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417
제416화
원숭이 조각상은 강설의 손에 의해 쉽게 떨어져 나왔다. 부서진 부분 없이 깔끔한 게 애초에 개별 취급을 받는 조각상인듯했다.
“그 원숭이를 어디다 놔야 할까요?”
“아무 데나 놓으면 밟혀 죽을 텐데….”
강설이 곤봉을 든 트롤의 등판에 다가갔다.
“마리쥬 님, 이쪽으로.”
“아! 예!”
화르륵…
불꽃을 트롤의 등판 가까이에 가져다 대자, 곧 변화가 일어났다.
치이이이이이…
석상의 등판에 바닥에 새겨져 있던 문양과 비슷한 문양이 새겨진 것이다.
“원숭이를… 여기에….”
턱…
원숭이 조각상은 별 무리 없이 트롤의 등에 달라붙었다. 마리쥬가 말했다.
“잘브 경.”
“알겠습니다!”
스윽…
잘브가 동그란 공을 어루만지자, 곧 아까의 빛이 뿜어져 나왔다.
후우우우웅…
빠지지직…
싸움이 시작되었다.
푸지이익…
작은 트롤의 가슴에 해적의 검이 틀어박히고.
타아아아앙-!
거대한 트롤의 곤봉을 쳐내는 전사.
여기까지는 아까와 같았다.
끼긱-!
툭-!
트롤의 등에 매달린 원숭이가 녀석의 목걸이를 끊어내 땅에 떨어트렸다.
크와아아아아아-!
분노한 트롤.
화르르르륵-!
곧, 녀석의 머리를 뜨거운 화염이 덮쳤다.
치이이이이이이이…
살이 타는 듯한 실감 나는 냄새에 인상을 찌푸리는 일행.
쩌저저저적…
난쟁이들과 원숭이가 돌로 되돌아갔다. 단, 트롤들은 부서진 채로 먼지로 흩어졌다.
스으으으…
철컹-!
“문! 문이다!”
밀실이 더는 밀실이 아니게 되었다. 외벽의 일부가 문으로 바뀌었다.
“나가면 되는 건가?”
잘브가 강설에게 물었다.
“우선, 저들부터요.”
드드드드드…
석상이 옹기종기 뭉쳐 문을 따라 나갔다.
마치, 발밑에 레일이라도 깔린 것처럼 균일한 움직임이었다.
강설 일행은 그들의 움직임을 따라 움직였다.
“마법인가 기관인가… 신기하네요.”
“연방에는 카스트랭이 있지 않습니까?”
“에이… 카스트랭은 논리에 마법 한 줌이 더해져 만들어진 이기의 산물이고… 지금 이건… 마치 동화 속 마법 같잖아요?”
“동화 속 마법이라… 일리 있군요.”
“오빠, 왜 갑자기 이런 석상들이 나타난 걸까요?”
워낙에 방대한 공간에 사람들이 흩어졌기에 아직 다른 이들은 마주하지 못했다.
강설 일행은 석상의 시험을 주제로 이야기했다.
“유적이 우리를 시험하는 지도….”
“시험? 갑자기요?”
“경매장의 그 잘린 목 있지?”
“아, 그 남자! 기억해요. 기괴했죠.”
“그 남자의 말과 동시에 이 모든 게 시작됐다. 관련이 있다고 봐야겠지.”
“어떤 무뢰배들이 가담한 걸까요… 그들은 이 유적에 대해 잘 알고 있을까요?”
“적어도 우리보다는. 아마도 일이 이렇게 진행될 거라는 건 알고 있었을 확률이 높아.”
마리쥬가 이마를 짚었다.
“야단났네요. 유적에서 빠져나가는 것만 해도 쉽지 않은데 음모를 꾸미는 자들까지 섞여 있다니.”
잘브가 가슴을 탕탕 쳤다.
“저만 믿으십시오, 마리쥬 님! 반드시 저택까지 몸 하나 상하지 않게 해서 데려다드리겠습니다!”
“이미 무릎이 까졌는걸….”
“그건….”
“농담이야.”
“으음! 적어도 이곳에 모인 우리끼리는 믿어도 될 겁니다!”
“…….”
“…….”
“어, 어흠… 아닌가.”
마리쥬도, 강설 일행도 답하지 않았다.
드륵…
“석상이 멈췄어요.”
강설이 천장을 올려다보니 예의 그 문자들이 또 튀어나왔다.
강설은 이번에도 문장을 어렵지 않게 해석했다.
“목적지까지 가는 길은 고난의 연속.”
촤르르륵…
주변에 또 다른 석조 구조물이 생겨났다. 넝쿨처럼 보였다.
“불가해만이 길을 열 것이다.”
강설이 그리 말하자 다들 고개를 주억거리며 한마디씩 거들었다.
“저 동그란 구슬이 불가해였죠?”
“저기에 뭔가 숨겨져 있다는 거군.”
강설이 천천히 마법사 조각상에 다가갔다.
그들의 앞은 넝쿨로 된 벽이 가로막은 상황.
그는 동그란 구체를 쓰다듬었다.
그러자.
후우우우우우웅…
동그란 구슬이 반응했다.
석상은 잠시, 아까처럼 생명이 되돌아왔다.
화아아아아아아아악-!
푸른 구슬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넝쿨은 생기 넘치는 초록빛으로 물들어 있었고 도저히 끊어낼 수 없을 것처럼 억세 보이기도 했다.
휘오오오오오오…
그 순간, 마법사의 구슬이 넝쿨에 빛을 쬐었다.
파스스스스스스…
“맙소사….”
“…넝쿨이 사라지고 있어요.”
“썩…는 건가?”
강설은 한시도 눈을 떼지 않고 그 광경을 보았다.
쿠궁…
넝쿨이 사라지자, 석상으로 되돌아간 난쟁이들.
그들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또다시 앞으로 향했다.
“…이러는 데 아무도 마주치지 않는 게 신기하네요.”
“그보다, 저 구슬… 대체 무슨 힘일까요?”
“부패를 촉진하는 것 같기도….”
“그렇게 보이긴 했는데… 어쩌면 생명력을 빼앗는 것일 수도 있겠어요.”
“과연!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군.”
강설은 이들의 추리를 참고할 뿐, 홀로 계속 궁리했다.
마리쥬가 홀로 앞서 나가는 강설에게 바짝 다가서며 물었다.
“…다른 생각이 있으신 거죠?”
“……뭔가 떠오르는 게 있어서요.”
“얘기해주시면 안 될까요?”
“…….”
강설은 일행을 둘러보며 말했다.
“확실히 둘 다 일리 있는 말이지만, 조금 더 지켜보죠. 다음 시련에서 밝혀질지도 모르니까요.”
“아! 뭐 그래도 상관은 없지만….”
강설이 고개를 갸웃하며 한소미에게 물었다.
“소미야.”
“네, 왜요?”
“유적이 원래 이렇게 컸던가?”
“저도 그게 의문이네요….”
마리쥬가 대신 답했다.
“별무덤은 지하까지 뻗어 있어요. 아마 내부가 변화하면서 그곳까지 합쳐진 것 같네요.”
“…말도 안 되는 크기군.”
“그렇죠? 같은 생각이에요.”
그런데 갑자기, 난쟁이들이 가던 길을 멈췄다.
“어? 왜 멈춘….”
왼쪽 경로에서 툭 하고 튀어나오는 또 다른 난쟁이들.
아마 다른 이들도 같은 시험을 치르는 듯했다.
지이잉…
강설 측 난쟁이가 구슬의 힘을 발동했다.
푸스스스스…
맞은편 난쟁이들은 부서지는 것으로 모자라 먼지마저 사라졌다. 그리고 구슬에 담겼던 힘은 그들을 파괴한 난쟁이의 구슬로 흡수되었고.
“여기서부터는 함께 가라는 건가?”
그 앞에는 끊어진 석교(石橋)가 있었다. 이 돌다리는 규모가 꽤 그럴듯했다. 물론, 뼈대만 남아있어 원래의 위세를 상상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때였다.
“잠깐만요! 누가 와요!”
스으으으…
맞은 편에서 한기가 닥쳐왔다. 그리고 곧 누군가의 비명도.
“사, 살인자야!”
“살인자가 쫓아와!”
순간, 한소미와 마리쥬의 표정이 찡그려졌다.
잘브가 물었다.
“살인자라니?”
“저, 저 남자가 같이 있던 사람들을 죽였어. 으아아악! 저깄어!”
강설은 손가락질받는 살인자의 외관을 보고 피식 웃었다.
“우르….”
“그래… 여기서 네 냄새가 나더라고. 운 좋게 같은 길을 선택한 것 같군.”
우르를 만난 것은 반가웠지만, 그는 살인자의 오명을 뒤집어쓴 상태였다.
강설이 물었다.
“누군가를 죽였어?”
“죽였냐고? 그래, 죽였다.”
이쪽으로 건너온 6명이 말했다.
“순식간에 얼음덩이로 만들어서 모두 살해했다고!”
“다짜고짜 살인한 거야! 놈들이야! 경매를 망친 놈들과 한패라고!”
강설은 손을 가볍게 들어 그들의 입을 다물게 했다.
세상천지에 이런 간단한 동작으로 다수의 입을 닫게 할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묻는다면 여기 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후우우웅…
강설이 살짝 흘린 기운만으로도 그들은 침착해졌다.
정확히는 움츠러든 게 맞았지만, 강설이 일부러 기운을 짓뭉개 살의를 지웠기에 알아채지 못했다.
“왜 죽였지?”
“추궁하는 건가?”
“아니, 궁금할 뿐이야.”
우르가 한숨을 푹 쉬었다.
“이상하지 않나?”
“…….”
“경매 장소에 없었던 녀석들이 그곳의 상황을 어떻게 알고 있는지.”
“…그렇군.”
우르는 보았다.
경매 장소에 있는 모든 이들의 모습을.
비록 가면을 쓴 자들이라 할지라도 그의 눈과 기감을 속일 수는 없었다. 이들은 경매 장소에 없었던 자들이다.
즉 이 일을 꾸민 자들과 한패일 확률이 높았다.
물론, 그러한 단서만으로 사람을 죽이는 행동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뭔가가 더 있었을 것이다.
잘브가 소리쳤다.
“고작 그것만으로 사람을… 누군가에게 전해 들었을 수도….”
“아니, 녀석들은 일이 터진 직후 나와 같은 공간에 나타났다. 그리고 나는 코가 예민하거든. 특히나….”
우르가 저벅저벅 걸어왔다.
“살기라는 냄새는 말이야.”
“…….”
“녀석들은 내가 혼자라는 것을 눈치채자마자 어설픈 살기를 드러냈다. 제아무리 가면 뒤에 얼굴은 숨겨도 그 탁한 살기는 숨길 수 없어. 그렇지, 강설?”
“그게 무슨… 억측만으로… 마리쥬 님! 아무래도 이자와….”
잘브는 건너온 사람들을 옹호했다. 하지만, 강설은 우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물러나세요, 마리쥬 님. 그리고 소미야.”
“알겠어요.”
“제가 마리쥬 님을 지킬게요!”
한소미와 마리쥬가 물러나자 잘브도 기존 입장을 고수할 수 없었다. 다수의 의견을 존중해야 했다.
“그, 그럼… 맞습니다! 마리쥬 님! 아무래도 상황이 혼잡하게 돌아가니….”
잘브가 강설과 등을 맞대려 했다. 각자가 상대를 지켜주자는 모양새.
강설이 무뚝뚝하게 말했다.
“뭐 하는 겁니까, 잘브?”
“수가 많네, 힘을 합쳐….”
“당신이 있어야 하는 곳은 저쪽이잖습니까?”
“…응?”
일순간, 정적이 흘렀다.
“그게 무슨 소리야?”
“살기를 숨기는 데 미숙하시군요.”
“…뭔 개 같은 소리를 하는 거지? 지금 나까지 의심하는 건가?”
잘브가 소리쳤다.
“마리쥬 님! 이 녀석 아무래도 이상합니다! 저 건너편의 작자도….”
마리쥬는 미동 없는 시선으로 잘브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녀의 싸늘한 시선이 이미 마리쥬의 마음이 돌아섰음을 말해주었다.
“…마리쥬 님?”
“잘브 경, 그대가 나의 호위를 맡은 지 5년 정도 되었어요.”
“맞습니다. 그러니….”
“이 순간부터 그대는 산시 가문의 권솔이 아니에요.”
“…그게 무슨!”
“강설의 말 그대로예요, 당신은 살기를 숨기는 데 미숙해요.”
“…….”
잘브가 발걸음을 움직여 가면을 벗은 6명과 합류했다.
“…언제부터 눈치챈 거지?”
“의심은 하고 있었어요. 확신한 건 유적이 변화한 직후였고요.”
“…어째서?”
“그대는 나와 단둘이 된 것만으로도 살기를 흘렸어요.”
그 말이 맞았다.
강설이 둘과 필요 이상으로 가까워지지 않은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마침 옆에 강설과 한소미가 함께 있지 않았다면 잘브는 마리쥬를 죽였을 것이다.
그 잠깐 사이에 미미한 살기가 흘러나왔었으니까. 그것을 진작에 눈치챘지만, 그는 굳이 입에 담지 않았었다.
“그럼 두 녀석 모두 어째서 태연한 척한 거지?”
“우리 셋이 잘브, 당신을 이길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어서였어요. 당신은 강하니까.”
강설의 경우는 정반대였다.
가만히 내버려 두면, 다른 녀석의 꼬리까지 드러내 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에 그를 내버려 두었었다.
“그럼, 이제 와 판단이 달라진 이유는?”
“방금, 전 강설의 기운을 살짝이나마 감지했어요. 워낙에 희미한 기운이라 제가 잠시 착각했어요. 잘브 당신은… 우리를, 아니….”
마리쥬가 당차게 말했다.
“당신들은 강설을 이길 수 없어요.”
“뭐?”
“푸하하하하! 목숨을 붙여놨더니 제멋대로 지껄이는구나.”
일곱 명이 한 사람을 이길 수 없다니. 차라리 강설을 포함한 넷을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면 생각하는 시늉이라도 했을 것이다.
스릉…
“그럼, 확인해볼까?”
마리쥬가 강설 뒤로 숨었다.
“실례… 여기가 가장 안전한 것 같아서요.”
“…….”
“…불을 끄세요.”
“…예?”
“보기 힘든 광경일 겁니다.”
끄덕…
마리쥬가 불을 끄자 유적이 곧 어둠으로 물들었다.
어딘가에서 새어 나오는 희미한 빛으로는 바로 앞까지도 분간이 어려워졌다.
푸화아아악-!
끔찍한 소리와 함께 피가 튀는 소리가 들렸다. 실제로 그녀의 드레스에 몇 방울의 피가 튀는 것이 느껴졌다.
“이제, 괜찮습니다.”
다시금 타오르는 불꽃.
화르륵…
“…맙소사.”
불을 끈 시간은 찰나에 불과했다.
속으로 셋을 세기도 전이었다.
그런데… 지금 눈앞에 벌어진 참상은 그녀의 상상을 아득히 뛰어넘었다.
머리 없는 시체들이 멍청이처럼 서 있었다.
쿵-!
쿵-!
일제히 뒤로 넘어가는 시체들.
“히… 히이익….”
오직 잘브만이 머리를 바닥에 처박고 울고 있었다.
“하지 마… 이 괴물아….”
무엇을 본 것일까.
마리쥬는 그것을 상상하기조차 싫었다.
“당신… 상상 이상으로 강했군요.”
“…….”
강설이 잘브에게 다가가 시선을 맞추었다.
찌지직…
곧, 그가 가진 기억들이 강설에게 정보를 넘겨주었다.
“음….”
“뭘 좀 알아낸 거냐?”
어느새 가까이 다가온 우르의 질문에 강설이 턱을 긁적이며 답했다.
“이곳이 오랜 세월 잠들었던 고대 난쟁이의 유적이 맞다는 것.”
“그건 알고 있었고.”
“경매를 망친 녀석들이 이곳에 잠든 보물을 노리고 있어. 이 녀석들… 경매에는 별 관심도 없었군.”
“호… 보물인가. 보물이 뭔지는 모르고?”
“이 녀석은 모르는 듯해.”
“왜 지금 일을 꾸민 거지?”
“유적이 다시 힘을 되찾으려면 산 제물이 필요했나 봐.”
“이런, 산 제물이 제 발로 잔뜩 찾아오는 날이 바로 오늘이었군.”
“…그래.”
“…저 여자는 어쩔 거냐?”
한소미와의 동행은 우르도 이미 알고 있는 사항.
우르가 묻는 건 마리쥬였다.
스윽…
그녀가 가면을 벗었다.
곧, 루비처럼 붉은 눈동자와 그녀의 이목구비가 드러났다.
“산시 마리쥬, 다시 인사드릴게요. 애석하게도 방금 호위를 잃었답니다.”
“…….”
“절 무사히 이곳에서 빠져나가게 도와주신다면 가문을 대표해 감사를 표할 생각이에요.”
“오빠….”
한소미가 비 맞은 강아지 같은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정이 많았다.
그런 그녀의 성격을, 강설은 싫어하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감사해요….”
우르가 콧방귀를 끼었다.
“흥… 아무튼… 이봐, 강설. 네가 아는 정보는 거기까지라는 거지?”
“그래, 넌 뭔가 더 알고 있는 거야?”
“…그래. 저 구슬.”
난쟁이가 손에 넣은 푸른 구슬.
여전히 마법사 난쟁이의 손에서 빛나고 있었다.
우르의 손가락을 따라간 강설이 말했다.
“저 구슬은 대체 뭐지? 그리고 유적은 왜 이런 시련을….”
“시련? 아니야. 이야기하고 있는 거야.”
“이야기?”
“저 구슬로 인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말이야.”
“저 구슬이 그렇게 대단한 거야?”
“…강설, 이걸 봐라.”
후우우웅…
우르가 구슬을 발동시켰다.
빛이 곧 허공으로 퍼졌다.
쩌저저저적…
빛이 퍼지며 일어난 변화는 모두를 압도했다.
거대한 석교가 예전 모습을 되찾고 있었다.
“말도… 안돼….”
“이건….”
강설의 표정이 굳었다.
석교를 다시 만들어내는 게 아니었다. 예전 모습으로 되돌리는 것이었다.
우르가 씨익 웃었다.
“이건… 카곤의 물건이다.”
시간 마법과 언령 마법의 최정점에 섰던 카곤 제국.
카곤은 우르만이 그 위대함을 부르짖던 잊힌 제국이다.
“카곤의 유물이 한 난쟁이의 손에 들어간 거야. 이야기는 거기서 시작된 거다.”
쿠구구궁…
유적이 변화를 시작했다.
저 멀리, 유적의 구조가 변화하며 무언가를 만들어냈다.
성채였다.
실제 크기를 축소한 듯한 성.
마리쥬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저 성… 본 적 있어요.”
“봤다고?”
“그 흔적이 남아있거든요, 북부에.”
그녀는 탄식했다.
“잿가루의 왕좌예요. 고대 난쟁이의 왕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