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Weakest Became A Demon-Limited Hunter RAW novel - Chapter (303)
〈 303화 〉 철의 요정 토벌전 (13)
* * *
상공을 메운 철문이 서서히 열리며, 문 틈새로 절대영도의 냉기가 폭포처럼 쏟아져 내렸다.
원왕들과 올드렉 사람들은 철문이 개방되는 광경을 바라보며 입을 떡 벌렸다.
쿠웅!
문 틈새로 크기를 가늠하기 어려운 거대한 검은 팔이 튀어나와 문짝을 짚었다.
철문 안쪽, 연푸른 냉기 속. 수 개의 섬뜩한 붉은 안광이 번뜩인다.
마침내 철문이 완전히 열리고.
생과 사를 뛰어넘어, 초월의 경지에 오른 검은 괴물이 고개를 들이밀며 그 거체를 드러냈다.
[크아아아아아아!!!]빙결의 원옥마수, 디아칸이 타나토스를 향해 포효했다.
파아아!!
아이작과 원옥마수-디아칸을 중심으로 차가운 파문이 퍼져나간다.
그들이 그저 마력을 흘려내는 것만으로 원왕들은 이를 악물거나 입술을 깨물고 견뎌야만 했다.
원왕들의 결계가 없었다면 올드렉을 포함해 수많은 인간이 삽시간에 동상과 동렬로 목숨을 잃었으리라.
아이작의 의지에 따라 이곳은 간단히 지옥으로 변모할 수 있는 것이었다.
초월적인 마수, 원옥마수-디아칸의 입에 시퍼런 냉기 마력이 소용돌이쳤다.
그리 회전하며 모여든 마력의 양은 아무리 대마법사라고 해도 가늠할 수 없었다.
“원옥마수…, 어떻게 세상에 저런 괴물이….”
도제 세이렌이 침음을 삼켰다.
아이작과 원옥마수-디아칸이 작정하고 원왕들의 결계를 깨부수려 했다면, 결계가 얼마나 간단히 부서졌을지 짐작도 가지 않는다.
세계의 중심을 이루던 원왕들마저 아이작 앞에선 무력감을 실감하고 만다.
한편, 타나토스는 응축시킨 사멸의 마력을 풀지 않았다. 여전히 그의 오른손엔 천문학적인 마력이 담겨 있었다.
이안의 [낙원추방]은 어디까지나 [악신의 장막]을 없애는 데 그쳤으므로, 타나토스에겐 별다른 피해가 없는 것이었다.
하늘 위를 메운 저 검은 마수도 결국엔 빙제의 하수인.
어떻게든 얼음의 왕, 아이작을 쓰러뜨려야만 했다.
[그아아아아!!]울부짖는 타나토스.
그는 팔을 휘두르며, 아이작을 향해 전력을 다한 사멸의 힘을 쏘아냈다.
화르르르르르륵!!!!
오로지 아이작만을 노리며.
죽음을 유린하고 영혼을 불태우는 진녹빛 화염이 차가운 대기를 밀어내며 거침없이 나아간다.
원왕들은 신음을 토해내며 전신의 마력을 결계에 전부 쏟아부었다.
휘우우우우!!
아이작은 우습다는 듯이 세 덩이의 [한빙지옥]을 쏘아냈고.
동시에 원옥마수-디아칸은 입에 머금은 냉기 마력을 발사했다.
그 모든 마법이 충돌한 순간, 섬광탄이 터지듯 강렬한 청광이 원왕들의 결계를 가득 메우고.
콰아아아아아앙!!!!!!
무량대수의 마력 폭풍이 모든 것을 몰아내며 귀를 찢는 굉음을 퍼뜨렸다.
“꺄아아악!!!”
도제 세이렌은 눈을 질끈 감고 비명을 내질렀다.
풍제 에린 캠벨이 했던 말엔 조금의 농담도 없었다.
마력 고갈을 각오해라?
아니, 원왕 모두의 마력이 고갈되더라도 이 충격을 막을 수만 있으면 천만다행이었다.
[그아아아악!!!]타나토스는 휘몰아치는 냉기와 시린 빛의 범람 속에서 비명을 내질렀다.
마력의 밀도가 지나치게 높아 빛이 사그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타나토스의 단단한 거체는 짧은 시간 동안 얼어붙고 깨져 나가며 소멸의 길을 걸었으나, 아직 살아남을 길은 있었다.
사라져가는 거체의 중심. 마력의 구체 속에 보호되고 있던 진정한 타나토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 정도론…, 죽지 않는다.]천문학적인 마력의 범람과 날카롭게 몰아치는 냉기, 사그라지지 않는 청광이 타나토스의 육신을 좀먹어갔으나.
그의 생명력은 그 죽음의 냉기 가운데서도 잠시나마 버틸 수 있을 만큼 탄탄했다.
그러나 몸이 파괴되어 간다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어떻게든 이 얼음 지옥을 벗어나 도망쳐야만 했다.
도망치는 데 성공하기만 한다면 시간은 그의 편이었다. 좀 더 강해진 후, 다시 한번 아이작과 싸우리라.
그러나… 타나토스에게 또 한 번의 기회가 찾아올 일은 없었다.
부우우웅!!
날카로운 파공음.
빙제의 냉기를 휘감은 존재가 엄청난 속도로 날아와 타나토스를 향해 왼쪽 주먹을 내질렀다.
아이작이었다.
[…크윽!]늦었다. 반격하는 수밖에 없었다.
두 눈을 부릅뜬 타나토스는 후웁, 하고 숨을 들이마신 후 아이작을 향해 오른쪽 주먹을 휘둘렀다.
콰아악!!
두 존재의 주먹이 격돌하며 풍압이 퍼져나갔다. 어느 쪽도 밀려나지 않았다.
그 순간, 맞붙은 두 주먹이 빙결하며 서로 연결되었다.
타나토스는 당황했다.
무려 빙제의 마력으로 이루어진 얼음이다. 타나토스로는 그 얼음을 깨뜨릴 수 있는 능력이 없었다.
“잡았다.”
아이작이 냉담하게 말했다.
[내가… 이 정도로 죽지 않으리란 걸 알고 있었나?]“당연하지. 그 거추장스러운 거체 안에 네 본체가 있었단 걸 몰랐겠냐?”
타나토스의 육체를 잠식해가는 절대영도의 냉기.
압도 당하는 감각.
다시금 공포감이 고개를 들이민다.
무엇일까.
이 인간은 무엇이기에 신격(神格)에 발을 들이밀고 있단 말인가.
패배를 직감한 타나토스는 그 의문을 입에 담았다.
[네놈은…, 뭐지? 대체 무엇이란 말이냐?]두루뭉술한 질문이었다.
그러나 타나토스는 아이작이 무슨 대답을 하든, 그 대답을 듣고 싶었다.
아이작은 찰나에 가까운, 아주 짧은 시간 동안 고민했다.
반드시 되겠다고 다짐한 것이 있었다.
루체의 죽음 앞에서, 마족 상대로 먼치킨이 되겠다는 다짐이었다.
악신을 이길 것이다.
지지 않으리라.
걸어온 발자취가, 앞으로 걸어나갈 길이, 스스로를 정의 내리도록 하며 아이작의 대답을 이끌어냈다.
“마족 한정 먼치킨.”
그 누구보다 강한 사람이 되지 않아도 괜찮았다.
이 여정에선 단 하나의 종족만을 상대로 최강자가 되면 그만이었으니.
견디고, 싸우고, 이기며, 아카데미 최약체에서 마족 한정 먼치킨으로.
그는 자신이 바라는 결말을 향해 나아갈 것이었다.
휘우우우!!
아이작은 남은 손에 냉기 마력을 응축시켰다.
소용돌이치는 연푸른빛 냉기.
5성급 얼음 원소 마법, [빙결 폭발]의 마법진이 그 위로 떠올랐다.
아이작은 선언했다.
“네놈들을 전부 토벌할 인간이다.”
잠시 두 눈을 크게 뜬 타나토스는, 눈앞의 인간이 모든 것의 정점에 도달하는 광경을 문득 상상하고 말았다.
감정이 정리되었다.
이내, 타나토스는 피식 웃었다.
[멋지군!]이미 절대영도의 냉기 폭풍에 온몸이 만신창이가 되었으나, 타나토스는 남은 손에 사멸의 마력을 끌어올렸다.
화려하게 피어오르는 진녹빛 화염.
죽음의 힘을 품은 자는 이제 죽음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쓰러뜨려 봐라, 우리들의 신을!]아이작이 얼음을 풀자 두 존재는 서로를 향해 마력이 응축된 손을 뻗었다.
두 마력이 격돌하고, 날카로운 섬광이 지나가며.
장렬한 한기가 타나토스의 전신을 파고들고, 매서운 충격파가 그의 전신을 산산이 붕괴시켰다.
휘몰아치던 냉기 폭풍이 폭음을 집어삼켰다.
비산하는 얼음 조각. 뾰족한 빙괴가 사방으로 사납게 범람하고.
타나토스의 목소리가 아이작의 귀에 은은히 울렸다.
[얼음의 왕이여…. 저승의 언덕에서, 네놈의 결말을 지켜보겠다….]타나토스는 재가 되어 사라져갔다.
[축하합니다! [사멸의 타나토스(Lv 2■■)]을 처치하고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Level Up!! Lv이 178로 상승했습니다!] [스탯 40를 획득합니다!] [전설 업적 [아, 죽음이여!]를 달성했습니다! 보너스 스탯 30을 추가로 획득합니다!]빛이 사그라져간다.
잦아드는 절대영도의 냉기. 상공의 철문은 서서히 닫혀가며 역소환되었다.
몰아치는 한풍과, 한계를 맞이해 풀려가는 원왕들의 원소 결계.
마력이 고갈되어 버린 원왕들은 바닥에 주저앉고는 허탈한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모든 것의 중심에 빙제 아이작이 있었다. 인류는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들은 느꼈다.
이 세계의 모든 전력이 기적적으로 하나로 뭉치더라도, 저 한 남자를 이길 수 없으리라.
그토록 불합리하며, 그토록 강인한 존재.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이, 이 세계의 정점은 아이작이었다.
“후우.”
아이작의 한숨이 새하얀 입김이 되어 흘렀다.
감당 못 할 스킬 [빙제]를 약화시켰다.
세 쌍의 날개를 뻗은 마법진이 사그라지고, 아이작은 맨몸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주인!]빙설룡-힐드가 빠른 속도로 내려와 아이작을 태웠다.
이제 레벨은 178. 빙설룡-힐드를 본체 상태로 유지시키는 건 거뜬했다.
“고맙다, 힐드.”
[흠흠, 고마우면 이따가 이 몸을 하염 없이 쓰다듬어줬으면 좋겠다만….]아이작은 대충 빙설룡의 비늘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기절했네.’
이안 페어리테일은 빙설룡의 얼음으로 고정된 채 기절해 있었다.
문득 이안이 옆으로 뻗은 손이 보였다. 엄지가 치켜세워져 있었다.
아이작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리 그들은 올드렉을 향해 되돌아갔다.
“너무하네요…!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도 안 하고 가다니. 아무리 빙제라지만 이렇게 예절이 없어서야…. 그래서 매력 있지만요. 우훗.”
“응, 다음 초고령 폐경.”
도제 세이렌은 풍제 에린 캠벨을 쏘아보았다. 도제의 이마엔 십자 핏줄이 돋아나 있었다.
풍제는 “뭘 봐?”하고 태평하게 반응했다.
“정말 놀라운 남자군….”
염제 안데르센은 허탈하게 껄껄, 하고 웃었다.
“…돌아가지. 조금만 쉰 뒤에.”
뇌제 자울은 호흡을 고르며 휴식을 취했다.
마력 고갈 상태는 기억도 안 날 만큼 오랜만에 겪는 일이었다.
다만, 그들은 원왕이다. 얼마 안 가 원소의 형태로 변신해 이동할 수 있는 마력이 확보될 것이었다.
그리 휴식을 취하면서, 그들은 올드렉으로 떠나가는 백룡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전투의 여파로 하늘은 때 이른 눈송이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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