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Weakest Became A Demon-Limited Hunter RAW novel - Chapter (65)
엘트섬엔 상태 이상을 일으키는 버섯들이 즐비해 있다.
누군가 다가오면 위협을 느끼고 독성 포자를 내뿜는 포이 버섯.
강제로 잠들게 하는 쿨쿨 버섯.
강한 타격을 받으면 무슨 포자에 당했든 회복시켜 주는 포자를 방사하는 솔리 버섯.
일시적으로 마나 회로에 장애를 일으켜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게 만드는 제롬 버섯 등.
참고로 제롬 버섯은 루체처럼 강한 애들한텐 안 먹힌다. 나는 아직 먹히는 수준이겠고.
아무튼, 온갖 버섯들을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 상태 이상에 빠지면 엘트섬 중심부로 이동하는 데 큰 지장이 생기기 때문이었다.
‘이안, 제발 무사해야 한다.’
포자는 방심하는 틈에 당하고 만다. 그래서 이안이 걱정되었다.
웬만해선 열심히 생태학을 공부한 카야가 커버해 주겠지만.
나는 약한 마물 환상들을 잡아가며 중심부를 향해 나아갔다.
그러던 중, 무인 상점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주변엔 아무도 없다.]빙설룡의 보고. 나는 망설임 없이 무인 상점으로 향했다.
무인 상점은 원통형 자판기 형태였다. 유리창 너머로 갖가지 상품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각 속성 1성급 주문서, 식수, 냄새 제거제, 유용하게 쓸 수 있는 밧줄, 그물망, 주위 환경을 흉내 내는 위장막, 아기 하마 모형의 인형, 간이 화장실용 천막(비싸다) 등.
‘냄새 제거제 120포인트 조지고.’
현재 쌓여있는 포인트는 120.
무인 상점에 팔찌를 대고 120포인트를 다 썼다. 내 팔찌에 들어 있는 마나 알갱이가 무인 상점으로 흘러든 뒤 결제되는 식이었다.
그리고 냄새 제거제 쪽 버튼을 누르자, 그 상품이 튀어나왔다.
냄새 제거제는 분무기와 비슷했다. 그걸 내 몸에 수차례 분사한 뒤, 학사 측에서 나눠준 마법 주머니에 담았다.
이로써 마물 환상이나 사역마들은 내 냄새를 분간하지 못하게 될 터.
[숨어라.]“……!”
그때, 힐드의 목소리가 울렸다. 반사적으로 옆에 있는 나무에 얼른 숨어들었다.
[마수가 하늘을 날고 있구나.]나는 슬쩍 나무들 틈새로 하늘의 풍경을 살폈다.
날아다니고 있는 마수 몇 마리. 시험 감독관들의 사역마인지, 모르는 학생들이 의도적으로 올려 보낸 사역마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뭐, 눈에 띄어 봤자 좋을 건 없겠지.
나는 조심스레 발을 옮겨 갔다.
……
「얼음 창 (얼음 속성, ★4)」
푸슉──!
[케에엥!]내 발소리를 듣고 달려온 마물 환상, 흑랑.
그 검은 늑대 놈이 지면에 코를 대고 내 향을 추적하려 하고 있을 때.
얼음으로 이루어진 창을 날려 놈을 가볍게 해치웠다.
‘아직까진 순조롭네.’
흑랑 정도는 가볍게 쓰러뜨릴 수 있지만 송곳니 하마부턴 슬슬 힘에 부칠 터였다.
최대한 싸움을 피해 가는 편이 좋으리라. 내겐 사주경계용 빙설룡-힐드가 있으니, 엘트섬 중심부까지 전투 없이 가는 것도 비현실적인 이야기는 아니었다.
[위에서 수상쩍은 움직임이 있다.]빙설룡의 보고가 내 생각을 끊었다. 나는 녀석을 불러왔다.
“뭐가 수상한데?”
[부엉이 마수가 너를 몰래 훔쳐보고 있었던 것 같구나. 아까부터 부자연스러운 느낌이 있었는데, 이젠 확신이 생겼다.]“……?”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나를 사냥하려고 했다면 진작 덤벼들었을 테니까.
즉, 나를 감시했다?
[…주인, 숨어라.]돌연, 빙설룡-힐드가 진지한 어조로 내게 일렀다.
[인간들이 너를 둘러싸고 다가오고 있다. 포위된 것 같구나.]“뭐…?”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를 향해서 여러 학생이 다가오고 있었다.
나와 같은 배를 타고 왔던 C, D 클래스 학생들이었다. 수는 6명.
곧이어, 내 주위로 마법진이 새겨졌다.
「암벽 (바위 속성, ★4)」
「빙벽 (얼음 속성, ★4)」
드드드드드득───!
고체형 벽이 내 주위에서 솟아올라 진로를 차단했다. 내 쪽으로 다가오고 있는 학생들의 마법이었다.
“뭐야?”
당황스럽네….
무슨 상황인지 판단할 겨를이 없었다. 나는 겹겹이 생성된 방어벽을 뚫기 위해 양 손가락을 맞대고 마나를 모았다. [빙결 폭발]의 술식이 허공에 새겨졌다.
일단 저놈들이 내 적인 건 확실한 모양이니까.
그때.
[끼루룩!]휘이이이─.
위쪽에서 새의 울음소리가 들려 고개를 치켜세웠다.
몸체에 바람 마나를 휘감은 부엉이가 버섯 두 개를 내 쪽으로 떨어뜨리고 있는 광경이 눈에 비쳤다.
「풍검 (바람 속성, ★3)」
부엉이로부터 약한 바람 칼날이 날아와 떨어지던 버섯을 베어냈다.
그러자, 녹빛 포자가 연기처럼 뿜어져 나오고.
반짝이는 가루가 내게로 쏟아져 내렸다.
“이런, 씹…!”
마나 회로에 장애를 일으켜 일시적으로 마법을 사용할 수 없게 만드는 버섯.
제롬 버섯의 포자였다.
마력의 흐름이 마구 뒤엉켰다. 마력을 컨트롤할 수가 없었다!
곧바로 [빙결 폭발]의 술식이 풀렸다. 응축해 놨던 얼음 마나도 공기 중에 흩어져 버렸다.
이내, 사방에서 나를 가두고 있던 [암벽] 하나가 연갈빛 가루가 되어 사라지고.
“……!”
「화염구 (불 속성, ★3)」
화르르르륵─!
동시에 화염으로 이루어진 구체가 나를 향해 날아들었다.
도망칠 곳은 없었다. 그래서 다급히 [빙벽]을 전개하려 했으나, 예상대로 마법이 튀어나오지 않았다.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나는 옆에 우뚝 솟아있는 [암벽] 쪽으로 몸을 날려 누운 자세로 달라붙은 뒤, 팔로 얼굴을 가렸다.
쿠우우웅──!
[화염구]는 내 등 뒤에 있던 [빙벽]에 들이박곤 화염을 퍼뜨렸다. [빙벽]이 녹아내리고.코앞에서 잠시 열기가 느껴졌으나, 그뿐이었다. 위력이 강한 [화염구]는 아니었다. 어후, 식겁했네.
나는 재빨리 자세를 가다듬고 고개를 들었다.
내게 다가오고 있던 학생들이 한 여학생을 필두로 모여 들었다.
붉은 장미 머리띠를 착용한 갈색 단발머리의 리더격 여학생. 무척 낯익은 얼굴이었다.
“후후. 역시, 당신은 밑바닥을 구르는 꼴이 가장 잘 어울리네요.”
나를 향해 오만한 미소를 흘리는 그녀는, 나와 같은 배를 타고 온 로제 레드리베라였다.
[ 로제 레드리베라 ]Lv : 55
종족 : 인간
속성 : 불, 바람
위험도 : X
심리 : [ 당신에게 열등감과 질투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
1학기 실습훈련이 떠올랐다. 그때 로제는 나를 향해 이를 박박 갈아댔었지.
로제는 2학기에 들어서면서 B 클래스에서 C 클래스로 강등되었다. 순수하게 실력 문제로. 그래서 우리는 같은 강의실에서 같은 수업을 듣게 되었다.
가끔 강의실에서 나와 눈이 마주칠 때면 인상을 찌푸리곤 했는데.
나와 같은 강의실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치욕감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심리 간파]로 알아낼 수 있었다.
짐작컨대, 로제는 나를 엿 먹일 계획을 짜고 있었던 모양.
아마도 선박에서부터 나를 괴롭힐 멤버들을 꾸렸으리라. 시험 내용을 듣고 나를 괴롭혀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면 자기 계획에 따르라는 식으로.
2학기에 들어서서 나한테 열등감을 품었던 D 클래스 학생들이 뇌리를 스쳤다. 그 일부가 로제 쪽에 끼어 있었으니까.
진짜… 븅신들이네.
문득 허영심 많은 금발 귀족, 트리스탄 험프레이가 떠올랐다. 그나마 녀석은 대련이라는 정직한 수단으로 자기 회포를 풀 작정이었는데.
저 녀석들은 정말이지, 방식이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참 이상한 일이죠? 당신과 제가 같은 클래스가 되다니. 심지어 저번 학기까지만 해도 E급이었던 당신이 지금은 저보다 마력량이 높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요?”
마력량 나보다 낮게 떴냐…. 아마 C급이겠구나.
“왜 건방지게 나대냐고요, E급 평민 따위가?”
로제는 자존감이 낮다. 남을 깎아내려서라도 어떻게든 떨어진 자존감을 회복하려는 성향을 갖고 있지.
그렇기에 로제는 자신이 가장 업신여겼으나, 자신보다 더욱 강해져 버린 나를 괴롭힘으로써 떨어진 자존감을 충족할 셈인 듯 보였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 진짜 짜증 난다.”
나는 그리 말하며 주머니에서 모든 포자의 효과를 없애주는 버섯, ‘솔리 버섯’을 꺼내 들었다. 만일을 대비해 가는 길에 뽑아 놓은 것이었다.
강한 타격을 받으면 포자를 방출하는 버섯이다. 꽉 쥐는 것만으론 포자가 잘 퍼지지 않으나, 바로 지면을 향해 던지면 되었다.
그 순간.
「불 생성 (불 속성, ★1)」
화르르륵─.
“앗, 뜨!”
솔리 버섯이 화염에 타올랐다. 나는 열기를 느끼고 다급히 손을 뗐다.
솔리 버섯은 불길에 태워지며 흙바닥에 떨어졌다. 안에 담겨 있던 포자는 새빨간 불길에 맥도 추리지 못했다.
로제의 마법이었다. 예상하지 않았다면 나올 수 없는 엄청난 반응 속도. 내가 솔리 버섯을 미리 챙겨둔 상황까지 염두에 뒀던 모양이었다.
개 같네.
“당신이 뭔데 저한테 짜증일까요? 애초에 당신, 평민이잖아요. 여기가 배움의 터라고 다들 평등하게 대해주니까, 저랑 같은 선상에 있는 줄 알았어요? 같은 클래스가 되니까, 내가 너랑 똑같은 줄 알았냐고?”
로제는 일그러진 미소를 흘렸다.
“아카데미 나가면 넌 아무것도 아니야. 내게 짓밟히는 것도 영광스럽게 여겨야 할 개돼지에 불과하다고. 자기 주제를 아셔야죠?”
나는 옷에 묻은 흙먼지를 털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시건방진 눈빛은 뭔가요? 또 [화염구] 좀 쏴줄까요? 이번엔 운 좋게 피할 수 없도록.”
“…….”
“아아, 그래도 말이죠. ‘로제 님, 부디 그 존엄하신 옥체로 이 보잘것없는 돼지 새끼를 짓밟아주세요’라고 한다면, 조금쯤은 봐 드릴 의향도 있는데.”
“그러냐.”
스스로 말하고도 안 쪽팔리나. 나는 듣기만 해도 닭살이 돋는데.
“후우.”
깊게 숨을 내쉬었다. 딱히 할 말은 없었다.
뭐, 이제 슬슬 때가 됐으리라.
무언가가 풀숲을 헤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좀 더 빨리 왔으면 좋았으련만.
나는 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든, 왔냐.”
[꾸웅!]나타난 건 작은 골렘 사역마, 이든이었다.
로제와 그 부하들은 눈을 휘둥그레 떴다. 뭐가 어떻게 된 거냐는 눈빛. 난 사역마를 소환한 적이 없고, 뭐라 명령을 내린 적도 없는데.
이든은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손에 들고 있던 푸른 버섯을 내 몸에 던졌다. 솔리 버섯이었다.
내 몸에 부딪힌 솔리 버섯은 단숨에 푸른 포자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스으읍, 한껏 공기를 들이마셨다. 꼬여 있던 마나가 다시 원활하게 흐르기 시작했다.
──── 「빙벽 (얼음 속성, ★4)」
드드드드드득───!
“……!!”
곧바로 로제 일행 주위로 얼음의 벽을 만들어냈다.
로제의 부하들이 썼던 [빙벽]보다 더욱 수준 높은 두꺼운 [빙벽]이 솟구치고.
로제 일행 또한 내가 당했던 것처럼 내 쪽으로 한쪽 면만 열려 있는 [빙벽]에 갇힌 모양새가 되었다.
저 괘씸한 년놈들에게 되갚아줄 때가 왔다.
“건방진…!”
로제는 상황을 이해할 겨를도 없이, 반격을 위해 나를 향해 팔을 뻗었다. [불기둥]의 마법진이 그녀의 손 앞에 새겨졌다.
다른 학생도 공격 마법을 구사하려 했으나.
어리석은 판단이었다.
────「서리불꽃 (얼음 속성, ★4)」
화아아아아아────!!
“꺄악!”
나는 이미 공격 마법을 발동하고 있었으니까. 방어 마법을 썼어야지.
푸른 냉기 화염이 로제와 그 부하들을 집어삼켰다.
후방과 좌우가 [빙벽]으로 가로막혀 있는 탓에 그들은 [서리불꽃]의 냉기를 온전히 감당해내야만 했다.
물론 위력은 줄였다. 단번에 쓰러지면 그거대로 아쉬우니까.
[서리불꽃]이 잦아들자, 바닥에 자빠져 있는 로제 일행이 보였다. 몸 군데군데에 생겨난 동상과 동렬. 극심한 추위에 격렬하게 온몸을 떨고 있는 모습. 추잡한 결과였다.“아그, 아그악….”
로제는 두 눈을 부릅뜬 채 고개를 숙이며 신음을 흘렸다. 고통스러운 모양이었다.
나는 성큼성큼 그녀에게 다가갔다.
화아아악───!!
한 남학생이 반격하려 들길래, 그를 향해 [서리불꽃]을 가볍게 날렸다.
두 번째 냉기 화염이 잦아들자, 그는 완전히 뻗어버렸다. 이제는 일어설 기력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저 추위와 고통 탓에 몸만 부들부들 떨고 있었을 뿐.
나는 로제 앞에 멈춰 선 채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서리와 동상으로 까무잡잡해진 로제의 얼굴이 내 쪽을 향했다. 이빨은 빠른 속도로 다닥다닥 부딪쳐 댔고, 몸은 미친 듯이 떨어 대고 있었다.
[ 로제 레드리베라 ]심리 : [ 당신에게 공포를 느끼고 있습니다. ]
“뭐, 뭐가, 어떻게, 된…?”
시험이 시작할 때부터.
나는 혹여나 실수로라도 포자에 당하는 상황에 대비해, 솔리 버섯을 발견할 때마다 이든을 대기시켜 놓았다.
보다 중심부 쪽에 가까이 있는 새로운 솔리 버섯을 발견하면 이든을 불러와 다시 대기시키길 반복.
빙설룡에게는 미리 ‘내가 포자에 당하면 곧장 이든을 데려와서 나한테 솔리 버섯을 던지게 해줘’라고 명령해 뒀던 상태였다.
예를 들어, 강제로 잠들게 하는 쿨쿨 버섯 포자에 당한다면 미리 챙겨뒀던 솔리 버섯을 쓰지도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잠들었을 테니까. 그런 불상사를 미연에 방지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내가 로제의 계략에 빠지자마자, 빙설룡이 이든을 불러 온 것이었다.
“내려다보지 마…, E급, 평민 따위가…, 날, 내려다보지 말…!”
한번 더 [서리불꽃]을 날려주었다. 물론 적당히 고통만 주도록 위력은 조절한 채였다.
“끄아아아아악!”
냉기 화염에 뒤덮인 채 울부짖는 로제. [기초 보호 마법]을 피부에 두른 덕분에 큰 피해는 입지 않겠지만, 고통은 피할 수 없는 듯했다.
냉기 화염이 사그라지고.
로제는 바닥에 엎어진 채 꿈틀대며, 울먹이기 시작했다.
“흐흑, 죄송, 죄송해요, 죄송해요…. 너무 아파…. 사, 살려…, 살려주세요…. ”
내가 대답 없이 그저 내려다보고만 있자, 로제는 내 바짓자락을 붙잡고 애원하기 시작했다.
이 정도면 됐겠지.
더는 시간을 지체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몸을 돌리고 다시 엘트섬 중심부 방향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로제는 표정이 일그러지더니, 조금씩 미소를 되찾기 시작했다.
“아, 아아…. 여, 역시… 당신은 그뿐이었어…. 내가, 내가 귀족이라 거, 겁먹은 거지…? 흐흐흐…! 당신, 실수한 거야…! 아카데미 졸업하면…, 내가 평생 당신을 지옥 속에서 살아가도록…!”
「얼음 생성 (얼음 속성, ★1)」
휘우우우, 퍼억─!
“끄헉!”
미리 허공에 얼려놨던 얼음덩이를 떨어뜨렸다.
로제는 정수리에 얼음덩이를 맞더니 외마디 비명을 내지르곤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삐이익─.
로제의 팔찌에서 시험 탈락을 알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리 오만방자한 귀족이라 해도 ‘아카데미 졸업하면 두고 보자’ 따위의 말은 입에 담지 않는다.
가문의 이름에 먹칠하는 불명예스러운 언동이며.
아카데미에서 벌어진 일은 아카데미 내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불문율도 있으니까.
그마저도 무시할 인성이라니. 역시 로제에겐 영 정이 안 간다.
“…….”
나는 무덤덤하게 발걸음을 재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