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Time Stop Player RAW novel - Chapter (58)
ⓒ 애모르
던전의 종류는 다양하다.
과거 대혼란의 주원인인 차원 던전 조차 그 종류의 한 축에 들어갈 정도이니.
물론 그 위험도를 따지자면 차원 던전과 비교할 수 있는 던전은 없지만, 그 외에도 가장 위험하다고 알려진 던전이 바로 지금 리암과 내가 들어가려고 하는 던전이다.
“자, 그럼 하준이하고 리암은 이 짐 좀 들어줄래?”
던전에 들어가기에 앞서 한승훈은 하준과 리암에게 다가와 사람 몸만 한 크기의 배낭을 가져왔다. 리암은 곧바로 배낭을 받아 등에 멨지만 하준은 잠시 멍하니 배낭을 바라볼 뿐이었다.
“응? 왜 그래?”
“··········.”
하준은 잠시 멍하니 배낭을 바라봤다.
솔직히 이건 좀 예상 못 했지만··········, 좀 많이 무거워 보였다.
물론 들 수야 있겠지만 벌써부터 힘 빼기 싫다고 할까?
‘뭐, 별수 없나··········.’
하준은 곧바로 시간 정지를 발동했다.
그리고 배낭 안을 열어 이번 던전에 쓸모없을 것이라 생각한 장비를 몇 개 몰래 빼 숲 어딘가에 숨겨 놓은 뒤, 다시 배낭을 들었다.
어차피 하준의 기억상 배낭 안에 든 장비들이 이번 공략에 쓰일 일은 없을 테니 그냥 전부 빼버렸다.
그렇게 배낭을 메고 준비를 끝낸 하준은 한승훈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준비 끝났어요.”
“그래. 자, 그럼 출발하자.”
* * *
던전 내부는 생각 외로 아늑했다.
솔직히 던전의 형태가 동굴이라 특유의 습한 공기와 서늘한 추위가 느껴질 줄 알았는데 그닥 느껴지지 않았다.
물론 그 기이함을 하준만 느낀 것이 아닌지 리암 또한 의문이 들어 선두로 걷고 있는 이영하에게 물었다.
“던전이 이상하게 아늑하네요?”
“뭐, 그렇게 이상할 건 없어. 던전 자체가 마법적 공간이다 보니 이런 이상 현상은 자주 있거든. 근데 여기는 조금 특이하네?”
그녀의 말대로 조금 특이한 던전이었다.
일단 동굴 형태의 던전이라 내부가 어두울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워낙 밝아서 주위가 훤히 보였으며 더구나 온도 또한 아늑하여 마치 사람이 공략하기 편하게 구성된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물론 이 점을 포함해서 이상한 점이 하나 더 있었다.
“팀장님 뭔가 좀 이상하지 않아요? 이쯤 되면 마수나 마물의 흔적이 조금이라도 나와야 하는데 전혀 안 보이네요.”
10분 정도 앞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던전 내부에 사는 마수 혹은 마물의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로 인해 이영하는 던전의 종류가 무엇인지 예측할 수 있었다.
그녀는 살짝 굳은 얼굴로 뒤돌아서 일행들에게 말했다.
“이거··········, 아무래도 트랩 던전 같은데?”
“트랩 던전이요?”
“그래. 일단 돌아가자. 이 이상 앞으로 나아가면 위험해.”
트랩 던전.
이름 그대로 던전 곳곳에 함정이 설치된 던전이었다.
물론 던전의 특성상 내부를 확인하지 않으면 어떤 던전인지 정확히 특정할 수 없지만, 그녀는 확신할 수 있었다.
뭔가 이 정도로 인위적인 느낌이 강하게 드는 던전은 대부분 트랩 던전 외에는 없을 테니 말이다.
“돌아가자. 만약 트랩 던전이라면 현재 인원으로는 공략이 불가능해.”
트랩 던전은 최소 상급 영웅 10명 혹은 최상급 영웅 1명 이외에는 공략이 불가능한 던전이다.
트랩 던전은 단순히 마력으로 측정한 위험도와 별개로 상급 던전으로 지정되니 말이다.
“모두 공략은 중지야. 어서 돌아가자.”
“어휴··········, 오늘은 허탕쳤네. 길드에서 비싼 돈 주고 사들인 던전이 하필 트랩 던전이라니.”
“쯧- 뭐, 별수 있나? 빨리 돌아가자고 애들도 있는데 더 공략할 수야 있나.”
그렇게 그들 모두가 다시 몸을 돌려 입구로 향하려 할 때였다.
“어, 어?! 이, 이게 뭐야?”
“뭐지? 이영하 팀장님! 여기 투명한 벽이!”
그들이 돌아가려는 순간, 그들의 등 뒤에 보이지 않는 투명한 벽이 출구를 막듯이 생겨났다.
이영하는 굳은 얼굴로 주먹을 꽉 쥔 채 투명한 벽으로 나아갔다.
“모두 비켜.”
그 말과 동시에 그녀가 땅을 박차며 투명한 벽에 돌진해 정권을 내질렀고 쾅!! 하는 굉음과 함께 투명한 벽이 크게 진동했다.
그러나 벽은 견고했다.
이영하가 전력을 다해 내지른 정권에도 깨진 흔적 없이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 모습에 그녀는 얼굴이 서서히 심각하게 굳어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곧바로 뒤로 고개를 돌려 마법사로 보이는 팀원에게 입을 열었다.
“칫! 민아야! 할 수 있겠어?”
“자, 잠시만요!”
이영하의 말에 공략대 일원 중 마법사로 보이는 여인이 곧바로 투명한 벽을 매만지기 시작했다. 곧이어 그녀는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고개를 젓기 시작했다.
“틀렸어요. 발동한 마법 자체가 상급 마법에 준하는 마력을 담고 있어요. 적어도 중급 마법사 세 명 정도는 있어야 결계를 풀 수 있을 거 같아요.”
“젠장!”
그녀의 말에 이영하는 빠득- 이를 갈며 다시 정면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앞으로 나아갈 수도 그렇다고 뒤로 빠질 수도 없는 진퇴양난에 상황.
이영하는 잠시 생각에 잠긴 뒤, 빠르게 판단하여 입을 열었다.
“모두 이 자리에서 대기한다. 트랩 던전이니 앞으로 나아갈수록 더욱···········리암!!”
그리고 상황은 갑작스럽게 일어났다.
이영하가 갑작스럽게 리암을 향해 소리친 것이다.
그 말을 들은 순간 리암은 곧바로 자신의 발아래에 생겨난 이상을 눈치챌 수 있었다. 푸르게 일렁이는 마법진.
그것이 리암의 발아래에 어느 순간 생겨났으며 한순간에 크기를 넓혀 공략 팀원들 모두를 감쌀 정도로 커진 것이다.
당연히 그들 모두가 초인의 반응 속도로 빠르게 반응하여 마법진에 벗어나려 땅을 박찼지만.
“젠장 또 투명한 벽이!!”
“이런 갇혀버렸어!!”
어느 순간 마법진 주위로 투명한 벽이 생겨나 그들을 마법진 안으로 가둔 것이다.
이후에 일어난 상황은 한순간이었다.
후웅!!
모두가 일제히 사라졌다.
마치 전이가 되듯 그들은 어딘가로 이동했고 그들이 있었던 공간에는 조용한 정적이 흐리기 시작했다.
* * *
“음··········.”
이동된 공간 속.
하준은 여유롭게 배낭을 바닥에 내려놓은 뒤,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서늘한 한기와 축축한 습기가 가득한 공간.
아까와는 다른 불편한 공간에 하준은 이곳이 어딘지 짐작할 수 있었다.
아마 이 트랩 던전의 지하겠지.
“일단 제대로 왔나 보네.”
하준은 곧바로 앞으로 나아가며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일단 여기까지는 에피소드 그대로의 상황이었기에 딱히 큰 문제는 없었다.
“자, 그럼··········.”
하준은 주머니에서 마하라즈를 꺼낸 뒤, 크기를 키웠다.
동시에 팔에는 협회장에게 선물로 받은 인식 저해 붕대를 감으며 머릿속으로 얼굴을 가리겠다고 상상하기 시작했다.
그나마 조금 연습하다 보니 감이 잡히는 보구였다.
그렇게 하준의 얼굴에 서서히 모자이크가 생겨나며 하준은 곧바로 마하라즈를 들고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그때 오랜만에 필라텐이 하준에게 말을 걸었다.
-주인이여.
“··········왜?”
-이곳에는 제법 강한 놈들이 많다.
그 말과 동시에 하준의 눈 앞에 서브 퀘스트창과 이전부터 있던 전직 퀘스트창이 떠올랐다.
[서브 퀘스트]퀘스트 가능 캐릭터 : 김하준(리베르 라필턴 필 에르만)
설명 : 마물 혹은 마수를 처치하십시오. (0/100)
보상 : 2000 경험치
[전직 퀘스트]퀘스트 가능 캐릭터 : 김하준(리베르 라필턴 필 에르만)
설명 : 마수를 처치하십시오. (50/100)
보상 : 과거 마하라즈의 주인, 드워프의 왕 호스톤의 칭호가 주어집니다.
칭호 : 파쇄자
그 퀘스트들을 바라보던 하준은 눈살을 찌푸리면서도 일단 필라텐에게 알겠다고 대답했다.
‘뭐··········, 겸사겸사인가?’
어차피 마물이나 마수를 쓰러트려야 할 상황이 있을 수도 있으니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하준은 다시 앞으로 나아가며 발걸음을 옮겼다.
이 던전에 먼저 왔을 그놈을 찾기 위해.
* * *
리암은 현재 알 수 없는 길을 돌아다니며 출구를 찾고 있었다.
물론 길이라고 해봐야 일자로 된 길을 쭈욱- 걷고 있을 뿐이지만.
이토록 단순한 길을 10분 정도 걸었을까?
리암은 생각했다.
‘아무래도 그건 함정이 아닌가 보네.’
일단 방금 전 자신을 이곳으로 이동시킨 마법진이 아무래도 목숨을 위협하기 위해 만들어진 마법진은 아닌 모양이다.
자신의 짐작이 맞다면 그 마법진은 아마···········본래의 길?
그 마법진 자체가 이 던전의 본래의 길이라는 생각이 든 리암이었다.
그게 아니라면 단순히 전이된 장소가 목숨을 위협할 정도로 위험한 장소였을 테니 말이다.
‘그럼 여기 어딘가에 보구가 있는 건가?’
일단 던전을 공략하는 방법은 단순하다.
던전의 핵이라 불리는 무언가를 찾으면 자연스레 출구가 열리니 말이다.
물론 던전의 핵은 던전의 종류가 다양하듯 그 핵 또한 천차만별이다.
가장 대표적으로 던전의 핵이 마수정일 경우도 있으며 어떤 경우는 마물이 그리고 어떤 경우에는 보구일 경우가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함정이 설치된 트랩 던전일 경우 대부분 던전의 핵이 마수정 혹은 보구일 가능성이 컸다.
‘내가 보기에는 마수정인 거 같긴 한데···········.’
솔직히 이 트랩 던전의 핵은 보구보다는 마수정일 것이라는 예상이 들었다.
그렇지 않다면 전이 마법이라는 상당한 마력이 필요한 상급 마법이 발동할 리가 없으니 말이다.
‘그래도 뭐···········, 마수정하고 보구 둘 다 있는 경우도 존재하니까.’
“읏차!”
후웅!
-키에에엑!!
그렇게 리암은 들고 온 창을 가볍게 휘둘러 자신에게 다가오려는 하급 마물의 목을 베어낸 뒤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길을 따라 계속 걷다 보니 곧이어 갈래 길이 나왔고 리암은 잠시 발을 멈추고 고민했다. 단순히 생각하자면 두 길 중 한 곳은 함정일 것이 분명했다.
그렇기에 잠시 신중하게 생각하는 와중.
그때 리암의 시선이 바닥으로 향하며 무언가를 발견했다.
‘이건···········발자국?’
리암이 발견한 것은 사람의 발자국이었다.
그것도 왼쪽 길을 향해 이어진 발자국에 리암은 곧바로 일행일 것이라 확신하고 왼쪽 길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계속 앞으로 나아가니 코를 찌를 정도의 심한 피비린내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다만, 주위에는 사채의 흔적 하나 없이 깔끔한 공간이기에 이유 모를 기이함을 느낀 리암이었다.
리암은 혹시 몰라 창을 쥐고 감각을 넓히며 앞으로 천천히 나아갔다.
그렇게 앞으로 나아가 도착한 길의 끝에 도착한 장소는 구역질이 날 정도로 심하게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장소였다.
물론 아까와 똑같이 주변은 깨끗했다.
그저 그 장소의 중심에 한 남자가 서 있을 뿐.
“···········어라? 사람이 있네?”
순간 남자가 고개를 돌려 리암을 바라봤다.
흑색의 장발에 기이하게 붉게 물든 눈동자를 가진 남자였다.
남자는 왠지 모르게 쇠를 긁는 듯한 소름 돋는 목소리로 리암을 바라보며 눈을 찢어질 정도로 크게 부릅뜨고 있었다.
리암은 왠지 모르게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하고 창에 힘을 꽉 쥐고 앞으로 나아갔다. 리암이 말했다.
“혹시 누구세요?”
“음···········, 이러면 안 되는데···········, 대장한테 혼나는데···········, 들키지 않게 조심하라 했는데···········.”
그러나 그는 리암의 말을 무시한 채 그저 무어라 혼잣말로 속삭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돌리며 리암을 바라보는 남자.
순간 그의 고개가 기이하게 90도로 꺾이며 리암을 바라봤고 그의 표정이 의문이 어린 듯 리암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어라? 잠깐···········, 너 리암이잖아? 이상하네? 왜 여기 있지?”
그 말과 함께 헛웃음을 흘리는 남자.
남자는 이유 모를 기분 좋은 미소와 함께 점차 리암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물론 그의 손에는 눈으로만 보아도 위협적으로 보이는 대검이 들려져 있었다.
그는 리암에게 다가가며 환하게 웃기 시작했다.
“이거 참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운이 좋은데 말이지?”
그 말이 들린 순간 리암은 서서히 표정을 굳힌 채 다가오는 남자를 주시했고 남자는 그저 싱긋 웃으며 리암을 향해 거대한 대검을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휘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