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lood Knight's Villains RAW novel - Chapter (310)
나의 악당들 310화
56. 변경으로(3)
1월 13일 아침, 일행은 든든히 배 를 채운 뒤 떠오르는 해를 맞으며 수도원을 나섰다.
와아아-!
막벽을 가득 채운 병사들이 우렁찬 함성으로 겨울 아침의 고요를 깨뜨 렸다.
그들 외에도 수도승과 일반 신도 들, 그리고 일꾼 등이 몰려나와 고 함을 질러대었다.
“경의 앞길에 빛이 함께하기를!”
“주여, 저들을 보호하소서!”
귀가 먹먹하다. 세테니오라 수도원 의 모든 사람들이 우릴 배웅하러 나 와 있는 것 같다.
약 3주 전 이곳에 도착했을 때 경 계 어린 시선을 보냈던 자들은, 지 금에 이르러 열화와 같은 함성으로 우릴 떠나보내고 있었다.
물론 저 함성이 오직 나와 내 일 행만을 향한 건 아니었다.
“그럼, 건투를 비네.”
“심려 끼쳐드리는 일 없도록 하겠 습니다, 각하.”
“그래, 그래.”
에아본 후작은 기사 다섯과 전투마 법사 하나, 그리고 병사 사백 명을 이곳에 주둔시키기로 했다. 후작은 주둔군 지휘관 역할을 맡은 중년 기 사를 격려한 뒤 막벽을 향해 손을 들어 올렸다.
와아아아악-!
가뜩이나 우렁차게 함성을 질러대 던 병사들은 이젠 거의 악을 질러대 기 시작했다.
과장 조금 보태서 눈사태가 일어나 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될 지경이었다.
난 막벽의 병사들 사이에서 눈을 부라리고 있는 하사관 몇을 발견하 곤 이쪽 세상도 군대는 다 똑같구 나, 싶어서 쓴웃음을 짓고 말았다.
막벽을 한차례 홅어본 에아본 후작 은 젊은 아내와 손자를 거느리고 이 쪽으로 다가왔다.
“후작 각하.”
“ O ”
“5三
성문 앞 공터엔 사제 마셀을 비롯 한 성직자들이 화려한 제례복을 갖 춘 채 후작을 기다리고 있었다.
작은 단상을 두고 그 위에 서 있 던 마셀이 슬쩍 묵례를 하자 후작은 두 손을 모으며 고개를 숙였다. 후 작의 풍성한 모자에 조심스럽게 손 을 얹은 마셀은 목을 큼큼 가다듬었 다.
“하늘을 우러르며 청하노니, 오직 주께서 들으시리로다!”
예스러운 선포에 병사들의 함성이 뚝 그쳤다. 사제는 하늘을 받치듯 왼손을 든 채 기도를 이어갔다.
“여기, 사자의 용맹과 뱀의 지혜를 갖춘 신실한 군주가 있어 교회를 수 호하고 정의를 떨쳤노라!” 웅혼한 목소리에 응하듯, 그의 오 른손에서 상서로운 빛이 흘러나와 후작을 감쌌다. ‘축복’이었다.
“폭풍 앞에 배를 몰고 황야에 도로 를 닦으며 위난 중에 칼을 빼 드니 이는 곧 주께서 그를 통해 역사함이 요, 응당 큰 영광이 따르리라-”
지랄. 아주 그냥 찬양을 하는구나, 찬양을 해.
에아본 후작과 그의 군대가 나타난 것은 언데드 군세를 물리치고 한참 이 지난 다음이건만, 사제 마셀은 마치 후작이 수도원을 지킨 것처럼 찬사를 쏟아내고 있었다.
실제 성지 수호의 1등 공로자인 난 다음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고, 2 등 공로자인 테오도라 공녀와 칼란 다리 교단의 성기사들은 저 구석으 로 밀려나 손가락만 빨고 있었다.
솔직히 사제의 축복 따위, 안 받아 도 그만이다. 한두 시간쯤 지나면 신성력이 흩어져 효과도 사라질 테 니 별 의미도 없다. 애당초 수도원 을 지킨 게 저런 걸 바라고 한 일 도 아니었고.
근데 사제들이 저들 입맛대로 공훈 순위를 정하는 꼴을 보고 있자니 아 니꼬운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자, 포이닉스 경. 이쪽으로.”
사제 마셀은 에아본 후작에 이어 그의 젊은 아내인 파나벨 후작부인 과 어린 손자인 오스 백작까지 축복 한 뒤 나를 향해 손짓했다.
난 투구를 눌러써 썩어들어가는 표 정을 감추며 그의 앞에 섰다.
후작 일가에게 그랬던 것과는 달 리, 사제 마셀은 내 정수리에 아주 편안히 손을 올려놓으며 기도를 시 작했다.
“길이 상찬받으리니, 선한 인도를 따라 위업을 이룩한 기사여! 주의 시선이 임하였으니 방황을 그치고 오직 밝은 빛을 향해 나갈지어다, 복된 슬기를 모아 우둔의 어둠을 떨 쳐낼지어다!”
……방황? 우둔의 어둠? 이 새끼 가 지금 뭐라고 지껄이는 거야?
마셀의 기도문에 불만을 품은 것도 잠시, 상서로운 기운이 온몸을 감쌌 다.
어, 이건 좀 괜찮네.
마셀은 헤카벤코 주교의 죽음 이후 성지의 대표자가 된 사제답게 강력 한 신성력을 품고 있었다. 그 강력 한 신성력에 힘입어, 마셀의 축복은 시야가 확 트이는 감각과 함께 전신 에 활기를 선사했다.
이 정도면 우테콰이도 단숨에 넘겨 버릴 수 있겠는걸. 곧 사라질 힘이 라는 걸 알기에 아쉬울 뿐이다.
내가 축복의 효과에 감탄하는 사이 마셀의 기도가 끝났다. 손아귀를 쥐 락펴락하며 물러서려는데, 마셀이 작게 속닥거렸다.
“제 기도를 홀려듣지 마시고, 부디 행동에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예?”
“교단이 경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경 애심과 의구심이 반씩 섞인 채로요.”
“어느 쪽으로 완전히 기울게 될지 는 경에게 달렸습니다. 무슨 뜻인지 는 잘 아시겠지요.”
뻔하군. 울카르 왕자를 버리란 소 리다.
내가 미래에 대해 전혀 몰랐다면 진지하게 고민해 봤을 거다. 하지만 계시와 시나리오를 포함해 수많은 화살표들이 울카르를 향해 모여들고 있었다.
한마디로, 내겐 울카르를 버린다는 선택지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 다.
가만히 사제의 이야기를 곱씹는 척 하는데, 근처에 팔짱을 끼고 있던 에아본 후작이 뜬금없이 입을 열었 다.
“이게 끝인가?”
“……무엇이 말씀이십니까?”
“축복 말이오. 포이닉스 경이 마지 막이냐 묻는 게요.”
“아, 예. 그렇습니다만……
사제 마셀이 떨떠름한 얼굴로 말끝 을 흐리자 에아본 후작은 대번에 인 상을 찌푸렸다.
“그게 말이 되나?”
“예?”
“죽음의 왕을 몰아내고자 목숨 걸 고 싸운 것이 포이닉스 경 혼자가 아니거늘, 이리 끝낸다고?”
나름 예를 차리던 후작이 부하를 대하듯 갈궈대자 사제 마셀은 당황 하여 말을 더듬어댔다.
“그, 각하, 그러면 어찌.”
“포이닉스 경의 약혼녀인 헤일라 양은 그대를 포함한 사제들의 목숨 을 구했고, 동방에서 온 어린 여검사 는 죽음의 왕을 죽였으며, 초원의 대 전사와 그 외 용병들 역시 언데드 군 대를 맞아 큰 활약을 했다고 들었네.”
“어—”
마셀은 진땀을 흘리며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예, 각하의 말씀이 맞습니다. 다만 저 동방의 여인과 야만인은 이교도 라서,”
“그게 뭐? 그들이 이교도면 성지를 지켰다는 사실이 사라지나?”
“그게 아니오라,”
“신도를 치하하고 이방인과 화합하 는 것은 사제의 의무이고, 그대는 이곳에서 엘 가노어 교단을 대표하 는 사제일세. 그렇지 않나?”
“예, 맞습니다, 각하.”
마셀은 찍소리도 못한 채 고개만 연신 끄덕거렸다.
정식으로 임명된 주교였다면 몰라 도, 임시 대리에 불과한 마셀이 서부 제일의 대영주에게 개기는 건 언감 생심 꿈도 못 꿀 일이었던 것이다.
결국, 마셀과 다른 두 사제는 내 일행 모두에게 축복을 내렸다.
우테콰이는 어울리지 않는 정중한 손짓으로 사양했고, 뭉치는 호기심 으로 눈을 반짝거리며 신성력을 받 아들였다.
헤일라는 입매가 살짝 굳은 것이 별로 내키지 않는 기색이었으나 주 변의 시선을 의식했는지 마지못해 축복을 받았다.
프리츠 등 여섯 친병을 포함한 부하 들은 물론, 심지어 잡일을 해주는 힉 스와 로웬 부부도 사제들 앞에 섰다.
평민으로서 콧대 높은 사제들에게 축복을 받기란 불가능에 가까웠기에 대부분 황송하다는 얼굴이었다.
성당기사 카바르 경과 그의 두 보 조병, 그리고 수도사제 오칸은 새삼 스레 축복을 받는 게 우스워 물러나 있었다.
그러나 그들을 빼고도 내 일행은 서른 명이 넘었다.
그들 모두를 축복하느라 신성력을 쥐어짠 사제들은 눈 밑이 검어진 채 우리를 배웅했다.
……이게 권력의 힘인가. 새삼스럽 지만 아주 달달하구만.
수도원의 모든 사람이 나와 배웅을 해준 것에 더하여 사제들의 축복까 지 받아서인지, 부하들은 사기가 잔 뜩 오른 모습이었다.
특히 막내들- 초장이 골만과 밀렵 꾼 카바스, 영리한 셰아는 멍청한 얼굴로 수도원을 연신 돌아보고 있 었다. 으휴, 촌놈들.
“길이 험해서 내일까진 말을 타야 할 것 같군.”
어느새 잘생긴 준마에 올라탄 에아 본 후작이 씩 웃으며 말을 걸어왔 다.
“가세, 경. 말동무나 되어주게.”
“……예, 알겠습니다.”
점박이에 올라타 후작의 옆에 따라 붙었다.
그와의 동행이 썩 나쁘진 않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세테니오라 수도원 근처는 아직 치 안이 조금 불안했다. 물론 우리완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였다.
에아본 후작의 호위만 해도 황금기 (黃金旗)의 기사 서른다섯에 전투마 법사 여섯, 정예병이 사백이었다.
거기에 테오도라 공녀를 포함한 성 기사 열일곱에 우리 일행까지 더해 져 인원이 근 오백에 달했다.
사람이든 괴물이든 함부로 접근해 올 수 없는 건 당연했다.
그나마도 험한 산길은 하루 만에 끝났고, 이틀째엔 뫼젤강(-江)에 이 르러 배를 타게 됐으니 위험이 될만 한 요소는 이제 없는 것이나 마찬가 지였다.
후작이 기병 몇을 일찌감치 보내둔 덕에 나루터엔 큰 선박 다섯 척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 크다고는 해도 대양을 항해하 는 범선에 비할 바는 아니었으므로, 오백 명이나 되는 인원을 전부 싣는 건 불가능했다. 그래서 에아본 후작 은 호위병 사백 중 절반에게 도보로 복귀할 것을 명했다.
뫼젤강부터는 사실상 에아본 후작 의 권역이나 다름없어서 병사가 이 백 명쯤 빠져도 큰 문제가 없단다.
꼼짝없이 리안 웰까지 걸어가게 된 데 더해 권역 순찰 임무까지 덤으로 떠맡게 된 병사들이 조금 불쌍하긴 했지만……. 뭐, 어쩌겠어. 팔자려니 해야지.
한편 난 어째 유람선을 타는 심정 이라 일행과 함께하고 싶었지만, 후 작의 끈질긴 강권에 못 이겨 선두의 선박에 탈 수밖에 없었다.
에아본 후작이 재미있는 사람이라 는 사실과는 별개로, 나보다 지체가
높은 사람과 줄곧 붙어 있는 건 당 연히 고역스러운 일이다. 그나마 자 발적으로 따라붙어 준 헤일라와 뭉 치가 큰 위안이 되었다.
특이하게도, 뫼젤강은 바다로 흘러 가지 않는 강이다.
대산맥에서 비롯된 다른 지류(支 流)들과 마찬가지로 끊어질 듯 말 듯 흘러가다가 대륙 중북부에 위치 한 광대한 습지, ‘아사그’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헤일라의 설명을 듣던 중 아사그라 는 지명이 귀에 익어서 곰곰이 생각 해보니, 언젠가 빡빡이 스티드먼이 그곳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었다.
-난 용병들을 쉰 명쯤 모아서 용 병대를 만들고 싶어. ‘아사그’를 개 척해서 땅을 받는 거지. 괴물들을 사냥하는 거점으로 삼는 거야. 여기 서 수렵제를 하는 것처럼, 용병이나 사냥꾼들을 모아다가 드레이크를 잡 는 거지. 가죽과 지느러미를 벗겨서 팔면 그야말로 떼돈을 벌걸.
롱빌의 ‘황금의 칼’ 선술집에서였 나. 하여튼, 그런 소리를 지껄이던 스티드먼은 주근깨 미라에게 멍청한 소리 말라며 타박을 듣곤 머리를 시 뻘겋게 물들였더랬다.
스티드먼과 미라, 그리고 궁수 콜 에 대해 떠올리니 조금 미안한 생각 이 든다.
며칠 전 베테랑 컨휘어, 말총머리 프 리츠, 중장병 데르비쉬, 중검사 움베 르타, 퉁퉁한 에손, 쇠뇌수 기돈까지 여섯은 내 첫 번째 친병들이 되었다.
하지만 순서로 따져보자면 첫 번째 친병이라는 타이틀은 스티드먼과 미 라, 콜이 가져가야 하는 것이었다.
뭐, 다른 둘은 그렇다 쳐도 미라는 내 제안을 받아들였으리라 확신할 수 없지만.
내가 가장 신뢰하는 용병인 그들 셋 을 떠올리니 그들과 함께 티린 멜에 간 마검사, 애꾸눈 시모스가 떠오른다.
그리고…… 엘렌도.
난 뱃전에서 강바람을 맞으며 가만 히 생각에 잠겼다.
엘렌과 처음 만난 게 사우스하버로 향하는 배 위였지.
막 포이닉스의 몸을 얻은 내가 해 적들의 습격을 맞아 빌빌거리고 있 을 때, 엘렌은 서풍의 지휘봉을 휘 두르며 나타났다. 서로에게 목숨을 빚진 첫 순간이었다.
포션을 빼앗아 가던 얄미운 얼굴 과, 오금이 창에 꿰뚫려 서럽게 울 던 얼굴과, 뜻밖의 호의에 놀라던 얼굴이 차례로 떠오른다.
“포이?”
«으 하
딴생각을 하던 난 옆에 서 있던 헤일라를 돌아보며 미소를 지었다.
“미안, 방금 뭐라고 했어?”
“곧 후작 내외가 부를 거라고 했 어. 슬슬 식사할 시간이니까.”
“아……. 그래, 먼저 들어가.”
“넌?”
“바람 조금만 더 쐬게.”
헤일라는 가만히 서서 날 바라보다 가 다시 입을 열었다.
“알겠어. 일단 뭉치부터 살피고.”
“그래. 나도 금방 갈게.”
“응.”
뭉치는 뱃멀미 때문에 선실에서 옴 짝달싹도 못 하고 있었다.
멀미가 어찌나 심한지 얼굴이 하얗 게 질려선 침대에서 일어나지도 못 할 정도라, 지금처럼 잠시 바람을 쐬거나 식사를 할 때를 제외하곤 쭉 옆에 붙어 있어줘야 했다.
강이 조금 구불구불하긴 하지만 바 다의 격랑에 비할 바는 아니라, 동 방에서 넘어올 땐 어떻게 버텼는지 의문이다. 게다가 동방에서 대륙까 진 항해 기간이 적어도 두 달은 될 텐데.
다행히 리안 웰로 향하는 일정 중 배를 타는 건 고작 이틀에 불과했 다. 내일 저녁이면 뭉치도 고통에서 해방되겠지.
헤일라가 선실 쪽으로 향하자, 난 강바람을 거슬러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그리고 꿀꺽, 그리움을 삼킨 다음 천천히 눈을 떴다. 그리고 가슴을 채우려 풍경을 살폈다.
그 끝이 죽음과 부패로 가득한 병 든 땅이라고는 해도, 당장 눈 앞에 펼쳐진 강은 무척 아름다웠다.
뫼젤강은 한강만큼 넓었으나 하얗 게 이는 포말과 바닥이 보일 정도로 투명한 강물 덕에 강원도 산골짜기 의 계곡물만큼 맑아 보였다.
처음 물이 흐르기 시작한 이래 단 한 번도 사람의 손길이 닿은 적이 없는 것 같은…… 그런 순수함마저 느껴졌다.
그러한 뫼젤강의 풍경에 호응하듯, 눈구름 갠 하늘은 쨍하니 맑았다. 끈질기게 좌우로 따라붙는 눈 덮인 숲과 폐를 한껏 적시는 차가운 바람 이 아니면 봄이나 가을로 착각할 지 경이다.
젠장, 이게 무슨 의미가 있냐.
라-팔라이스 궁전에서는 아직 아 무런 소식도 없었다.
하긴, 만약 엘렌이 궁전에 도착하 자마자 서신을 썼다 한들 적어도 보 름은 더 지나야 여기까지 닿을 터였 다.
그걸 알면서도 마음이 놓이지 않는 다. 걱정은 애정에 비례하는 법이라, 금방이라도 가슴에서 터져 눈과 입 을 통해 쏟아질 것만 같다.
엘렌은 누명을 잘 벗었을까?
뭔가 곤욕을 겪고 있진 않을까?
아니면, 갈나르가 또 개수작을 부 리진 않았을까?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 으나 당장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휴우.”
지금은 울카르에게 집중하자.
그를 구하기만 하면 난 필연적으로 여러 가지 힘과 다양한…… ‘수단’ 을 얻게 될 것이다.
울카르가 죽지도 타락하지도 않고 지금처럼 활약을 이어갔을 때, 그의 세력이 더욱 불어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그 과정에서 나 역시 덤으 로 권력을 얻겠지.
그럼 라-팔라이스 궁전에 영향력 을 투사할 수도 있을 테고, 혹여 엘 렌이 잘못된다 한들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새삼스레 마음을 다잡으며 주먹을 말아쥐는 그 순간에도, 다섯 척의 수송선은 뫼젤강을 따라서 경쾌하게 흘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