가 불탔습니다.”
“…….”
“아마도… 놈들 짓이겠죠. 배에 붙은 불을 끄려고 선원들이 동원됐지만 이미 배는….”
강설은 시코르지의 얘기를 막고 싶었다.
‘이건 좀….’
아마 이 얘기를 들은 리오나의 심장은 저 밑바닥 심해로 떨어지는 것 같은 기분일 것이다.
그녀가 좌절하지 않기를 바랐다.
그때, 리오나가 시코르지에게 되물었다.
“혹, 다치신 이유도….”
“별거 아닌 화상입니다.”
“다른 선원들은….”
“모두 다친 인원은 없습니다.”
“다행이군요. 총원이 어떻게 되죠?”
“열둘 정도….”
“다들 고생하셨겠네요.”
“왕녀님….”
싱그러운 웃음으로 시코르지에게 화답하는 리오나.
“그럼 이제 배만 구하면 되잖아요, 그렇죠?”
“…….”
“모두… 무사히 돌아갈 수 있을 거예요. 걱정하지 마세요.”
리오나는 애써 시코르지를 안심시켰지만, 이곳의 모두가 알고 있었다.
일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추격자가 있는 마당에 배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움직일 수도 없는 노릇이고… 열댓 명이나 되는 인원을 한 번에 싣고 갈 배는 구할 수도 없고 구한다 해도 출항 일정을 오늘로 앞당겨야 하니….’
말도 안 되게 위험한 상황이었다.
“그러니까… 앞으로 어떻게 할 거냐면….”
일행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강설에게 향했다. 까마귀 가면 너머 황금빛 눈은 언제나 저 너머를 보았기에.
까마귀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은 이번에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직, 방법이 있습니다.”
“정말인가요?”
“대신, 조금 위험할 겁니다.”
리오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 * *
달콤한 꿀이 있는 곳엔, 벌레가 꼬이기 마련이었다.
그중에는 성실하게 꿀을 실어 나르는 꿀벌도 있었지만 그런 꿀벌을 괴롭히는 말벌이나 온갖 잡벌레들도 꼬였다.
라베느의 경우엔 밀항자들이나 해적들이 바로 그 잡벌레들이었다.
지금, 강설 일행이 도착한 곳은 라베느 해적들의 아지트나 마찬가지인 ‘위험한 거리’였다.
배가 드나드는 곳에는 거의 무조건 있는 사창가를 비롯하여 출처를 모르는 술과 금지된 물건들이 유통되는 이곳.
여기까지 길을 똑바로 찾아오는 것만 해도, 상당히 피곤한 일이었다.
“리오나 님. 제가 아까 말씀드렸던 이곳의 규칙, 잊지 않으셨기를 바랍니다.”
“네….”
문란한 거리에서도 가장 큰 주점인 ‘젖은 장화.’
강설 일행이 그곳에 발을 들였다.
끼이이익…
“우하하하하!”
“미친 새끼가, 장난하는 거지?”
“아니, 장난 아니라고. 자! 빨리 돈 이리 내.”
“손장난한 거 맞잖아!”
“…해보자는 거냐?”
콰직-!
의자가 날아다니고, 뜨거운 음식과 술이 계속해서 공중에 날아다녔다.
‘전부 잔챙이들뿐이군.’
강설은 이들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으로 그것을 알 수 있었다.
두건을 쓴 해적 한 명이 왕녀를 발견했다.
“우와! 진짜 예쁜데? 새로 들어온 앤가?”
“멍청아! 딱 봐도 귀족이잖아!”
“아하! 귀족? 귀족이라고?”
“귀족?”
“귀족이 여기를?”
위험한 거리는 라베느에서도 관리를 포기한 구역이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살인이나 강도, 방화나 약탈 사건이 일어나는 곳이라 관리의 필요성을 느끼긴 했지만, 이곳에 발을 담근 이들의 힘이 라베느가 가진 힘보다 더 컸다.
그러니, 적당히 타협하여 아예 구역을 지정해주고 민간 시설을 침범하지 않는 선에서 넘어갔다.
아무튼, 이런 장소에 겁도 없이 귀족이 나타나다니 미치지 않고서야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라 모두 하던 것을 멈추고 왕녀 일행을 바라보았다.
누군가 왕녀에게 물었다.
“어이, 이름이 뭐냐?”
위험한 거리를 찾아온 손님의 규칙 그 첫째, 그들이 묻는 말에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
거짓을 말하더라도 들키는 순간 끝장이다.
“리오나.”
“뭐?”
“리오나라는데?”
“푸하하하! 그 도망자 왕녀 아니야?”
“그러네? 이름이 똑같아.”
“아니, 얼굴이….”
“이런, 진짜잖아.”
리오나가 담담히 말했다.
“맞아요, 네베이아에서 쫓겨난 리오나 왕녀가 바로 저예요.”
“…….”
“미친 거군.”
간만에, 재미있는 일이 벌어졌다는 듯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정말이잖아….”
“어쩌려고 여기까지 온 거지?”
“어차피 죽는 거, 마지막으로 자살이라도….”
그때, 장막으로 가려져 있는 2층에서 굵은 음성이 전해졌다.
“전부, 입 닥쳐.”
“…….”
“…….”
강설이 내심 안도했다.
‘그래도 한 명쯤은 있는 건가?’
젖은 장화의 2층은 거물급이라 인정받는 해적밖에는 올라갈 수 없었다.
이곳에서는 장막 때문에 뒤에 누가 있는지 보이지 않기에 목소리로만 알 수 있었다.
“용건은?”
리오나가 굳세게 말했다.
“조니아로 갈 배를 찾고 있어요.”
“굳이 해적의 배를? 조니아가 배를 보내지 않은 건가?”
“그게….”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배를 누군가 불태웠어요.”
“저런, 누구 짓이지?”
해적 중, 누군가 말했다.
“그놈들이구나! 배를 인수하겠다고 배짱을 부리던 놈들!”
“호… 그놈들은 지금 어딨지?”
“바다 밑에 있지, 감히 겁도 없이 우리 배를 노려? 낡았지만 아직 잘 나간다고.”
“하하하하!”
리오나가 말을 이었다.
“해서 여러분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팍-!
리오나의 머리에 계란이 날아와 부딪혔다.
날계란이 리오나의 머리를 타고 주르륵 흘렀다.
차도르프가 눈이 새빨개져서 검을 뽑으려 했지만, 강설이 손을 가져다 댔다.
‘뽑으면 안 돼.’
위험한 거리를 찾은 손님의 두 번째 규칙, 그 어떤 모욕도 감내한다.
“꺼져라.”
“푸하하하하!”
해적들이 왁자지껄 웃으며 그녀를 조롱했다.
여린 사람이었다면 이때 곧장 울음을 터트렸을 것이다.
아마도, 망명 일정 초창기의 리오나였다면 그러했을 것이다.
‘울면 안 된다.’
세 번째 규칙, 눈물로 호소하는 순간 추방이다.
눈물마저 팔아먹는 해적들이었기에, 약한 감정을 드러내는 것을 몹시 싫어했다.
“…어째서죠?”
“나는 귀족이 싫어, 뻔뻔한 냄새가 난다고.”
“하하하! 맞아, 뻔뻔한 냄새가 나잖아. 구역질 난다고!”
리오나가 지지 않고 2층을 바라보며 웃었다.
“그랬군요. 그래도 이제, 계란 냄새로 덮어씌웠으니 괜찮지 않을까요?”
“…….”
그 한마디는 해적들의 웃음을 멈추게 했다.
2층에서 계란을 던진 거물은 잠시 머뭇거리다 답했다.
“난 이번 일에 관심 없다. 죽든지 말든지.”
리오나가 입술을 깨문 그때, 2층에서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관심이 생기네. 리오나? 라고 했나?”
여인의 목소리.
하나, 살가운 목소리는 아니었다.
강설은 특이하게도 여인의 목소리라는 것에 주목했다.
‘거물급이 한 명 더 있었나? 여자? …설마.’
강설은 여인의 정체를 어쩐지 알 것만 같았다.
해적들의 세계에서 거물의 위치까지 오를 여인이라면 강설이 아는 자가 유일했다.
“조니아에 왜 건너가고자 하는 거지? 단순히 죽기 싫어서?”
이번에 대답을 잘못하면, 더는 기회가 없었다. 흥미를 잃으면 아무도 도와주지 않을 것이기에.
“그건….”
“대답해.”
리오나가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돌아 말했다.
“왕위에 도전할 생각이에요.”
“…….”
조니아의 왕은 특이한 방법으로 선출됐다.
아마도, 그 점을 파고들어 왕이 되겠다고 말하는 것일 터였다.
하나, 오답이었다.
“음, 안됐네. 그건 별로 관심이 없어서.”
그때, 강설이 장막 너머를 향해 말했다.
“소식이 있다, 줄리아.”
“…어떻게 나를 알지?”
“거기서 내려다볼 수 있는 해적이 많지는 않으니까. 더군다나 이런 목소리를 가진 해적은.”
“그런데, 나는 궁금한 소식이 없는데?”
“아니, 있다.”
“없어.”
해적들이 시끄럽게 굴었다.
“괜히 수작 부리지 말고 꺼져!”
“줄리아 님에게 아양이라도 떨 참이냐!”
강설은 너무도 차분하게, 줄리아로 추정되는 여인에게 말했다.
“산토스가 죽었다.”
“…….”
다시 조용해지는 술집.
“왕녀를 조니아에 데려다준다면, 그의 최후를 알려주지. 하나,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너는 영원히 그의 최후를 알 수 없다.”
“…네가 그걸 어떻게 알고 있지?”
“나만이 아는 일이니까.”
산토스는, 강설의 말이었다.
굉장히 허무맹랑한 해적이었던 걸로 기억나는 인물.
그리고, 그는 줄리아와 관련이 있었다.
스으윽…
장막이 걷히고, 줄리아가 등장했다.
그녀의 한쪽 다리는 나무로 된 의족이었다.
또각…
저벅…
그녀가 계단을 내려오며 물었다.
“그 병신 새끼… 결국 죽었군. 산토스는… 산토스는 어떻게 죽었지?”
강설이 고개를 갸웃했다.
어째서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느냐는 제스처.
줄리아가 덜덜 떨며 파이프를 꼬나물었다.
그녀는 그제야 안정이 됐는지, 고혹적인 눈빛으로 말했다.
“돈.”
툭-!
강설이 품에서 돈주머니 하나를 던졌다. 돈은 이미 차고 넘칠 만큼 있었기에, 이 정도는 감수할 만한 출혈이었다.
돈주머니 안에 든 백금화들을 확인한 줄리아가 술집을 벗어나며 나직이 얘기했다.
“출항이다.”
그 순간, 술집 안쪽에 있던 흉악하게 생긴 해적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출항이다!”
“줄리아가 출항이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