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bsolute on the Tennis Court RAW novel - Chapter 62
테니스 코트 위의 절대자 062화
Australian Open – Boy`s Single (8)
#. 2016년 1월 28일
#-1. 대한민국, 서울특별시 마포구
#-2. JTBS 본사
두 명의 한국 주니어 선수가 ‘2016 호주 오픈’ 준결승에 진출했다.
이 소식은 중계권을 가진 민영종합방송 채널 ‘JTBS’ 센터장의 흥미를 끌었다. 출근도 전에 JTBS2 폭스 스포츠의 국장이 급하게 호출을 받은 이유다.
딸깍.
“에잇, 씨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주니어 경기를 생중계하라.
강상일은 지금 몹시 짜증 나 있다.
“어이, 그 누구야. 김선호 부장!”
“넵!”
“이번 호주 오픈 책임자 누구야?”
“그거라면, 이강준 PD가···.”
“그럼, 이 차장 좀 내 방으로 오라고 해.”
“지금 바로 호출하겠습니다.”
얼마 뒤, 강상일의 방으로 이강준이 찾아왔다.
똑똑.
“저··· 부르셨다고 들었습니다.”
“어- 어- 그래. 들어와.”
“···.”
강상일의 나긋나긋한 목소리를 듣는 순간, 이강준은 뭔가 귀찮은 일이 벌어질 것을 알았다.
아니나 다를까, 무리한 요구가 이어졌다.
당장 오후 중계 일정을 바꾸란 것이었다.
“네? 아뇨, 국장님. 그건 좀···.”
“나도 알아. 근데 어떻게 해. 센터장님이 하라는데.”
“아니, 갑자기 왜···.”
“이 PD도 알지? 요즘 센터장님이 테니스 치러 다니는 거. 요즘 테니스에 관심이 많은 모양인데, 그래서 그런가 봐. 그러니까, 응? 어떻게 좀 해봐.”
“···.”
오늘 오후 6시, JTBS2 폭스 스포츠 채널은 노박 조코비치와 로저 페더러의 호주 오픈 4강 경기를 생중계할 예정이다.
경기가 끝난 후엔 녹화된 골프 경기 방송이 예정되어 있었고, 그에 따른 비용 문제도 처리가 끝난 상태였다. 그런데 그걸 갑자기 손대란 지시가 떨어졌다.
이미 광고까지 나간 호주 오픈 4강전 중계를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이다.
손을 댄다면 이후 골프 방송을 취소해야 하는데, 외에도 해야하는 일들이 많다.
가장 먼저 미국 ‘Fox Sports’에 문의해 주니어 중계 영상을 확보할 수 있는지부터 알아봐야 한다.
그와 동시에 계약 내용을 확인해 추가로 드는 돈이 있는지도 확인해야 하며, 무엇보다 중계방송을 진행할 캐스터와 해설위원의 스케줄이 중요했다.
최악의 경우 원본 영상만 송출해야 할 수도 있다.
돈은 돈대로 나가고, 얻는 것은 적은 결말이다.
“하아- 씨. 갑자기 이러면 어쩌자고, 진짜.”
강상일 국장의 방을 나선 이강준이 머리를 사납게 헤집으며 사무실로 돌아간다.
그러곤 곧바로 미팅을 소집했다.
총 다섯 명의 사람이 모였다.
“경주 씨가 캐스터랑 해설위원 스케줄 확인하고, 전에 누가 폭스랑 통화했었지? 재환 씨가 했나?”
“네, 차장님. 제가 했습니다.”
“그래. 그럼, 폭스에다 중계 영상 확보 가능한지···.”
예정에 없던 일들을 하나하나 처리하는 내내, 이강준은 상부의 변덕에 이를 갈았다.
‘내가 때려치운다, 때려치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괴로운 건 늘 아랫사람이다.
***
[정윤성과 신우주의 호주 오픈 주니어 싱글 준결승 경기! 오늘과 내일 오후, JTBS2 폭스 스포츠 채널에서 만나세요! – JTBS Twitter/Uploaded – 27초 전]↳
***
#. 오후 7시 37분
#-1. 로드 레이버 아레나
▷ SET 2
3 5 : 정윤성
6 6 : 올리버 앤더슨
정현의 등장 이후, 대한민국 테니스계에서 가장 주목받았던 재능은 정윤성이었다.
이덕희/오찬영과 함께 1998년생 트로이카로 평가받곤 있었지만, 청각장애가 있는 이덕희와 중학교 이후 성장세가 느려진 오찬영보다는 더 성장할 거란 기대를 받았다.
실제로 지난해 정윤성은 U.S 오픈 소년 단식에서도 준결승에 진출하며, 정현에 이어 ATP 상위 레벨에서 경쟁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줬다.
무엇보다 가족이 버팀목이 되어주면서, ‘스폰서와 협회의 입김을 받는’ 전형적인 한국 테니스의 문제를 겪지 않아도 됐다.
실력만 있으면, 얼마든지 치고 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
“으아!”, 탕!
“우위!”, 탕!
【“매치, 앤더슨.”】
“···.”
정윤성은 마지막 한 꺼풀을 벗어 던지지 못한 채, 벌써 1년 가까운 시간 동안 정체되고 말았다.
대회 와일드카드로 참가한 올리버 앤더슨에게 패한 순간, 정윤성은 자리에 서서 두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저 멀리에서부터 밀려오는 진한 회의감 때문이었다.
또다시 준결승 패배.
함께 성장해가던 또래들은 전부 프로에 데뷔하여 ITF 퓨처스 대회에서 뛰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은 프로 데뷔를 1년 늦추는 대신, 주니어 대회에서 많은 트로피를 차지하는 길을 택했다.
출발은 다소 늦더라도, 이런 식으로 매니지를 하게 되면 ITF 단계를 건너뛰고 ATP 챌린저 대회에 와일드카드 형식으로 참가하는 게 가능해서였다.
그러나, 메이저 트로피는 요원했다.
의미 없는 한국 것만 잔뜩이었다.
힘겹게 마음을 다잡으며 일단 네트로 가 악수를 나눈다.
오늘의 패배는 유독 쓰라렸다.
주니어 레벨에서 뛴 경력이 거의 없는 선수다.
14살이던 2014년에 프로에 데뷔했다지만, 주니어랭킹 180위에 ATP 랭킹도 705위밖에 되지 않았다.
그래서 충분히 제압할 수 있다 믿었다.
한데 뜻밖에도, 격차가 느껴졌다.
첫 번째 세트에서는 강력한 서브를 앞세워 2:1로 앞서 나갔지만, 이후 수비로 전환한 상대의 그라운드 스트로크 게임에 밀려 역전을 허락했다.
쉬는 시간 정신을 차리고 2세트에 임했으나, 상대는 견고했고 오히려 승부처에서 실책을 저지르며 포인트를 잃었다.
“흑. 흑.”
경기 후, 라커룸으로 돌아온 정윤성이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결국은 울음을 터뜨렸다.
코치로 나선 그의 형과 가족들이 곁에서 달래주곤 있었지만, 정윤성이 워낙 힘들어하여 별다른 위로의 말은 건네지 못했다. 늘 밝았었기에, 이런 모습은 가족에게도 어색했다.
연이은 실패.
이것은 어떤 의미일까?
정윤성의 주변은 운이 조금 없었던 것뿐이라 생각하고 있지만, 어쩌면 이것은 재능의 한계를 보여주는 아시아 출신 테니스 선수들의 전형적인 모습인지도 모른다.
마이클 창.
니시코리 케이.
이런 선수들이 돌연변이다.
“윤성아. 그만 씻자.”
“훌쩍. 어.”
힘없이 어깨를 늘어뜨리며 샤워실로 향하는 정윤성.
오늘, 한 유망주의 꿈이 꺾였다.
***
#. 약 90분 뒤
#-1. 브레이디 호텔 존스 레인
조금 전, 호주 오픈 남자 단식 준결승이 끝났다.
결과는 3-1.
노박 조코비치 선수의 승리였다.
로저 페더러 선수가 탈락했다.
털썩.
“···.”
침대로 점프해 누워, 폰 화면을 켰다.
그러곤 멍하니 이것저것을 봤다.
사실, 별로 슬프진 않다.
하지만 페더러 선수가 이겼으면 했다.
그런데 격차가 꽤 있는 패배였다.
세트 스코어 0-2에서 따낸 세 번째 세트.
그리고 네 번째 세트 3:2로 앞서나간 순간.
딱, 이것만 좋았다.
전화기를 놓아두고, 뒤척이며 옆으로 돌아누웠다.
눈을 감으니 조금 전 본 경기 장면이 떠올랐다.
나라면 그때 어떤 샷을 택했을까?
나라면 반응할 수 있었을까?
만약 나였다면?
예전부터, 세계 최고 선수들의 테니스를 보는 것은 언제나 도움이 됐다. TV로 보는 수많은 환상적인 샷(Shot)들은 전율 이상의 영감(靈感)이 됐다.
그런데, 오늘 본 조코비치 선수의 플레이는 그렇지 않았다.
왜냐하면 너무 굉장했기 때문이다.
실수가 아예 없었던 건 아니지만, 저것보다 더 테니스를 잘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드는 플레이의 연속이었다.
샷의 방향과 깊이 그리고 회전.
샷 종류의 선택.
무엇보다, 이 모든 걸 가능하게 한 풋워크.
오늘이 조코비치 선수의 고점(高點)과 페더러 선수의 저점(邸店) 겹친 날이었을 수도 있겠지만, 만약 내가 페더러 선수였다면 숨이 막혔을 것 같다.
아무리 공격해도 뚫리지 않고 반대로 본인의 공격은 날카롭게 해내는 게, 꼭 좀비가 된 재규어처럼 느껴졌다.
재규어를 실제로 본적이 있어 그 느낌을 안다.
모나코였나?
아니면 모로코였을 수도 있다.
똑똑똑.
“네-!”
노크 소리가 들려왔고, 대답이 끝나고 나니 찰칵하고 자물쇠가 돌아갔다.
나 말고 카드키를 가진 건 코치님들이다.
그러니 그중 한 분일 거다.
“안 자?”
“곧 자려고요. 일지만 쓰면 돼요.”
“그래. 뭐, 마실 것 좀 가져다줄까? 물은 있고?”
“네. 괜찮아요. 고마워요.”
“필요한 거 있으면 언제든 말해. 알겠지?”
“네. 잘 자요, 바스코.”
“잘 자렴.”
딸깍.
바스코 코치님이 문을 닫으며 사라지고, 나는 일어선 김에 일지를 적을 겸 작은 원탁 테이블 앞에 앉았다.
나는 꽤 오래전부터, 그날그날 훈련이나 다른 것을 하며 느꼈던 것들을 노트로 옮겨 적는 일을 하고 있다. 뭔가 아이디어가 생기면, 재빨리 그림을 그려두기도 했다.
그래서 노트는 늘 엉망진창이다.
나 아니면 알아볼 수도 없다.
사각, 사각.
사각.
고요한 장소에서 펜이 움직이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저절로 마음이 비워지는 것도 좋았다. 매일 이렇게 하루를 끝내는 걸 좋아하게 된 이유다.
탁.
“으-!”
노트 정리를 끝낸 후, 기지개를 켰다.
벌써 눈이 반쯤은 감겼다.
이만 닦고, 바로 침대에 뛰어들어야겠다.
내일 경기가 몇 시더라?
오후 3시였나?
정신이 몽롱해서 경기 시간이 몇 시였는지조차 잘 떠오르지 않는다.
털썩.
벌써 두 번째 침대로의 점프.
이번엔 몸을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아, 잠 온다.
내일 일어날 일은, 내일의 나에게 맡기겠다.
***
#. 2016년 1월 29일
#-1. 호주, 멜버른 시
#-2. 로드 레이버 아레나
▷ 경기 시작 1시간 전
0 0 : 신우주
0 0 : 주라벡 카리모프(7)
어느덧 2016 호주 오픈도 날짜로는 사흘, 일정으로는 이틀밖에 남지 않았다.
모두가 대회가 끝나가는 걸 아쉬워하고 있지만, 보라 나바라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그녀는 대회 개막 후 처음으로 직업적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음- 너무 좋아.’
텅텅 비어 있는 기자석을 독차지했다.
나중에 조금 채워지긴 할 것이다.
그래도 많지는 않을 게 뻔했다.
지구상에서 주니어 대회를 현장에서 취재하는 기자는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그것을 잘 알기에, ITF도 주니어의 경우 결승전까지 인터뷰 자리를 따로 마련해두지 않는다. 그나마 그랜드슬램씩이나 되기에, 시상식 정도는 형식적으로나마 진행한다.
문득, 보라는 출입증을 보여준 자신을 이상하게 쳐다보던 스태프들을 떠올렸다.
‘후후. 정말 놀란 표정이었어.’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테니스 매거진 ‘TENNIS’.
그중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명성과 공신력을 지닌 보라 나바라가 주니어 경기장에 나타났다.
이러한 사실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응?”
부르르르-
부르르르-
기자석 테이블 위에 올려둔 휴대전화가 울리는 것을 보며, 보라가 화면을 확인한다.
스페인으로부터의 전화.
거긴 지금 오전이다.
“¿Si?”
– 에이, 보라. 지금 통화돼?
“그럼요. 지금 출근하는 길이예요?”
– 맞아. 보내준 원고 잘 봤어. 언제나처럼 죽이던데?
“새삼스럽게 그 말 하려고 전화를 건 거예요?”
– 아니, 그건 아니고.
“?”
– NEXT GEN건 말이야. 그건 어떻게 되고 있어?
오는 3월부터, ATP는 #NEXTGEN을 전면에 내세우겠단 계획을 주요 테니스 미디어에 전달했다.
목표는 2008년을 끝으로 실종된 ‘10대의 ATP 투어 우승’이며, 궁극적으론 고착화한 현재의 BIG3의 틀을 깨트리고 Top 레벨 경쟁에 뛰어들 선수를 푸쉬하기 위함이다.
현재 가장 앞서나가는 선수는 호주의 닉 키르기오스이며, 알렉산드 즈베레프/안드레이 루블레프/데니스 샤포발로프/카란 카차노프 등이 뒤를 잇고 있다.
그러나 ATP는 NEXT GEN이 유럽과 미국 선수들로만 채워지는 걸 원치 않았고, 한국/일본/중국으로 대표되는 동북아시아 국가의 선수를 채우길 원했다.
현재는 대한민국의 정현이 가장 앞서고 있지만, ATP 또한 상품성의 부족을 걱정하고 있다.
단순히 구색 맞추기가 되어서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 후보가 없다면 그래도 하겠지만, 더 나은 대안이 필요한 상태다. 그래서 ATP는 주요 미디어에 S.O.S를 호출했다.
중요한 프로젝트의 주인공을 찾기 위해.
이런 부분에서 보라는 믿을 수 있는 사람이다.
“혹시, 호주 오픈 보고 있어요?”
– 그야, 당연하지.
“주니어 남자 싱글요.”
– ··· 아니.
“뭐, 괜찮아요. 아무튼, 주니어 남자 싱글을 봐요.”
– 전에 말한 그 꼬마 아이인 거야?
“꼬마라뇨. 당신보다 키가 훨씬 커요.”
– 이런! 키 얘기는 하지 말아 줄래?
작은 키가 늘 콤플렉스인 편집장을 떠올린 보라가 입을 가리며 웃는다.
그녀는 안 그래도 제부에게 이야기하려고 했다며, 호주 오픈이 끝난 다음에 통화를 해볼 거라고 했다.
– 좋아. 알지? ATP가 후하게 보답하겠다고 한 거.
“그럼요. 우리가 그걸 따내야죠.”
– 그래, 그럼. 이만 끊을게. 곧 회사 앞이야.
“힘내요.”
딸깍.
사람들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ATP는 젊은 스타의 탄생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그 수준이 어느 정도냐면, 젊은 층의 유입을 위해 규칙에 손을 대려고 할 정도다.
저물 것 같았던 페더러/나달/조코비치가 30대가 되며 오히려 더욱 쌩쌩한 모습을 자랑하자, 현재의 규칙으론 이들을 막을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장 일어날 일은 아니다.
가장 좋은 건, 새로운 스타의 등장하는 것이다.
‘이미 등장했는걸.’
정비가 이뤄지고 있는 코트를 내려다보며, 보라 나바라는 Big3를 위협할 스타가 이미 나타났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얼마가 걸리든 신우주는 세계 테니스 중심에 설 것이고, 이번 호주 오픈의 결과는 향후 소년이 매니지를 받는 데 있어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다.
만약 우승을 차지한다면?
‘모든 기록이 바뀌게 될걸?’
역대 최고의 아시아 테니스 선수.
역대 최연소 ATP 우승.
역대 최연소 시니어 그랜드슬램 승리와 우승.
이와 같은 기록이 모두 달성되는 순간, 보라 나바라는 자신이 그 자리에 있길 진심으로 원했다.
경기까진, 이제 겨우 30분이 남았다.
***
#. 같은 시각
#-1. 대한민국, 서울특별시 마포구
#-2. JTBS 스포츠 스튜디오 No.02
JTBS 신입 채용 1기 송민희는 대한민국에 거의 없는 여성 스포츠 전문 캐스터다.
리듬체조와 컬링을 비롯한 다양한 종목에서 시청자들에게 목소리를 들려주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테니스 팬들에겐 익숙한 목소리였는데, 송민희 스스로 [“많은 스포츠 중에서 테니스를 가장 좋아한다.”]고 밝힐 만큼 상당한 애정을 자랑했다.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노박 조코비치.
중계 도중에도 가끔 애정이 묻어났다.
“선배님. 선배님은 이 신우주란 선수를 아세요?”
“오렌지 볼에서 우승하지 않았나?”
“네? 오렌지 볼? 그게 뭔데요?”
“허-! 송 프로. 공부 많이 해야겠어. 재작년부터 테니스 중계를 맡았는데, 오렌지 볼을 몰라?”
“모르니까, 선배님이 알려주세요.”
“허! 거, 참.”
송민희가 김정배에게 오렌지 볼에 관해 듣는다.
“한국인 최초 우승이라고요?”
“어. 한국인뿐만 아니라, 아시아 최초 우승.”
“그런데 왜 제가 몰랐죠?”
“송 프로. 주니어 뉴스는 챙겨 봐?”
“··· 아뇨. 그러네요.”
“그렇지 뭐- 송 프로가 잘못한 건 아니고. 그냥 다 그래.”
테니스계에서 인정받는 권위 있는 주니어 대회 우승.
그것도 아시아 선수 최초 우승.
만약 다른 메이저 종목에서 이런 사례가 나왔다면, 언론에서 앞다퉈 보도했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테니스는 피겨나 수영보다도 관심이 낮은 스포츠다.
또 생각해보면, 피겨 여제(女帝)로 불리는 김서아도 온갖 주니어 대회를 휩쓸며 ‘올포디움’이란 전무후무한 기록을 냈는데도 제대로 된 후원이 없었다.
외국에서 인정을 받자, 허겁지겁 후원에 나섰다.
이는 대한민국 예체능의 가장 큰 특징이다.
메이저가 아니라면, 외국에서 먼저 인정을 받기 전까지는 본인들의 자랑을 인정하려고 들지 않는다.
송민희는 늘 그것이 아쉬웠다.
“그런데, 이 선수. 패배가 없네요?”
“그러네. 다 봤는데, 없어.”
전적에 포함되지 않는 예선을 제외하면, 신우주는 주니어와 시니어 대회를 통틀어 17승 무패의 전적을 자랑하고 있었다.
이번 호주 오픈까지 포함하면 21연승을 기록 중이었고, 만약 우승하게 된다면 4개 대회 연속 우승이란 새로운 기록에도 도달하게 된다.
급하게 뒤진 자료를 확인하던 송민희는 휴대전화 검색으로 찾은 사진을 보며 반색한다.
“오-! 잘생겼다~?”
“어디 봐.”
“여기요, 선배님. 진짜 잘 생겼죠? 꼭 아이돌 같지 않아요?”
“··· 그러네. 이거 잘만하면 인기 좀 끌겠는데?”
“제 말이요. 저도 중계할 맛 나겠어요. 조금 피곤했는데. 히히.”
“어이구~ 네, 네. 열심히 중계하세요.”
고개를 들어 남은 시각을 확인하는 송민희.
연이어 경기를 중계하게 되어 매우 피곤했지만, 지금은 조금 기운을 차렸다.
“5분! 5분 후에, 스탠 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