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329
329화. 죽이지만 않으면 되잖아? (2)
“우선, 저희는 배반자 지크프리트를 먼저 처리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나이아드의 말에 순간적으로 조용해진 탑주들.
허나 얼마 있지 않아 나이아드의 맞은편에 앉아 있던 에리얼은 입을 열기 시작했다.
“지크프리트를 제일 먼저……?”
“네. 저희는 지크프리트를 제일 먼저 처리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도록 하겠습니다.”
나이아드의 거듭된 긍정에 이번에는 그들의 뒤에 있던 탑주 중 한 명이 일어나 질문했다.
“어째서 지크프리트를 먼저 처리하는 겁니까, 나이아드 님?”
“간단해요. 그는 저희를 배반하고 정령의 목숨과도 같은 세계수를 부숴 버린 그 미친놈에게 붙었어요. 그것만으로 처단할 이유는 충분하지 않나요?”
“그건 분명 타당한 말씀입니다만, 차라리 그럴 바에는 총력전으로 움직여 지금 당장 혼자 있는 김현우를 치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솔직히 지크프리트, 그 녀석이 거기에 붙는다고 해도 그쪽의 전력은 여전히 열세입니다.”
“확실히 그렇긴 하나 혹시라도 모를 전력은 미리 줄여 놓는 게 낫겠죠.”
나이아드가 그렇게 말하며 뜻을 굽힐 의도가 없다는 것을 밝히자 다시 한번 입을 열려던 탑주는 이내 입을 다물고는 수긍했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나이아드 님의 뜻이 그렇다면 알겠습니다.”
그렇게 대답하며 자리에 앉은 탑주를 슬쩍 바라본 나이아드는 이내 시선을 돌려 다른 탑주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혹시 또 다른 의견이 있으신 분은 없으신가요?”
나이아드의 질문에 침묵하는 탑주들.
그에 그녀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한번 끄덕이며 생각했다.
‘이걸로 됐다.’
그녀가 지크프리트를 김현우보다 먼저 처리하려고 한 이유는 바로 퍼포먼스 때문이었다.
‘우선은 우리가 먼저 움직인다는 것을 천사쪽에게 보여준다.’
물론 지금 상황에 있어 퍼포먼스가 그리 큰 도움이 되지는 못한다.
결국 정령쪽에서 보상을 지급한다고 해도 천사쪽은 결국 김현우와 척을 진 것이 없기에 처리를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었다.
어디까지나 천사들에게 정령들의 부탁은 강제가 아닌 부탁이니까.
‘물론 김현우가 그때 찾아와 루시퍼와 마찰을 빚기는 했지만.’
고작 그것 때문에 루시퍼가 나설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나도 안일하고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그렇기에, 나이아드는 우선 아주 작은 퍼포먼스를 보이기로 한 것이었다.
천사쪽에게 우리가 먼저 움직일 테니 움직여 김현우를 조금이라도 같이 압박해 달라는 작은 메시지를.
그리고 그와 동시에 혹시 김현우와 같은 편이 되는 것을 고려할 수도 있는 악마쪽에게 자신들이 김현우를 소멸시키는데 진심으로 하고 있다는 메시지까지.
‘만약 거기까지 했는데도 천사쪽이 ’아예‘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면.’
나이아드는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또 다른 작전을 생각하며 조용히 눈을 감았다.
‘만약 정말로 최악의 사태가 일어난다면’
그것은 그때가 되어서야 사용할 만한 작전이었다.
“후.”
그렇게 머릿속의 정리를 끝낸 나이아드는 눈을 뜨고는 본격적으로 정령파벌의 배반자인 지크프리트를 처리할 계획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xxxx
새하얀 공간에 있는 관리 기관의 관저.
그곳의 좌표를 아는 이들은 탑주 중에서도 관리 기관 소속의 탑주들밖에는 없었고.
우우우웅-!
그 관리 기관의 관저 지하에 있는 거대한 공동은 남자와 그의 수족인 헤르메스만이 알고 있는 공간 중 하나였다.
“…….”
그 공동은 굉장히 특이했다.
우선 거대한 공동은 절반을 기준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남자가 있는 쪽에는 그저 칙칙하고 어두운 공동의 모습이 그대로 재현되어 있을 뿐이었으나, 그 반대편은 달랐다.
지이잉-!!
남자가 바라보고 있는 반대편의 공간은 무척이나 밝은 빛을 비추고 있었다.
딱히 그 색이 어떤 색이라고 설명할 수는 없었다.
어떨 때는 새하얀색의 빛이 비출 때도 있었고, 또 어떤 때는 시커먼색이 비출 때도 있었다.
또 어느 때는 무채색, 또 어느 때는 일반적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기묘한 색이 되기도 하는 그 빛들을 가만히 보고 있던 남자는 이내 시선을 돌려 자신의 옆에 고개를 조아리고 있는 헤르메스를 바라봤다.
“상황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나?”
“저번에 말씀드린 대로 정령과 천사쪽이 연합을 해 김현우를 소멸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다만 천사쪽은 아직 움직이지 않고 있습니다.”
“저번에 말했던 정보에 대해서는 어떻게 됐지?”
“……죄송합니다.”
남자의 질문에 헤르메스는 이런 저런 말을 하는 것 대신 고개를 숙이며 한마디를 내뱉었다.
“…….”
남자의 눈은 일순간 찌푸려졌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또한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그저 불편한 침묵만이 헤르메스와 남자 사이를 가를 뿐.
그런 침묵 속에서 남자는 얼마 전 자신이 들었던 이름을 떠올렸다.
‘데블랑……이라.’
그 이름을 떠오르자 남자는 저도 모르게 속이 뒤집어지는 것 같았으나, 이내 크게 한숨을 내쉼으로서 자신의 몸속에 차오르는 무언가를 꾹 누르고는 헤르메스를 바라봤다.
“…….”
여전히 아무런 말도 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그의 모습.
남자는 잠시 헤르메스를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했나?”
“서고장에게 접근해 이 이상의 정보를 들어보려 했지만, 더 이상 찾을 수 있는 건 없었습니다.”
“……김현우가 말한 데블랑이 누구인지는 찾았고?”
“……그것 또한 찾지 못했습니다.”
헤르메스의 말.
그에 남자는 또 한번 숨을 크게 들이쉬고는,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됐다.”
“……괜찮으시겠습니까?”
“아니, 아니지. 사실은 아니야. 솔직히 나는 지금 굉장히 화가 나.”
남자의 말과 함꼐 스멀스멀 주변으로 새어 나오기 시작하는 마력.
아주 조금의 마력이 그의 주변에 흩어졌을 뿐이지만 그로 인해 보이는 변화는 가히 엄청났다.
쿠그그그그긍-
대지는 떨리고, 그들이 있는 지하는 당장이라도 무너져 내려 그대로 매몰될 것 같은 진동이 만들어졌다.
“사실 마음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김현우 그 자식을 직접 소멸시켜 버리고 그 김에 그 녀석의 잔재로 보이는 녀석도 같이 찾아서 깨끗하게 죽여 버리고 싶다.”
남자의 말과 함께 진동이 멎었다.
조금 전까지 무너질 것 같았던 천장은 처음부터 그런 일은 없었다는 듯 조용해졌고, 그와 함께 남자는 말을 이어나갔다.
“알고 있겠지만 지금은 내게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시기야. 알고 있겠지? 그 녀석의 끄나풀이 있는 것 때문에 저번 ‘양식장’을 소멸시키며 모아온 업조차 날려버린 일 말이야.”
“……그렇습니다.”
“저번에는 사정이 그나마 괜찮았지. 어차피 그때는 모은 업이 얼마 없었으니까. 하지만 이번에는?”
남자의 말에 헤르메스는 슬쩍 시선을 돌려 형형색색으로 빛나고 있는 공간을 바라봤다.
“거의 도달했군요.”
“그래, 이제 얼마 있지 않으면 나는 목표한 바에 도달하게 되지. 아주 긴 시간이 필요한 것도 아니야. 이제 아주 조금만 더 업을 모으면 된다.”
“…….”
“그런데 이렇게 모든 것을 거의 완성한 마당에 그런 파리 새끼 한 마리가 날아들었다고 또 일을 그르친다? 아니, 안 되지. 절대로 안 될 상황이야.”
“…….”
“나는 너무 많이 기다렸어. 알고 있겠지? 내가 이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이 일 하나 때문에 기다려온 세월을 말이야.”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분명 보상 받으실 겁니다.”
헤르메스의 말에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분명 보상받아야지.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아직도 업의 수급이 필요해. 적어도 2주기 정도는 필요하지. 내가 얻는 업이 아닌, ‘다른 사람’ 얻는 업이 말이야.”
“그렇다면……?”
“……조금만, 나는 아주 조금만 더 참도록 하지.”
“…….”
남자의 말에 헤르메스는 고래를 숙였다., 남자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나는 탑주들과 비즈니스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해. 그것은 그 망나니라도 마찬가지야. 탑은 내가 만들었지만, 내가 손을 뻗지 않아야만 내게 필요한 ‘업’이 모이니까.”
“…….”
“게다가 그 관계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다른 탑주들의 눈치도 봐야 하지. 혹여나 그들이 내 ‘눈치’를 보기 시작한다면 그렇게 모이는 업은 이 이상 내가 원하는 업이 아니게 되니까.”
하지만-
“결국 그렇기에 지금 당장은 그 녀석을 처리하지는 못하지만…….”
만약-
“그 녀석이 아주 조금이라도 선을 넘는다면. 그렇게 해서 우리가 나서야 하는 상황이 아주 자연스럽게 연출되기만 한다면…….”
남자는 거기까지만 말하고는 헤르메스를 바라봤다.
더 이상 말하지 않겠다는 남자의 표정.
그것을 보며 헤르메스는 남자가 자신에게 무엇을 전하려고 하는지 어렵지 않게 깨달을 수 있었고.
“…….”
그렇기에 헤르메스는 고개를 굳게 끄덕이는 것으로 남자의 묵언에 답했다.
xxxx
세계수의 뿌리 위.
그곳에는 네 명의 탑주가 모여 있었다.
숲의 정령 드라이어드.
폭풍의 정령 스토로펠.
화산의 정령 볼칸.
분노의 정령 퓨리.
그들은 자신들의 앞에 빛나는 타원형의 차원문을 보며 어깨를 으쓱였다.
“고작 그런 새내기 한 명을 포획하자고 탑주가 네 명이나 동원 되다니…… 너무 과잉전력 아닌가?”
폭풍의 정령 스토로펠이 슬쩍 불만이 느껴지는 말투로 말하자 그에 동의하듯 화산의 정령 볼칸은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김현우’라면 탑주 전체가 몰려가도 모르겠지만 고작 그딴 새내기 한명을 붙잡자고 우리가 이렇게 가야 한다니.”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혀를 차는 볼칸.
그에 드라이어드는 무언가를 말하려 했으나 이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렇게 말하시지 말고 가도록 하죠. 솔직히 저도 소멸을 시키는 거라면 혼자 가도 된다고 생각하지만 어디까지나 저희의 목적은 포획이에요. 아시잖아요?”
“그래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
드라이어드의 말과 함께 들려오는 분노의 정령 퓨리의 말.
그에 볼칸과 스토로펠은 슬쩍 불만인 표정을 지었으나 이내 어쩔 수 없다는 듯 수긍하며 부러진 나무 위에 있는 타원형의 포탈을 향해 몸을 들이밀었고.
“역시 그 생명이 다하시더라도 세계수님의 능력은 엄청나군.”
그들은 아무런 어려움 없이 지크프리트가 탑주로 있는 50번 탑에 들어올 수 있었다.
보통 다른 탑으로 이동하는 것은 원래라면 기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도 그럴 것이 탑주들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탑에 다른 탑주들이 들어올 것을 대비해 자신의 마력으로 보안을 해 놓으니까.
하지만 세계수의 마력으로 만들어진 이 포탈은 그런 보안을 완전히 무력화 시키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아무런 제한도 없이 50번 탑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탑의 최상층에 도착한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탑의 왕좌에 앉아 있는 지크프리트를 볼 수 있었다.
그래.
피부가 살짝 구릿빛으로 타 있는 50번 탑주 지크프리트……
“……가 아니야?”
분노의 정령 퓨리는 저도 모르게 왕좌에 앉아 있는 남자를 보며 순간 고개를 갸웃했고, 이내 퓨리가 바라보고 있던 왕좌에는.
“뭐야? 온다고 하더니 진짜로 이상한 놈들이 왔네? 그것도 네 명이나?”
“……저들이 그 탑주인가 뭔가 하는 이들인가 보군.”
손오공과 청룡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