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Weakest Became A Demon-Limited Hunter RAW novel - Chapter (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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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작이 무저갱에 잡아먹히고 나흘이 흘렀다.
여전히 어둠의 하늘은 바다를 메운 채였다.
다만, 지금은 처음 때와는 달리 온전한 어둠이라고 칭하기에는 어폐가 있었다. 그것은 완벽한 실체를 이루더니 화려한 마력을 뽐냈으며, 은하수가 흐르는 별하늘을 흉내 냈기 때문이었다.
그 마족이 햇빛을 가린 탓에 메르헨 아카데미엔 때 이른 추위가 찾아왔다. 섬에 남은 사람들은 겨울옷을 꺼내 입어야만 했다.
학생, 교직원, 주민, 마탑 마법사 등 대다수 사람은 섬에서 대피해 어둠의 하늘 아래에서 벗어났다.
황녀 스노우화이트는 메를린 아스트레앙을 포함한 몇몇 황실 기사들이 강제로 마차에 태워 데려갔다.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 내려진 황명이었다.
성녀 비앙카 앙투라제는 교회에 남아 매일 기도를 올렸다. 교황이 대피하라는 내용의 편지를 전했으나 비앙카는 단호히 거부했고, 성직자들과 신자들만 대피시켰다. 그러나 호위 신자 사일론 만큼은 비앙카 곁을 지켰다.
비앙카는 이름 없는 영웅이자 빙제, 즉 아이작을 기다렸다. 자신이 발견한 의문의 책을 그에게 전달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이는 필시 주신 만할라의 뜻일 터. 그렇게 비앙카는 생각했다.
그 외에도 현재 아카데미에 남은 이들이 있었다.
첫째, 극히 일부 학생들과 사명감을 가진 교직원들. 학생은 도로시, 루체, 카야, 성녀만이 남았다.
둘째, 황국을 지켜야 할 책무를 진 황실 기사단.
셋째, 헤겔 마탑주.
넷째, 마족 군대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뒤 섬을 사수하는 뒤펜도르프의 군대와 얼음 마수들. 아이작의 하수인들이었다.
다섯째, 구치소에 붙잡힌 팔라딘 4명과 앨리스의 사역마들. 이번 사태의 공범인 그들은 마력 흐름을 방해하는 수갑이나 동일한 기능을 지닌 포승줄로 구속된 상태였다.
트럼프 병사들은 모두 역소환되었다. 그들을 전부 추적할 수는 없었기에 팔라딘과 앨리스의 사역마들을 포박하고 감금하는 데 그칠 수밖에 없었다.
나흘 동안 도로시와 루체, 카야는 밤잠을 설치며 필사적으로 무저갱을 향해 화력을 쏟아부었다. 그녀들은 마력을 과다하게 남용하여 코피를 줄줄 흘렸다. 아이작이 저 검은 생물의 몸 안에 있다는 생각에 무리한 것이었다.
황실 기사단도 마찬가지로 무저갱을 향해 나흘간 총공격을 감행했다.
이안 페어리테일이 빛 속성 공격을 사정 없이 퍼붓도록 도움을 주기도 하였고.
잔류한 학생들, 뒤펜도르프 병력과 함께 온갖 전술적인 공격을 쏟아보기도 하였다.
그러나 소용없었다. 그 마족은 상처 하나 없이, 간지럽다는 반응조차 없이 그저 가만히 별하늘을 흉내 낼 뿐이었다.
결국, 이안을 대피시키고 황국 최고의 전력인 토벌대를 기다리고 있는 게 현재 상황이었다.
“어쩌실 계획입니까?”
마법학부 수업동, 오르핀관.
응접실에서 교장 엘레나 우드라인과 페르난도 프로스트 교수가 마주 보고 앉았다.
페르난도는 하늘에 떠 있는 거대한 존재를 어찌할 것인지 엘레나와 상의하려고 온 것이었다.
“어서 대피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여기서 버티고 있으셔봤자 아무 소용 없습니다.”
“애들은? 대피한대?”
페르난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카데미에 남은 학생은 총 4명이었다.
도로시 하트노바, 루체 엘타니아, 카야 아스트레앙, 성녀 비앙카 앙투라제.
페르난도는 나흘간 그 학생들에게 어서 도망쳐야 한다고 부단히 설득했지만, 그녀들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하물며 성녀는 교회에 틀어박혀 모든 이의 접근을 차단했기에 말을 섞을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하아. 그럼? 애들 상태는 어때?”
“루체 엘타니아와 카야 아스트레앙은 휴식을 취하고 있을 겁니다. 마력을 과다하게 사용한 문제는 둘째 치고 정신적으로 상태가 좋지 않아 보였습니다. 그리고 도로시 하트노바는….”
페르난도는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지 고민한 뒤 말을 꺼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매우 위험한 상태입니다.”
엘레나는 당황했다.
“뭐? 왜? 어떤데?”
“이미 일반인이었으면 죽음도 각오해야 하는 엄청난 고열을 보이고, 간혹 발작 증세도 보입니다. 별빛 마력의 반발이 심해 치유 마법조차 통하지 않습니다.”
고통스러워하던 도로시의 모습을 떠올리며 페르난도는 측은한 표정을 지었다.
“일단 황실 기사단에 협력을 구해 강제로 휴식을 취하게 하고 있습니다만.”
“잠깐, 잠깐만! 그 애는 왜 그렇게 된 건데…?”
“별빛 마력의 부작용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도로시는 나흘 동안 무저갱에게 죽을 힘을 다해 마법을 쏟아부었다.
결국, 북받치는 감정과 별빛 마력의 남용이 그녀를 최악의 몸 상태로 몰고 간 것이었다.
별빛 마력이란 별의 요정이 내려 준 특별한 힘이다. 그 힘을 남용하면 정확히 어떤 부작용이 일어나는지는 아직 아무도 알지 못했다.
확실한 건, 현재 도로시의 몸 상태는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몹시 심각해졌다는 점.
“도로시….”
엘레나는 도로시를 걱정하며 슬픈 얼굴로 말했다.
“사실… 잘 모르겠거든.”
“무슨 말씀입니까?”
“이름 없는 영웅, 아니, 이제 정체를 드러냈지. 그래, 아이작. 그 애조차 손도 못 쓰고 먹혀 버렸어. 그 희대의 대마법사라는 애가.”
이제 이름 없는 영웅이 아이작이라는 사실은 공공연해졌다. 황실에도 그 소식이 전해졌을 터.
“그 애가 무사한지를 모르겠으니까 도저히 도망칠 생각이 안 들어…. 걔도 결국엔 우리 아카데미 학생이잖니….”
“…그렇습니까.”
“미안해, 프로스트 교수. 교장이란 사람이 이런 추레를 보이다니. 한심하네.”
엘레나는 교장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떠안고 있었다. 아카데미 학생을 한 명이라도 놔두고 먼저 도망친다는 선택지를 고르는 건 그녀 자신이 허락하지 않았다.
페르난도는 한숨을 내뱉었다.
“…카를로스 황제 폐하께서 이곳으로 직접 행차하시던 중이었습니다. 그 이례적인 일이, 하늘 위 마족의 출현으로 중단됐죠.”
“응.”
“지금쯤 가까운 영지에 체류하고 계실 겁니다. 여기서 도망치면 얼마 안 가 황국 병력의 든든한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하물며 교장님께선 황실의 인정을 받는 분이시잖습니까.”
페르난도는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여전히 별하늘을 흉내 내는 마족이 하늘을 메우고 있었다.
“그리고 황국에서 가장 강한 토벌대가 이쪽으로 오고 있으니, 어차피 강제로 여길 뜨셔야 할 겁니다. 이 아카데미를 떠나는 건 시간문제라는 얘깁니다.”
황국 최고의 전력인 로얄 가드로 구성된 토벌대. 황국에서 가장 강한 전력이라고 보아도 무방한 부대였다.
그들이 하늘 위 마족을 쓰러뜨리기 위해 달려오고 있었다. 아이작이 잡아먹힌 구간이 이 섬의 상공이었기 때문이었다.
토벌대가 도착한다면 이곳은 전쟁터가 될 터.
비록 힘든 일도 많았지만, 정이 들 대로 들었던 이 아카데미도 얼마 안 가 쑥대밭이 되리라.
그렇다고 메르헨 아카데미가 사라진다는 얘긴 아니다. 황국과 투자자들의 지원으로 또 다른 메르헨 아카데미를 건축하고 있었으니까.
새로운 캠퍼스가 완공되기 전까진 간이 시설에서 교육을 진행하면 될 테니, 이런 일로 메르헨 아카데미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었다.
“그러니 교장님께선 먼저 확실히 살아남는 일에 치중해주셨으면 합니다.”
“프로스트 교수, 너는?”
“교장님과는 달리 저는 일개 교수 나부랭이에 불과합니다. 여기에 학생이 단 한 명이라도 계속 남겠다고 한다면, 저도 끝까지 남아 있을 작정입니다.”
“너도 참 고지식하네…. 이런 녀석을 두고 내가 뭔 말을 한 건지….”
엘레나는 한숨을 흘리며 생각했다.
토벌대가 도착하기 전에 하늘 위 마족이 이 아카데미를 멸하려 든다면, 엘레나는 아직 잔류 중인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건 보호 마법을 발동할 것이었다.
아무리 강대한 공격이라도 무조건 왜곡시키는 힘이다. 적어도 별하늘을 흉내 내는 마족의 공격 한 번은 어떻게든 막아 낼 수 있을지도 몰랐다.
……
메르헨 아카데미 구치소. 신문실.
황실 기사단은 각각 상당한 거리를 두고 떨어진 건물들을 임시 구치소로 사용함으로써 팔라딘 4명을 따로따로 신문하기로 했다.
팔라딘은 모두 마법 실력이 출중하므로 가까이 붙여 놨다간 어떤 요행을 부릴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마력 흐름을 방해하는 수갑을 채운 것만으로는 안심할 수 없었다.
클로버 팔라딘, 피에르 플랑체는 황실 기사의 추궁에도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언제나 서글서글했던 그의 표정은 몹시 무감정해졌다.
다른 팔라딘들도 마찬가지였다. 자신들은 실패했고, 결국 앨리스 여왕님은 마족에게 잡아먹혔으니까.
팔라딘 모두 가슴을 찌르는 상실감에 말문이 턱 막혀 버린 것이었다.
“이번 일을 저지른 동기도, 너희들의 진정한 신원도, 무엇도 밝히지 않겠다는 건가?”
황실 기사가 분노한 얼굴로 묻자 피에르 플랑체는 겨우 목소리를 쥐어 짰다.
“…죽여줘.”
“뭐?”
이미 모든 걸 포기한 대답이었다.
“전부 내 잘못이야. 고문해도 좋아. 내 목을 브얀스 광장에 전시해도 상관없어.”
브얀스는 제르베르 황국의 수도명이었다.
“그러니 그냥…, 죽여줘.”
임무를 실패하고 모든 걸 잃어야 할 처지가 됐는데, 밤하늘을 메우는 강력한 마족까지 꺼내게 만들어 버렸다.
그 마족이 이 세계에 얼마나 큰 재앙을 불러올지는 알 수 없는 노릇. 게다가 그 마족에게 잡아먹힌 앨리스 여왕님께서도 살아 계실 거라 생각하기 어려웠다.
고된 비명과 죽음으로 속죄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니, 그러고 싶었다. 안 그러면 이 상실감과 죄책감을 도저히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다른 팔라딘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실패할 시 모든 걸 내려놓기로 진작 다짐한 상태였다. 어서 죽어서, 속죄해서, 저승에서라도 앨리스 여왕님을 보필하고 싶었다.
…그때였다.
콰아아앙!!
화려한 폭발이 신문실 문을 종잇장처럼 찌그러뜨려 날려 보냈다.
황실 기사는 깜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곧바로 검을 뽑았다.
신문실로 들어온 자는 연보랏빛 머리칼의 교복 차림 여학생이었다.
황국에서 그 강함으론 손가락 안에 꼽히며, 메르헨 아카데미의 최대 전력이라고도 불리는 여학생. 도로시 하트노바.
그녀가 땀을 뻘뻘 흘리며, 숨을 헐떡이며, 고통에 일그러진 얼굴로 머리를 부여잡고 있었다. 이미 평범한 사람이었으면 목숨을 잃었을 지도 모를 고열과 머리가 깨질 듯한 두통 때문이었다.
도로시는 피에르를 노려보았다.
나흘간 잠도 안 자고 마법만 쏟아부으며 찌들어 버린 데다 몸 상태까지 말이 아닌 탓에, 도로시의 만면엔 예전의 생기라고는 도저히 찾아볼 수 없었다.
“응, 그럴까…? 그냥 죽여 버릴까…?”
도로시는 거친 숨소리가 뒤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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