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416
제415화
모험 34-(특수) ‘별무덤’
연방 도시 쉬를렌.
이곳에는 아주 특별한 유적이 도시 안에서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고대 난쟁이들이 건축했음이 분명한 이 유적은 지금보다 월등히 진보한 기술로 만들어졌습니다.
이곳에 잠든 마법과 주술, 그리고 기관 지식은 모든 학자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합니다.
다만, 수년에 단 한 번.
이 유적은 신분을 숨긴 귀족들의 놀이터가 됩니다.
오늘 역시 그런 날 중 하루였죠.
별무덤이 이상 반응을 보이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이 오래된 유적은 지금 막 기지개를 켜며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피를 원합니다.
역시나 살아남는 게 가장 중요한 목표가 되겠죠.
목표 : 별무덤이 재개방되기 전까지 생존 혹은 별무덤 돌파.
주의, 이 모험은 매우 위험합니다.
주의, 이 모험은 시시각각 상황이 변화합니다.
현재 남은 시간 「알 수 없음」
짚고 넘어갈 한 가지.
이 모험이 정말 위험한가에 대한 부분이었다.
‘…알 수 없지.’
정답은 알 수 없다에 가까운 쪽일 것이다.
난이도에 대한 기준은 플레이어의 레벨에 따른다. 플레이어의 수준과는 전혀 무관했다.
즉, 강설의 레벨에서는 이 모험이 굉장히 위험한 편이라는 것.
다만 강설이 동레벨과는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의 강자임을 고려했을 때 이번 모험의 난이도는 알 수 없음이 적당할 것이다.
‘느껴지는 기운으로 봐서는… 쉽지 않아 보이긴 하네.’
유적의 특수한 기운이 강설의 감각을 어지럽혔다.
그를 노리던 흉수는 하찮았지만, 별무덤의 비밀만큼은 진짜였다.
“따로 떨어져 나온 건가….”
이곳에 있던 방문객들이 몇 조각으로 찢어졌는지 알 수 없다.
거기에 더해 경매 진행 장소가 아닌 인근 지역까지도 진동이 미친 것으로 보였으니 그들도 휘말렸을 것이다.
강설이 한소미에게 물었다.
“구원이 올 가능성은?”
“없어요. 아마 수사국이 오겠지만 별무덤은 훼손이 불가능한 장소예요. 법적으로도 물리적으로도요.”
둘의 시선이 다른 쪽으로 돌아갔다. 인기척이 느껴졌다.
“크윽… 괜찮으십니까? 마리쥬 님!”
“난 괜찮아요….”
“이런! 무릎에서 피가 나지 않습니까!”
“…잘브 경, 사람인 이상 피도 나고 하는 거죠.”
“이런 불경을! 제가 곁에서 제대로 보필하지 못한 탓입니다! 속히 제 목을….”
시끄러운 기사 한 명과 귀족 아가씨 한 명이 함께 말려들었다.
“…응?”
가면을 쓴 마리쥬라는 여인은 강설의 손에 묻은 피와 그에게 암습을 가한 여인의 가슴에 구멍이 뚫린 것을 보고는 손을 휘저어 바닥에 닿은 엉덩이를 황급히 뒤로 물렸다.
“저, 저 사람….”
“이런… 흉수인가?”
스릉…
잘브는 검을 뽑아 앞으로 내밀었다. 수상한 행동을 하면 다짜고짜 저 예리한 검을 휘둘러올 태세였다.
그를 말린 건 한소미였다.
“연방 수사국이에요. 저희도 휘말렸을 뿐이에요.”
“그걸 어떻게 믿지?”
스윽…
수사관 인장을 보여주자 잘브가 검을 집어넣었다.
“실례했군. 워낙에 엄중한 상황이라.”
“이런 상황일수록 조급함은 큰 실책으로 이어져요. 잘브 경? 이라고 했죠?”
“그렇다네. 귀하는?”
“한소미예요.”
“한소미라. 기억해두지.”
잘브는 조숙한 편인 듯했다.
말투에 비해 나이가 그리 많지 않아 보였으니.
마리쥬가 벌떡 일어나 드레스를 털며 물었다.
“하필 이런 복장으로 이런 사태를 맞닥뜨릴 줄은 어젯밤까지만 해도 꿈에도 몰랐는데요.”
보석으로 주렁주렁 치장한 외관과는 달리 꽤 털털한 인상이었다.
후둑…
후두둑…
진주 목걸이와 보석 팔찌 등을 땅에 내던지는 마리쥬.
“마리쥬 님? 굳이 그러실 필요까지는….”
“움직이는 데 방해돼요.”
“음….”
강설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상황을 살폈다.
마리쥬가 다가와 물었다.
“그래서, 그쪽은 어떻게 보시나요?”
“뭘 말입니까?”
“누가 했는지는 솔직히 궁금하지 않고… 어떻게 빠져나갈지가 더 중요하겠네요.”
그들은 정방형의 공간에 갇혀 있었다. 바람도 느껴지지 않는 갑갑한 공간. 이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다간 숨이 모자라 죽을 것이다.
“문이 없군요.”
“그러게나 말이에요.”
바로 그때였다.
쿠구구궁…
“마리쥬 님!”
“어어… 호들갑 떨지 말아요, 잘브 경.”
“죄, 죄송합니다. 유적이 흔들려서….”
“잠깐, 천장에 뭐가….”
시커먼 어둠을 밝힌 건, 별처럼 빛나는 점들이 만들어낸 천장의 글자였다.
모두 입을 닫고 천장에 쓰인 글자를 한없이 바라보았다.
“호오… 흥미롭네요. 역시 이곳은 난쟁이의 유적이 맞았어요.”
“네? 그걸 어떻게 아세요?”
마리쥬의 말에 한소미가 화들짝 놀라 물었다.
“저 문자, 고대 난쟁이의 문자거든요.”
“예? 정말이에요?”
“믿어도 좋아요. 머리 빈 귀족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경매보다 유적에 관심이 있어 이곳을 찾은 거니까.”
“마리쥬 님은 이미 훌륭한 고고학자라네. 아마 눈 깜짝할 새에 저 문자도 해독하여 우리를 밖으로 인도해주시겠지.”
“…잘브, 너무 무책임하지 않아요? 그리고 그렇게까지 빠르게 해독할 수는 없다고요.”
고대 난쟁이의 문자를 해독한다는 건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비록 짧은 문장이긴 했지만, 해석이 어려운 단어가 섞여 있다면 시간이 오래 걸릴 터였다.
“기다려들 보세요. 어디….”
“오래된 산에서 난쟁이 몇이 빠져나왔다. 손에 든 것은 불가해(不可解).”
“…네?”
강설이 자연스럽게 내뱉은 문장. 마리쥬를 비롯한 일행이 모두 놀랐다.
“오빠, 해석할 수 있었어요?”
“…그러게?”
강설에겐 예전에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다.
〔알카트론과 함께 잊혀라, 우르.〕
알카트론에서 우르를 다시 봉인했던 그 구문. 우르가 절대 읽지 못할 것이라 했던 구문을 읽었던 것이 강설이었다.
그리고 지금, 고대 난쟁이의 언어로 추정되는 문구도 그의 입에서 또렷하게 흘러나왔다.
“무슨 뜻이지?”
강설이 고개를 갸웃할 때, 주변이 진동했다.
드드드…
“문장을 읽어서인가요?”
“아니, 그런 것 같지는 않은데.”
우드드드득…
바닥에서 석상이 솟아올랐다.
원숭이를 어깨에 멘 해적 석상.
큰 도끼를 휘두르는 전사 석상.
지팡이에 이글거리는 불길을 휘감은 마법사의 석상.
마지막으로, 그들 앞을 가로막은 거대한 트롤 석상.
손에 쥔 곤봉이 꽤나 살벌했다.
“이… 이게 뭐죠?”
“잠깐! 바닥에 문양이….”
마리쥬가 바닥에 생겨난 문양을 확인했다.
고풍스러운 문양으로 바닥에 새겨진 문양은 꼭 어떤 것을 상징하는 듯했다.
“꼭 동상을 이 문양 위에 세우라는 것 같지 않아요?”
“…확실히.”
바로 그 순간, 강설에게 선택지가 떠올랐다.
[알 수 없는 시련이 찾아온 듯합니다. 바닥에는 알 수 없는 문양이 가득하고 의미불명의 석상들은 멀뚱히 서 있을 뿐입니다. 어떻게 할까요?]
1. 전사 석상을 우측 전열로 가게 한다.
2. 전사 석상을 좌측 전열로 가게 한다.
3. 전사 석상을 우측 후열로 가게 한다.
4. 전사 석상을 좌측 후열로 가게 한다.
……
동상 자체를 옮길 수 있는 모양.
“알았다! 난쟁이를 움직여서 저 트롤을 무찌르는 거예요!”
“그래, 그런 것 같아.”
“오오! 확실히 일리가 있네요. 그럼 어떻게….”
그들이 어떻게 이 시련을 극복할지 고민하는 사이에, 뒤쪽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저… 마리쥬 님?”
“잘브 경, 왜 그러죠?”
“이쪽을 좀 보시죠.”
대화를 나누던 이들의 고개가 휙 돌아갔다.
마법사 석상의 손에 있는 동그란 구체가 빛났다.
“이게 아까부터 계속 빛나는데….”
강설이 그에게 물었다.
“혹시 그 구체를 만졌습니까?”
“마, 만지다니!”
잘브가 침을 꿀꺽 삼켰다.
“사실… 방금 손을 댔네.”
“이런, 물러나세요.”
쿠구구궁…
“어엇?”
석상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니, 석상에 금이 가더니 곧, 마치 사람의 그것과 똑같은 피부색으로 변화했다.
“안 돼!”
강설이 소리친 이유는, 난쟁이 석상들에게 일어난 변화가 트롤 석상에도 일어났기 때문이었다.
아직, 석상들을 옮기지 못했다.
트롤의 코앞에, 난쟁이 마법사가 서 있었다.
화르르륵…
불길을 피워올리기도 전에 끔찍한 참상이 벌어졌다.
콰아아앙-!
으깨져 날아가는 마법사.
뭐라 소리치는 전사와 해적이 몸을 날려 트롤에게 달려들었지만 그들의 검은 트롤을 헤집지 못했다.
콰지지직…
결국, 전부 트롤에게 당해 파편이 되었다.
푸스스스스…
부서진 것들이 돌로 되돌아갔다.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 제자리로 돌아와 석상이 되었다.
“저걸 좀 보세요!”
천정에 일렬로 늘어선 별.
5개의 별 중 하나가 빛을 잃었다.
“다섯 번의 기회가 있다는 건가요?”
“아뇨… 있었던 것 같아요. 이제는 네 번밖에 남지 않은 것 같네요.”
“이… 잘브!”
“죄, 죄송합니다! 혹시 폭발하면 어쩌나 하고 확인하려던 게….”
“으휴… 괜찮아요. 덕분에 이 시련이 어떤 식으로 작용하는지 알았으니까요.”
그들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 오직 강설만이 침묵했다.
“왜 그러시나요?”
“…뭔가 이상한 점을 못 느꼈습니까?”
“이상한 점? 잘브가 실수를 했지만 그렇게 이상한 사람은….”
“죄송합니다! 미안하네, 다들!”
“아, 그게 아니라… 전 주변을 말하는 겁니다.”
강설의 말은 모든 이의 주목을 모았다.
“주변?”
“오빠! 그 잠깐 사이에 뭘 봤어요?”
“불.”
“불은 저도 봤는데….”
“불이 필요해.”
그가 심각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자, 마리쥬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불이라면 얼마든지.”
화르륵…
마리쥬의 손에 불덩이가 둥실 떠올랐다. 예상대로, 그녀는 마법사였다.
“그런데 불이 뭐 어쨌단….”
“앗! 주변이….”
“…….”
정방형의 공간이 모두 투명했다. 아니, 투명하다기보다는 거울처럼 형상을 반사했다.
“…역시 잘못 본 게 아니었네.”
“예?”
강설이 한소미에게 말했다.
“소미야, 색적 가능하지?”
한소미는 사냥꾼이었다.
난시라는 문제가 있기는 했지만, 지금은 그 사실이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예… 그런데 어째서?”
“저길 봐.”
강설이 가리킨 벽.
그곳엔 트롤 석상이 비추고 있었다.
“어? 저 석상이랑 다르네?”
“서 있는 위치도, 덩치도 달라.”
“화, 확인해볼게요.”
삐이이이…
한소미가 작은 호각을 불자, 곧 뭔가가 나타났다.
“서, 석상이!”
“하나 더 있었어요! 세상에! 저기, 저기!”
후열과 가까운 위치에, 식칼과 비슷한 단검을 쥔 트롤이 서 있었다. 그 크기로 판단했을 때, 온전히 다 성장한 것은 아닌 듯했다.
“…적어도 후열에 마법사를 세우면 안 된다는 거군.”
잘브가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했다.
쿠궁…
강설이 석상을 밀어 각기 다른 문양 위에 올렸다.
숨어 있던 트롤은 해적과 마주 보게.
큰 트롤의 앞에는 전사가.
그리고 그 측면에는 마법사가 서도록 했다.
“자, 이제 시도해보자고.”
“잠깐만! 너무 급하잖아, 잘브!”
“급한 게 아닙니다. 기회는 아직 많으니 일단은 시도를 통해 확인하자는 거죠.”
강설도 그 의견에 동의했다.
끄덕…
“그럼, 저 구체를 만지면 작동하는 거지?”
“예. 자네가 확인해주게.”
휘오오오…
강설이 마법사의 손 위에 있는 구체를 어루만지자 곧 신비로운 기운이 퍼졌다.
‘…느낌이 이상하네.’
처음 그 구체를 만진 기분은 그러했다.
곧, 석상들의 전투가 시작됐다.
콰직!
해적의 검이 작은 트롤의 심장을 꿰뚫었다.
터어엉-!
전사의 도끼가 트롤의 곤봉을 후려쳤다. 이로 인해 만들어진 완벽한 틈.
화르르륵…
마법사의 지팡이에서 거대한 불꽃이 일었다.
퍼어어어어어엉-!
화르르르륵…
치이이이이이이…
“됐어! 됐어요!”
“성공입니다!”
펄쩍 뛰는 한소미와 잘브.
하지만, 강설의 고개가 갸웃하며 기울어진 순간 그들의 기대는 산산조각 났다.
퍼어어엉-!
으지직…
불길을 견뎌낸 트롤이 곤봉을 휘둘러 마법사를 죽인 것.
역시나, 아까와 같이 마법사를 잃은 난쟁이 파티는 전멸했다.
“…뭐가 문제지?”
“이제 별도 3개로 줄었어요.”
“…….”
정말로 기묘하게도, 모두 강설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 이 장면 어디서 본 것 같은데.”
한소미는 순간, 일전에 조경택 그리고 신문호와 함께 강설을 만났던 순간을 떠올렸다. 그때도 이렇게 강설에게 의지했던 것 같다.
“혹시, 뭘 좀 알아냈나요?”
마리쥬가 강설에게 바짝 붙으며 물었다.
강설이 중얼거렸다.
“…목걸이.”
“목걸이요? 그게 무슨….”
“전투 중에 트롤의 목걸이가 빛났습니다. 정확히는 불꽃에 휩싸였을 때요.”
잘브가 소리쳤다.
“정말이군! 트롤에게 기괴한 목걸이가 걸려있어! 이걸 떼어내면 되겠어!”
으득…
으드득…
트롤의 목걸이는 떼어지지 않았다.
당연했다.
돌이니까.
스릉…
“이렇게 된 이상 부숴서라도….”
“그만, 원치 않는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맞아요, 잘브. 함부로 움직이지 마세요.”
“끄응….”
강설이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전투 중에 목걸이를 끊어내야 한다는 건데… 대체 누가….”
곧, 그의 걸음이 어딘가에 닿았다.
그가 멈춰선 자리는 해적 석상의 앞이었다.
강설이 망설임 없이 해적의 어깨에 달라붙어 있는 원숭이 조각상을 들어 올렸다.
놀랍게도, 그것은 손쉽게 떼어졌다.
씨익…
“…너였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