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bsolute on the Tennis Court RAW novel - Chapter 135
테니스 코트 위의 절대자 135화
2016 윔블던 (13) – 눈과 눈의 싸움
본인을 소위 ‘테니스 전문가’라고 부르는 사람 중의 일부는 잔디코트는 복합적인 투어가 되기 쉽다고 말을 한다.
투어가 진행되며 코트 위의 잔디가 점점 사라지고 흙바닥이 드러나기 때문인데, 이렇게 되면 볼이 바운딩되었을 때 지표면에 머무는 시간이 더 길어지게 된다.
그럼 코트는 잔디보단 클레이에 훨씬 가까워지기에, 투어 후반부로 갈수록 서브&발리어보단 랠리에 능한 선수가 더 유리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2000년 이후 윔블던의 지배자가 로저 페더러(우승 7회)라는 사실과 준우승까지 포함할 경우 총 10회 결승에 진출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 주장의 신뢰도는 조금 떨어진다.
게다가 잔디코트에서 가장 먼저 흙바닥이 드러나는 곳은 선수들이 자주 머무는 베이스라인 부근이다.
테니스 랠리의 95% 이상이 베이스라인보다 훨씬 앞쪽에 떨어진다는 것을 생각하면, 흙바닥이 되어 랠리에 영향을 미칠 확률은 5% 미만이다.
그래서 늘 보라 나바라는 이러한 주장을 [“그럴듯해 보이고 싶은 머저리들의 개소리.”]로 치부하곤 했다.
어떠한 사람들은 테니스를 더 ‘있어 보이게’ 하려고 포장하지만, 보라 나바라는 테니스를 훨씬 더 직관적으로 바라봤다.
잘하는 건, 그냥 잘하는 거다.
코트가 이유일 순 없다.
【“게임, 페더러. 네 번째 게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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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ET 2
6 2 : 로저 페더러
3 2 : 신우주
윔블던 센터 코트의 기자석에 앉아, 보라 나바라는 주변 다른 기자들의 반응을 듣고 있다.
“게임이 점점 길어지고 있어.”
“몇 분이나 지났지?”
“32분.”
“32분? 와-우.”
보통은 다른 기자들의 반응에 큰 공감을 보내지 않지만, 오늘만큼은 동의하는 표를 던지고 싶은 심정이었다.
잔디코트에서 4게임에 32분.
이는 매우 이례적인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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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만다 스미스) – BBC 코멘테이터
“쉽게 가는 게임이 단 하나도 나오지 않고 있네요. 두 선수의 팽팽한 긴장감이 여기까지 느껴지는 듯합니다.”
(레이튼 휴잇) – BBC 해설
“매우 수준 높은 매치입니다. 모든 윔블던 경기를 본 것은 아니지만, 1세트 초반부를 빼면 가장 인상적인 샷과 장면들이 게임마다 최소 하나씩은 나오고 있습니다.”
.
게임 포인트는 2:2로 같았지만, 굳이 따지자면 로저 페더러 쪽이 더 우위에 있다.
신우주의 서브 게임이 두 번 연속 듀스까지 갔던 반면, 로저 페더러의 서브 게임은 전부 40-30으로 끝났다.
무엇보다, 로저 페더러는 ‘기술적으로 약점이 보이지 않던 신우주’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미묘한 정도이긴 했지만, 신우주는 본인의 포핸드 방향으로 오는 무릎 아래쪽 볼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것을 드러냈다. 의외로 백핸드 쪽은 그렇지 않았는데 말이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로저 페더러는 2세트 초반부 그것을 확인하려는 듯한 플레이를 펼쳤었다.
‘역시. 로저다워.’
로저 페더러의 장점은 많지만, 그중에서도 ‘눈이 좋다’라는 분야에서는 따라올 수 있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독보적이다.
괜히 ‘선수들의 공략집’으로 불리는 게 아니다.
수많은 선수가 자신과 상성이 좋지 못한 선수를 공략하기 위해 로저 페더러와 해당 선수의 경기를 시청하는 건, 업계에서는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 되었다.
라파엘 나달이 클레이코트 외에서 노박 조코비치를 꺾기 위해 로저 페더러에게 조언을 구한 건 유명한 이야기다.
그만큼 로저 페더러는 상대를 분석하는 분야에서 남들보다 월등했고, 오늘도 신우주의 약한 부분을 집요하게 공략했다.
특히 본인의 서브 게임에서는 중요한 득점을 이 약점 공략으로 얻어냈는데, 마치 평소엔 여유를 두고 쫓겼을 때 보험금을 되찾는 느낌으로 전략을 짠 것 같았다.
하지만 이런 그에게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있었는데, 바로 신우주의 서브 게임이다.
“으아-!!”
타앙-!!
.
“와아-!”
짝짝짝짝짝.
【“피프틴 올.”】
자신의 사무실에서 퀸스 클럽 챔피언십을 시청하던 보라 나바라는 신우주와 앤디 머리의 매치를 보며 머리를 쥐어뜯었다.
이유는 소년의 서브 속도가 알려진 것보다 10~15마일은 더 나왔기 때문인데, 신체적으로 완성된 뒤의 서브가 얼마만큼 무서워질지를 가늠하기 어려웠다.
또 앤디 머리를 만나기 전에 숨기고 있는 무기가 있었다는 것도 충격을 받은 이유였다.
그리고 오늘 역시, 신우주는 130마일(약 209.2㎞/h)을 웃도는 서브로 페더러를 괴롭히고 있었다.
비록 성공률은 50%를 조금 넘기는 정도였지만, 본인의 서브를 믿고 세컨드 서브에서도 최소 110마일(약 177㎞/h)을 넘기는 강서브를 보여주며 주도권을 확실히 잡아 나갔다.
‘로저도 확실히 정상은 아니긴 해.’
노박 조코비치.
라파엘 나달.
외에도 수많은 톱 랭커가 135마일을 웃도는 강한 서브를 무기로 가진 슬러거(Slugger)에 허무하게 무너졌다.
위에 언급한 위대한 선수들만 해도 평균 135마일 이상의 강한 서브를 가진 선수를 상대로 한 승률이 65%를 살짝 웃도는 정도인데, 이들의 평균 승률은 80%를 넘는다.
로저 페더러 역시 80% 초반의 승률을 가지고 있지만, 슬러거와의 매치에선 오히려 85%가 넘는 승률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오늘은 영 반응이 신통치 못했다.
“으아-!!”
타앙-!!
.
【“피프틴, 포티. 우주, 게임 포인트.”】
짝짝짝짝짝-
매치가 팽팽한 흐름으로 변한 지금, 보라 나바라는 로저 페더러가 떠안고 있는 폭탄을 확인한다.
알려진 것보다도 무릎의 상태가 훨씬 나쁠 수 있고, 어쩌면 그것이 이번 투어에서 페더러의 발목을 붙잡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그러면서 보라 나바라는 다른 하나의 추측을 보탰다.
언제인가부터, 신우주의 서브 방향이 똑같아졌다.
이것이 특별하지 않았던 이유는 그 방향이 백핸드로 집중되었기 때문인데, 이 위치로 강한 서브를 보내는 건 테니스의 가장 기본적인 전술이다.
하지만, 서브를 보내고 있는 선수가 신우주라는 걸 생각하면 이는 조금 특이한 것이었다.
누구보다 서브에서 변화를 많이 준 소년이다.
서브의 다채로움이 무기로 여겨질 정도다.
그런데,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신우주가 로저 페더러의 백핸드 쪽으로만 서브를 보내기 시작했다.
‘로저가 백핸드가 약점? 말도 안 돼.’
만약 누군가 로저 페더러의 약점이 백핸드라 주장한다면, 그 사람은 즉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 혹은 정신병자로 여겨질 것이다.
원 암 백핸더(One Arm Backhander)가 사라져 가고 있는 요즘, 로저 페더러는 누구보다도 뛰어난 백핸드를 보유하고 있는 테니스 선수다.
게다가 이 백핸드를 완성하게 해준 건, 로저 페더러를 가장 괴롭힌 경쟁자이자 마찬가지로 위대한 선수인 라파엘 나달이다.
로저 페더러의 초기 집권기, 라파엘 나달의 삼촌 토니 나달은 이 스위스 선수의 약점이 백핸드라는 것을 알곤 본인의 조카에게 이것을 집요하게 공략하도록 권유했다.
테니스 역사상 최고의 왼손잡이가 구사하는 최고의 톱스핀 포핸드를 받아치는 과정에서, 로저 페더러의 백핸드는 연마되었다.
그러니, 백핸드가 약점일 순 없다.
오히려 가장 큰 강점이다.
한데.
“으아-!!”
타앙-!!
.
【“게임, 우주. 다섯 번째 게임.”】
“휘익-!”
짝짝짝짝짝-
신우주는 이번에도 강한 서브를 로저 페더러의 백핸드 방향으로 밀어 넣으며 게임 포인트를 따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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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롭 워커) – Wimbledon TV 코멘테이터
“드디어 듀스까지 가지 않고, 우주가 본인의 서브 게임에서 게임 포인트를 따냅니다. 2-3이 되었는데, 첫 번째 세트 후반부의 흐름이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레나에 스텁스) – Wimbledon TV 해설
“전형적인 브레이크 게임이 되어가고 있네요.”
.
입에 넣고 있던 막대 사탕을 잠시 빼내는 보라 나바라.
그녀가 랩톱의 곁에, 그것을 잠시 놓아두었다.
그러곤 열심히 키보드를 두들겼다.
‘없어.’
지난 2014년 허리 부상을 입었던 로저 페더러는 올해 호주 오픈이 끝난 직후에 무릎 반월상 연골을 다쳤다.
흔히 반월판 부상으로 알려진 부위이며, 수술을 받아야 할 만큼 심각한 수준이었다.
그렇게 왼쪽 무릎을 수술한 로저 페더러는 3개월의 휴식기를 가졌고, 마스터스 1000 로마 오픈을 통해 복귀하며 세 번째 시드로 윔블던에 참가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 과정 어디에도, 로저 페더러가 수술 이후 백핸드가 취약해졌단 이야기는 없었다.
“….”
인상이 심각해진 보라 나바라가 추가로 더 검색을 시작했고, 마찬가지로 빈손이 된 그녀는 매치가 재개되는 코트를 내려다보며 하나의 가설을 세웠다.
그리고 이 가설은 그녀가 지금까지 누구보다 유심히 지켜봐 온 신우주의 기량이 배경으로 깔려있다.
역대 최고의 15세.
약점이 크게 보이지 않는 15세.
그런 신우주의 최고 강점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소년의 창의성과 마치 로저 페더러를 보는 것 같은 매치와 상대를 꿰뚫어 보는 눈이라고 답하고 싶었다.
만약 이 생각이 정확한 것이라면?
그러니까.
‘우주의 눈이 정말로 로저 수준이라면?’
터무니없는 생각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지만, 보라 나바라는 신우주가 매치를 치르며 ‘로저 페더러의 왼쪽 무릎 사용에 불편함을 느낀다는 것’을 눈치챘다는 가설을 세웠다.
아니, 그것이 아니면 설명할 수 없다.
듀스(Deuce)코트 퍼스트 서브에서 과감히 앨리라인으로 슬라이스(Slice)서브를 구사하는 등. 다채로움에 있어선 최고 수준인 신우주가 그 스스로 서브를 획일화했다.
심지어 세컨드 서브도 로저 페더러의 백핸드를 공략했고, 그것은 직전 서브 게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오, 이런 세상에나.’
이어나가던 생각의 끝에서, 보라 나바라는 전율했다.
소년 역시, 로저 페더러와 같은 눈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여전히 혼자만의 생각일 수는 있었지만, 이런 가설을 세워봤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일이다.
다른 이도 아닌, 로저 페더러 아닌가.
【“타임, 플레이어 레디.”】
센터 코트를 가득 채운 팬들의 박수 속에 다시 코트로 나서는 두 사람.
보라 나바라는 조금 더, 매치에 집중하려고 한다.
그 증거로 그녀는 지금 막.
탁.
늘 열어두었던 랩톱을 닫아버렸다.
* * *
▷ SET 2
6 4 : 로저 페더러
3 4 : 신우주
오늘처럼 막막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리턴 게임이 큰 벽처럼 느껴진다.
첫 번째 세트에서 브레이크(Break)를 따냈을 때를 생각해 보면, 그땐 로저 페더러 선수가 조금 긴장을 푼 것 같았다.
하지만 이번 세트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네트 너머 깜깜했던 벽이 더 까맣게 칠해진 듯했다.
그만큼 서브 방향을 예측할 수 없었다.
“후우-”
그래도 거기에 좌절하고 있진 않다.
나는 더 잘해야 할 의무가 있다.
아까는 쉬면서 데니스 삼촌을 생각했다.
어디에서든 이 매치를 보고 계실 거다.
오늘은 삼촌을 위해서 뛰려고 한다.
나 때문에, 센터 코트에서 퇴장당하셨으니까.
내 멍청함이 다시 싫어지려고 한다.
【“서브, 우주.”】
볼을 골라내고, 베이스라인에 선다.
서브 방향은 이미 정해뒀다.
첫 번째 세트에서 세 번째 게임 포인트를 따냈을 때, 백핸드 방향으로 서브를 보내면 위화감이 느껴진다는 걸 알아냈다.
반응 속도.
리턴을 보내는 방식.
또 이후 동작까지.
전부 내가 알던 로저 페더러 선수와는 약간 달랐는데, 지금은 그것이 호주 오픈 다음에 있었던 부상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왼쪽 무릎이 불편하면, 백핸드 전환 동작이 어렵다.
몸을 돌리기 전, 힘을 실어야 하기 때문이다.
충분한 스텝과 사전 과정이 동반된 스트로크 상황이라면 이야기가 다르지만, 순간 반응해야 하는 서브에서는 미묘한 차이가 더 크게 드러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그때부터 백핸드 방향을 공략해 왔고, 브레이크를 허용하지 않으면서 좋은 판단이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덕분에, 서브 게임이 더 단순해졌다.
다른 쪽에 더 신경을 쓸 수 있다.
【“레디.”】
통, 통, 통.
【“플레이.”】
통, 통, 통.
볼을 토스한 후, 확신을 품고 라켓을 휘두른다.
퍼스트 서브 실수가 잦아서 더 그랬다.
스스로 자신감을 가지지 않는다면, 실수가 내 발목을 붙잡을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으아-!!”
타앙-!!
.
탕.
시간이 지날수록, 상대의 리턴은 부드러워지고 있다.
점점 요령이 생겨나는 것 같다.
다른 것도 아니고 부상으로 몸이 시원치 않은 부분을 공략하고 있는데, 그런 부분에서도 이내 익숙해져서는 요령을 붙여 받아친다는 게 존경스러웠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던 오늘 매치가 끝나고 나면, 로저 페더러 선수를 더 좋아하게 될 것 같다.
하지만 지금 그 감정은 잠시 미뤄뒀다.
그건 당장 중요한 게 아니니까.
탕!
.
.
탕!
랠리가 이어지기 무섭게, 로저 페더러 선수의 샷은 나의 포핸드 방향으로 날아왔다.
플랫(Flat)으로 날아와 서비스 코트 거의 끝자락에 떨어지는 낮게 깔려오는 그런 샷이다.
탕!
.
탁.
【“러브, 피프틴.”】
오늘이 되기 전까진, 내가 포핸드 방향 무릎 아래로 오는 샷에 약하다는 것을 알 기회가 없었다.
제대로 된 잔디코트에서 테니스를 해본 적이 없으니 당연하다 싶다가도, 코치님들도 또 나도 몰랐던 것을 로저 페더러 선수가 어떻게 알았는지가 궁금했다.
이런 부분도 굉장한 점이다.
눈이 정말로 좋다고나 할까?
그렇지만 덕분에, 오늘 이후에 내가 무엇을 더 보완해야 할지를 알게 된 것 같아서 좋았다.
그래서 이 상황이 실망스럽지 않았다.
부족하다는 건 좋은 거니까.
나아질 수 있다는 뜻이다.
맞죠?
안드레이 코치님?
지금까지 코치님들께 배웠던 것을 떠올리며, 나는 실망하지 않고 애드(Ad)코트에서 다시 강한 서브를 보냈다.
“으아-!!”
타앙-!!
.
탕.
이번엔 로저 페더러 선수가 받아냈지만, 라켓이 맞은 볼은 높게 튀어 오르며 코트 라인 바깥에 떨어졌다.
【“피프틴 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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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배) – JTBS 해설
“제 단순한 느낌인 걸까요? 가면 갈수록, 신우주의 강한 퍼스트 서브 실수가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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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튼 휴잇)
“어린 선수들에게 로저 페더러와 같은 남자와 경기를 치른다는 건, 수많은 훈련보다도 더욱 확실한 교육이 될 겁니다. 앤디 머리와의 매치를 통해서 이 소년이 성장했다는 건, 이미 지난 1라운드 경기에서 알 수 있었죠, 오늘도 우주는 매치 도중에 성장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강한 서브를 보내는 요령에 대해서 점점 감각을 찾아 나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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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듀스(Duece)코트.
난 볼을 튕기며 생각했다.
얼마나 오랫동안 같은 쪽으로만 서브를 넣었지?
이번엔 반대로 넣어도 좋을 것 같았다.
하지만, 방법은 조금 다르게 할 거다.
통, 통, 통.
통, 통, 통.
분명 이전까지의 나였다면, 이런 상황에서는 슬라이스서브로 멀리 달아나는 것을 택했을 거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로저 페더러 선수는 내가 토스를 하는 것만 보고 플랫(Flat)/킥(Kick)/슬라이스를 구분한다.
다른 선수들도 하는 이것이 특별했던 이유는, 내가 의도적으로 토스의 높낮이와 라켓을 휘두르는 타이밍을 바꿔가며 상대의 허를 찔러왔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로저 페더러 선수는 내가 어떻게 하건 슬라이스의 타이밍을 정확히 알고 반응했다.
그러니 이번엔, 그 역을 공략하려 한다.
토스는 지금까지와 같이.
“….”
하지만, 방향만 다르게 보낼 생각이다.
“으아-!!”
타앙-!!
.
“폴트!!”
으아-!
분명 지금은 페더러 선수를 속였다.
그런데, 폴트(Fault)가 되어버렸다.
마음 같아서는 호크 아이(Hawk-Eye)를 쓰고 싶었지만, 페더러 선수가 라켓을 가져다 대지 않았기에 판정을 확인한다고 해도 내가 얻을 수 있는 건 없다.
서브 상황에서 호크 아이로 포인트를 얻어내려면, 상대가 라켓을 가져다 대고 그것이 득점 상황으로 이어질 때뿐이었다.
그러니 지금은 그럴 수 없다.
“후우-”
다시 한번 숨을 크게 내뱉으며, 아쉬움을 달래본다.
이번에도 같은 것을 해볼까?
아니, 그건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다.
지금은 더블 폴트를 피하는 게 옳다.
30-15나 40-15로 앞선 상황이라면 이번에도 강하게 보내는 것을 생각해보겠지만. 백핸드 방향으로 킥 서브를 보내고 다음 샷을 어프로치(Approach)를 위한 발판으로 삼는 것을 고려 중이다.
백핸드 서브.
긴 리턴.
그럼 그다음은?
머릿속에서 그려지는 그림이 그럴듯하게 느껴진 뒤에야. 나는 다시 코트에 볼을 튕겼다.
통, 통, 통.
통, 통, 통.
“으아-!!”
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