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bsolute on the Tennis Court RAW novel - Chapter 75
테니스 코트 위의 절대자 075화
Capri Watch Cup – 빅 슬레이어 (7)
【“게임, 마리우스.”】
.
.
▷ SET 1
3 : 신우주
3 : 마리우스 코필
(송민희) – JTBS 캐스터
“다시 원점. 각자의 서비스 게임을 아주 잘 지켜내고 있는 양 선수입니다. 첫 번째 세트 게임 스코어 3:3 동점. 다시 신우주 선수의 서비스 게임으로 게임이 시작됩니다.”
.
챌린저 이후, 와닿기 시작한 명언이 있다.
Pressure is Privilege.
압박은 특권이란 말이다.
너무나도 위대한 여성 테니스 선수인 빌리 진 킹 선수가 커리어 동안 가장 즐겨 사용한 말이기도 하다.
지금 난, 압박을 받고 있다.
그리고 그건 점점 더 커지는 중이다.
발 디딜 곳이 줄어드는 게 느껴진다.
삐끗하면, 흙바닥에 구르게 될 거다.
세트를 빼앗길 거란 뜻이다.
처음엔 어깨를 짓누르던 압박은 지금 시야마저 전부 차단해 버렸고, 앞으로 나아가는 길만을 터 두었다.
통, 통, 통.
통, 통, 통.
정면에는 적(敵)이 있다.
적은 압박 그 자체다.
그것은 내게 말한다.
도망치는 뒷모습을 보여줄 텐가?
아니면, 맞서 싸울 것인가?
나는 그에 대한 대답을 망설이지 않고 말할 수 있다.
타앙-!
싸울 생각 아니었어?
라고.
몸통 방향으로 플랫(Flat) 서브가 잘 들어갔다.
상대는 몸을 살짝 틀어 백핸드로 받아친다.
제대로 된 샷은 아니다.
막아낸다는 느낌으로 임팩트 지점을 찾아낸 뒤, 슬라이스를 하듯 긁어내며 볼의 속도를 더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스트로크는 아니다.
샷은 약하고 또 짧게 떨어졌다.
기회.
서브를 보낸 후 위치를 잡았던 나는 오른발부터 시작해 세 걸음을 앞으로 내디뎠고, 애드(Ad) 코트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강하게 백핸드를 휘둘렀다.
탕!
마치 포핸드처럼 날아간 백핸드 샷을 상대가 부지런히 쫓는다.
발은 열심히 움직이지만, 확실히 느렸다.
그래도 샷은 받아낼 수 있을 것 같다.
탁, 탁, 탁, 탁.
탕.
받아친다는 느낌보다 받아낸다는 느낌이 강했던 샷이 다시 한번 네트를 넘어오려고 했지만, 백핸드 후 네트 앞쪽에 나아가 있던 나는 곧바로 발리로 볼을 다시 밀어 보냈다.
탕!
【“피프틴, 러브.”】
짝짝짝짝짝.
.
(송민희)
“멋진 네트플레이였습니다. 지금은 백핸드가 어프로치 샷이 되어버렸죠?”
(김정배) – JTBS 해설위원
“지난 경기부터 정말 기가 막힌 백핸드를 보여주고 있는 신우주 선수입니다. 각도도 깊고 빠르게 샷이 잘 들어갔기 때문에, 상대방이 어렵게 받아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
느껴진다.
한 방 싸움이라는 게.
상대방의 서비스 게임을 브레이크 해낼 한 방.
그 한 방이 세트의 승패를 가를 것 같다.
다시 서브.
코트 반대편을 보다, 볼을 퉁겼다.
통, 통, 통.
통, 통, 통.
“으읍! 으아!”
타앙-!
센터 마크를 겨냥해서 보낸 서브가 그대로 상대를 통과해 펜스와 부딪힌다.
에이스다.
관중석에서 함성이 쏟아진다.
그러다 곧, 다시 잠잠해졌다.
······.
나는 이 조용함이 좋다.
텅 빈 관중석의 느낌과는 다르다.
말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조용한데 조용하지 않고, 뭔가 미묘하게 불편했다.
하지만,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그냥 낯선 것뿐이다.
몸 곳곳이 찌릿찌릿했다.
왼손으로 밀어 올린 볼이 떠오른다.
그것을 보다, 라켓을 휘둘렀다.
타앙-!
상대는 백핸드 방향으로 향한 서브를 받아냈다.
이번엔 제대로 된 랠리가 이어진다.
두어 번 오가는 백핸드 크로스 샷.
지금까지 이런 상황에서 상대는 언제나 먼저 구도를 바꾸는 시도를 했다.
딱히 부족한 부분이 보이지는 않았다.
그냥, 긴 랠리가 싫은 것 같다.
탕!
역시나.
이번에도 먼저 구도를 바꾸려고 했다.
어떠한 이유에서일까?
선수 개인의 성향이었던 아님 전략이었던, 빠르게 구도를 바꾸려고 한다면 거기엔 반드시 이유가 있다고 배웠다.
짐작되는 부분이 없는 건 아니다.
일단 기본적으로 상대는 발이 느렸다.
그래서 클레이코트에 약했다.
미끄러지는 것으로 추가적인 거리를 확보할 수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클레이 코트는 다른 코트보다 달리는 데에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
물론, ATP 마스터스 투어까지 참가한 상대가 체력이 약할 거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탕!
분명한 건, 매치 내내 상대를 좌우로 끊임없이 움직이게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달려가면서 휘두른 런닝 샷은 마치 앵글 샷처럼 깊숙한 각도로 날아가 잘 떨어져 내렸다.
먼저 공격(다운 더 라인)해두고 센터마크 쪽으로 움직이던 상대는 다시 발을 빠르게 움직여, 사이드 라인까지 완전히 벗어나 스트레치 샷을 가져갔다.
볼은 높게 떠 올랐고, 대각선으로 뛰어 네트 앞으로 다가선 나는 한차례 튕겨 오른 테니스공을 향해 뛰어올랐다.
탁!
그리고 백핸드 샷.
탕!
“와아-!!”
조용했던 관중석에서 커다란 함성이 터져 나오는 것을 들으며, 난 주먹을 불끈 쥐었다.
【“포티, 러브. 우주. 게임포인트.”】
.
(송민희)
“또 점프했습니다! 대한민국 선수가 이렇게 역동적인 테니스를 보여줄 거라곤, 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게임 포인트를 가져가는 신우주 선수!”
(김정배)
“확실히 운동능력이 남달라요. 호주에 닉 키리오스라는 선수가 있는데, 꼭 그 선수의 플레이를 보는 것 같거든요? 닉 키리오스 선수만큼 화려한 테니스는 아닙니다만, 훨씬 안정적이고 또 성숙한 테니스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송민희)
“다시 앞서나갈 기회를 잡은 신우주. 스트레이트 게임을 완성시킬 수 있을지, 네 번째 서비스입니다.”
.
타앙-!
“예–!!”
“와!!”
짝짝짝짝.
【“게임, 우주.”】
서브 네 개로 간단히 게임 포인트를 가져간 나는 주머니에 있던 공을 꺼내어 전달했다.
그러곤 네트를 통과해 반대편 벤치에 가 앉았다.
진짜는 지금부터다.
어떻게 하지?
이틀 전에 만났던 미르자 바시치 선수가 투창을 든 고트족 전사였다면, 오늘 상대하고 있는 마리우스 코필 선수는 대포를 쏘아대는 느낌이다.
단단한 갑옷을 둘러봤지만, 그대로 산산조각 냈다.
오늘 제대로 된 리턴이 있었었나?
있었던 것 같다.
한 세 번?
하지만 그것으론 힘들다.
좀 더 서브에 대처를 잘해야 한다.
세컨드 서브 때 확실히 득점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긴 하지만, 상대는 그라운드 스트로크에서도 확실한 위너(Winner)를 집어넣을 수 있는 선수다.
약점은 발.
그렇다면···.
【“플레이어 레디.”】
60초의 짧은 쉬는 시간이 끝났다.
생각한 것을 정리할 때다.
먼저 서비스를 가져간 만큼, 타이(Tie) 브레이크까지 가더라도 서브권을 쥐었을 때 실수만 하지 않는다면 세트를 가져갈 확률은 내가 더 높다.
하지만 그럼 체력적인 소모가 많아지게 되고, 체력이 떨어지게 되면 실수로 인한 변수가 커진다.
이건 상대도 마찬가지겠지만, 투어 경험은 상대 쪽이 압도적으로 많다.
또 5세트 경기도 상대만 치러봤다.
내겐 불리한 판이라는 뜻이다.
【“서비스, 마리우스. 플레이.”】
통.
통.
서브가 강한 다른 선수들처럼, 상대도 루틴이 비교적 간소했다.
볼을 두 번 튕기고, 바로 서브를 넣는다.
“으어이!”
타앙-!!
독특한 그런팅(Grunting).
하지만, 그걸 신경 쓸 틈이 없다.
탕.
센터 서비스 라인에 잘 떨어진 서브를 백핸드로 받아쳤을 때, 나는 상대가 네트 앞쪽에 와 있을 것을 알았다.
역시나.
예상대로 상대는 네트 앞이었고, 간신히 받아넘긴 리턴을 하프 스매시로 내려치며 간단히 포인트를 가져갔다.
계속해서 같은 패턴이다.
.
(김정배)
“첫 번째 세트는 거의 한 끗 승부가 될 것 같습니다. 양 선수 모두 본인의 서비스 게임을 확실하게 가져가는 것에 집중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거든요? 사실 마리우스 코필의 퍼스트 서브 성공률이 그리 높은 편은 아닌데, 오늘은 컨디션이 좋은 날인 것 같습니다.”
(송민희)
“항상 쉽게 브레이크를 해냈던 신우주 선수기에, 오늘 마리우스 코필 선수의 서브가 얼마나 강력한지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리우스 코필의 두 번째 서브.”
.
통.
통.
“···.”
체감상으론 반반이다.
퍼스트 서브가 들어갔을 때, 상대는 절반 정도의 확률로 네트 앞으로 달려왔다.
처음엔 리턴을 확인한 후에 달려오는 거로 생각을 했었는데, 직전 상대의 서브 게임에서 라켓을 휘두른 직후에 바로 뛰어오는 장면을 두 번이나 봤다.
본인의 장점을 확실히 확실히 알고 있는 거다.
또 경험으로 저런 방식을 터득한 것 같다.
슬러거(Slugger).
서브&발리어(Serve&Volleyer).
지금까지는 경험해보지 못한 조합이라, 정신없이 상대의 서브 게임에 휘둘리고 있다.
타앙-!
탁!
“폴-트!”
상대의 퍼스트 서브가 네트에 걸렸다.
모처럼 만의 세컨드 서브.
내겐 무척 큰 기회다.
통.
통.
“으어이!”
타앙-!
퍼스트 서브보다 많이 느려서 그렇지, 세컨드 서브도 내가 경험한 어떤 킥(Kick) 서브보다 빨랐다.
그렇지만 받아넘기기 어렵지는 않았다.
리턴은 상대 백핸드 위치에 잘 떨어졌다.
받아치는 백핸드 크로스 샷.
마찬가지로 백핸드 크로스.
그리고 한 번 더 반복.
탕!
톱 스핀을 걸려던 것인지 아니면 실수인 건지, 상대의 이번 백핸드는 조금 높게 떴다.
그래서 난 추가 스텝을 밟았다.
탁, 탁.
볼이 떨어지는 곳 왼쪽으로 몸을 가져가며, 포핸드 샷으로 바꿀 준비를 했다.
일단 정면은 오픈 코트다.
상대도 그걸 신경 쓸까?
탁.
어.
쓰네.
솔직히 말해, 이렇게까지 빠른 타이밍에 먼저 움직이려고 할 줄은 몰랐다.
포핸드 자세만 취했지, 지금은 언제 어떠한 곳으로도 볼을 보낼 수 있다.
이미 유닛 턴을 해서 몸통을 더 열어놓기는 어렵지만, 라켓을 떨어트리는 시간을 평소보다 길게 가져감으로써 히팅 포인트를 당겨놓으면 된다.
팔꿈치를 좀 더 붙이고.
대신 어깨를 벌렸다.
그러곤 그대로 볼을 밀어냈다.
탕!
빠르고 정확한 샷을 위해 몸통 회전을 빠르게 가져가는 부분까지 신경을 썼다.
마치 백핸드 크로스처럼 날아간 포핸드가 날아간 순간, 상대는 바로 포기를 했고 그건 그대로 내 포인트가 됐다.
“그거지! 바로 그거야!”
“이야아-!”
“와-!”
.
(송민희)
“환상적인 크로스 샷! 마리우스 코필의 세컨드 서브를 놓치지 않고, 신우주 선수가 포인트를 따냅니다! 피프틴 올. 이 기세를 계속 이어나갈 수 있으면 좋을 텐데요.”
.
금방의 득점은 힌트가 됐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지금까지보다, 상대의 서브에 대처를 조금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내 생각이 맞는지.
아니면 틀렸는지.
아직은 확실할 수 없다.
필요한 건 더 많은 실험.
그러려면.
타앙-!!
【“써티, 피프틴.”】
계속해서 에이스의 숫자를 늘려가는 상대의 서브를 훨씬 더 많이 지켜봐야 할 것 같다.
***
▷ SET 1 종료
7 : 신우주
6 : 마리우스 코필
신우주의 커리어 세트 최장 경기가 나왔다.
다행히도 결과는 승리로 끝났다.
“후우- 어쨌든 한고비는 넘겼군.”
“네. 먼저 서비스를 가져간 게 좋았죠.”
“그나저나, 우주 말인데···.”
“?”
“실력이 엄청나게 늘었어. 정말 대단해.”
“저도 깜짝 놀랄 정도죠.”
상대의 뼈아픈 연속 실수에 기대어 어렵게 따낸 세트였지만, 누구도 신우주가 이뤄낸 성과를 깎아내릴 순 없을 거다.
만 15세의 나이로, ATP 랭킹 100위권의 선수들에게 계속해서 세트 승리를 거둬나가고 있다.
작년 프랑스 ‘MTA’에서 훈련할 때부터 이미 프로 레벨에 진입했단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챌린저 레벨의 선수들과도 견줄만 한 수준이라곤 생각도 하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그래서 더 신우주가 자랑스러운 안드레이였지만, 지금은 눈앞의 시합을 걱정해야 한다.
2세트는 마리우스 코펠의 서브부터다.
만약 1세트와 같은 형태라면.
“결국 2세트는 코필의 것이 될 테니까요.”
“음- 브레이크가 없다면 그렇겠지.”
“네. 우주에게 운이 좋았던 코필의 실수가 반대로 되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고요. 어떻게든 브레이크를 따내야 해요. 바라건대, 우주가 힌트를 얻었길 기도해야죠.”
“힌트라. 뭐, 짚이는 거라도 있나?”
“···.”
데니스 포포비치의 질문에, 안드레이의 눈이 신우주가 쉬고 있는 벤치 쪽으로 향한다.
게임 스코어 4:3으로 앞서던 시점. 좀 더 정확히는 30-15 상황에서, 신우주가 전에는 시도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리턴을 보내기 시작했다.
그것이 전형적인 신우주의 방식이란 걸 알았던 안드레이는, 자신이 틀린 것이 아니기를 바라고 있다.
“일단은 지켜보죠.”
“그러지.”
끝나가는 120초의 시간.
두 번째 세트를 앞두고, 양측 모두 어떤 반전을 기다리며 코트로 들어서고 있었다.
【“휴식, 종료. 플레이어 레디.”】
***
리턴.
리턴.
리턴.
지금 내 머릿속은 오로지 리턴으로만 가득했다.
쉬는 동안에도 온갖 생각을 해봤다.
SABR를 해볼까?
아니, 그건 안된다.
서브 속도가 190km/h 근처라면 SABR가 통할 수도 있겠지만, 오늘이라면 괜히 나갔다가 비웃음만 살 수도 있다.
그럼 어떻게 하지?
서브가 너무 강해 리턴이 단순해졌다.
높게 뜨는 문 볼(Moon Ball)이 되거나.
아니면 짧게 떨어지거나.
그리고 이 둘 모두, 내가 의도한 샷이 아니었다.
받아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일 뿐.
그런 수동적인 상황이 맘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계속해서 생각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서비스, 마리우스. 플레이.”】
통.
통.
만약, 문 볼과 짧게 떨어지는 볼을 선택할 수만 있다면, 나는 차라리 짧은 볼을 택하고 싶다.
상대가 서브&발리 스타일로 나올 때는 바로 위기가 되지만, 뒤쪽에 머물 땐 그래도 랠리를 이어갈 수 있다.
가장 나쁜 건 떠오르는 볼이다.
리턴을 보고 판단할 수 있게 만드니까.
이미 그걸로 위너를 몇 번이나 허용했다.
그래서 난 결심했다.
어려워도 해보자고.
뭘?
탁.
바로, 이거.
“으어이!”
타앙-!!
상대가 볼을 토스했을 때, 나는 바로 센터 마크에 달라붙는 것을 택했다.
이러면 백핸드 리턴 포지션이 포핸드로 바뀌고, 움직이면서 스트로크를 하는 상황 역시 아니어서 안정적으로 리턴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서브가 잘 들어갔다고 느낌이 온 건지, 바로 네트를 향해 뛰던 상대가 움찔한다.
베이스라인에서 가만히 랠리만 기다렸어도 쉽게 받아칠 수 있었을 샷이었지만, 앞으로 달려 나오는 바람에 리턴 된 볼에 라켓을 가져다 댈 수 없었다.
“오-!!”
짝짝짝짝짝.
【“러브, 피프틴.”】
상대는 바로 눈치를 챘을 거다.
내가 미리 움직였다는 걸.
여기서부터는 머리싸움이다.
이번 애드 코트에서도 내가 백핸드 포지션 쪽으로 미리 움직여 설까? 아니면 한 번 꼬아서 반대로 포핸드 방향으로 옮겨 서게 될까?
그것도 아니라면, 두 번 꼬을 수도 있다.
제발 속아라.
속아.
아까 휴식 시간, 내가 많은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상대가 서브할 때 더 많은 생각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그 무엇도 확신할 순 없었지만 말이다.
어쩌면 아무 생각도 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통.
통.
“으어이!”
타앙-!!
탁.
“폴트!!”
애드 코트에서의 퍼스트 서브가 네트에 걸렸다.
그러나 아직은 어떤 쪽도 확신할 수 없다.
일단은 세컨드 서브 상황이라는 것과 지금까지는 반반 정도로 포인트를 가져갔다는 사실에 집중하여, 게임을 0-30으로 만드는 데 집중하려고 한다.
“으어이!”
탕!
오늘 매치 가장 긴 랠리.
서로의 좌우를 끊임없이 흔드는 샷이 오간다.
포핸드 스트레이트 샷.
이걸 백핸드 크로스로 받아치는 상대.
느린 볼이라, 난 계속 포핸드 포지션을 잡았다.
완벽히 자세를 잡고, 다시 포핸드 스트레이트 샷.
상대는 힘겹게 추격했지만, 제대로 받아쳤다.
무조건 스트레칭이 될 줄 알았는데.
라켓을 잘 휘둘렀다.
확실히.
수준이 높다.
지금 보내어진 상대의 샷은 불안정한 자세였는데도, 깊은 위치로 잘 날아와 베이스라인 앞에 떨어진다.
하프 발리로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어제 종일 연습한 감각이 남아 있다.
이제는 조금, 힘을 실을 줄 알게 됐다.
탕!
제대로 걸어놓고 친 포핸드만큼은 아니었어도, 그래도 제대로 톱 스핀이 걸린 하프 발리는 이번에도 상대의 반대편 오픈 코트를 향해 떨어졌다.
길었던 샷 덕분에 정돈을 할 수 있던 상대는 어렵지 않게 다가섰고, 백핸드가 예상되었던 상황에서 슬라이스로 반전을 줬다.
탕.
상대 라켓에 볼이 맞았을 때, 뭔가 느낌이 왔다.
계속된 랠리에 지쳤을 수도 있단 생각 말이다.
어쨌든 좌우로 계속 뛰어다녔다.
매치를 길게 이어나가는 체력과 단일 랠리를 길게 끌어나갈 수 있는 체력은 종류가 다르단 말이 떠올랐다.
결정했다.
망설일 이유가 없다.
지금은 공격할 타이밍이다.
슬라이스를 강한 포핸드로 크로스.
상대는 다시 백핸드 슬라이스를 한다.
하지만, 이번엔 볼이 짧다.
탁, 탁, 탁, 탁.
기회를 포착한 나는 재빨리 네트를 향해 달렸고, 코트에 한 번 퉁긴 볼에 시선을 고정하며 다시 한번 뛰어올랐다.
탁!
점프를 하자, 애매하게 어깨 정도의 높이로 왔을 테니스공의 위치가 옆구리 정도로 낮아졌다.
그리고 네트의 높이가 낮아지면서, 강하게 샷을 보냈을 때 실수할 확률도 조금 줄어들었다.
몸통부터 먼저 왼쪽으로 돌렸고, 남은 오른쪽 어깨와 팔이 자연스럽게 따라오도록 만들어 힘껏 라켓을 휘둘렀다.
탕!!
오늘 내가 보낸 스트로크 중 가장 강한 타구(打球)가 그대로 오픈 코트에 떨어져 내렸을 때, 나는 짜릿한 흥분을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
“VAMOS-!!”
어째서 스페인어냐고?
그건 내가 이 단어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따로 공부할 때, 입에 착 달라붙었다.
【“러브, 써티.”】
심판의 콜(Call) 이후에도, 코트에 내려앉은 여운은 쉽게 가시지 않고 있다.
결국 심판이 술렁이는 관중석을 향해 조용히 해달란 이야기를 했고, 좀 더 시간이 지나서야 장내가 정리되며 세 번째 서브를 기다리게 됐다.
그리고.
탁!
“폴트!!”
또 다시 폴트.
상대는 지금 흔들리고 있다.
그런데 과연 알긴 할까?
머릿속을 들여다볼 수 없어서 잘은 모르지만, 지금 흔들리는 이유가 내 생각대로라면 결국은 내게 속은 것일 뿐이라는 걸 말이다.
아까 백핸드 방향으로 내디뎠던 한 발.
모든 건, 거기에서 출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