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Time Stop Player RAW novel - Chapter (104)
이후 하준은 일레인과 같이 저택 안으로 들어왔다.
그대로 정문의 계단을 통해 지하로 내려갔고 지하에는 여전히 찬란하게 빛나는 황금의 금고가 존재를 알리고 있었다.
한데, 전에 왔을 때보다 더욱 눈에 띄게 빛나는 느낌이었다.
“여긴······.”
그리고 의외로 일레인은 낯선 기색을 보이고 있었다.
마치 이곳을 처음 본다는 듯이.
“여긴 처음이야?”
“응······, 아무도 못 들어가게 했으니까.”
당시 일레인의 기억상 지하의 철문은 항상 잠겨 있었다.
들어가려고 해도 들어갈 수도 없었고 그 누구도 들여 보내주지 않으니 자연스럽게 잊고 있던 장소였다.
“음······.”
그리고 하준은 그런 일레인의 말에 잠시 생각했다.
적어도 이곳에 대해 어느 정도 알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다면 역시 저 금고를 열어봐야 하나?
하준은 금고를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그리고 가문의 보구라고 알려진 에테르기아를 꺼냈다.
[봉인된 에테르기아]등급 : ???
특성 : ???
설명 : ???
여전히 등급도 특성도 설명도 없는 미지의 보구.
과거 이와 비슷한 보구를 본 적이 있긴 했다.
물론 그건 시스템의 강제력을 없애기 위해 찾았던 이스터에그지만.
하준은 잠시 에테르기아를 바라보다 필라텐에게 물었다.
‘저번에 마력이 필요하다고 했지?’
-그렇다.
마력이 필요한 보구.
물론 그 마력도 정해진 마력을 써야겠지만.
그리고 하준은 누구의 마력이 필요한지 알 거 같았다.
에르만 가문의 마력.
다시 말해 하준은 이 문을 열지 못한다는 말이었다.
마력이 티끌만큼도 없으니까.
하지만······.
하준은 일레인에게 고개를 돌렸다.
“일레인.”
“응?”
그 말과 함께 하준은 일레인에게 에테르기아를 넘겼고 일레인의 똥그래진 눈으로 에테르기아를 받았다.
“에, 에테르기아!?”
“마력은 있지?”
“어? 응. 당연히 있기는 한데······.”
“에테르기아에 마력을 흘려서 여기 홈에 넣어봐.”
그 말에 의아한 기색으로 하준을 바라보다 이내 고개를 끄덕인 일레인이었다.
오빠라면 자신에게 이걸 시킨 이유가 따로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일레인은 그대로 에테르기아에 마력을 부여했다.
그러자 금고를 포함한 에테르기아가 마력에 반응하듯 빛을 발하기 시작했고 에테르기아의 보구창에 변화가 일어났다.
띵-
[에테르기아]등급 : 유니크
특성 : {마력 지정} {봉인}
설명 : 금고 에테르돈을 열 수 있는 유일무이한 열쇠입니다.
그저 상태창이 보인 변화는 성능이 좋아진 것도 아닌 단순한 변화였으나, 이 보구는 이제 제 역할을 할 것이다.
일레인은 그대로 에테르기아를 금고의 홈에 끼워 넣었다.
이어지는 현상은 아무리 하준이라도 조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사아아악!!
금고 에테르돈이 눈 부신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곧이어 끼이익- 소리와 함께 그 거대한 문이 저절로 열리기 시작했고 금고 내부의 광경은 하준조차 차마 할 말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와······.”
일레인은 감탄사를 내뱉으며 금고 안으로 들어갔고 하준 또한 일레인의 뒤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금고의 내부는 말 그대로 넓었다.
금고 자체의 크기에 비해 내부는 마치 학교의 운동장 정도의 크기를 자랑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주위에 무수히 많은 보물들이 쌓여 있었다.
온통 금으로 된 컵과 접시를 시작으로 여러 가지 보물들이었다.
“음······.”
다만, 이것뿐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물들은 그저 양옆으로 쌓여 있었고 그 중심에는 어딘가로 이어지는 길이 있었으니.
하준과 일레인은 그대로 그 길을 따라 금고의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길의 끝에 금으로 이루어진 제단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제단 위에 두둥실 떠오르고 있는 무언가.
언뜻 보았을 때 그것은 마치 옅은 빛을 내보이는 투명한 망토로 보였다.
그리고 그 망토를 본 순간 아무리 ‘지고한 불굴’이 있는 하준이라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수호하는 성스러운 막]등급 : 신화
특성 : {현상 변화} {강화} {부유} {절대적인 수호} {마력 증가} {충격 무효} {경화} {진화} {투명화}
설명 : 주인의 의지에 따라 모든 것을 수호하는 성스러운 막입니다. 그 어떠한 공격에도 주인의 몸을 수호합니다.
[서브 퀘스트]퀘스트 가능 캐릭터 : 김하준(리베르 라필턴 필 에르만)
설명 : 에르만 가문의 비밀을 파헤치십시오.
보상 : 5,000 경험치
[성공!] [보상이 주어집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허, 참······.”
“······오빠?”
그 보구를 본 순간, 하준의 입에서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그제야 로반 그놈이 미치도록 이 금고를 열고 싶어 했는지 알 거 같았으니까.
주위에 쌓인 보물보다 더욱 값진 보물이 여기에 있었으니.
신화급 보구.
세계를 통틀어도 5개 밖에 존재하지 않는 그 전설적인 보구가 눈앞에 있었다.
* * *
“오빠, 저건 뭐야?”
일레인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하준에게 물었다.
물어보는 것을 보아하니 얘도 이 안에 뭐가 있었는지는 몰랐던 모양이다.
그리고 하준도 저게 왜 저기 있는지 모르겠으니 설명할 수가 없었다.
“그러게. 저게 뭘까?”
“오빠도 모르는 거야?”
“신화급 보구라는 건 알겠는데, 왜 저기 있는지 모르겠네.”
“시, 신화급 보구?!”
하준의 말에 크게 입을 벌리며 놀라는 일레인이었다.
한데, 그 목소리에 반응한 걸까?
제단 위에 올려진 신화급 보구가 일레인의 목소리에 반응하듯 움직이기 시작했다.
후우웅!!
너무 갑작스러워 하준조차 반응할 수가 없었다.
제단 위에 두둥실 떠오르고 있던 투명한 망토가 빠르게 팔락이며 날아와 일레인의 몸을 감싼 것이다. 그 순간, 하준은 곧바로 망치를 들어 시간 정지를 하고 망토만을 후려쳐 일레인에게 떨어트리려 했다. 그러나 후려친 충격이 사라진 것마냥 투명한 망토는 차분히 일레인의 등에서 팔락일 뿐이었다.
“어?”
“쯧-.”
하준은 다시 혀를 차며 망치로 망토를 후려치려 했다.
적어도 등급이 신화급 보구인 이상 그 반발 현상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초인 한 명은 손쉽게 죽일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그렇게 하준이 다시 망치를 들려고 할 때.
“오, 오빠 잠시만!”
“······응?”
일레인은 손을 들어 하준을 막아섰다.
곧이어 그녀는 차분히 자신의 몸을 감싼 망토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 행동에 어이없는 표정으로 일레인을 바라보는 하준.
하준이 말했다.
“너 괜찮냐?”
“응. 괜찮은 거 같아.”
뭐······, 내가 봐도 괜찮아 보였다.
오히려 망토 자체가 일레인의 주위를 기쁘게 맴도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옛날에 아빠한테 들은 적이 있어. 우리 할아버지가 쓰던 보구가 분명 이런 망토라고 했어.”
“······.”
솔직히 하준은 어이가 없었다.
신화급 보구라는 것이 그리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보구가 아니니 말이다.
필라텐이 입을 열었다.
-보구가 주인을 인정했군.
‘신화급 보구가?’
-망토에서 아주 조금의 에고(自我)가 느껴진다. 아마 과거의 주인과 비슷한 마력을 느꼈기에 그녀를 주인으로 인정한 거겠지.
‘음······.’
아무튼 반발 현상은 안 일어난다는 건가?
하준은 잠시 일레인의 주위를 활기차게 날아다니는 망토를 바라봤다.
뭐, 저 모습을 보아하니 딱히 큰 걱정은 없어 보였다.
* * *
이후 하준과 일레인은 그대로 금고를 닫은 뒤, 다시 다르담이 있는 병원으로 향했다.
다만, 금고는 하준의 인벤토리에 넣어 챙겨갔다.
그래도 내용물을 확인한 이상 그곳에 계속 방치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참고로 일레인의 주위를 맴돌던 망토는 어느 순간 투명하게 사라졌다.
일레인의 말을 들어보니 아예 사라진 건 아니고 아직 주위에는 있는 모양이다.
그렇게 다르담이 입원한 병실로 들어가자 다르담이 반갑게 하준을 맞이해주었다.
“허허허, 왔구나. 리베르.”
그는 하준이 병실에 들어오자 보기 좋은 웃음으로 하준을 맞이했다.
그 또한 하준에게 여러 가지 묻고 싶은 것이 많았으니 말이다.
“설마 네가 그 이레귤러일 줄은 몰랐구나.”
“어, 예.”
물론 그의 환대에 하준은 조금 떨떠름하게 반응했다.
그는 하준을 아니, 리베르를 아는 거 같지만 하준은 그의 얼굴을 모르니 말이다.
그리고 그 기색을 읽은 다르담이 잠시 하준을 바라보다 옆에 서 있던 일레인에게 입을 열었다.
“일레인, 미안하구나. 잠시 리베르와 둘이서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단다.”
“어, 네. 알겠어요.”
그 말에 일레인은 별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입원실 밖으로 나갔고 잠시 진지하게 표정을 굳힌 다르담이 하준을 향해 입을 열었다.
“리베르. 네 상태를 보니 이상하구나. 설마 기억이 안 나는 것이냐?”
뭐, 계속 숨길 수도 없고.
하준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다르담은 침음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
“허······, 이럴 수가. 설마 저 아이에 대한 것도?”
그 말에 하준은 대답하지 않은 채 다르담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리고 그 침묵이 다르담에게는 긍정으로 들려왔다.
그는 질끈 눈을 감으며 속으로 탄식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구나······. 네 상태를 보니 무언가 이상하다고 생각하기는 했다. 마법으로 모습을 가린 것처럼은 보이지 않았으니. 네 몸의 마력도 없어졌구나.”
세계의 독특한 머리카락 색들.
예를 들어 하르나 루엘의 머리카락 색이 푸른색인 것과 유설아의 머리카락 색이 백발인 이유는 마력의 작용 때문이었다.
그 특유의 마력에 따라 안구와 머리카락 색이 큰 변화를 일으키니 말이다.
물론 하준의 경우에는 그러한 이유는 아닌 거 같지만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딱히 이것에 관해서 설명할 말이 없으니 말이다.
“무슨 연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힘의 부작용인 거 같구나.”
“부작용이요?”
“마력을 대가로 힘을 얻었고 그로 인한 부작용이 기억 상실인 거 같은데······. 네 상태를 보니 그것조차 기억을 못 하는 거 같구나.”
이 할아버지······, 나는 변명을 한 마디도 안 했는데 알아서 해주고 있었다.
딱히 부정할 필요도 없으니 하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오히려 대신 변명해주니 고마울 따름이었다.
“참, 안타까워. 대마법사가 될 수 있는 재능이었는데······.”
“일단 일레인한테는 비밀로 해주세요.”
“후······, 쉽지는 않겠구나. 어차피 금방 들킬 수도 있어.”
“그래도 모르는 게 낫지 않을까요?”
“그래······, 그렇겠지.”
다르담의 표정이 서글프게 가라앉았다.
이 아이가 기억을 잃었다고 하니 다르담은 죄책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역시 그때 그 아이를 혼자 보냈으면 안 됐다는 생각이 가득했으니.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냐, 리베르. 역시 가문은······.”
“굳이 다시 세울 필요는 없겠죠.”
“뭐, 그건 네 자유이니 상관없다만, 일레인은 데리고 가는 게 어떻겠느냐?”
그 말에 하준은 조금 걱정이 들었다.
일단 다르담의 말대로 하는 것이 맞겠지만 한국에서 저지른 일이 많아 빌런 연합에 노려지고 있으니 말이다.
다만, 안 된다고 딱 거절하기도 힘들었다.
아무리 일련의 사고로 인해 떨어져 살았다지만, 7년이라는 시간은 일레인에게 너무 길었을 테니.
“음······, 일단 일레인한테 물어볼게요.”
“뭐, 그것도 그런가? 아직 일레인의 의견을 안 들어봤으니. 그래, 천천히 생각해 보거라.”
그 말에 하준은 고개를 끄덕였고 그대로 일레인을 보기 위해 병실을 나왔다.
한데, 일레인은 병실의 문에 기댄 채 쭈그려 앉아 훌쩍훌쩍 울고 있었다.
그 모습에 하준은 눈치챌 수 있었다.
“어, 음······.”
아무래도 전부 들은 모양이다.
* * *
한편 하준은 일레인을 잠시 달래준 뒤, 다르담에게 맡기고 원래 묵고 있던 호텔로 향했다.
다름 아니라 방금 전, 안나가 전화로 급하게 호텔로 와 달라고 연락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다시 택시를 타고 호텔에 도착했을 때, 안나는 호텔의 정문에서 하준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 하준 씨!”
하준을 보자마자 곧바로 하준을 향해 급하게 달려오는 안나였다.
하준은 그런 안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무슨 일이야?”
“아, 그게······, 일단 따라와 주실래요? 제가 얘기하는 거보다 직접 만나보시는 게 나을 거 같아서요.”
하준의 물음에 그녀는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얼버무렸다.
그 말에 의아한 표정으로 안나를 바라본 하준이었다.
직접 만나보라니, 누굴 만나보라는 거지?
하준은 일단 고개를 끄덕이고 안나의 뒤를 따랐다.
곧이어 호텔의 최상층에 어느 숙소 앞에 선 안나였다.
안나는 조심스럽게 숙소의 문을 노크했고 곧이어 숙소 너머에서 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와도 된단다.
그리고 안나의 반응에 왠지 숙소 너머의 여인이 누군지 하준은 예상이 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문을 열어 숙소에 들어가니 한 여인의 숙소의 소파에 앉아 있었다.
후드가 달린 갈색의 가죽 망토로 몸과 얼굴을 가리고 있는 여인.
그녀는 하준을 보자마자 천천히 후드를 벗으며 얼굴을 드러냈다.
옅은 금발의 호박색 눈을 한 중년의 여인이었다.
하준은 그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헬란 벨하르.
영국을 떠나 세계를 떠도는 대영웅.
그녀가 차분한 미소로 하준을 바라보고 있었다.
“네가 이레귤러구나.”
* * *
무거운 침묵이 감도는 숙소 안.
하준과 안나 그리고 헬란 벨하르는 서로를 마주 보며 소파에 앉았다.
그리고 한편으로 하준은 좁혀진 눈으로 힐끔 옆에 앉아 있는 안나를 바라봤다.
그래도 양심이라도 있는지 안나는 미안하다는 듯 고개를 푹 숙일 뿐이었다.
그때 헬란이 하준을 바라보며 말했다.
“너무 그녀에게 나무라지 말거라. 협회의 연락 없이 내가 독단으로 그녀에게 부탁해서 이렇게 된 것이니.”
하긴, 그녀가 영국으로 돌아왔다는 사실 자체가 영국 영웅 협회에서 난리가 날 상황인데 조용한 걸 보면 아무래도 몰래 돌아온 거 같았다.
그리고 나를 만나기 위해 안나에게 조용히 연락하여 부탁한 거 같고.
다만, 그것을 떠나서 별로 반가운 얼굴은 아니었다.
하준은 그녀를 바라보며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뭐, 손자 복수라도 하러 오신 거예요?”
그 말에 안나는 경악했고 숙소의 분위기가 한순간에 얼어붙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