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Weakest Became A Demon-Limited Hunter RAW novel - Chapter (72)
“그럼, 된다는 걸로 알고.”
「바람 생성 (바람 속성, ★1)」
휘이익──!
“……?!”
별안간 카야는 덮고 있던 이불을 바람 마법으로 위로 날려 보내고는.
그대로 내 뺨에 손을 올리고, 키스할 기세로 얼굴을 들이밀기 시작했다.
몹시 급작스러운 상황이었다.
휘우우─.
카야의 바람이 사그라지자, 위로 붕 떠올랐던 이불이 나와 그녀를 살포시 뒤덮었다.
답답한 이불 속, 숨결이 맞닿는 지근거리.
“아이작 님.”
카야는 내 얼굴 코앞에서 멈추더니, 진중한 얼굴로 속삭였다.
“감사 인사는 나중에 하겠습니다. 볼일, 지금 빨리 끝내주세요.”
이불 밖에서 치유법사가 “이, 이것들이?!”하고 분노를 담아 소리치고 있음에도 카야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우….’
순간 카야가 진짜로 키스하려는 줄 알고 심장이 내려앉을 뻔했다. 깨어난 지 얼마나 됐다고, 언행 하나하나가 너무 대범한 거 아니냐…?
>메르헨의 마법 기사>에서 카야는 악식의 인격일 때 이안에게 적극적으로 호감을 표현했었다. 현실에서 그 당사자가 되면 이런 느낌이었구나….
게임 내에서 이안이 카야의 태도에 연신 당황하는 반응을 보였던 까닭이 공감되었다.
아무튼, 카야는 우리가 말을 맞춰야 하는 상황임을 대번에 짐작한 듯했다.
나는 정체를 숨겨야 하는 처지이고, 카야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으니.
“눈치 빠르네.”
나지막이 감탄사를 흘렸다. 다행인 일이지.
곱게 말아 놨던 양피지 하나를 바지 주머니에서 꺼내 카야의 손에 쥐여 주었다.
미리 준비해 둔 전달 사항이었다. 어떻게 진술하면 될지 상세하게 적어두었다.
펄럭─!
“너희들! 불순하게 뭐 하는 짓이니?!”
치유법사는 나와 카야를 덮고 있던 이불을 단숨에 걷어 올렸다.
“너희가 아무리 그, 그렇고 그런 사이라고 해도! 때와 장소는 구분할 줄 알아야지! 안 그러니?!”
으름장을 놓는 치유법사.
카야는 내게서 거리를 벌리더니 태연하게 “죄송합니다.”하고 사과했다.
치유법사는 미간을 찌푸린 채 나와 카야를 번갈아 째려보고는, 씩씩거리며 제자리로 돌아갔다.
내가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을 때.
“……!”
별안간 허벅지 쪽에서 간지러운 감각이 느껴졌다.
카야가 내 허벅지에 손가락을 이리저리 휘젓고 있던 까닭이었다.
그녀가 손가락으로 슥슥 그으며 새겨나간 문장은.
─두근거렸어요?
카야와 눈을 마주했다. 그녀는 남은 손을 자기 입술에 올리고 고개를 옆으로 기울이고 있었다. 우수수 흘러내리는 고운 담녹색 머리카락.
음흉하면서도 자신감 넘치는 미소. 보기만 해도 침이 절로 삼켜질 만큼 색정적인 미소가 그녀의 만면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 미소는 오로지 나만을 향하고 있었다.
연이어, 그녀의 손가락이 다시금 내 허벅지를 부드럽게 그어나갔다.
─전 그랬는데.
[ 카야 아스트레앙 ]심리 : [ 당신과 키스하고 싶어 합니다. ]
거침없는 호감 표현. 대놓고 자길 여자로 봐 달라는 듯 유혹하는 모양새.
이건 뭐랄까, 굉장히….
‘당황스럽네.’
어째 기 빨리는 느낌이었다….
……
늦은 밤.
배를 타고 바다를 가로지르는 내내 악식의 카야하고는 별일 없었다. 시도 때도 없이 내게 호감을 표현했던 일만 제외한다면.
선박들은 아카데미 선착장에 정박하고 학생들을 모두 내려보냈다. 수렵 평가용 팔찌는 학사 측에서 걷어간 상태였다.
이후, 학사 측은 황실 기사단과 협력해 엘트섬 사건 조사에 주력하기 시작했다.
카야와 이안은 학사 측 병실로 옮겨졌다. 전술했듯, 학사 측의 보호 속에서 푹 쉬다가 진상규명위원회가 소집되면 불려갈 것이었다.
학사 측에선 나와 리제타에게 또 볼일이 생기면 부를 수도 있다고 일러 주고는 기숙사로 돌려보냈다.
다만, 생활동으로 향하는 길엔 나를 기다리고 있던 루체와 동행해야만 했다. 그 소름 돋는 구속구를 다시 꺼내지 않은 건 천만다행이었다.
중하위권 기숙사, 브릭스관.
방에 도착하자마자 안도감이 밀려들었다. 자연스레 몸에서 기운이 싹 빠져나갔다.
씻을 기력도 없었다. 나는 그대로 침대에 드러누웠다.
‘일단 이건 손에 넣었고.’
나는 교복 재킷 안주머니에서 붉은 귀걸이를 꺼냈다.
전리품 ‘무상의 피’. 카야의 귀에 붙어 있던 걸 빼온 것이었다.
이걸 삼키면 아무리 죽을 위기에 처한 사람이라고 해도 단숨에 회복되어 살아남을 수 있다.
신체 기관 일부가 사라졌다고 해도 멀쩡한 상태로 재생될 터.
참고로 1회용 아이템이기 때문에, 녹여서 여러 차례 먹어 봤자 효과는 없으리라.
‘아껴 놔야겠지.’
무상의 피는 되도록 이안에게 쓸 생각이었다. 그 새끼 죽을까 봐 불안해 죽겠으니까.
새삼스럽지만 이곳은 지옥 난이도의 세계. 고인물도 가까스로 클리어 해내는 난이도.
이안이 허구한 날 기절한다고 해도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나로선 푸념 정도만 늘어놓으면서 나아왔던 거고.
여담이지만, 솔직히 이안은 살아있어 주기만 해도 고맙다고 느끼고 있었다. 단지 창명검 얻고 적절한 타이밍에 [낙원추방]만 잘 써 주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이었다.
‘다음엔… 스탯 분배.’
나는 상태창을 켰다.
이름 : 아이작
Lv : 72
성별 : 남
학년 : 1
칭호 : 학사 생활에 적응한 1학년
마력량 : 7000 / 7000
– 마력 회복 속도(C+)
– 체력(B)
– 근력(B)
– 지력(C+)
– 정신력(A+)
레벨 51을 찍은 이후로 마력량 증가 속도가 급증했다는 사실이 여실히 체감되고 있었다.
다음 마력량 폭증 구간인 레벨 101을 찍으면 더한 속도로 성장하게 되겠지.
며칠 안에 [마력 회복 속도]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것 같고.
[ 잠재력 ]보유 스탯 : 18
◆ 성장 속도
– 신체 단련 효율(B+) : 56/100 [UP]
– 마법 단련 효율(A+) : 81/100 [UP]
– 학습 효율(B+) : 57/100 [UP]
◆ 원소 저항력
– 불 속성 원소 저항력(D-) : 10/100 [UP]
– 물 속성 원소 저항력(D+) : 16/100 [UP]
– 얼음 속성 원소 저항력(C+) : 34/100 [UP]
– 번개 속성 원소 저항력(B-) : 39/100 [UP]
– 바위 속성 원소 저항력(D) : 12/100 [UP]
– 바람 속성 원소 저항력(C-) : 23/100 [UP]
– 중립 속성 마법 저항력(D+) : 18/100 [UP]
◆ 대 종족 전투력
– 대 인간 전투력(E) : 4/100 [UP]
– 대 이 종족 전투력(E) : 1/100 [UP]
– 대 천족 전투력(E) : 0/100 [UP]
– 대 마족 전투력(S) : 100/100 [MAX]
‘이제 [마법 단련 효율] S급 찍을 수 있겠다.’
나는 [신체 단련 효율]에 5 스탯, [마법 단련 효율]에 10 스탯, [학습 효율]에 3 스탯을 투자했다.
[잠재력 [신체 단련 효율]이 B+급에서 A-급으로 향상되었습니다!] [잠재력 [마법 단련 효율]이 A+급에서 S급으로 향상되었습니다!]이제 [원소 화력], [원소 효율], [원소 시너지] 증가 속도는 여느 1학년생들보다도 빠를 터였다.
아마도 2학년이 되면 B 클래스 중상위권 이상도 노려볼 수 있으리라.
“…….”
잠이 밀물처럼 몰려왔다.
나는 꾸벅꾸벅 눈을 감다가, 이내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
여름 특유의 텁텁한 바람을 몰아내고 온연한 가을이 찾아왔다.
오르핀관 주위 가로수들이 붉은색과 노란색으로 자신을 치장했다. 적당히 서늘하고 풍경도 화려한 것이, 은근한 정취를 느끼게 했다.
엘트섬 사건 조사로 나와 리제타는 한 번 더 불려가긴 했으나, 진상규명위원회 앞에서 진술하는 식은 아니었다.
단지 거인 마족의 내부가 어떤 모습이었는지 구체적인 묘사를 해 달라고 했기에 해줬을 뿐.
아카데미 내, 황실 기사단은 평소보다 한산했다. 대부분의 인력이 엘트섬에 가서 조사에 착수한 까닭이었다.
‘상황이나 정리해 볼까.’
대낮.
훈련장에 가기 위해 오르핀관 앞 정원을 걸으면서 생각했다.
시나리오는 꼼꼼히 점검할수록 좋을 테니.
‘우선 이번 엘트섬 사건.’
거인 마족의 출현으로 학사와 황실 기사단은 공평하게 불명예를 떠안았다.
첫째는 학생들을 지켜내기 위해 제작한 마도구, 시험용 팔찌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점.
학생들이 위기에 처했을지도 모르는데, 그들의 위치를 파악할 수 없었던 데다 연락조차 취할 수 없었던 시간적 공백이 생겨 버렸다.
사망자는 없었다고 한들 이는 중대 사항이었다. 멀리서는 학사 측의 대처가 미흡했다는 얘기로 들릴 테니까.
따라서 메르헨 아카데미는 학사 재정을 책임지고 있는 투자자 중 상당수를 잃게 될 것이었다.
‘마력 무력화 성질을 지닌 마족은 이젠 없겠지만, 그건 나만 알고 있는 사실이고.’
학사 처지에서 생각해보자.
앞으로도 이번 거인 마족처럼 마력을 무력화시키는 마족이 더 나타나지 않으리란 보장은?
당연히 없다. 결국, 앞으로 마력 무력화에도 대비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고 만 것이다.
지금쯤 어마어마하게 골치를 썩이고 있겠지. 다만, 황실 기사단의 화력 지원이 커지면서 그 문제는 해결될 전망이다.
둘째는 황실 기사단이 시험 감독관으로 임했음에도 마족을 막을 수 없었다는 점. 학사 처지에선 불명예가 덜어지는 느낌이리라.
이 불명예는 황실 기사단에서 내로라하는 실력자들을 메르헨 아카데미로 파견 보내는 배경에 더욱 힘을 실어 주게 된다. 나중엔 황실 기사단 소속인 카야의 언니도 보게 되겠지.
‘아무튼.’
정리는 여기까지. 시나리오 흐름은 이상 없었다. 문제는 두 가지.
첫째 문제는 학사 측에서 내가 검은 괴물일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논의했다는 점. [심리 간파]로 알아낸 사실이었다. 내가 얼음 속성이라는 점을 근거로 삼은 듯했다.
다만 검은 괴물이라고 보기엔 나는 너무 약하므로, 논의는 금방 아니라는 쪽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문제는 앨리스 쪽인데.’
내통자의 존재.
‘아카데미 행정에 관여할 수 있는 사람 중 내통자가 있다’는 사실이 널리 퍼지면서, 앨리스 캐럴은 섣불리 움직일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웬만한 확증이 없는 이상 고작 의심이 간다는 이유로 사람을 해하지는 못할 터였다.
둘째 문제는 악식의 카야.
‘얜 진짜 어떡하냐.’
예상하긴 했지만, 호감 표현이 지나치게 저돌적이라 앞으로 어떻게 대해야 할지 막막했다.
악신을 쓰러뜨리기 전까진 강해지는 것과 관련 없는 일에 마음을 쏟고 싶지 않았다. 특히 연애 문제가 그러했다.
“어?”
때마침 건너편에서 카야가 걸어오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A 클래스가 이전 시간 때 훈련장 이용했었구나.
카야의 담녹색 머리칼은 평소처럼 트윈테일 스타일이었다. 눈동자 또한 평소의 비취색으로 되돌아와 있었다.
[ 카야 아스트레앙 ]Lv : 100
종족 : 인간
속성 : 바람, 얼음, 식물, 피
위험도 : X
심리 : [ 당신에게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
카야는 나를 보자마자 흠칫 놀라더니 발을 멈추고 덜덜 떨기 시작했다.
꼭 포식자를 눈앞에 두고 겁에 질려 버린 어린 사슴 같은 모습이었다.
우리는 마주 보고 멈춰 섰다.
“아아아아, 아이작 님…!”
목소리 너무 떠는 거 아니냐.
“나, 날씨가 많이 선선해졌습니다…! 완전히 가을입니다! 가로수도 예쁘고…! 수, 수업은 잘 들으셨습니까? 아, 아하, 뭐 아이작 님이시니 수업 같은 건 의미도 없겠지만요…!”
식은땀을 뻘뻘 흘리면서 아무 말이나 주절대는 카야.
심리 상태를 보고 짐작하건대, 역시나 선박에서 있었던 일이 고스란히 기억에 남아 있는 모양이었다.
기왕 만났으니 배에서 내가 줬던 전달 사항대로 잘 해줬는지, 별일 없었는지 얘기를 나눠봐야겠지.
“조, 조만간 감사 인사도 드려야겠고요! 하하, 하하하! 그, 그것보다 어디 가시는 길입니까? 훈련장? 뭐, 아이작 님께는 그런 곳도 그저 시시할 뿐인….”
“카야, 그때 배에서….”
“아악! 아아악!!”
제발 그 말만은 하지 말아 달라는 듯 다급히 얼굴을 가리고 절박하게 소리를 내지르는 카야.
피부색이 뒤바뀐 것처럼 뺨과 귓가가 새빨갛게 물들었다.
깜짝 놀랐네….
“으아아아악!!”
이내, 카야는 못 참겠다는 듯 등을 돌리고 전속력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녀의 절규가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몹시 당혹스러워서, 나는 한동안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기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