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483
제482화
[거인 왕 ‘홈’이 권능 : 통치 도구를 사용합니다.]
[거인 왕에게는 3가지 통치 도구가 있습니다.]
[시대 병기에 이름을 올린 그 통치 도구들은 시대 병기에 3인의 거인 왕들이 각기 혼의 일부를 각인한 무기입니다.]
[시대 병기 : 화산섬을 착용한 상태입니다.]
[시대 병기 : 화산섬은 일정 반경을 화산 지형으로 변경합니다.]
[화산 지형은 용암 거인 ‘뭄’의 능력과 감응하여 더 큰 힘을 발휘하게 합니다.]
[시대 병기 : 화산섬을 휘두르는 자는 용암 거인 ‘뭄’의 힘을 일부 사용할 수 있습니다.]
……
끝도 없이 터져 나오는 메시지들. 세 가지 통치 도구 중 한 가지만 꺼내었을 뿐인데도 이만한 파장이 일었다.
[스노우맨이 권능 : 그림자의 왕을 사용합니다.]
[스노우맨의 그림자는 살아있습니다.]
[그의 그림자는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의지를 가지고 행동합니다.]
[그의 그림자는 끝없는 영감으로 진화합니다.]
[살아있는 그림자가 활동을 시작한 순간, 스노우맨의 모든 능력이 강화됩니다.]
[누구도 그림자의 왕에게 함부로 다가갈 수 없습니다.]
[살아있는 그림자가 스노우맨을 보위합니다.]
[그림자의 강도는 스노우맨의 격과 비례합니다.]
……
강설의 새로운 권능도 다채로운 문구로 수식되었다.
정작 싸움에 다다라서야 정확한 힘을 알 수 있게 된 건 좀 너무하다 싶긴 했지만, 이제라도 알게 됐으니 다행이었다.
“불타라! 대적자들이여.”
거대한 용암 대검이 땅에 틀어박혔다.
쑤….
캉…
“음?”
대검은 끝부분만 조금 박혔을 뿐 거의 박히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였다.
‘뭔가가… 막았어?’
대검의 대대적인 침습을, 대지의 무언가가 막았다. 이상한 일이었다. 성채 지하에 깔린 광물층이 무엇이든 화산섬은 그것을 손쉽게 갈랐어야 했다. 시대 병기, 그것도 거인 왕의 통치 도구를 막다니?
“…….”
의문은 해소되지 않았지만, 변화는 시작되었다.
[인근이 화산 지형으로 변경됩니다.]
……
쩌저저저저적…
균열이 생긴 자리에 주홍빛 용암이 넘실거리는 화산 지형. 대검 한 자루가 지형 자체를 바꿔버렸다.
후우우우웅…
대검이 위로 솟구쳐지자, 모두는 아찔한 표정을 지으며 흩어졌다.
“피해에!”
“내려친다!”
콰아아아아아아앙-!
다행히 공격에 휩쓸린 자들은 많지 않았지만, 그 파괴력만큼은 주변을 경악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대지에 대검의 날 형태로 흉터가 생겼다.
한창 빙하아귀들이 홈의 하체를 노리고 모여들 때였으니, 시의적절한 견제였다.
흐름이 홈 쪽으로 넘어가자 브론이 다급하게 홈의 시선을 돌렸다.
짜악-!
[브론이 폭포 주술 : 간헐천 물총을 사용합니다.]
[상태 이상 : 화상을 동반하는 물줄기를 여러 갈래로 뿜어냅니다.]
[물줄기의 수는 주술사의 경지에 좌우됩니다.]
[화산 지형 혹은 간헐천 지형에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
휘오오오…
추추춧-!
열 갈래가 넘는 고압 물줄기가 홈을 향해 쏘아졌다.
스르릉…
홈은 가소롭다는 듯 대검을 한 팔로 번쩍 들어 검면으로 물줄기를 막았다.
치이이이이-!
대검을 피한 물줄기 하나가 홈의 눈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홈의 반대쪽 손이 물줄기를 막아섰다.
고압수는 바위마저 뚫어낼 정도의 파괴력이 있다. 그것을 손바닥으로 막으려 하다니.
파아아악-!
막았다.
아주 손쉽게.
“조금 더, 만족스러운 싸움을 기대했건만….”
푸쉬이이이이…
뜨거운 물이 공기 중으로 흩어지자 증기가 홈의 시야를 가렸다.
후우우우웅…
“같은 수에 당할 것 같으냐?”
밤까마귀가 증기로 시야를 가린 틈을 타 날아올랐으나, 홈은 이마저 간파해냈다.
[거인 왕 ‘홈’이 불같이 화내기를 사용합니다.]
[신체가 잠시 불의 기운을 머금습니다.]
화르르르르륵-!
마치 장작불인 양 타오르는 홈.
그 바람에 그의 신체를 타고 오르려던 빙하아귀 일부는 화상을 입고 죽거나 큰 부상을 입었다.
밤까마귀 역시 연기로 꼬리를 만들며 물러나야 했다.
“거기구나!”
홈의 주먹이 밤까마귀를 향해 뻗어졌다.
파짓-!
강설과 쟈마드가 같은 미래를 엿보았다. 그리고 똑같은 대책으로 주먹을 맞이했다.
짜악-!
[맞장구를 사용합니다.]
[부딪혀오는 대상의 힘을 되돌립니다.]
[허용량을 넘어선 피해를 일부 상쇄합니다.]
쩌저저적-!
주먹 모양의 바위 조각이 생겨나 홈의 주먹과 맞부딪혔다.
콰아아아아아앙-!
쩌어어어엉…
홈이 인상을 찡그리며 주먹을 뒤로 물렸다. 거인 왕에게 가해진 피해는 그 정도.
반면, 강설과 쟈마드에겐 엄청난 여파가 밀어닥쳤다.
“커허어억….”
“어이!”
나뒹구는 밤까마귀.
쟈마드와 강설은 방금의 충돌로 결전을 어떻게 이어나갈지 판단을 끝마쳤다.
거인 왕과 정면으로 맞서면 안 된다.
절대로.
스으으으…
이참에 밤까마귀를 아예 끝장내려는 듯 화산섬이 움직였다. 밤까마귀는 아직 충격을 회복하지 못한 상황.
파아아앗-!
카렌과 카루나가 밤까마귀를 붙잡고 자리에서 이탈했다.
콰아아아아앙-!
그 자리를 화산섬이 직격.
또 한 번, 홈이 파였다.
다행히 강설과 쟈마드는 무사했다.
“쉽지는… 않겠군.”
브론이 쓴웃음을 머금고 말했다.
* * *
“질 거예요.”
“입 안 다물어?”
콘지가 강설과의 싸움에서 패배해 작은 마령 상태가 된 아그라스의 볼을 움켜쥐었다.
“하고 싶은 말도 못 하나요?”
“강설이 잘 데리고 있으라고 했어. 너, 우리를 구슬리려고 하는 거지?”
“아, 아니에요! 이대로라면 거인 왕이 완전히 부활할 게 뻔하잖아요!”
콘지의 곁에는 한소미와 신디오가 있었다. 그녀들 역시,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빙하아귀 주술사들과 함께 타격대들을 지원하고 있긴 했지만 홈에겐 별 타격이 없어 보였다.
드드드드…
“오, 이런….”
아그라스가 탄식했다.
성채의 기둥 하나가 이쪽으로 넘어오고 있었다.
“피….”
“늦었어!”
피하기에는 늦었다.
순간, 콘지가 튀어 나갔다.
투우우웅-!
기둥의 끝부분을 후려쳐 날려버리려 했지만, 그럴 만한 무게가 아니었다.
“큭….”
기둥의 말단이 부서졌을 뿐. 오히려 각도가 뒤틀려 신디오를 향해 떨어졌다.
후우우웅-!
“피해!”
“신디오!”
신디오가 마력을 끌어올릴 새도 없었다. 너무도 빨리, 기둥은 그녀의 코앞까지 당도했다.
쩌적…
쩌저적…
그녀가 기둥을 부여잡고 핏줄을 세웠다.
으지직…
“하아… 하아아….”
“무슨….”
“피해! 신디오!”
기둥은 신디오의 손에 잠시 멈추었다. 그리고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그녀가 기둥을 그대로 내려놓았다.
우지직…
우지직…
층계가 내려앉는 사태가 발생했지만 아무도 다치지는 않았다.
한소미가 깜짝 놀라 물었다.
“무슨 힘이….”
“하하… 아직 죽을 때가 아닌가 봐.”
신디오는 자신에게 괴력이 존재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무거운 걸 들어본 적은 단연코 처음이었다.
실감이 나질 않아 기둥을 붙잡았던 손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아그라스가 한곳에 모인 그녀들에게 말했다.
“혹시, 상황을 뒤바꿀 방법이 있다면 들어볼래요?”
“무슨 개소리를….”
콘지가 아그라스의 수작을 사전에 차단하려는데, 한소미가 물었다.
“방법이 있다고?”
“이 녀석, 적이야! 듣지 않아도 돼!”
“혹시 모르잖아요. 화살도 박히지 않으니….”
“…….”
신디오의 마법과 한소미의 화살은 거인의 피부에 닿더라도 생채기 하나 남기지 못했다.
애꿎은 건물에 분풀이하는 느낌이었다.
“이제야 제 말에 귀 기울여 주는 사람이 있네요! 모두 야만인들 같아서는!”
스윽…
한소미가 마령에게 석궁을 가져다 대고 협박했다.
“본론만 말해.”
“…실례, 이쪽도 야만인이었네요.”
“어서!”
“이 성채의 주인이 누구였는지 아시는 분 있나요?”
“난쟁이들이잖아?”
“어, 아시네요?”
“그런 것도 모를 줄 알고!”
“지금의 난쟁이들과 이 성채를 지은 난쟁이들은 그 결이 아주 많이 다른 존재들이라는 것도 아시나요?”
“…….”
세 여인이 그 말의 의미를 깨닫지 못하고 대답을 머뭇거리자, 아그라스가 선생이라도 된 듯이 가슴을 펴고 말했다.
“고대의 난쟁이들은 지금의 난쟁이들처럼 평화를 사랑하며 광산에만 틀어박혀 지내는 자들이 아니었어요! 투쟁의 시대였으니까요!”
“…그런데?”
“이상하지 않나요? 거인과 고룡, 온갖 이종과 거수가 날뛰는 시대에 어떻게 명맥을 유지했을까요?”
잿가루 성채는 그 고고한 자태를 오랫동안 유지해왔다. 시대를 흘려보낸 후에도 주인을 여러 번 바꾸었지만 이처럼 무너진 적은 없었다.
“그리고 왜 이런 허허벌판에 성채가 있는 걸까요?”
“뭐?”
“손에 넣었을 때 확인해 봤는데, 거주 구역이 없어요. 그렇다면 성채는 뭘 지키던 걸까요?”
“…거짓말하는 거 아니야?”
“제가 뭣 하러요?”
강설이 아그라스의 감시역을 맡긴 건 콘지였다. 콘지는 맡은 일은 충실히 할 생각이었다.
“요점이 뭐야?”
“아직, 밝혀지지 않은 비밀이 있을 거예요.”
“성채는 다 부서졌는데?”
“성채가 중요한 게 아니에요! 성채가 품고 있는 뭔가지!”
“…그래서?”
“성채에서 딱 한 곳, 아직 살펴보지 못한 곳이 있는데….”
한소미가 무언가 떠올랐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호응했다.
“아!”
“왜 그래?”
“소미 양?”
“맞아! 지하에 뭔가를… 숨겨뒀다고….”
“그게 무슨 소리야?”
– 이곳은 시간의 틈. 너는 고정된 존재. 네가 가진 어떤 것도 시간을 넘어설 수 없다.
– 물건이라면 그럴 테지.
별무덤에서 만났던 시리온이 우르와 그녀에게 전한 것.
– 이 성채의 지하에, 숨겨둔 것이 있다. 미래의 자네들이 거머쥘 수 있는 것들이지.
한소미가 소리쳤다.
“가야 해요! 분명 도움이 될 만한 게 있을 거예요!”
“으음… 그게 무슨 소리야?”
“그….”
한소미는 설명하려다가 이내 포기했다. 별무덤에 관련한 일은 얘기해봤자 납득하기 어려운 것들 뿐이니.
“믿어 주세요! 확실해요!”
이대로라면 머릿수나 채워주는 게 고작이었다. 그마저도 홈이 싸움에서 승리했을 때 자신의 공적을 부풀리는 데 사용될 정도로 보잘것없는 존재로서.
아그라스는 뭐가 어찌 됐건 한소미가 자신의 의견에 힘을 실어주니 그저 좋았다.
“들었죠? 왜 저러는지는 모르겠지만 지하에 뭔가가 있다는 걸 알고 있는 듯하군요.”
“하아….”
신디오와 콘지가 아그라스를 노려보다가 한숨 쉬었다.
“좋아, 어디… 이대로면 위험하니까.”
고개를 끄덕인 그들은 빠르게 전장에서 이탈했다.
파아앗-!
“저쪽이에요! 제가 열지 못한 문은 저쪽에 있어요!”
“그런데, 왜 열지 못했지?”
“어… 봉인이 조금 두껍던데요?”
“…….”
아그라스의 모든 게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지금은 뭐라도 해봐야 하는 시점이었다. 너무 늦게 되면 그조차 불가능할 테니.
“믿어 보세요. 거인과 고룡이 날뛰던 시기에 그들이 공포의 대상이었듯, 난쟁이들 또한 무시 못 할 저력이 있었을 거예요!”
“그 얼굴로 희망찬 대사를 읊는 건 좀 그렇지 않아?”
콘지가 아그라스를 옆구리에 끼고 달리며 타박했다.
“어디야?”
“저쪽! 저쪽이에요!”
파앗-!
지하라고 부르기 뭣한 공간.
그 애매한 위치에 그들이 도착했다.
“이게… 그 문?”
“난쟁이들의 문치고는 좀 크긴 하죠?”
“으음….”
봉인으로 틀어막힌 문은, 고대의 문자로 뒤덮인 채로 숨죽이고 있었다.
일전에 라진이 일러 준 위치의 유적 문보다는 작은 편이었지만 그래도 규모가 좀 있는 편이었다.
“자, 이제 열어봐. 네 말과 다른 부분이 있으면 그 즉시 널 터트려 버릴 거야.”
콘지가 말하자, 아그라스가 툴툴거렸다.
“사납기만 해서는… 좋아요, 어디 밀린 봉인을….”
아그라스가 마법 구문을 중얼거리며 문에 손을 대었다.
파지지직-!
“끼아아악!”
“뭐, 뭐야?”
“이, 이런 봉인도 있었네요? 잠시만요….”
휘오오오오…
아그라스가 마력을 끌어올렸다. 작은 마령의 몸에 알찬 기운이 채워졌다.
치지직…
치지지지지직…
“으음….”
“왜?”
“무리.”
“…뭐?”
“원래 몸으로 시도해도 될까 말까인데 이렇게 마력을 잃은 몸으로는 어림도 없어요.”
“그러면?”
아그라스가 본색을 드러냈다.
“제가 아니면 문을 열 수 없을 테니, 어쩔 수 없이 마력을 좀 건네주신다면….”
“이럴 줄 알았어. 비열한 녀석이….”
씨익…
이것이 아그라스가 여기까지 그들을 이끌고 온 일차적인 목적이었다. 눈앞에 희망을 던져주고 그것을 위한 수단으로 그들이 자신을 택하기를.
뻔하지만, 막상 그 상황에 놓인다면 어쩔 수 없이 당할 정도로 질 나쁜 수법.
저벅…
저벅…
“비켜.”
한소미가 아그라스를 문 앞에서 치웠다.
“제가 아니면 함부로 손대선 안 돼요! 봉인이 마력을….”
후우욱…
시간의 틈에 남겨진 시리온은, 한소미와 우르가 떠나가기 전 말했다.
– 선조께서 구축하신 기관과 마법이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든 탐욕으로부터 지켜졌을 것이다. 그곳의 문을 여는 법을 일러주마.
그녀가 입을 작게 벌린 채로 읊조리듯 문장을 내뱉었다.
내뱉은 건 이 시대의 언어가 아니었다. 또렷이 기억날 정도로 각인된, 고대 난쟁이의 언어. 시리온이 단단히 일러준 봉인을 푸는 글귀다.
산들바람이여, 낙원으로의 인도를.
쿠궁…
“…어?”
아그라스가 당황했다.
쿠구구구구구구…
살짝 열린 문틈으로 푸른 빛이 새어 나왔다.
“이럴… 이럴 리가….”
휘오오오…
한소미의 눈이 문 너머와 같은 색으로 빛났다.
[숨겨진 공간을 발견했습니다!]
[숨겨진 모험 ‘아직 타지 않은 것’의 추가 정보를 얻었습니다.]
[돌발 모험 ‘아직 타지 않은 것’이 발생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