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bsolute on the Tennis Court RAW novel - Chapter 61
테니스 코트 위의 절대자 061화
Australian Open – Boy`s Single (7)
투어에 참가하기 시작하면서, ‘드로(Draw)’라는 단어를 자주 접하게 됐다.
128드로.
64드로.
32드로.
이것들은 투어 본선에 참가인원을 알려주는 말이다.
64강부터인 호주 오픈은 64드로다.
그렇지만 훨씬 전부터, 나는 이 단어가 익숙했다.
왜냐하면, 테니스에서 드로는 ‘속임수’기 때문이다.
오픈(Open) 시대 이후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단어였지만, 플라브시치 코치님이 자주 사용해서 나도 가끔 사용하고 있다.
Draw Player.
속임수를 즐겨 쓰는 선수란 뜻이다.
꼭 나처럼.
“폴트!”
【“세컨드 서브.”】
.
.
▷ SET 1
1 : 알렉스 드 미노(30)
1 : 신우주(15)
통, 통, 통.
“···.”
“으이!”
탕-!
뜻밖에도, 알렉스 드 미노는 좋은 서버(Server)였다.
플랫(Flat)과 킥(Kick) 모두 그랬다.
지금 보내어진 킥 서브도, 매우 강한 톱스핀이 걸리면서 생각보다 훨씬 높이 튀어 올랐다.
방향은 몸통 쪽.
처리가 조금 까다롭다.
탕.
···.
“OUT!”
“와아아-!”
“휘익!”
“휘이익!”
내가 받아친 리턴은 베이스라인 밖에 떨어졌다.
드 미노의 득점이 나오자, 큰 환호성이 나왔다.
이곳이 상대의 홈그라운드라는 걸 실감했다.
한참 전부터 그렇긴 했지만 말이다.
통, 통, 통.
“으이!”
탕-!
백핸드 방향으로 오는 서브.
난 일단 그것을 길게 보고 넘겼다.
속도보다는 낙구 지점에 신경 썼다.
크로스 된 볼은 괜찮은 위치에 잘 떨어졌다.
퉁.
이럼, 랠리를 이어갈 수 있다.
탕!
백핸드 크로스.
백핸드 스트레이트 샷.
포핸드로 전환한 드 미노의 포핸드 크로스.
난 그걸 다시 한번 포핸드 스트레이트로 처리했다.
탕!
움직이는 드 미노.
탁, 탁, 탁, 탁.
탕!
양손 백핸드로 크로스를 시도했지만, 생각만큼 튀지 않은 바운드 탓에 자세가 조금 불편해 보였다.
탁.
“!”
역시.
【“포티, 써티.”】
약간의 힌트를 얻은 것 같다.
“OUT!”
【“게임, 드 미노.”】
“휘—익!”
“바로 그거지!!”
서비스 게임을 지켜낸 드 미노를 향해 또 한 번 큰 환호성이 쏟아진다. 지금까지는 서브를 가져간 쪽이 본인의 게임을 지켜내는 양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자리에 앉아, 가방을 연 후에 라켓을 바꾼다.
스트링 조절이 조금 잘못된 것 같다.
메인(Main) 아니면 크로스 스트링 쪽이 조금 과하게 당겨진 건지, 생각보다 볼이 더 길게 나갔다.
흔한 실수지만, 기분이 나쁘다.
진작에 바꿀걸.
괜히 고집 피웠다.
“후우-”
그렇지만 이런 걸 빠르게 털어내는 것도 테니스를 잘하는 방법이라고 배웠다. 60초의 짧은 시간 동안, 평정심을 찾기 위해 최대한 노력했다.
눈앞의 것만 생각하려고 한다.
서비스 게임을 지키는 것.
그게, 내가 당장 해야 할 일이다.
【“게임 레디.”】
휴식의 끝을 알리는 심판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난 바꾼 라켓과 함께 코트를 찾아 움직였다.
브레이크(Break)는 따내지 못했지만, 첫 세 번의 게임에서 얻어낸 정보들이 있다.
이제부턴 그것들을 실험하려고 한다.
【“서비스 레디.”】
통, 통, 통.
통, 통, 통.
“···.”
타앙-!
슬라이스(Slice)를 약간 섞은 서브를 드 미노의 포핸드 방향으로 보낸다.
리턴이 이뤄졌고 볼은 완만한 궤적을 그렸다.
볼이 떨어지기 전, 스텝을 가져간다.
유닛 턴(Unit Turn).
그리고 테이크 백.
라켓이 중력에 이끌려 떨어지는 것을 느끼면서 시선은 볼에 고정한 채 움직이지 않는다.
오른발은 제대로 코트에 달라붙었다.
남은 건, 스윗 스팟을 찾는 것.
코트의 특성과 지금까지 받아보았던 드 미노의 샷을 종합해보면, 볼은 아마도 내 어깨높이 정도로 튀어 오를 거다. 일반적인 스윙으론 힘을 실을 수 없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간단하다.
점프.
잘 지지해 놓은 오른발 발바닥에 힘을 주며, 난 가볍게 점프해 최적의 스윙 메커니즘을 흐트러뜨리지 않았다.
탕!
마음먹고 강하게 휘두른 포핸드 크로스.
높은 위치에서 처리해서 각도가 더 깊다.
리턴 이후 포지션을 잡으려던 드 미노가 멈칫하며 반응했지만, 지금의 샷이 위너(Winner)가 되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짝짝짝짝짝.
【“피프틴, 러브.”】
.
(존 피츠제럴드) – A.O 공동-코멘테이터
“지금의 샷이 무척 마음에 듭니다. 많은 어린 선수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샷입니다. 어린 선수들을 가르칠 때, 저는 언제나 테니스는 발로 하는 스포츠라고 말합니다. 이 의미를 깨닫지 못한다면, 절대 일관된 스윙을 완성할 수 없다고 말하죠. 지금도 보면, 가볍게 점프하는 것으로 가장 강하게 샷을 보내도록 만들었습니다. 볼이 낮거나 높게 튀어 오를 수 있는데, 그럴 때마다 스윙 메커니즘이 달라져서는 안 됩니다. 저런 식으로 발을 사용하거나, 아니면 몸을 낮추거나 해야 하죠. 아주 좋은 샷이었습니다.”
.
통, 통, 통.
통, 통, 통.
타앙-!
.
(피터 도너건) – A.O 코멘테이터
“에이스로군요. 드 미노의 타이밍을 완전히 빼앗았습니다. 전부터 느꼈지만, 기교가 상당한 친굽니다. 지금은 토스를 일부러 낮게 던져서 빠르게 서브를 가져갔습니다. 드 미노가 준비되기 전을 노렸던 거죠. 다양한 득점 루트를 가지고 있습니다.”
(존 피츠제럴드)
“속도도 훌륭합니다. 오늘 양 선수 모두 120마일(약 193.1km/h) 안팎에서 서브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누가 먼저 브레이크 포인트를 가져가느냐가 중요해질 것 같습니다.”
.
세 번째 랠리에서, 드 미노가 먼저 변화를 줬다.
백핸드 슬라이스(Slice)를 쳤다.
탕.
앞으로 달려가려던 난, 재빨리 스텝을 바꿔 뒤로 물러났다.
볼은 느리고 깊게 떨어졌다.
퉁.
백핸드로 길게 보낸 스트레이트 샷.
상대는 포핸드 크로스로 받아친다.
깊숙한 각도로 온 것은 아니다.
몇 발만 옆으로 움직이면 된다.
탁, 탁.
탕!
아, 젠장.
라켓을 바꾼 걸 깜빡했다.
좀 더 강하게 쳐도 됐는데.
볼은 짧게 떨어져 내렸다.
저러면 상대는 공격할 수 있다.
탕!
예상대로 드 미노는 강력한 포핸드 스트레이트 샷으로 왼편 열려 있는 오픈 코트를 노려왔다.
그러곤 즉시 네트를 향해 뛰었다.
당연하면서도 좋은 판단이다.
하지만.
상대도 실수를 범했다.
본래 네트를 향해서 뛰어올 땐, 상대가 볼을 처리하는 지점에서 베이스라인과 앨리 라인이 맞닿는 인(In) 플레이 지점의 정 중앙을 찾아 움직여야 한다.
지금처럼 나를 본인 기준 오른쪽으로 몰았다면, 네트 앞으로 뛰어올 땐 가운데에서 살짝 오른쪽에 자리를 잡는 게 옳다.
그래야만 양쪽 모두 반응할 수 있다.
근데 지금처럼 위치를 잘못 잡게 되면.
탕!
“!!”
이렇게 빈틈을 내어주고 만다.
“우와아-!!”
“WHAT A SHOT!”
.
(피터 도너건)
“와우! Sensational! 지금의 다운 더 라인은 단연코 이 경기를 본 가치를 느끼게 만드는 그런 샷입니다! 이 친구는 가끔 이렇게, 양손백핸드로 환상적인 다운 더 라인 득점을 만드는군요!”
.
【“포티, 러브.”】
지금은 드 미노의 달려오는 위치가 살짝 왼쪽에 치우쳐졌다. 그래서 난 가볍게 미끄러지는 것을 선택하며, 한 손이 아닌 양손을 써서 백핸드 다운 더 라인을 가져갔다.
스트랜드(Strand)와 같은 메커니즘이다.
준비되진 않았던, 임기응변 된 샷이었다.
그런 만큼, 좀 더 어려웠다.
대신 기분이 더 좋긴 했다.
어려운 걸 실수 없이 해냈으니까.
기분이 무척 좋아졌다.
타앙-!
퉁!
“Yeah-!”
짝짝짝짝짝.
【“게임, 우주.”】
지금은 퍼스트 서브가 잘 들어가자, 드 미노가 포기하고 그냥 그대로 흘려보냈다.
단 3분 만에, 서비스 게임이 끝나버렸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부터다.
드 미노의 서비스 게임.
이쯤에서, 브레이크를 따내야 한다.
【“서비스 레디.”】
아까 두 번째로 점수를 내어줬을 때, 내가 받았던 느낌은 드 미노의 무빙(Moving) 샷이 조금 약하다는 거였다.
처음엔 발이 무척 빨라서 셑(Set)이 조금 약하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오히려 다른 카운터 펀처와는 다르게 서브가 강했고 대신 움직이면서 치는 샷에서 실수가 많이 나왔다.
그리고 또 생각해보면, 상대의 득점 대부분은 서비스를 통한 주도권을 살린 샷이거나 내 실수들이었다.
드 미노의 위너(Winner)가 있었던가?
내 기억엔 없었던 것 같다.
그럼 종합해보자.
빠른 발.
약한 무빙 샷과 위너.
대강 그림이 그려진다.
통, 통, 통.
게임 포인트 스코어 2:2.
드 미노가 세 번째 서비스 게임을 시작하려 한다.
볼이 높게 토스 되었을 때, 난 불현듯 하나가 하고 싶어졌다.
타앙-!
“폴트!”
라인 밖으로 떨어진 서비스는 폴트가 선언되다.
두 번째 서브를 준비하는 드 미노.
볼이 다시 토스 된 순간.
“···.”
나는 베이스라인 앞으로 나아갔다.
“으이!”
탕!
서비스 라인 안쪽에 떨어지는 톱스핀 서브.
더 튀어 오르기 전에 라켓을 가져간다.
탕.
하프발리로 보낸 리턴은 깊숙한 곳에 잘 떨어졌다.
그리고 난 이미 네트의 앞에 섰다.
살짝 멈칫한 드 미노가 라켓을 휘감아 올리며 문(Moon) 볼을 보내지만, 라켓에 맞은 공이 떠오르자마자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결과를 알았을 것이다.
이건 그냥 아웃이다.
“OUT!”
내 말 맞지?
다시 한번 내게 박수와 환호성이 쏟아졌다.
처음보단 조금 커진 느낌이다.
너-무 좋다.
.
(피터 도너건)
“교활하네요. 이 친구는 정말 교활합니다. SABR. Sneaky Attack By Roger. 로저 페더러의 기술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
어제 본 페더러 선수도 네 번 정도 SABR를 했다.
기술을 쓴 타이밍이 정말 너무나도 멋졌다.
어떠한 생각으로 SABR를 택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나였으면 어땠을까 생각해본 결과는 이랬다.
상대가 주도권을 가져가려고 했을 때.
상대의 서비스 리듬이 좋을 때.
자신의 샷이 단조롭다고 느낄 때.
마지막으로, 결정타를 날리고 싶었을 때.
그리고 난, 드 미노를 흔들기 위해 SABR를 해봤다.
먹혀들었는지는 조금 지켜봐야 한다.
【“러브, 피프틴.”】
통, 통, 통.
“으이!”
타앙-!
평범했던 퍼스트 서브.
서브 위치로 백핸드 리턴.
깊지 않은 백핸드 크로스.
마찬가지로 비슷한 백핸드 크로스.
각자 두 번씩 샷을 주고받았을 때, 드 미노가 먼저 슬라이스로 샷을 전환했다.
사실, 약간 의외의 샷이다.
불편한 게 있었던 걸까?
줄곧 무빙이 아닌 셑에 가까운 샷들을 주고받는 상황이었던 만큼, 어정쩡한 백핸드 슬라이스로 무얼 얻어내려고 하는지 이해가 잘 안 됐다.
하지만, 고민할 이유는 없다.
단순하게 생각해야 한다.
주어진 공격 기회.
난 그걸 살리기로 했다.
약간 길기도 하고 느리게 온 샷이라 반발력이 약해 강하게 받아치는 건 조금 어렵지만, 준비를 충분하게 할 수 있는 만큼 톱스핀을 강하게 걸어보려고 한다.
탕!
살짝 솟구쳤던 공이 급격히 아래로 떨어진다.
그런 만큼 높은 바운드가 형성된다.
깊숙한 위치로 날아간 샷은 아니라서 몇 발 움직이는 것으로 쉽게 따라붙을 순 있었지만, 드 미노는 점프하지 않은 상태에서 어깨높이의 샷을 처리했다.
좋지 않은 메커니즘.
자연히 샷은 짧았고.
또 방향도 나쁘다.
꼭 연습 때 코치님이 보내주는 샷 같다.
아무 개성도 또 의도도 보이지 않는다.
백기를 든 것처럼 느껴지는 드 미노의 샷에, 나는 그대로 응징을 택했다. 앞으로 움직이면서 유닛 턴을 가져갔고, 오늘 가장 강한 포핸드로 오픈 코트를 겨냥했다.
탕-!
강력했던 샷이 코트에 떨어진 순간, 관중석에선 탄성이 흘렀고 뒤이어 큰 목소리가 귀를 때렸다.
“브라보-! 내 손자! 브라보!”
.
(피터 도너건)
“Great Winner! 81.1마일(약 130.5km/h)! 강력한 포핸드가 들어갔습니다!”
(존 피츠제럴드)
“명백히 알렉스 드 미노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직전의 작전이 영향을 준 것 같습니다. 우주가 상대를 불쾌하게 만들 생각이었다면, 그의 의도대로 풀렸습니다.”
.
탕!
【“OUT.”】
이번에는 주심이 직접 콜을 줬다.
드 미노가 흔들리고 있는 게 보인다.
약점이라고 판단했던 부분을 어떻게 공략해보기도 전에, SABR가 한 방을 제대로 날린 것 같았다.
일관적으로 깊게 들어왔던 샷의 길이가 점차 짧아졌고, 그러다 보니 길게 보내는 걸 의식해서 평범하게 처리할 수 있었던 샷이 베이스라인 밖에 떨어지는 실수로 이어졌다.
이럼, 굳이 더 괴롭힐 필욘 없다.
알아서 흔들리게 놔둬야 한다.
대신 공략은 계속될 것이다.
“으에이!”
탁.
“아···.”
【“게임, 우주.”】
깊게 슬라이스 된 볼을 처리하려던 드 미노의 포핸드가 네트에 걸리면서, 예상보다 훨씬 손쉽게 브레이크를 가져갈 수 있었다.
게임 초반만 보면 상상하기 어려웠던 결과다.
하지만, 이게 바로 테니스다.
어디에서 어떻게 흔들릴지 모른다.
나에게도 해당할 수 있는 이야기란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만큼, 주어진 휴식 시간 동안 마음을 다잡으며 집중력을 끝까지 이어나가자고 다짐했다.
아까와 마찬가지로, 내 서비스 게임을 지키는 것부터 하나씩 해나갈 생각이다.
.
.
▷ GAME SET
4 2 : 알렉스 드 미노
6 6 : 신우주
***
【“매치, 우주.”】
“와아아아-!”
자신들이 자랑하는 유망주가 홈그라운드에서 패배했다는 사실은, 호주의 테니스 팬들에겐 슬픔보단 놀랍고 즐거운 일이었다.
물론 자국 선수가 승리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 문제도 없었다.
멋진 테니스를 보았기 때문이다.
하이센스 아레나를 찾은 천여 명의 팬들은 그들이 투자한 시간을 전혀 아까워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중엔, 한 테니스 전설도 있다.
코트의 악동으로 불렸던 존 메켄로다.
독일에서 태어난 미국 국적의 존 메켄로는, 16개의 그랜드 슬램 타이틀과 통산 81.7%의 단식 성적을 보유한 최고의 테니스 스타 중 하나다.
더욱 놀라운 건, 16개의 그랜드 슬램 타이틀 중 9개가 복식 경기라는 점이었다.
81.7%보다 더욱 높은 84.1%의 승률을 기록한 복식 경기에서, 존 메켄로는 역대 최고의 선수로 평가받고 있다.
그래서 어떠한 이들은 역대 가장 완성된 테니스 선수라 말하기도 한다.
“허허. 이거,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
“아무래도 오늘, 알렉스의 컨디션이···.”
존 메켄로가 손을 들어 올려, 멋쩍은 표정으로 말하는 남성의 말을 가로막는다.
남성은 호주 테니스 협회의 고위 간부다.
목적은 알렉스 드 미노를 소개하기 위해서다.
향후 프로에 데뷔해 투어에 참가하려면, 존 메켄로와 같은 위대한 전설들과 얼굴을 익힐 필요가 있다. 이들의 추천으로 높은 레벨의 투어 참가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존 메켄로에게 알렉스 드 미노에 관한 인상은 전혀 남아 있지 않다.
지금 그의 눈은 신우주를 쫓고 있다.
‘흥미롭군.’
현역 시절, 존 메켄로는 악동이자 예술가였다.
실제로도 많은 예술 활동에 참여했다.
이유는 멘탈 게임인 테니스에서 뇌의 활용도를 극한으로 끌어 올리기 위해서였다.
또 뇌의 균형을 맞추고자, 테니스를 치지 않는 오른손으로 일기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등의 행동도 했다. 시간이 날 때면 아마추어 극단 무대에도 섰다.
이렇듯 삶의 모든 부분을 테니스에 맞춰온 그에겐, 오늘 본 신우주의 테니스는 매우 인상적인 것이었다.
‘분명 뭔가가 더 있어.’
오늘 드러내지 않은 무기가 반드시 있다고 생각하며, 존 메켄로가 자리에서 일어선다.
호주 테니스 협회의 관계자는 그를 일정대로 이끌려고 했지만, 하고 싶은 것은 해왔던 메켄로답게 직설적인 단어로 신우주의 라커룸으로 안내해 달라고 말한다.
그러자, 남성은 매우 당황했다.
“우, 우주라면. 금방 이긴 선수요?”
“그래. 설마, 안 된다곤 하지 않겠지?”
“아, 네. 그, 그럴 리가요. 알겠습니다. 따라오시죠.”
“···.”
신우주를 만나는 그 자체보다, 소년이 누구에게서 지도를 받는지가 더 궁금했다.
만약 이도 저도 아닌 코치에게서 지도를 받는 거라면, 당장 자신의 아카데미로 스카우트하려고 했다. 일반적으로 동양의 지도자는 역량이 크게 떨어진다.
복도를 따라 관계자들만 드나들 수 있는 통로를 쭉쭉 통과하며, 얼마를 더 걸어간 메켄로는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었다.
“그럼, 제가 먼저.”
똑똑똑.
노크하는 남성.
곧,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딸깍.
“누구시죠?”
뜻밖에도 얼굴을 비춘 사람은 백인이었다.
협회 관계자를 밀친 메켄로는 그대로 문을 밀어내며 거침없이 안으로 들어섰다.
그러자, 바스코 토미치가 당황했다.
“자, 잠시만요!”
“?”
소란에 놀란 이들이 고개를 돌리고, 메켄로는 조금 전에 승리한 소년과 그를 둘러싼 이들을 관찰했다.
뒤늦게 누구인지를 확인한 이들은 놀란 얼굴이었다.
존 메켄로의 등장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을 거다.
“자네들, 어디 소속인가?”
“··· 네?”
“누구를 지도해봤지? 아니면, 아카데미인가?”
“아니, 그걸 왜···.”
“시끄럽고 대답이나 해.”
“···.”
다른 이였다면 대번에 무례하다고 말했겠지만, 존 메켄로의 행동은 너무 자연스러워 그렇게 느껴지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안드레이.
그가 곧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팁사레비치 테니스 아카데미입니다.”
“TTA? 세르비아?”
“네.”
“···.”
메켄로의 첫 번째 궁금증은 바로 풀렸다.
TTA는 최근 떠오르는 아카데미다.
지켜봐야겠지만, 괜찮다고 판단했다.
이제, 존 메켄로의 시선은 신우주에게 향한다.
“자네, 무기를 더 갖고 있지?”
“네?”
“그게 뭔지는 모르지만, 앞으로 지켜보겠네. 그럼.”
실례했다는 말도 없이 획 돌아선 메켄로는 들어올 때 모습 그대로 밖으로 빠져나갔다.
바람처럼 등장했다 사라진 전설의 모습에, 신우주와 그의 팀이 정신을 차리기까진 시간이 필요했다.
“지금.”
“?”
“존 메켄로가 우주를 지켜보겠다고 말한 거야?”
“어? 맞네?”
“이거, 엄청난 거잖아. 안 그래?”
소문대로 괴팍하고 무례한 남자.
그게 바로 존 메켄로다.
***
※ 2016 호주 오픈 – Boy`s Single
-> 4강 대진
올리버 앤더슨(WC) vs 정윤성(5)
신우주 vs 주라벡 카리모프(7)
***
[신우주, 정윤성과 함께 호주 오픈 주니어 단식 동반 준결승 진출! 한국 최초 그랜드 슬램 주니어 대회 우승이 가능할까? – 코리아 테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