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Weakest Became A Demon-Limited Hunter RAW novel - Chapter (209)
* * *
스페이드 팔라딘, 제논을 쓰러뜨리며 레벨이 1 올랐다.
새로 얻은 4 스탯은 전부 [대 인간 전투력]에 투자했다.
따라서 현재 [대 인간 전투력]에 분배된 스탯은 총 80. 여전히 A급이지만, 이제 인간을 적으로 인식하고 싸울 때마다 내 레벨은 임시적으로 40 만큼 오르겠지.
이제는 정말로 잔야의 지팡이 버프 따위로 핑계 댈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계단을 오르던 중, [천리안]으로 건물 밖을 살폈다.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그나마 다행히도 아카데미 전투 병력과 황실 기사단은 생존을 우선시한 전투 체계가 똑바로 잡혀 있었다. 그래선지 팔라딘과 트럼프 병사들 상대로도 사망자를 내지 않고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물며 트럼프 병사들이 치명상만 입으면 역소환되다 보니, 게임에서보다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이겨나가는 듯했다. 사실상 수적 우위였지만.
바르토스관 앞. 카야가 호룡-밴더스 내치를 쓰러뜨리는 데에는 시간이 더 걸릴 듯했다. 트럼프 병사들과 접접 새는 사라진 걸 보니 모두 해치운 모양이었다.
도로시 또한 악몽룡-재버워크와 괴묘-체셔를 상대로 여전히 전투를 이어가고 있었다.
예상했지만, 루체도 개입해 셰라 헥토리카, 하트 잭, 트럼프 병사들을 상대로 싸우고 있었다. 흑해 여제의 반지까지 착용한 루체다. 셰라의 병력으론 이길 수 없으리라.
어느덧 바르토스관 옥상 출입문 앞에 이르렀다. 아치형으로 이루어진 문이었다.
주위는 어두웠고, 무서우리만치 고요했다.
외부에서부터 맞닿는 모든 것의 시간을 멈춰버리는 결계가 옥상에 전개된 까닭이었다. 소리조차도 차단된 거겠지.
막대한 마력이 압력처럼 피부를 짓누르는 감각이 느껴졌다.
이 앞에 진리를 거스르는 금기 마법이 시전되려 하고 있었다.
문짝에 손을 짚자 머릿속에 앨리스의 목소리가 울렸다.
─ ‘아이작. 오늘 밤엔, 내 곁에 있어 주면 안 될까?’
전술했듯, >메르헨의 마법 기사>에서 앨리스는 미스터리에 둘러싸인 캐릭터였다.
무녀 메이는 「8막, 홍련의 무녀」 파트에서 급발진했던 이유가 유일한 의문이었을 뿐, 소시오패스 인물임은 명백했다. 하물며 그 유일한 의문의 해답조차도 이미 만장일치로 통일된 의견이 있었다.
앨리스는 아니었다.
그녀가 어떻게 마족의 출현 시기를 전부 알 수 있었는지, 왜 악신의 부활을 도우려 한 건지, 왜 마지막에 자살해야 했는지…,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었다. 온통 미스터리뿐이었다.
커뮤니티에서 앨리스가 회귀자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자주 오갔던 게 그런 연유였다. 절망하며 수많은 회귀를 반복하다 정신이 미쳐 버렸다는 설정은 무척 흔한 클리셰니까. 심지어 앨리스가 마족의 출현 시기를 어떻게 알아냈는지에 대한 확실한 개연성까지 생기잖는가.
다만, 이제 그런 건… 고민할 가치도 없었다.
이 문 너머에 해답이 있을 테니까.
나는 문을 열었다.
끼이이익.
광채가 시야를 덮쳤다. 눈부셔서 잠깐 눈살을 찌푸렸다.
곧 금빛 마력으로 덧칠된 옥상의 풍경이 비쳤다. 독특한 형상의 금빛 마법진이 옥상을 메운 채 섬뜩한 마력을 흘리고 있었다.
주위로는 수많은 시계 형상이 떠다니는 강력한 결계가 전개된 상황.
그 옥상 한가운데, 다시는 보기 싫었던 신비로운 비석이 3분의 2 쯤 형상을 갖추었고.
그 앞에는 이질적인 회중시계가 허공에 둥둥 떠다녔다.
공간을 뒤트는 듯한 천문학적인 양의 마력이 그 회중시계로부터 흘러나와 비석을 꿰매듯 형성해가고 있었다.
물리력마저 갖춘 마력이 온화한 바람처럼 흐르며 내 머리칼을 살살 나부꼈다.
“…앨리스.”
서늘한 표정. 한숨도 못 잤는지 눈가가 퀭했다.
“안녕, 애기야.”
태연하게 인사하는 그녀.
그늘지고 피로해진 얼굴에 비해 목소리만큼은 여느 때의 앨리스 캐럴 다웠다.
“나 보고 싶어서 찾아왔니?”
“너 막으러 왔어.”
“히, 이제 존댓말할 생각은 없나 보구나?”
“이제 너 내 선배 아니잖아.”
이제 앨리스는 퇴학은 물론이요, 아예 사형(死刑)까지 걱정해야 할 처지였다.
애당초 대립 관계에 있는 녀석한테 존댓말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그렇네. 그렇지….”
앨리스는 아쉬워하는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가, 다시 나를 쳐다보았다.
“그럼…, 애기가 검은 괴물이니?”
마법 주머니에서 마법 위장 복식을 꺼내 입은 뒤, 마스크를 잠깐 썼다 벗었다.
앨리스 눈에는 잠시간 내 모습이 검은 괴물, 즉 이름 없는 영웅으로 보였을 것이었다.
앨리스는 많은 생각이 들었는지 눈을 지그시 깜박였다.
“역시 그랬구나…. 내가 왜 이런 짓을 꾸몄는지는 묻지 않을 거니?”
“그것보다 묻고 싶은 게 있어. 무녀, 꼬드긴 적 있지?”
앨리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미워졌니?”
“…앨리스.”
앨리스를 원망해야 할지 말지는, 그녀에게서 무슨 대답을 듣는지에 따라 달라지리라.
나는 내 목을 가리켰다.
“초커 빼봐.”
앨리스는 아무런 표정 변화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내 말의 의도를 묻지도 않았다.
어젯밤에 떠올린 내 생각이 정답이라면, 저 초커는 멋으로 착용한 게 아니었다.
‘무언가를 감추기 위해서’ 착용한 것일 터.
스노우화이트를 암살하려고 했던, 그녀의 어머니가 항상 목을 가리는 드레스를 입어왔듯이 말이다.
화이트의 어머니가 어떻게 무저갱이라는 최악의 마족이 담긴 회중시계를 건네줄 수 있었겠는가.
그리고 그 무저갱의 고삐를 풀고 있는 존재는 누구였는가.
딸깍.
앨리스는 연금발을 쓸어올리고, 초커를 풀었다.
“…알고 있었구나.”
검붉은빛 마력이 흐르는 기이한 모양의 낙인이 그녀의 목을 물결처럼 감싸고 있었다.
* * *
계약을 맺고 상대방에게 자신의 힘과 인격의 파편을 심는 마족이 있다.
그 마족은 계약의 증표로써 상대의 목에 낙인을 찍는다. 그 안에 힘과 인격의 파편을 심어둔다. 스노우화이트 황녀의 모친에게 그러했듯이.
그 마족은 마음의 나약해진 부분을 파고들고, 악한 본성을 이끌어내는 힘을 지녔다. 앨리스는 그 마족이 심어둔 힘으로 무녀 메이의 악의를 드높였다.
아이작이 서리의 시련이나 게임에서 보았던 것과는 달리, 앨리스가 자기 하수인이 죽지 않도록 역소환시켰던 모순은 어떠한가.
차이점은 ‘앨리스가 아카데미에 와서 살인을 저질렀는가’였다.
앨리스는 무고한 사람들을 살해하고 극심한 죄책감을 느끼게 된다. 마족은 그 죄책감이 만들어낸 마음의 빈틈을 파고들어 앨리스의 악의를 한껏 끌어올렸던 것이었다.
그러나 아직 아카데미에서 앨리스는 아무도 살해한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앨리스는 악의에 잡아먹히지 않고 이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진실은 대개 단순한 법이다. 마족의 출현 시기를 전부 알았던 것도, 허상의 리파와 엮였던 것도, 단순히 악신과 소통할 수 있는 ‘그 마족’이 알려 줬기에 가능했을 뿐이었다.
괴묘-체셔가 느꼈던 앨리스의 마음도, 그 마족의 힘과 인격의 파편이 장막을 씌워둔 것이었다. 달이 먹구름에 가려지듯이.
인간의 몸 안에 깃든 마력의 근원지는 사역마나 하수인 계약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 마치 신이 만든 계약처럼 말이다.
그래서 인간 사역마나 인간 하수인은 존재할 수 없었으나.
계약 내용에 따라 그 법칙마저도 조작할 수 있는 권능을 타고난, 절대적인 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마족이 이 세상엔 존재했다.
>메르헨의 마법 기사> 3학년 1학기 파트의 최종 보스이자 악신의 대리인.
계약의 메피스토.
그 마족은 이안 페어리테일이란 방해꾼을 처치하기 위해 신중을 기하는 일 외에도, 자신이 섬기는 악신 네피드를 조금이라도 빨리 소환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다녔다.
그러다 마침, 원더랜드에 존재하는 ‘환상 시계’라는 해답을 발견했다.
그래서 하트 왕국의 국민들을 볼모로 잡아 앨리스와 계약을 체결했다.
앨리스는 두 가지 임무 중 하나라도 완수하면 되었다.
마족을 도와 이안 페어리테일을 처리하거나.
이안이 악신을 해치울 수 있을 만큼 성장하기 전에, 환상 시계를 찾아내어 악신을 이른 시기에 부활시키기.
실패한다면 하트 왕국의 국민들과 앨리스의 소중한 친구들은 몰살당할 것이며, 끝내 하트 왕국은 멸국하리라. 협박이나 다름없는 불공정한 계약이었다.
앨리스는 원더랜드의 영웅이자 인간. 메피스토가 보기에 그만한 적격자가 따로 없었다.
하지만 앨리스의 의지까지 마음대로 조종할 수는 없었다. 메피스토가 생물의 마음을 파고들어 악의를 끌어내려고 하는 이유는 대개 그때문이었다.
그러니 앨리스가 계약 내용을 충실히 이행하도록 만들기 위해, 메피스토는 달콤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어차피 악신이 부활할 세계는 원더랜드와는 완전히 다른 세계다. 멸망하는 건 그 세계뿐이다. 계약만 충실히 이행한다면, 너희는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
결국, 메피스토는 앨리스의 목에 속박의 낙인을 찍고 그 안에 자신의 힘을 심어 놓았다.
그날, 앨리스는 메피스토의 하수인이 되었다.
─ ‘난 반대로 고향에 돌아가고 싶네.’
아이작은 앨리스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앨리스가 소중한 걸 지키기 위해서 악신을 부활시킨다는 건, 이 세상의 무고한 사람들을 전부 죽이고 자기들끼리 살아남겠다는 이야기와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아무리 앨리스와 그녀의 부하들이 강제로 내몰렸다고 해도, 그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많은 걸… 짊어진 거지?”
“자세한 건 말해 줄 수 없단다. 말했다간 큰일 나거든.”
메피스토와의 계약 내용을 발설하면 끔찍한 페널티가 있을 것이었다. 그 사실을 알고 있던 아이작은 더는 깊이 파고들지 않았다.
이내, 아이작은 침음을 삼켰다.
악신이 부활하면 이 세계만 멸망하지 않는다. 앨리스는 모르고 있을 사실이었다. 원더랜드라고 예외일까.
감정을 가라앉히고, 아이작은 담담한 목소리로 물었다.
“만약에, 이번 일을 성공하더라도 실패했을 때와 결과가 같다면… 어떡할 거냐?”
확신할 순 없었다. 원더랜드는 멸망을 피해 갈 수 있는 사각지대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아이작은 원더랜드도 멸망할 거란 생각을 도저히 떨쳐 낼 수 없었다.
“애기야.”
앨리스는 눈을 내리깔았다.
“네가 정말로 희대의 대마법사라면, 이 저주스러운 계약을 풀어주고 날 도와줄 수 있겠니?”
“…….”
이미 발휘된 마족의 권능이다. 메피스토와의 계약이 이미 체결됐다면 아이작으로선 그 계약의 속박을 풀어 줄 수 없었다.
계약을 강제로 해지할 수 있는 방법은 죽음뿐.
그렇기에 침묵했다.
앨리스는 예상했다는 듯 다시 아이작을 쳐다보았다.
“그게 어렵다면, 그런 말은 하지 말렴.”
앨리스는 아이작의 말 몇 마디에 의욕을 상실할 생각이 없었다.
자신과 아이작이 서로 반대편에 서 있다는 사실을, 앨리스는 무척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믿을 건 절대적인 구속력을 지닌 계약뿐.
설령 결과적으로 스스로가 어리석고 미련한 짓을 저지른 죄인 꼴이 되더라도.
지키고 싶은 걸 지키고자 앨리스는 악신을 부활시킬 것이었다.
“…그래.”
쿠웅.
아이작은 한 손으로 단검을 거머쥐고 잔야의 지팡이로 바닥을 내려찍었다. 지팡이 끝을 기점으로 빙정이 뻗어나간다.
화아아!
온몸에서 냉기를 뿜어내며 5개의 마법진을 전개했다.
복잡하게 뒤섞였던 감정이 질서를 되찾아갔다.
“지금은 먼저 널 막을 수밖에 없겠다.”
끝내 아이작의 감정이 이른 종착점은 전의였다.
그는 자신의 손으로 앨리스를 저지하기로 다짐했다.
그것이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아니, 해야만 할 일이었으니까.
현실적인 판단도 있었다. 아무리 앨리스가 자신보다 강하다고 해도, 그녀는 [영원의 비석] 구축과 사역마 소환, 하수인 소환으로 굉장히 지쳐 있는 상태였다.
>메르헨의 마법 기사>에서는 악몽룡이 앨리스를 도왔기에 난도가 높았을 뿐. 지금 악몽룡은 도로시가 상대하고 있기에 문제없었다.
게다가 앨리스는 환상 시계를 지키면서 싸워야 하는 처지이므로, 해볼 만한 승부라고 아이작은 생각했다.
“이해해 줘서 고맙구나.”
앨리스는 마지막 미소라는 듯 무척 상냥하게 웃었고, 곧 입꼬리를 내렸다.
허공에 연붉은 마력이 피어오르며 신성한 검의 형상을 갖추었다.
앨리스가 그 검의 손잡이를 잡자, 검신에서 마력이 흘러나와 그녀의 몸을 감쌌다. 그것은 갑주의 형상을 이루었다.
악몽룡-재버워크를 굴복시킨 영웅의 검, 보팔 소드.
앨리스는 그 검을 휘둘러 아름다운 연붉은빛 마력을 흩뿌렸다.
“그동안 즐거웠단다.”
“나도. 즐거웠어.”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서 살아가도 반드시 세상살이가 아름답게 꽃피우리란 법은 없었다.
하지만 그것이 앨리스가 악신을 부활시켜 인류 학살자가 되어야 할 이유는 되지 못했다.
문득 아이작의 머릿속에 한 조각의 기억이 떠올랐다. 앨리스가 자살하는 광경이었다.
그녀는 이안 페어리테일 일행에게 패배하고 허탈한 미소를 머금으며 자신의 목을 날려 버린다.
그렇다면, 앨리스는 왜 싸움에서 패배하고 그리 자살했을까.
무고하게 죽은 사람들에게 속죄하기 위함이었을까.
자포자기한 심정이었기에 그런 선택을 한 것이었을까.
아니면… 자살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었던 걸까.
아이작은 앨리스와의 승부에서 승리하고 모든 진실을 전해 들을 생각이었다.
그것이 어떤 결말을 가져올지는 아직 아무도 알 수 없었다.
파앗!
아이작은 앨리스를 향해 도약했다.
[ 상 태 ]이름 : 아이작
Lv : (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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