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366
366화. 탐왕(貪王)인가, 탐왕(探王)인가 (2)
“이름을 만들기 위해?”
“예.”
김현우의 물음에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던 탐왕은 이내 살짝 고민하는 듯한 제스쳐를 취하고는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적어도 제가 아는 바로, 그 남자는 아마 자신의 이름을 만들기 위해서 업을 모으고 있을 겁니다.”
“……도대체 왜?”
“저한테 그렇게 물으신다고 한들…….”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라…… 도대체 왜 이름을 만들기 위해 업을 모으고 있냐 이 말이야. 애초에 이름이라는 건 그냥 스스로 붙이면 되는 거 아니야?”
김현우의 물음에 탐왕은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이야기했다.
“우리 같은 경우에는 그것이 가능합니다만, 그의 경우에는 다릅니다.”
“다르다고?”
“예. 당신의 이름은 어디서 지어졌습니까?”
다짜고짜 물음을 던지는 탐왕.
김현우는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
“뭐, 부모님이 지어주셨겠지?”
‘김현우’라는 이름은 자신이 너무 어릴 때 교통사고로 돌아가셔 이제는 얼굴조차도 기억나지 않는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이었다.
그 말을 들은 탐왕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이름이 지어지기 전의 김현우 님은 무엇이라 불렸습니까?”
“……그건 또 뭔 소리야.”
“또 다른 의미가 있는 뜻이 아닌 말 그대로의 뜻입니다. 당신이 ‘김현우’라는 이름을 받기 전, 당신은 무엇이라 불렸습니까?”
“……무엇이라 불리지도 않았겠지.”
“바로 그겁니다.”
“?”
“저희는 태어날 때 이름을 가지고 태어나지는 않습니다. 굳이 말하면 저희는 태어나고 나서 이름을 받는 ‘후천적’인 존재들이죠.”
ー그리고
“거의 대부분의 존재들은 후천적으로 이름을 얻습니다. 당장 이 탑에 있는 이들은 어떨까요? 예를 들어보면 한때 아스가르드의 주신의 자리를 가지고 있던 티르도 후천적으로 이름을 얻었습니다.”
그것은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령들도 원소와 등급에 따라 후천적으로 이름을 얻게 되죠. 천사나 악마들도 마찬가지고요. 그런 이들은 김현우 님의 말과 같이 스스로 이름을 지을 수 있습니다.”
-애초에
“그들의 이름은 선천적인 것이 아니니까요. 그들의 이름은 그저 누군가가 지어준 후천적인 이름일 뿐이며, 그 이름은 언제든 바뀔 수 있습니다. 하지만-”
탐왕은 잠시 뜸을 들이는 듯하다 이야기했다.
“노 네임(nameless), 그는 아닙니다.”
“……왜?”
“그는 애초에 태어났을 때부터 이미 자신의 고유명사를 가지고 있었으니까요.”
탐왕의 말.
김현우는 잠자코 그의 말을 기다렸고 탐왕을 할 말을 고르는 듯하더니 이야기를 계속했다.
“후천적으로 이름을 만드는 이들이 아닌 애초에 처음 ‘존재’할 때부터 자신의 고유명사가 존재하는 이들은 자신들에게 그 ‘고유명사’ 외의 이름을 붙일 수 없습니다.”
“왜?”
“그들은 ‘고유명사’ 그 자체니까요.”
탐왕의 이야기를 전부 들은 김현우는 살짝 고민하다 질문했다.
“잠깐, 애초에 고유명사가 있다는 건 이미 이름이 있다는 소리랑 똑같은 거 아니야?”
그 질문에 고개를 젓는 탐왕.
“조금 다릅니다. ‘고유명사’는 어찌 보면 이름이라고 불릴 수도 있겠으나 또 어찌 보면 아니죠. 불이나 물 같은 고유명사가 개인의 ‘이름’으로 사용할 수 없는 것처럼요.”
“……거참 더럽게 이해하기 힘드네.”
탐왕의 말에 이해하기 힘들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며 팔짱을 끼는 김현우.
그도 그럴 것이 김현우의 입장에서 탐왕이 말하는 것은 그저 말장난으로밖에 보이지 않았으니까.
불편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는 김현우를 보며 탐왕은 계속해서 이야기했다.
“노네임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자신의 고유명사인 ‘마력’을 벗어나고 싶어하죠.”
“……마력?”
“예. ‘마력’. 그것이 바로 관리기관의 수장인 노 네임의 고유명사입니다.”
마력.
그것은 마치 산소와 같은 것이었다.
지금 이 세계를 살아가는 데 무조건적으로 존재해야 하는 것.
그것이 바로 마력이었다.
“……마력이라고?”
“예. 김현우 님도 들었으니 아시겠죠? 그 남자가 얼마나 말도 안 되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말입니다.”
탐왕의 말에 김현우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김현우가 그 남자를 직접 본 적은 없었다.
그가 관리기관에 소속되어 있는 이들 중 보았던 이들은 헤르메스뿐.
허나 그렇다고 해도 이미 김현우는 티르의 말을 통해 그 남자가 얼마만큼이나 강한지 대충 예상을 하고 있는 상태였다.
‘티르를 홀로 싸워서 이기고 그의 목숨까지 다시 되살릴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남자.’
그 이외에도 다른 신들을 압살했다는 소리도 들었으나 김현우에게는 그것보다 티르를 가볍게 압살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와닿았다.
김현우는 티르와 싸워 보았으니까.
“그것은 그가 ‘마력’이라는 고유명사이기 때문입니다.”
“……마력을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다 이거지?”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그는 그냥 ‘마력’ 그 자체입니다. 한마디로 마력을 이용한 일이라고 하면 그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죠.”
“……완전히 개 사기네.”
김현우가 짧게 투정을 부리자 탐왕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사기는 아닙니다. 애초에 그에게는 그게 당연한 일일 테니까요.”
“그러니까 선천적 금수저라는 거 아니야? 아니, 금수저가 아니라 유일수저 급이네.”
“……뜻은 모르겠습니다만 뉘앙스를 보니 대충 그 내용이 맞을 것 같군요.”
탐왕의 말.
그의 긍정을 듣고 있던 김현우는 잠시 생각하다 이야기했다.
“근데 그놈은 그렇게 말도 안 되는 유일수저를 물고 태어났으면서 무슨 이름을 얻는다고 저렇게 깝치는 거야?”
불만 어린 김현우의 말.
그에 탐왕은 유감이라는 듯 고개를 저으며 이야기했다.
“그거야…… 저도 잘 모르겠군요. 노 네임이 이름을 가지기 위해 업을 모으고 있는 사실을 알고 있으나 그가 무슨 이유로 이름을 얻으려고 하는지는 알지 못하니까요.”
다만-
“저희가 그것을 굳이 이해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그와 저희는 시작점부터 다르니 그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리도 없을 테고요.”
탐왕의 말에 김현우는 확실히 일리가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사람들에게는 다들 제각각의 이유가 있고, 이해하지 못할 고충 같은 것도 있으니까.
김현우는 그렇게 생각하고는 남자에 대한 생각을 일축했고, 탐왕은 그런 김현우의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다 말했다.
“우선 그 남자에 대해서 답해드릴 수 있는 것은 모두 답해드린 것 같군요. 아니면, 혹시 질문하실 것이 남으셨습니까?”
“음…….”
탐왕의 물음에 김현우는 잠시 고민하다 이야기했다.
“솔직히 말하면 그놈이 하는 짓이 그다지 이해가 안 되기는 하네.”
“하는 짓…… 말씀입니까?”
“그래. 생각해 보면 좀 이상하지 않아? 애초에 그렇게 강력한 힘이 있으면 이렇게 탑이나 양식장 같은 걸 만들지 말고 직접 발로 뛰어서 업을 모으는 편이 더 나을 것 아니야?”
김현우의 물음에 탐왕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했다.
“확실히 그의 고유명사가 마력인 만큼 그가 직접 뛰면 얻을 수 있는 것이 상당할 것입니다.”
심지어-
“그것뿐만이 아니라 그가 업을 얻고자 한다면 아마 자신 혼자서도 무한히 업을 뽑아낼 수 있을 겁니다.”
“그럼 왜 그렇게 안 하는데?”
“아마 자신이 섞여 들어가는 것이 싫었겠죠.”
“……자신이 섞여 들어간다고?”
김현우의 물음에 탐왕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 당신도 탑주이시니 업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는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맞습니까?”
“……뭐, 그렇지?”
업이라는 것은 그 사람의 일생이나 어떤 일을 토대로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것을 김현우는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그가 자신이 직접 업을 모으지 않는 이유는 바로 자신의 손이 타지 않은 순수한 업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손이 타지 않은?”
“예. ‘마력’인 자신이 이름을 얻기 위해서 마력을 철저하게 배제하는 겁니다. 이미 저번에는 실패했으니까요.”
“저번이라면…… 양식장 때를 말하는 거지?”
“맞습니다. 물론 그때도 그 남자는 어느 특정한 일이 일어나기 전에는 지금과 같이 탑의 일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죠.”
“……그 특별한 일이라는 건.”
“‘그녀’의 끄나풀이 남자의 양식장에 몰래 침투한 것을 말하는 겁니다.”
“그녀라면…… 설마 눈동자를 말하는 거야?”
“티르 님은 눈동자라고 자칭하기도 하더군요. 아무튼, 그때 눈동자의 끄나풀이 그의 양식장에 들어왔을 때 남자는 힘을 사용해 버렸고 결국 그는 이름을 얻는 데 실패해 버렸습니다.”
그래서-
“제가 태어나게 된 거죠.”
“……아, 그래. 응?”
“예?”
“……방금 뭐라고 그랬어?”
“그래서 제가 태어나게 된 거라고 말씀드렸습니다만?”
김현우는 그대로 얼어버렸다.
그와 함께 시작된 잠시간의 침묵.
허나 그 침묵은 김현우의 질문에 의해 얼마 가지 못했다.
“네가 태어나게 된 계기라고?”
김현우의 질문에 탐왕은 별것도 아니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담담히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양식장에 관한 이야기는 티르 님에게 어느 정도 들었다고 생각합니다만, 맞습니까?”
“맞아. 대충 양식장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까지는 전부 들었지.”
“그렇다면 그리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 같군요.”
탐왕은 그렇게 말하며 괜스레 자신의 목소리를 확인하듯 큼큼하는 헛기침을 하고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당신이 티르에게 들은 대로, 양식장은 결국 남자의 손에 의해 멸망해 버렸습니다. 적어도 그에게 있어서 그녀의 끄나풀이 있다는 것은 매우 큰일이었으니까요.”
“…….”
“그렇게 양식장에 멸망에 가깝게 밀어 넣은 뒤, 그는 지금까지 모으던 업에 자신이 일정 부분 섞여 들어갔다는 것을 깨닫고는 ‘양식장’을 ‘탑’으로 새롭게 개편해 버립니다.”
어차피 자신이 섞여 들어간 업은 그에게 있어서는 쓸모가 없는 업과 같았으니까요.
“신들을 불러모았던 자리에는 정령과 천사, 그리고 악마들이 들어서고, 탑은 그 남자의 뜻대로 다시 업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
“그리고 그는 자신에게 남겨진 ‘양식장’ 때에 모았던 업을 어떻게 쓸까 고민하다 그 업을 모조리 탑을 관리해 줄 부하를 만드는 데 사용해 버립니다.”
-그 실험에 대해서는 딱히 언급하지 않겠습니다만.
“뭐 결국 실험은 실패했습니다.”
“……?”
“이곳에 들어오기 전에 보셨을 겁니다. 사슬에 칭칭 감겨 있는 제 몸을.”
“뭐, 보기는 봤지.”
“그것은 그 남자가 양식장 때 모은 업을 제 몸에 모조리 때려 박은 결과입니다.”
“……그 말은?”
“저는 분명 그 업 덕분에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힘을 얻었습니다만, 저는 제 몸을 제어하지 못합니다. 물론 아예 제어를 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만 제어를 한다고 해도 고작 몇 년에 하루 정도밖에 불가능합니다.”
그 하루도 저 몸 안에 있으면 끊임없는 파괴충동과 죄책감에 시달려야 하죠.
“아무튼 그 덕분에 저는 원래의 몸으로 활동하는 것은 생각도 못 하고 이렇게 내면세계에서 책을 보는 것으로 생활하고 있는 겁니다.”
-뭐, 이 책도 사실 제가 몇 안 되는 다른 이들과 이야기하며 적어놓은 것들뿐이지만.
그 말에 김현우는 시선을 돌려 펴져 있는 책을 바라봤다.
인쇄된 글자가 아닌 무엇인가가 잔뜩 휘갈겨져 있는 책.
그런 김현우의 모습을 보며-
“이제 좀 대답이 되셨습니까?”
-탐왕은 그리 이야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