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567
제566화
카렌과 카루나가 도전자가 되며, 강설과 맺은 계약 관계의 끝이 찾아왔다.
그들은 이제 자신들만의 길에 올라섰다.
고오오오오오오오…
도전자들의 권능이 해방되었다.
[카렌이 권능 : 하루를 사용합니다.]
[카루나가 권능 : 하루를 사용합니다.]
[카렌과 카루나가 전장에 동시에 존재할 때, 기운의 흐름에 따라 낮과 밤을 불러옵니다.]
[낮이 되면 카렌의 모든 능력치가 크게 상승하며 낮 상태에서만 해방되는 능력들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밤이 되면 카루나의 모든 능력치가 크게 상승하며 밤 상태에서만 해방되는 능력들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
[레인이 권능 : 태양을 사용합니다.]
[되살아난 자입니다.]
[권능 : 태양이 권능 : 검은 태양으로 변화합니다.]
[레인이 권능 : 검은 태양을 사용합니다.]
[검은 태양 상태에서는 주기적으로 햇살을 충전합니다.]
[햇살은 모든 능력을 강화하며 새로운 능력을 개방합니다.]
[받은 피해가 일정량 이상 누적되면 햇살은 햇볕을 불러옵니다.]
[햇볕은 모든 능력을 크게 강화하며 새로운 능력을 개방합니다.]
……
화르르르르르륵…
세 도전자가 타올랐다.
후우우…
파아아아아아아앙-!
레인의 신형이 죽 늘어나는 것처럼 보였다. 그만큼 종잡을 수 없는 속도였기에 대응이 어려웠다.
“…카렌!”
파아아앗-!
곁에 있던 카루나가 새벽을 잉걸불과 교차시켰다.
그 직후 전해지는 충격.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카렌과 카루나가 동시에 밀려날 정도로 거검의 박력이 대단했다.
[밤이 찾아옵니다.]
[달의 기운이 강해집니다.]
후우우우우웅…
[카루나가 환상 절기 : 손톱달을 사용합니다.]
[짧은 시간 모든 능력에 추가적인 공격 기회가 부여되며 대량의 밤 피해를 줍니다.]
[손톱달의 피해가 상대 최대 체력의 30%를 초과하면 달의 처형이 발동합니다.]
……
끼기기기긱-!
콰과과광-!
거검을 밀쳐 낸 후, 연달아 공세를 이어가는 카루나.
섬뜩한 달의 기운이 레인을 물러나게 했다.
휘오오오…
레인의 눈빛이 이글거렸다.
[레인이 환상 절기 : 가을 햇살을 사용합니다.]
[햇살의 충전 속도를 빠르게 하며 충전 주기마다 주변에 화염 피해를 줍니다.]
화르르르륵-!
콰아아아아앙-!
콰아아아앙-!
아무리 카루나라도 레인의 거검은 정면에서 여러 번 받아내기 어려웠다. 그 때문에 카렌이 개입하여 위험한 순간마다 레인의 공격을 걷어냈다.
카아아아아아아아앙-!
카루나의 검이 중심을 잃었다.
어떤 능력의 차이도 아닌, 그저 검술의 수준 차이가 티끌만큼 존재했기에 벌어진 일.
태양의 기사는 그 티끌만큼의 차이를 눈에 보이게 했다. 눈으로 확인해 실감하게 했다.
레인은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재능의 정점. 인간이 할 수 있는 노력의 한계.
인간의 작은 몸에, 거인의 똬리를 튼 괴물이다.
그의 눈이 광기로 번들거렸다.
“받아봐라.”
[레인이 환상 절기 : 햇살 파도를 사용합니다.]
[검격을 부채꼴로 쏘아내 모든 것을 불사릅니다.]
[검격의 피해는 무기 피해량과 근력 그리고 햇살 충전량에 비례합니다.]
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물결처럼 뻗어 나오는 살굿빛 파도.
카루나는 재빨리 밤의 기운을 끌어올리려 했지만, 그것으로 막아낼 수 있을지는 확신이 서지 않았다.
파아아앗-!
순식간에 스쳐 지나가 그의 앞에 서는 카렌.
[낮이 찾아옵니다.]
[태양의 기운이 강해집니다.]
[카렌이 환상 절기 : 대반격을 사용합니다.]
[짧은 시간 입는 모든 피해를 무시합니다.]
[다음 공격은 지속 시간 동안 무시한 피해의 30%만큼의 추가 피해를 줍니다.]
후우우우우우우욱…
반월형의 파도를 가르는 카렌의 검. 그리고 그 불꽃을 넘겨받아 레인에게 돌진한다.
“레에이이이인!”
“으하하하하하하하!”
레인이 입을 크게 벌린 채로 웃으며 마주 검을 휘둘렀다.
콰아아아아아앙-!
쿠구구구구…
공간이 뒤흔들렸다.
콰아아아앙-!
콰아아아아아앙-!
두 대검이 마주 부딪힐 때마다 머리가 흔들릴 정도의 충격파가 계속해서 전해졌다.
당연하게도, 레인의 우세였지만 카루나 역시 위험한 순간에 보조했기에 균형은 깨어지지 않았다.
몬트라의 검술이 당대에 재현되었다.
1식부터 18식으로 이어지는 검술이 셋의 손에서 끊임없이 쏟아져 나왔다. 변칙적인 공격으로 상대의 정석적인 대응을 흐트러트리려 하고 정석적인 대응으로 변칙을 무너트려 다시 단순한 흐름으로 휘감는다.
지금껏 판데아에서 벌어졌던 얼마 안 되는 도전자들의 싸움 양상은 으레 그들이 그 경지에 이르기까지 쌓아온 능력의 이해, 그것의 폭넓은 활용, 맞물리는 상성과 주변의 환경 등 다양한 조건들로 어지럽혀졌었다.
그간의 싸움은 그야말로 상대를 쓰러트리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 것이다.
하나, 지금의 싸움은 달랐다.
순수한 힘과 힘의 충돌.
모든 것은 검에서, 갑주에서, 충의에서 시작된다.
이것은 상대를 설득하기 위한 싸움이 아니기에. 상대를 굴복시키기 위한 싸움 역시 아니기에.
키긱…
끼기기기기…
“레인….”
“레인 경!”
“…….”
상대에게 보여주고 싶을 뿐이다.
상대를 시험하고 싶을 뿐이다.
어린아이가 성장하며 보고 자란 누군가의 뒷모습에 다가가 그 키를 대어보는 것처럼.
그리고 그 등의 주인 역시 아이가 자신만큼 자랐기를 바라는 것처럼.
파아아아아앙-!
열기를 뚫고 나타난 카루나가 새벽을 찔렀다.
후우우우웅…
으득…
레인이 그것을 피해내며 이를 꽉 물었다.
꽈아아악…
카루나가 그의 손에 붙잡혀 내던져진다. 엄청난 속도로.
“흡….”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카루나라고 해도 단시간에 털어내기 쉽지 않아 보이는 충격.
“카루나!”
말과 행동이 다르다.
카렌은 전투가 시작된 직후부터 단 한 순간도 태양의 기사에게서 시선을 뗀 적이 없다.
그것이 그녀가 아직 패배하지 않은 이유가 되어주었다.
그녀는, 애써 낮을 붙잡는다.
조금 늦을 밤을 위해, 그를 기다리는 여름이 된다.
[카렌이 환상 절기 : 매미의 생애를 사용합니다.]
[권능 : 하루가 발동 중일 때만 사용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매미의 여름이 시작됩니다.]
[매미가 우는 동안, 낮이 끝나지 않으며 열기의 범위와 피해가 크게 상승합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화르르르륵-!
카렌이 먼저, 불타올랐다.
휘오오오오오오오…
그리고 뒤를 이어 레인 역시 불길에 휩싸였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두 광원이 격돌한다.
콰아아앙-!
콰아아아아아아앙-!
대검이 부러지지 않는 게 신기할 정도의 충돌.
양쪽 모두 경합이 이루어질 때마다 전속력으로 내달려 스스로 벽에 부딪히는 것만 같은 충격을 받고 있었다.
불길 속에서 그것을 꿰뚫고 나타나는 검과 싸우며 생각한다.
카아아아아앙-!
떠올린다.
“으으….”
“으하하하!”
콰아아아아앙!
어쩌면, 같은 날을 떠올리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처음 만났던, 그날을.
* * *
몬트라 시절.
“그래, 빌어먹을 쌍둥이들아. 이제부터 이곳이 너희 집이다.”
마커스에게 상황을 넘겨받은 레인은 어린 쌍둥이를 보며 인상을 썼다.
“폐하께서도 적잖이 지루하셨나 보군. 이런 농담을….”
“…….”
“하지만, 그분의 뜻이라면 섬겨야겠지.”
“일단 거처는 이곳으로 하고… 훈련은 어떻게….”
“수련생들과 어울리게 두도록 하자고.”
“…예? 하지만….”
“처음부터 다른 수련생들과 굳이 차별할 이유가 없잖아? 마커스, 안 그런가?”
“그야….”
마커스가 카렌과 카루나를 힐끗 쳐다보았다가 한숨 쉬었다.
“레인 경의 말씀이 맞습니다. 일단은 지켜보죠. 다만 개인 훈련 정도는….”
“그 정도는 봐줘도 상관없다.”
“휴, 그거라도 다행입니다.”
레인이 카렌에게 다가와 무릎을 굽히며 눈높이를 맞추었다.
“이봐, 꼬맹이. 카렌이라고?”
“…….”
“눈빛은 마음에 드는군.”
배움은 유예되었다.
정확히는, 쌍둥이가 레인과 맞닿지 못하고 비슷한 나이의 수련생들과 어울리게 된 것이다.
1년의 시간.
카렌은 그들과 어울리며 날개를 펼치리라 다짐했었지만, 그녀의 날개는 도리어 비를 맞아 젖고 있었다.
“또야!”
“가까이 가지 마! 녹는다!”
“…….”
카렌은 무구를 다룰 수 없었다.
그녀는 자신의 감정에 따라 내재한 불꽃이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린아이의 감정이란, 액체와도 같았다. 흔들릴 수밖에 없고 뒤틀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모든 것을 녹였다.
치이이이이이이…
그리고 어떤 날 하루는, 조금 더 괴로웠다.
카루나가 없었기 때문이다.
실습 아닌 실습에 참여한 그였기에, 그녀는 혼자였다.
수련생들은 그녀를 둔재로 낙인찍었다. 평상시에도 카루나가 없을 땐 그녀를 무시했다.
그리고 지금은, 무시를 넘어 모멸감을 선사했다.
“저것 봐! 다 녹이고 있어!”
“아하하하하하하!”
“발가벗겠다! 흉측해!”
그녀의 갑옷은 녹아내리고 있었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
수련을 돕는 선임 기사들도 고열에 당황하며 나서질 못하고 발만 동동 굴렀다.
카렌은 모든 게 낯설고 모든 게 두려웠다. 새로운 경험에 대한 설렘은 없었고 거부감만 쌓였다.
눈물은 어째서 마르지 않는 것인가.
강철마저 녹게 하는 이 힘은, 오직 그녀를 수치스럽게 만들려는 듯했다.
화르르르륵-!
그녀는 도리어 더 거세게 몸을 불태웠다. 나체를 보일 바에는, 차라리 이대로 불타버리는 것이 나을지도.
그 순간.
펄럭…
그녀의 몸을 기다란 천이 가리었다.
누군가의 찢어진 망토였다.
“레, 레인 경!”
“수호자다!”
레인이 잘라낸 망토로 카렌의 몸을 가리고 그녀를 끌어안았다.
“집에 가자, 꼬마야. 내 불찰이다.”
“으… 흑….”
“네 잘못이 아니다.”
그녀를 끌어안을 수 있는 유일한 존재는 이제 유이해졌다. 또 다른 태양이 그녀를 품었다.
“자신을 해치지 마라.”
레인의 품에 안긴 꼬마는 답한다.
“불은 모든 걸 태워. 사람도, 생명도, 마을도.”
그녀의 눈은 여전히, 불바다에 머물러 있었다.
“내가 본 불은 그랬어.”
“…몹쓸 경험이군.”
숙소로 되돌아온 그들.
레인이 말했다.
“쌍둥이와 수련생들과의 생활은 오늘까지다. 작별 인사할 시간을 줄까?”
“…그런 녀석, 없어.”
“앞으로는 네 불꽃을 다루는 법을, 내가 가르쳐주마.”
카렌이 레인을 올려다보았다.
화르륵…
레인이 손바닥에 불꽃을 만들어냈다.
“만져봐도 좋다.”
“뜨겁잖아.”
“아닐걸.”
카렌이 손을 내밀어 불에 가까이 가져갔다.
“…따뜻해.”
“빛나되, 눈부시지 말라.”
“무슨 말?”
“태양이 되기 위해, 새겨야 할 말이다.”
레인이 툭 내뱉었다.
“이 몸을 넘어서고 싶다며.”
“…….”
카렌이 눈물을 글썽였다.
시간은 좀 더 흘렀다.
카렌은, 선물을 받았다.
이번 선물은 조금 특이했다.
철그럭…
철그럭…
“조오금… 꽉 끼는 것 같기도?”
“그럴 리가.”
“그보다… 우웁… 냄새가… 아저씨 냄새가 나.”
“그러냐? 내 노력의 향취다. 힘들겠지만 아껴 맡아라. 그게 다거든.”
한 차례 더 야공의 손을 거쳤음에도 신기하게 레인의 냄새가 남아 있는 듯했다. 아마도 덧댄 가죽에서 나는 냄새일 것이다. 이것은 착각일 수도 있었지만, 카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불편한 거냐? 불편하다면….”
“…아니.”
그녀는 갑옷에 덧댄 가죽에서 나는 그 고릿한 악취를, 소중하게 생각했다.
“정말로 노력했구나, 레인.”
“……뭐, 그랬던가.”
“나도 노력하면, 언젠가 레인처럼 최강의 기사가 될 수 있을까?”
“아니, 노력만 해서는 소용없다. 노력은 모두가 하지. 길을 모르면, 반드시 헤맨다.”
철그럭…
레인이 벌떡 일어나 카렌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그러니까, 내 발자국을 잘 따라와라. 길을 잃지 않기 위해.”
“그러면 최강의 기사가 될 수 있는 거야?”
“아니.”
“뭐야! …그럼?”
“…좋은 기사는 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