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Weakest Became A Demon-Limited Hunter RAW novel - Chapter (64)
교육의 기회는 보장되어야 한다.
올해 들어 마족이 수차례 출현했다고 한들, 메르헨 아카데미로선 교육을 포기할 수 없었다. 보다 안전을 기해 학생들을 가르치는 쪽이 이념에 맞았으니.
하물며 황실 기사단까지 메르헨 아카데미의 교육을 보장해주기 위해 개입한 상황.
아카데미가 내로라하는 마법사나 기사를 고용하는 일에 예산을 늘린 것도.
어떻게든 학생들을 가르치겠다는 투철한 의지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마족은 자연재해쯤으로 여겨진다.
지능이 부족하고, 집단행동과는 거리가 멀며, 행동 패턴을 예측할 수 없으며, 당최 어디서 나타나는 것인지 근원지를 짐작조차 할 수 없기에.
하지만 그런 생물이 올해 들어 메르헨 아카데미에서만 수차례 출현한 건, 필시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이었다. 황실은 그리 판단했다.
그렇게 황실 기사단 4번대, 펜리르 기사단 일부 단원은 마족의 잦은 출몰 건을 조사하기 위해 파견을 나왔다.
별 소득은 건지지 못했겠지.
내통자가 누구인지, 마족이 어디서 어떻게 튀어나오는지, 검은 괴물의 정체는 무엇인지 그들은 밝혀내지 못했으리라. 당연하다.
앨리스는 꼬리가 잡히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해놓았고.
마족은 땅 밑에 미생물체로 있다가 심연에서 가까스로 기어 나온 악신의 마력으로 형체를 갖추는 것이고.
검은 괴물의 마력량을 가진 얼음 속성 인물은 아카데미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내년에 황녀가 메르헨 아카데미에 입학할 계획이라고 하니, 기사단으로선 수색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메르헨 아카데미는 대륙 어느 아카데미도 대체할 수 없는 명문 중의 명문. 최고의 엘리트 아카데미이니.
당연한 얘기지만 이는 명분일 뿐이다. 실질적인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 이유는 내가 2학년이 되면 알아서 차차 밝혀지겠지.
애당초 나름 실력이 출중한 기사단 전력을 보낸다면 어느 마족이 출현하든 해결할 자신이 있을 테고.
하물며 올해를 기점으로 황녀가 졸업할 때까지 메르헨 아카데미가 기사단의 파견지가 될 것은 자명해졌다. 황실 기사단의 실력자들이 메르헨 아카데미 안보에 이바지하는 셈이 된 것이다.
아무튼 그러한 이유들로, 2학기부터는 황실 기사단 단원 몇몇이 시험감독관으로 참여하게 된다.
직접 눈으로 보니 감탄사가 절로 흘러나오는구나.
“지금부터 ‘수렵 평가’의 룰을 설명하겠다.”
엘트 섬은 아마존 정글 느낌이 물씬 나는 숲이다. 다만, 색감 자체는 다채로운 편. 갖가지 원소 마나가 덧입혀진 식물들이 만연한 까닭이다.
엘트섬 선착장 중 한 곳. 아카데미 선박들은 제각기 다른 선착장에 배를 세웠다. 학생들을 하선한 채였다.
학생들은 선착장에 질서정연하게 서서 담당 교수를 바라보고 있었고, 나도 그 안에 껴있었다.
이번 시험의 규칙을 설명하기 시작한 페르난도 교수. 그 뒤엔 시험감독관들이 일렬로 서 있었다. 엄청난 박력이 느껴졌다.
“시험은 오늘 밤까지 진행된다. 그동안 너희들은 이 섬에 머무르게 될 거다.
너희들의 목적은 간단하다. 시험이 끝나거나 탈락할 때까지 ‘포인트’를 최대한 많이 쌓으면 된다. 그 포인트가 너희들의 성적이 되고, 겔이 될 거다.”
그렇다면 포인트는 어떻게 쌓느냐.
“포인트는 수렵에 성공하면 쌓을 수 있다. 이곳, 엘트섬엔 우리가 설치해 둔 마물 환상들과, 우리가 소환해 둔 사역마들이 널려 있다. 그들을 잡을 때마다 각 등급에 따라 포인트가 차등 부여된다.
엘트섬 중심부로 들어갈 수록 적들은 더욱 강력해질 거다. 그만큼 포인트도 많이 벌어들일 수 있겠지. 엘트섬을 검수한 결과, 실제 마물은 없었으니 안심하도록.”
저 말에는 ‘마족도 없었다’라는 의미도 포함돼 있으리라.
참고로 이 세계관에서 마수와 마물의 개념에는 명확한 차이가 있다. ‘마수’의 ‘마(魔)’는 마법의 의미가 강하다. 마법의 짐승이란 의미다.
반면 마물은 타협의 여지가 없는 그저 악한 생물. 마족은 존재감이 지나치게 뚜렷해 상위종으로 따로 분류된다.
“마물 환상에게 당하면 너희들 손목에 채워진 팔찌가 울리고, 당사자는 시험 종료다. 시험감독관이 알아서 찾아갈 테니 그 자리에 가만히 있으면 된다.”
나를 포함한 학생들 손목엔 뺄 수 없는 팔찌 하나가 채워진 상태였다. 학기말 평가 때처럼 학생들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팔찌였다.
“포인트는 엘트섬 곳곳에 널려 있는 무인 상점에서 상품을 구매하는 데 쓸 수 있다. 다만 그 포인트는 성적에 직결되는 것이니, 성적을 잘 받고 싶다면 최대한 아끼는 편이 좋겠지. 즉, 이번 시험에선 너희들의 전투 능력, 생존 능력, 지혜, 지식을 평가한다.”
“교수님! 만약 학생들끼리 싸우면 어떻게 됩니까? 상대방 소지품을 빼앗기 위해서라든지…. 그럼 탈락입니까?”
모범생처럼 생긴 남학생이 팔을 들고 물었다.
페르난도 교수는 그 남학생을 쳐다보며 대답했다.
“아무 문제없다.”
“……!”
학생들은 놀란 눈치였다.
“다시 한번 말하지. ‘수렵 평가’는 너희들의 전투 능력, 생존 능력, 지혜, 지식을 평가하기 위한 시험이다. 적과의 그릇을 가늠하고, 신중하게 기회를 엿보거나 효율적으로 도망치는 것도 중요한 평가 요소란 얘기다. 너희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포식자나 피식자가 될 수 있다. 소지품을 빼앗기는 게 두렵다면 반격하거나 도망쳐라.”
페르난도는 평소와 같은 냉소적인 어투로 말했다.
“중도 포기를 하고 싶다거나, 시험과는 무관한 특이사항이 발생했을 땐 반드시 팔찌로 우리에게 보고하도록. 알맞은 조치를 취할 터이니.
현재 시각은 오전 10시. 시험 종료 시각은 오늘 밤 자정이다. 팔찌에 알아서 시간이 표시될 거다. 그때까지 알아서 잘 살아남도록. 이상. 번호 순서대로 입장해라.”
1학기 반 배정 평가처럼 정해진 번호 순서대로.
학생들은 일정한 시간 간격을 두고 엘트섬 숲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나도 숲 안으로 들어갔다. 다양한 색감의 정글이 내 시야에 들어왔다. 서리가 가득한 나무, 전기가 흐르는 꽃, 몸체보다 과하게 큰 활엽수가 달린 나무 등.
조심스러우나 빠른 발걸음으로 안쪽으로 이동했다.
팔찌에 푸른 불빛이 떠오르면 시험 시작의 신호였다. 나는 내려앉아 있는 거대한 활엽수 뒤편에 숨은 뒤, 팔찌에도 신경을 기울였다.
이윽고, 팔찌에 붉은 불빛이 하나, 둘 떠오르기 시작하더니.
전부 사라지고 푸른 불빛 하나로 조용히 대체되었다. 시험 시작이었다.
이번 시험에서 내 목적은 두 가지다.
첫째, 엘트섬 중심부 ‘화산’에 도달하기.
둘째, ‘이안 페어리테일’ 만나기.
참고로 이안은 내 반대편 선착장으로 온 상황일 터다. 엘트섬에 오기 전에 각 배가 어디로 향하는지 눈여겨봐서 알았다.
이안은 시험 시작 직후 카야와 만나고 팀을 맺게 된다.
그리고 그들이 포인트 벌이를 위해 중심부로 이동하는 게 >메르헨의 마법 기사> 「4막 2장, 먹이사슬」의 스토리였다.
문제는 이안과 카야가 어디에 있는지 명확하게 파악할 수 없다는 점이었으나.
‘내겐 어쩔 [천리안]이 있지.’
나는 왼쪽 눈을 감고 [천리안]을 발동했다.
───── 「천리안 (중립 속성, ★7)」
오른쪽 눈동자가 은빛으로 물든다. 내 시야는 극적인 속도로 뒤바뀌기 시작했다.
단숨에 엘트섬 반대편을 시야에 담고 훑었다. 이안의 모습이 보였다. 역시 시나리오대로 초장부터 카야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둘은 고개를 끄덕이고 함께 중심부를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천리안]을 풀었다. 다시 왼쪽 눈을 뜨고 본래의 시야각을 되찾았다.중심부에 우뚝 솟아있는 화산을 향해 나아가면서, 이안의 진로를 계속해서 유추한다면.
수시로 [천리안]을 발동해 그들의 동향을 살필 수 있을 것이었다.
‘어차피 걔넨 중심부로 쭉 향할 거니까.’
이안과 카야는 엘트섬 중심부를 향해 거침없이 나아가겠지. 중간에 수렵과 영양소 섭취를 위해서 몇 번 멈추기도 하겠지만, 적어도 8시간 이내로 도달할 터.
「4막 3장, 땅속 거인」 파트에 나오는 마족, 무상의 엘페르트는 엘트섬 중심부에서 카야를 집어삼키며 나타날 예정이다.
카야는 이른바, 땅속 거인의 몸속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안은 카야를 구하기 위해 똑같이 거인의 몸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이안은 무조건 못 살아남을 테고.’
땅속 거인의 몸 안엔 마족들이 바퀴벌레처럼 득실득실하다. 컨트롤 고자 이안이 살아남을 수 있을 리 없었다.
따라서 이안이 거인의 몸 안으로 들어가기 직전에 그를 찾아내는 것이 베스트다.
여담이지만, 학사에 미리 ‘엘트섬 중심부에 마족이 나타난다’라는 익명의 편지를 남기는 방법도 생각해 보았다.
당연히 그만뒀다. 변수가 너무 많았으니까. 우선 학사 측이 믿어 줄지부터 의문이었고, 믿어 준다고 해도 문제였다.
시험이 중단되고 엘트섬이 봉쇄될 우려가 컸다. 그렇게 되면 누구도 무상의 엘페르트를 막을 수 없게 되겠지.
내 뜻대로 될지도 확신할 수 없었고.
무엇보다도, 희생자가 나오지 않았으면 했다. 시나리오에 지장이 가는 것은 물론이고, 자칫 배드 엔딩으로 직결될 수 있는 문제였으니.
거기다 최대한 카야가 위험에 빠지지 않는 방법도 곰곰이 생각해봤지만.
‘그것도 무리고.’
>메르헨의 마법 기사> 「4막 2장, 먹이사슬」 파트에서 제시간 안에 중심부에 이르지 못한다면 배드 엔딩은 확정이었다.
거인은 식물 속성을 탐한다. 그래서 깨어나자마자 식물 속성 마나에 감응 중이던 카야를 노리게 된다.
카야가 거인의 머리가 있는 중심부에 이른다면 입을 벌려 삼키기만 하면 되니, 이로써 거인은 만족하게 된다.
하지만 거인이 깨어날 때까지 카야가 중심부에 도달하지 못한다면.
화염과 ‘피’ 마법이 엘트섬 곳곳에서 용솟음치며 많은 희생자를 낳게 된다. 떼 죽음이다.
그렇다고 카야를 어떻게든 시험에서 빠뜨리게 하는 위험천만한 선택지도 고를 수 없었다.
거인의 외피는 뇌신조의 [뇌공의 결계]처럼 레벨로 치자면 190대에 이른다. 오로지 몸 안으로 들어가 해치우라고 만들어진 마족인 것이다.
하물며 그 거인은 구조상 몸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통로가 입뿐이다. 카야가 없다면 거인은 입을 벌릴 일이 없게 된다.
결과적으로 카야를 희생하는 모양새가 된다고 해도.
그녀가 거인에게 삼켜지는 편이 그녀 자신에게 있어서도, 배드 엔딩을 막기 위해서도 가장 안전한 것이었다.
‘해 보자.’
나는 심호흡으로 감정을 추슬렀다. 이제 시작이다.
우선, 중심부로 이동하는 길에 마물 환상을 잡고 포인트를 벌어들인 뒤 무인 상점을 찾자.
엘트섬은 굉장히 넓은 편. 무인 상점도 그에 맞추어 상당수 설치돼 있었다.
‘조용하네.’
오로지 풀벌레 울음소리나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만이 들려왔다. 1학기 반 배정 평가 때와 대비되는 분위기였다. 아직 사냥감이 거의 없는 바깥 지점이라 그런 듯했다.
“힐드.”
나는 빙설룡-힐드를 소환했다. 녀석은 아주 작은 구체형 빛의 형태로 튀어나왔다.
[ 빙설룡-힐드 ]Lv : (1)
종족 : 마수
속성 : 얼음
위험도 : X
심리 : [ 새로운 환경에 즐거워하고 있습니다. ] [여기가 그 시험 장소더냐?]
빙설룡의 고아한 목소리가 머릿속을 울리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에 마물이나 마수, 사람이 있는지 살펴봐 줘.”
[그러지.] [천리안]은 마력 소모량이 부담스러운 수준이라, 빙설룡을 응용하면서 나아가는 편이 효율적이었다.빙설룡은 허공을 가로질러 주위를 살피기 시작했다. 녀석은 아주 작은 빛 덩어리 형체라 조심하기만 한다면 그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을 터였다.
[별다른 기척은 느껴지지 않는다.]나는 거대 활엽수에서 빠져나가 조심스레 발을 옮기기 시작했다.
빙설룡은 중심부 방향으로 앞서 나가면서 마물이나 마수, 인간의 기척을 살핀 뒤 수시로 내 머릿속에 보고했고.
나는 그 안전한 경로로 나아가면 되었다. 거리가 멀어지면 그만큼 목소리가 작게 들리기 때문에, 빙설룡과 일정 수준 거리를 유지할 필요가 있었다.
[찾았다. 마물…이 있는데 느낌이 좀 이상하구나.] [끼익?] [끼룩?]「투석 (바위 속성, ★3)」
쿠웅!
개미핥기처럼 생긴 마물 환상을 발견하자, 나는 바위 마법으로 바위를 날려 녀석들을 해치웠다.
마물 환상은 연기처럼 바람에 흩어지며 사라졌다. 마도구를 이용해 만들어 낸 환상이라 그런 것이었다.
[뭐, 뭣이…?! 요즘 마물은 죽으면 연기가 되는 것이냐…?]빙설룡은 깜짝 놀랐는지 할머니 같은 어투로 말을 떨었다. 그 와중에 목소리는 무척 예뻐서 은근한 이질감이 느껴졌다.
“마물 환상이라 그래. 마물들의 형상을 가짜로 만들어 낸 거야.”
[그, 그런 것도 있느냐…? 모르는 새에 시대가 많이, 발전하긴 했구나…. 하긴, 당연한가….]빙설룡은 지나온 세월의 무게를 통감하는 듯했다.
해치운 마물 환상은 마나 알갱이가 되어 내 팔찌에 흘러 들어왔다.
동시에 포인트가 새겨졌다. 20포인트. 방금 전에 해치운 마물 환상은 한 마리당 10포인트였나보다. 역시 쩌리 몹이구나.
나는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 * *
엘트섬 고지대.
루체는 뇌신조를 적당한 크기로 소환한 뒤, 그 등에 탑승하고 날아올라 빠르게 절벽 위에 도달했다.
엘트섬 전경을 살피는 루체. 알록달록한 숲 정중앙엔 진갈색 화산이 자리 잡고 있었다.
[내 주인! 또 아이작 탐색 중! 눈에서 광선 나오려 하는 중! 광선 삐이이임!]“…….”
빡!
루체는 옆에서 어린아이처럼 떠들어 대던 작은 범고래 사역마, 벨로를 주먹으로 때렸다.
[벨로, 충격! 폭력 반대! 폭력 반대!]“시끄러워. 친구니까 찾아야 할 거 아냐.”
루체는 나뭇잎 틈새 사이사이로 아이작의 흔적을 찾아다녔다. 아주 작은 단서라도 좋았다.
“내가 아이작을 지켜줘야 해.”
뛰어난 시력과 눈썰미가 있으니, 아이작과 연관된 거라면 자신은 무조건 파악해낼 터였다.
하지만 나무들이 빽빽하게 밀집해 있어서 아이작을 찾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
“아이작, 어디 있어…?”
어서 빨리 아이작을 찾아내고 싶었다.
이곳은 외딴 엘트섬. 다른 학생 눈치 안 보고 시험이 끝날 때까지 온종일 붙어 있어도 무방할진대.
아아, 얼마나 행복할까.
루체의 입안에 군침이 싹 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