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Weakest Became A Demon-Limited Hunter RAW novel - Chapter (312)
〈 312화 〉 명계로 (2)
* * *
“안녕, 여보.”
앨리스의 미궁, 하트 여왕의 알현실에서 앨리스 캐럴과 만났다.
“또 무슨 여보야….”
“여긴 우리 둘뿐이잖니? 딴지 걸 애도 없고.”
앨리스를 지그시 노려보았다. 얼굴 만큼은 세상 청순하다.
“그래서 무슨 볼일일까? 단둘이 보자는 건 오랜만인 것 같은데.”
“부탁할 게 있어.”
앨리스는 내 하수인이다.
내 뜻에 저항할 수 없고, 나를 해할 수 없으며, 무조건 내 명령에 복종해야 하는 처지.
그러니 이 지시는 앨리스에게 하는 것이 가장 제격이리라.
“내가 어디 갔다 올 데가 있어.”
“어디? 먼 곳일까?”
“명계. 얼마나 멀지는 몰라.”
돌연 앨리스의 표정이 굳었다.
그녀는 내게 가까이 다가왔다.
“애기야, 너 지금 무슨 뜻으로…?”
“이상한 생각 말고. 죽는다는 뜻 아니야. 갈 수 있는 방법이 있어.”
“그게 가능하니?”
고개를 끄덕이고 주위에 늘어진 가구에 앉았다.
“…왜 그런 곳에?”
“무조건 가야 할 이유가 있어.”
앨리스에게 간략하게 설명했다.
악신을 이기기 위해서 명계에서 얻어야 할 게 있다고.
“그렇구나. 그럼 언제…?”
텅 빈 하트 여왕의 왕좌를 바라보며 나는 대답했다.
“조만간. 어쩌면 뷔엘이 블랙 스톤 두고 난리 치는 동안 떠나있을지도 모르겠다.”
>메르헨의 마법 기사> 「제12막, 반역의 천인 토벌전」의 최종 보스, 뷔엘.
그놈이 활개치는 동안 나는 명계에 가 있을 것이다.
명계 폭풍이 균열 주위로 불어오는 시기에 명계로 넘어갈 수 있다. 하필 그 시기가 천위 시계의 효과가 발휘되는 날과 가까웠다.
“그런 중요한 일을 뒤로 할 정도구나….”
“되도록 빨리 돌아올 거야. 뷔엘은 내 손으로 처리하고 싶으니까. 그런데 내가 없는 동안은 너희들한테 맡겨야 할 것 같다.”
“다른 애들한텐 얘기했니?”
고개를 가로저었다.
“안 할 거야.”
카야는 신앙처럼 나를 숭배하기도 해서 내 뜻을 존중해 줄지도 모르겠지만.
루체나 도로시 같은 애들은 내가 명계로 넘어가는 걸 막으려 하든, 날 따르려 하든, 어떻게든 날 방해하려 들 것이다. 특히 루체가 그럴 가능성이 높았다.
죄책감이 들어도 가능한 한 변수는 최소화하고 싶었다. 그곳은 지나치게 위험하니까. 누굴 데려가든 개죽음만 각오해야 할 뿐이며, 내 한목숨조차 건사하기도 힘들 것이다.
그러니 명계로 떠난 뒤, 앨리스를 통해 내 이야기를 다른 녀석들에게 전달하려는 것이었다.
“애들이 슬퍼할 거란다.”
“변수를 가능한 한 줄이고 싶어. 솔직히, 나한테 지금 심적인 여유가 없다.”
“적어도 날 데려갈 생각은….”
“없어.”
앨리스는 눈을 내리깔았다.
“내가 어쩌면 되겠니?”
“내가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길 각오로 뷔엘과 싸워줘. 그리고…….”
여러 지시사항을 전했지만, 앨리스에게서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부탁할게.”
이야기를 마친 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발을 옮겼다.
……
무척 맑은 날이었다.
구름 한 점 없으며, 이지러진 달의 형형한 불빛이 발하는 날.
우중충한 날씨가 아니라서 다행이었다. 날씨가 안 좋았으면 기분도 별로였을 테니까.
“준비는 됐는지?”
헤겔 마탑 꼭대기 층에 이르자 입구에서 아리아가 맞이해주었다.
밤이 깊었다. 대련 평가는 끝났고, 어느덧 학기말 평가 준비 기간이었다.
오늘, 명계 폭풍이 불어오리라.
다가오는 명계 폭풍을 관측하는 건 간단했다. 그래서 명계 폭풍이 균열을 덮치는 시기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명료하게 판단할 수 있었다.
“네.”
연구실 문이 열리고, 어두운 아리아의 연구실이 시야에 들어왔다.
투명한 천장을 뚫고 내려오는 푸른 달빛만이 만연했다.
우리는 함께 연구실에 들어섰다.
“…음?”
곧 우리는 발걸음을 멈추었다.
로즈골드색 머리칼을 늘어뜨린 한 여학생이, 쏟아지는 달빛 한 가운데서 고요하게 서 있었다. 달빛을 머금은 몰포나비 머리 장식이 유독 눈에 띄었다.
그녀의 생기 없는 두 눈이 싸늘하게 날 바라보았다. 마치 인형 같은 눈.
“왔어?”
루체 엘타니아였다.
[ 루체 엘타니아 ]Lv : 175
종족 : 인간
속성 : 물, 번개
위험도 : ?■?
“선생님, 왜 루체가…?”
이미 [천리안]으로 봐서 알고 있었지만, 일부러 모르는 척 했다.
“어쩔 수 없었던 것.”
아리아는 한숨을 내쉬었다.
“저 배은망덕한 녀석이 나보다 강하단 건 명백한 사실. 더 큰 피해가 발생하는 걸 막는 게 최선이었던 것. 아이작, 네 문제는 네가 해결할 것.”
황국 최고의 명문 아카데미에서 빼어난 재능을 타고난 천재 중의 천재가 루체다. 아무리 아리아라고 해도 루체를 이기긴 어려웠다.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곳은 면적이 넓은 원형 도서관이나, 아리아는 정리 만큼은 깔끔하게 해 두는 편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꽤 어지럽혀져 있었다. 루체와 아리아 사이에 힘겨루기가 있었다는 정황 증거였다.
마탑에서 아무런 조치도 취하고 않고 있던 건 아리아의 지시 때문이었으리라. 어차피 내가 올 걸 알고 피해를 더 키우지 않으려 했을 터.
‘다행이네.’
좋은 판단이었다.
오늘은 명계로 가는 날이다. 소란을 일으키는 건 무조건 피해야만 했다.
아리아를 놔두고 발걸음을 옮긴 뒤, 루체와 거리를 두고 멈춰 섰다.
“무슨 일이야?”
“이미 알고 있을 텐데.”
루체의 목소리는 달빛에 스며들어 아름다운 울림을 자아해냈다.
“어디 갈 생각이야?”
속삭이는 듯하면서도 또렷이 들리나, 가라앉은 목소리.
위험도 ‘?■?’는 >메르헨의 마법 기사>에서 루체만이 보였던 특유의 위험도다.
배드 엔딩 「새장」의 전조로, 지나친 애정과 소유욕, 사랑하는 사람을 제 곁에서 쭉 보호하고 싶다는 강력한 보호 본능 따위가 크게 작용한 결과다.
루체의 심리가 읽혔다. 내가 위험에 처하는 걸 원치 않으며, 제 목숨을 바쳐서라도 날 지키려는 마음가짐. 그 확고한 의지가 내 눈에 훤히 보였다.
나는 고개를 숙이고 안경을 벗었다.
‘이럴까 봐 말 안 하려 했는데.’
안경을 품 안에 집어넣고 다시 루체를 쳐다보았다.
자연스레 미소를 머금었다.
“명계로 갈 거야.”
루체의 눈이 떨렸다.
“아직 살아 있는 사람이 어떻게?”
“이미 갈 방법은 마련해 뒀어. 곧 있으면 명계로 갈 수 있는 기회가 올 거야.”
“그건…, 넌 대마법사니까 어떻게든 된다고 쳐도. 아무리 생각해도 위험한 곳이잖아. 왜 그런 곳에 가려는 건데?”
“가야 할 이유가 있어서. 전에 얘기했지? 악신이 부활할 거야. 그놈 이기려면 명계에 가서 뭐 좀 가져와야 하거든.”
“명계에 가겠단 얘긴 한 적 없잖아.”
“네가 이렇게 굴 줄 알았으니까.”
루체의 표정이 점점 슬프게 변해 갔다.
“아이작….”
“걱정하지 마라. 무조건 돌아올게.”
“그 말을 바란 게 아니야. 왜… 넌 항상 나랑 떨어져서 걸으려는 거야? 네가 대마법사인 건 상관없어. 얼음의 원왕이든, 인류의 정점이든…. 난 그냥, 네가 내 옆에 있어줬으면 좋겠다고…, 너한테 그것만 바라면서 살고 있는데…. 아이작, 나도 데려….”
“위험한 곳이야. 그래서 네겐 다른 역할을 부탁하고 싶다.”
“싫어! 너한테 무슨 일 생기면 내가 못 견딘다고!”
루체는 이 세계에서 나와 만난 뒤로 처음, 격앙된 감정을 토해냈다.
“널 좋아해! 아이작, 네가 좋아! 좋아해! 그러니까, 악신 쓰러뜨릴 거면 다른 방법을 찾아보든가, 아니면 적어도 날 데려가줘…! 무조건 도움이 될게…! 네가 위험해지는 건 죽는 것보다 싫어…!”
헨젤 오빠와 과자집 마녀를 잃은 뒤로, 루체는 마음을 꾹 닫고 살아왔다.
그러다 나를 만났고, 유일하게 내게 마음을 열었다.
그러니 헨젤 오빠와 과자집 마녀를 지키지 못했다는 절망을 되풀이하기 싫어서, 병적으로 내게 집착하는 것이었다.
이해한다. 고마웠다.
“루체.”
하지만.
“비켜.”
그건 그거고.
내 단호한 대답에 루체는 고개를 흠칫 떨었다.
이미 할 말은 다 했다.
데려가서 좋을 사람이 있었으면 자발적으로 데려갔을 것이다. 하지만 인류 중에서 명계의 여정에 도움이 될 만한 사람은 없었다.
그저 명계를 떠도는 놈들이 상대면 몰라도, 나는 명왕을 뚫고 지나가야만 하는 처지다.
명왕 상대로 내 목숨 하나 부지하는 것도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그러니 나는 그저 나에게만 집중할 생각이었다.
루체의 목소리가 잠시 멎었다. 복잡한 감정의 격류가 그녀의 푸른 눈동자를 휘감으며 자색 전류를 일으켰다.
“뭐라 하든 상관없어. 억지로라도 따라갈 거야. 그런 위험한 곳에 너 혼자 보낼 순….”
“싸우려고?”
“……!”
단숨에 루체 옆에 이르러, 그녀의 어깨를 턱 짚었다.
제랄드 아스트레앙의 보법, 섬보.
루체는 내 움직임을 눈으로 따라잡지 못했다.
“넌 나 못 이겨. 너도 잘 알 텐데.”
저번에 진행했던 2학년 2학기 대련 평가를 떠올렸다.
메르헨 아카데미는 나와 루체를 위해 따로 일정과 널찍한 야외 무대를 마련해주었다. 우리가 얼마나 큰 스케일로 대련을 벌일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던 까닭이었다.
소문은 크게 퍼졌다. 마법학부의 다른 학년에서도, 다른 학부에서도 나와 루체의 대련을 구경하기 위해 찾아올 정도였으니.
─ ‘A 클래스 아이작 대 A 클래스 루체 엘타니아! 준비, 대련 시작!’
대련이 시작되자 곧바로 루체는 자기 뒤로 뇌신조-갈리아를, 나는 뒤로 빙설룡-힐드를 소환했다.
두 사역마가 어마어마한 마력을 퍼뜨리며 날아오르고, 얼음 마력과 번개 마력이 격돌했다.
사전에 루체의 실력에 맞춰주겠다고 얘기를 마쳤기에, 나는 내 전투 감각을 시험하는 데 치중했고.
격전 끝에 루체를 쓰러뜨리고 승리를 거머쥐었다.
약자에서 시작해 약자로서의 전투법까지 익혀오며 강해진 나와, 처음부터 천재적인 재능을 타고나 강자로서 살아온 루체.
우리 둘의 전투 감각 사이엔 메우기 어려운 간극이 존재했다.
“그래도 마력을 끌어올리겠다면, 너라도 안 봐준다.”
손에 미약한 얼음 마력을 흘리며 나직하게 다그쳤다.
루체는 힘의 격차를 무시하고 덤벼들 만큼 어리석지 않다.
지금 느껴지는 마력의 밀도 차이가 얼마나 극명한지 그녀는 아주 크게 실감하고 있을 터.
“아이작, 부탁할게.”
루체의 두 눈에 눈물이 고였다.
“제발, 너 혼자 위험한 데 좀 가지 마….”
마력을 거두고, 루체의 머리를 감싸 내 품에 안았다.
루체는 두 눈을 크게 뜨며 놀랐다.
“잘 다녀올게. 좀 믿고 기다려라, 인마. 내 실력 잘 알잖아. 여긴 너한테 맡길게.”
실실 웃으며 한 손으로 루체의 고운 머리를 쓰다듬었다.
정말 예쁘고 사랑스러운 애다.
스르르.
루체 뒤로 뻗은 내 다른 손에 붉은 마력이 흘러나와 한 자루의 검으로 바뀌었다.
보팔 소드였다. 그 검으로부터 기이한 기운이 피어올랐다.
“아이…작…?”
곧바로 루체의 눈이 감기고, 그녀의 몸이 축 늘어졌다. 그리 루체는 곤히 잠들었다.
조심스레 루체를 바닥에 눕혔다.
“그건…?”
아리아는 놀란 눈치였다.
난 보팔 소드의 주인이 아니기에 이 검의 온전한 힘을 끌어낼 수 없었다.
그래도 사람을 잠들게 하는 능력 정도는 발휘할 수 있었다. 저번에 시험해 봐서 알았다.
“정말 애기 말대로구나. 그 애가 왔을 줄은.”
“…넌?”
한 여학생이 연구실 안으로 들어왔다. 아리아는 그 여학생을 경계하듯 노려보았다.
보팔 소드의 주인.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내 하수인, 앨리스 캐럴이었다.
“안녕하세요, 마탑주님. 메르헨 아카데미 마법학부 3학년, 앨리스 캐럴이에요.”
앨리스는 특유의 선한 미소를 짓고 아리아에게 인사했다.
“앨리스.”
앨리스에게 보팔 소드를 휙 던졌다.
보팔 소드는 허공에서 붉은 마력으로 치환되고는 그녀의 몸 안으로 스며들었다.
“빌려줘서 고맙다. 잘 썼어.”
“고마워할 필요 없단다. 우리 애기 부탁인데.”
앨리스는 능청맞게 대답하고서 내 앞으로 다가오고는, 무릎을 모으고 쪼그려 앉아 루체를 빤히 바라보았다.
“잘 자네.”
앨리스는 루체의 부드러운 뺨을 콕콕 찔렀다. 루체는 잔잔한 숨소리만 냈다.
“아이작…, 이렇게 될 줄 이미 알고 있었는지?”
도끼눈을 뜨고 날 째려보는 아리아.
당연한 물음이었다. 나는 아리아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리고 앨리스는 그, 허락 없이 몰래 데려와서 죄송합니다. 제 하수인이니까 믿으셔도 돼요.”
“그건 알고 있지만….”
아리아는 내가 보팔 소드를 빌려왔을 줄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는 눈치였다.
“가죠.”
루체를 집무실 침대에 눕힌 뒤, 우리는 비밀 통로를 개방하고 그곳을 지나 비밀 연구실에 들어섰다.
앨리스는 균열을 보며 감탄했다.
“이게 명계의 균열이구나….”
“앨리스, 나 없는 동안 부탁할게. 물론 루체도.”
“…분부대로. 첩실들은 내게 맡기렴.”
이거, 은근슬쩍 첩실이라 부르네….
뭐라 말하려는 때, 아리아가 관측 도구를 살피며 말했다.
“아이작. 곧 명계 폭풍이 들이닥칠 것. 결계를 풀 테니 준비할 것.”
실감이 확 난다.
이제 진짜로 때가 됐구나.
나는 균열을 감싼 결계 앞에 섰다.
“첫 번째 관문은 명계 폭풍. 온몸이 찢기지 않게 온몸에 방어 마법을 철저히 걸어둘 것.”
“네.”
자연 마나를 잔뜩 머금은 강력한 폭풍을 견뎌야만 명계에 무사히 도달할 수 있다.
그건 해볼 만하다.
마법 주머니에서 휘랑의 망토를 꺼내 어깨에 걸치고 고정대를 채웠다. 저번에 뒤펜도르프에서 얻은 방어구였다.
“휘랑의 망토구나. 그런데 애기야, 망토는 그렇다 쳐도 교복 차림으로 갈 거니?”
“어. 이 옷이 제일 익숙하니까.”
메르헨 아카데미 교복. 이 복장이 좋았다.
교복 차림이라면 1회차 도로시가 날 보고 기억해 줄지도 모르니까.
“그렇구나….”
대뜸 앨리스는 내게 다가와 나를 끌어안았다.
“…앨리스?”
내 체온을 좀 더 제대로 느끼고 싶다는 듯, 힘을 주면서.
이윽고, 그녀는 내 품에서 떨어지고 은은한 눈웃음을 지었다.
“잘 다녀오렴.”
앨리스의 심리는 읽히지 않았다.
다만, 그녀가 날 걱정하고 있다는 사실은 확연히 느껴졌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결계 해제. 3, 2, 1….”
스으으.
균열을 감싸고 있던 결계가 풀리자 후덥지근하면서도 온화한 바람이 불어왔다.
명계 폭풍의 여파가 여기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었다.
아리아와 나는 균열을 향해 팔을 뻗고 마력을 쏟아냈다.
점차 균열이 벌어졌다. 명계 폭풍이 균열을 덮쳐 느슨하게 만들고 있는 까닭에 수월하게 가능했다.
‘느껴진다.’
아무리 내 몸을 원소 형태로 변환하더라도 균열을 강제로 뚫고 지나갈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젠 또렷이 느껴졌다. 균열 너머, 미지의 틈이 서서히 벌어지고 있다고.
넘어갈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누누이 말했지만, 돌아오는 방법은 아직 모르는 것. 그 방법은 알아서 찾아낼 것.”
“네.”
1회차 도로시는 얼음 호수에 이르러야만 악신과 싸워볼 만한 조건이 충족된다고 했다.
돌아오지 못한다면 말짱도루묵일 테니, 돌아올 방법이 분명 있으리라.
“후우.”
강한 두려움이 밀물처럼 밀려들었다. 깊게 숨을 내쉬며 그 감정을 애써 억눌렀다.
어차피 나아가야 하기 때문이었다.
균열 가까이에 서자 명계의 바람에 휘랑의 망토가 펄럭였다.
마지막으로, 몸을 뒤로 돌려 아리아와 앨리스를 쳐다보았다.
아리아는 무덤덤한 얼굴로 가만히 날 바라보았고, 앨리스는 선한 미소를 내보였다.
나는 누구보다도 환하게 웃었다.
“다녀올게.”
그대로 뒤로 넘어가고.
내 몸은 균열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 상 태 ]이름 : 아이작
Lv : 180
성별 : 남
학년 : 2
칭호 : 빙제
마력량 : 699300 / 70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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