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lood Knight's Villains RAW novel - Chapter (35)
나의 악당들 035화
9-2. 의뢰(2)
잠시 고민을 하던 나는 한숨을 쉬 며 고개를 내저었다.
“죄송하지만, 전 당장 해야 할 일 이 있습니다.”
“…해야 할 일?”
“ 예.”
나는 재를 흩날리는 뱃고동 여관의 2층을 턱짓으로 가리켰다.
“이 일에 대해서 복수를 해야 하거 든요.”
“복수라니? 이미 강도 떼는 대부분 죽었네. 도망친 몇 놈도 곧 잡힐 테 고.”
“그놈들은 돈 몇 푼에 고용된 거지 들일 뿐입니다. 놈들을 사주한 배후 를 처리해야 합니다.”
“배후라니? 누굴 말하는 겐가?”
나는 잠시 망설이며 경비대장을 살 펴보았다.
겉모습으로 판단할 수는 없겠지만, 경비대장은 FM스러운 분위기를 풍 기는 군인이다.
게임 속에서도 죽을 때까지 성주에 게만 충성하던 NPC이니 뒷골목 깡 패놈들과 결탁을 했을 것 같진 않 다.
“우바르입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우바르를 공격하 는 일은 꽤 망설여지는 일이다.
나는 다크월드를 플레이하며 텍스 트를 거의 읽지 않았다. 덕분에 시 나리오는 전체적인 흐름 정도만 간 신히 파악하고 있는 형편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우바르를 공격했다 가 시나리오가 꼬여 사건의 전개 순 서가 완전히 뒤죽박죽이 되어 버린 다면?
내 흐릿한 미래예지(未來豫智)는 완전히 무용지물이 되겠지.
하지만….
“우바르? 깡패 말인가?”
“맞습니다. 전 놈을 먼저 처리해야 합니다.”
우바르의 위협을 나 몰라라 하고 하수도로 내려갈 수는 없는 노릇이 다. 그런 무책임한 선택을 할 순 없 지.
나 때문에 어린 소년을 비롯한 무 고한 사람들이 열다섯 명이나 죽었 다. 이들을 위한 복수도 복수지만,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는 것은 막아 야 했다.
당장 다음번엔 다리아나 엘렌이 다 칠지도 모르는 상황이 아닌가? 불안 과 죄책감에 떨고 있을 바엔 차라리 내 쪽에서 먼저 우바르를 치는 게 현명한 선택일 터였다.
“우바르라면 나도 잘 아네. 그놈이 왜 애꿎은 여관을 습격한단 말인 가?”
“정확히 말하자면, 우바르는 저를 노린 겁니다.”
“자네를?”
내가 며칠 전 우바르의 부하들을 손봐준 일에 대해서 설명하자, 경비 대장은 헛웃음을 터뜨렸다.
“고작 그런 이유로 이런 짓을 벌였 다고? 자네 하나를 손봐주기 위해서 여관을 습격해? 가당찮은 소리. 우 바르는 쓰레기 같은 놈이긴 하지만 그렇게 무모하지도, 멍청하지도 않 네.”
“깡패들이 은원에 집착하는 건 흔 한 일 아닙니까?” “그것도 정도껏이지. 도시 안에서 이런 사고를 저지르다니, 제 살을 깎아 먹는 짓이 아닌가?”
•••꽤 설득력 있는 말인데?
생각해보면 내가 우바르의 부하들 을 죽인 것도 아니잖아? 놈은 왜 이렇게까지 복수를 하려 드는 거지?
“이건 그저 배고픈 강도떼의 습격 일 뿐이네. 깡패의 사주라니, 말도 안 되는 억측이야.”
“•••그 거지 놈들은 그렇다고 치고. 여관 앞에 있는 시체들 못 봤습니까? 거기 우바르의 행동대원들과 심복인 포이즌도 누워 있었을 텐데요.” “포이즌? ‘망토 두른 포이즌’ 말인 가?”
“네, 맞습니다.”
경비대장은 잠시 놀란 표정을 짓더 니 미간을 찌푸렸다.
“놈은 우바르의 숨겨진 칼일세. 경 비대에서도 그 이름만 간신히 파악 하고 있는 놈이지. 외지인인 자네가 어찌 그놈을 알아봤단 말인가? 설마 친절히 자기소개라도 하던가?”
•••이건 예상치 못한 반응인데.
하긴. 여긴 조직도에 사진까지 박 아서 조폭을 공개 수배하는 21세기 의 대한민국이 아니지.
그래도 경비대장쯤 되면 뒷골목 깡 패들 얼굴 정도는 알 것 같았는데, 포이즌은 암살자인 만큼 더 은밀한 놈이었나 보다.
“그, 놈들끼리 대화하는 걸 언뜻 들었습니다. 그리고 독을 쓰는 걸 보고 포이즌이라고 짐작했죠.”
“ 흐음.”
즉석에서 떠올린 핑계라 조금 허술 했나. 별로 믿는 눈치는 아니다.
“뭐, 그럴 수도 있겠지. 자네의 추 측은 잘 들었네.”
경비대장은 잠시 턱수염을 매만지 더니 슬쩍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런데 자네, 아무래도 뭔가 오해
를 하고 있는 모양이군.”
“•••오해 말입니까?”
“그래, 오해. 충분히 이해할 수 있 게 설명했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명 확하게 말해주지.”
경비대장은 한숨을 폭 내쉬더니 말 을 이었다.
“일단, 자네에겐 선택권이 없네.”
“그게 무슨,”
“설마 백작님의 의뢰를 거절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 건가? 도시의 상황 을 모르는 건 아니겠지?”
“백작님께선 나름의 배려로 자네와 안면이 있는 용병들로 하여금 동행 케 하셨네. 성공하면 재물도 내리시 겠지. 이 정도면 합리적인 제안 아 닌가?”
그래도 그렇지, 딱 봐도 위험하고 중요한 의뢰인데 이걸 외지인에게 강제로 떠맡긴다고?
게임 속의 성주는 멍청하긴 해도 나름 사려 깊은 귀족이었던 것 같은 데.
떠돌이 용병까지 신경 써줄 필요는 없다, 이건가?
나는 괜히 속이 뒤틀려서 퉁명스럽 게 되물었다.
“거부할 수 없는 의뢰라. 명령이라 고 했던 게 그래서였군요?”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이해해 주 게.”
“받아들이지 않으면 어떻게 되죠?”
“혹시 불쾌한가? 다시 말하지만, 이건 단순한 의뢰가 아닐세. 도시 전체의 명운이 달린….”
도시 전체의 명운 같은 소리 하네. 그런 중요한 일이면 귀족 나리들이 직접 하던가, 왜 남한테 책임을 떠 넘겨?
나는 괜히 짜증이 솟구쳐서 표정을 굳혔다.
“못 하겠다면 어쩔 거냐고 물었습 니다.”
침묵.
깜빡임 없는 눈을 마주한 경비대장 은 꿀꺽 마른침을 삼켰다.
그러곤 마른 입술을 적신 뒤 작지 만 단호한 목소리로 대답하는 것이 었다.
“•••장담컨대, 자네는 죽게 될 걸 세.”
“그렇습니까?”
“그래. 수비대를 제외한 모든 군대 가, 심지어 소금성을 지키는 친위대 까지 자네를 죽이기 위해 덤빌 걸 세. 한 사람의 일탈을 눈감아줬다간 도시 전체가 무너질 상황이니까. 또, 비밀통로가 실재한다는 기밀도 지켜 야 하고 말이야.”
또다시 침묵.
성주의 군대와 맞서 싸운다면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당연히 불가능할 거다.
잡졸들이야 큰 위협이 안 되겠지 만, 성주의 휘하엔 눈앞의 경비대장 정도의 실력자가 몇이나 더 있을 터 였다. 친위대장이나 훈련대장, 무관 장도 나름 강할 테고, 마법사도 몇 있겠지. 쇠뇌수나 궁수도 엄청 많을 테고.
……생각해보니 더 빡치네. 부하도 많으면서 왜 나한테 지랄이야?
“신중히 생각하게. 군대에 쫓겨 비 참히 죽거나, 명을 받들어 공을 세 우거나. 선택지는 둘뿐일세.”
그 명료한 선포에 지금껏 잠자코 있던 엘렌이 툭 내뱉듯 차가운 목소 리로 말했다.
“아닌 것 같은데.”
«……2”
경비대장은 의아한 표정으로 엘렌 을 돌아보았다.
엘렌의 귀여운 겉모습에도 불구하 고, 그의 눈은 짙은 경계심으로 빛 나고 있었다. 녀석이 마법사라는 걸 알고 있는 눈치였다.
나와 눈이 마주친 엘렌은 파란 눈 동자를 잠시 반짝거리더니 이내 경 비대장을 돌아보며 냉소를 지었다.
“선택지가 둘뿐이라고?”
“•••그렇소.”
“그건 당신네들 생각이고. 우리에 겐 세 번째 선택지가 있어.”
“세 번째 선택지?”
“그래. 당신과 당신 부하들을 모조 리 죽여서 여관과 함께 불태워 버린 뒤 하수도로 도망치는 거지.”
•••이 녀석, 말 좀 곱게 못 하나?
엘렌이 분홍빛 입술을 오물거리며 거친 말을 쏟아낼 때면 ‘어른으로서 지켜만 볼 순 없어!’ 하는 의무감이 자꾸만 샘솟는다.
이렇게 다들 꼰대가 되어가는 걸 까?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굳이 엘렌을 말리진 않았다. 나도 협박에 못 이 겨 강제로 끌려가고 싶은 마음은 없 었거든.
나는 펄션에 손을 얹으며 만일을 대비해 견적을 재보았다.
경비대장과 병사 둘, 그라니아와 아르날…. 엘렌의 지원을 받으면 해 볼 만할 것 같은데.
내가 금방이라도 칼을 뽑아서 휘두 를 것 같은 기세를 내뿜자, 경비대 장은 긴장으로 얼굴을 굳혔다. 그는 도로 엘렌을 바라보며 침착한 어조 로 물었다.
“•••진정하시오. 각하의 군대에 맞 설 생각이 아니라면 말이오.”
“군대 전체와 맞설 필요는 없지. 근처에 병사들이 한 서른 명쯤 되
나? 그 정도만 쓸어버리고 도망치면 되는걸.”
“당신, 포이 별명이 뭔지 알아? 피 투성이 검사거든? 왜 그런지 한번 시험해 볼래?”
“ o 으……”
—— TU •
경비대장이 침음을 흘리는 사이, 그라니아는 슬쩍 뒤로 물러나며 내 게 양손바닥을 들어 보였다.
“잠깐. 우리가 지시받은 건 너한테 의뢰 내용을 전달하고 함께 움직이 라는 게 다였어. 의뢰를 거절하겠다 면 우린 조용히 물러,”
“개수작 말고 거기 서. 뒤통수 깨 지기 싫으면.”
차갑게 쏘아붙인 엘렌은 자연스럽 게 걸음을 옮겼다. 내 오른쪽 뒤편 으로 물러난 녀석은 어느새 손바닥 위로 실바람을 그러모으고 있었다.
그라니아와 아르날은 딱딱한 표정 으로 멈춰 섰고, 경비대장은 다급한 목소리로 엘렌을 만류했다.
“잠깐 멈추시오, 마법사여. 대화로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일에 왜 마법 을 쓰려 하시오?”
“대화로 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그렇게 생각하는 작자가 제 주인을
믿고 협박질이나 하셨나?” “협박은 지금, 당신이 하고 있잖 소? 나는 그저 사실을-”
“아, 그래. 나도 사실을 말하는 것 뿐이야. 여차하면 세 번째 선택지를 고를 거라는 통보를 한 거지.”
그렇게 말하는 엘렌은 손가락 위로 투명한 마나의 구를 만들어낼 뿐, 쏘아낼 기색은 없었다.
이렇게 위세만 떠는 걸 보니 공격 할 의사는 없는 것 같았다. 아직은.
흠. 일단은 엘렌의 장단에 맞춰줘 볼까.
“정말 그렇게 도망친다고 살 수 있 을 것 같소? 비밀통로가 어디 있는 지 모르면 하수도에서 헤매다 말라 죽을 뿐이오. 아니면 추격대에게 잡 히거나!”
경비대장의 엄포에 엘렌은 피식 웃 음을 터뜨리며 대답했다.
“우리가 계획도 없이 움직일 것 같 아? 비밀통로가 어디쯤 있는지는 대 충 파악했거든?”
“…그런 허세는 통하지 않소. 도시 에 온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이들 이 찾아낼 수 있다면 그걸 비밀통로 라고 부르지는 않겠지.” 경비대장의 확신에 찬 말에 엘렌이 입을 다물었다.
썩 곤란한 눈치군. 내가 나설 차례 다.
“하긴, 고대제국의 하수도 아래에 그런 거대한 토굴이 있으리라곤 상 상하기 힘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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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난 비밀통로가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게임 속에 서 얻은 정보를 떠올려보면 대충 유 추는 할 수 있지.
다크월드 속에서 하수도는 최소 5 층, 최대 8층에 이르는 일종의 미니 던전이고, 표층부와 심층부로 구분 되어 있다.
사우스하버의 사람들은 표층부, 즉, 고대제국의 하수도가 전부라고 생각 한다.
하지만 사실은 그 아래엔 심충부, 토굴이 자리 잡고 있다.
하수도를 지키는 수다스러운 경비 병에게 정보를 얻은바, 지하 4층까 지는 고대제국의 하수도가 뻗어 있 다는 걸 확인했다.
그러면 토굴은 지하 5층 아니면 6 층부터 시작될 터다.
그리고 외부로 향하는 비밀통로는 언제나 토굴의 첫 층에 위치해 있 지.
“갑자기 지형이 바뀌어서 정확히 몇 층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네. 지하 5층이라고 해야 하나?”
경비대장의 홉떠진 눈동자가 크게 흔들린 걸 보니 맞았나 보다.
잠시 갈등하던 그는 이내 졌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어깨를 축 늘어뜨 렸다.
“후우, 그래. 자네와 일행이… 극단 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건 잘 알 았네. 이제 원하는 걸 말해보게. 내 권한 안에서 최대한 들어줄 테니.” 됐다. 우리의 태도가 조금 과한 건 아닐 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어느 정도 양보를 얻어낸 것이다. 생각보다 도 시의 사정이 급한가 보다.
음, 그런데… 경비대장의 권한은 어느 정도지?
“•••우바르를 칠 테니 지원을 해주 시죠. 놈들을 처리한 뒤 하수도로 내려가겠습니다.”
“백작님께선 자네가 이 일에 당장 착수하길 원하시네. 뒷골목을 누비 며 낭비할 시간은 없어.”
“그럼 제가 일을 하는 동안 경비대 에서 우바르를 토벌해 줄 수 있겠습 니까?”
“확실한 증거도 없이 부하들을 위 험에 몰아넣을 수는 없네. 게다가, 애초에 자네에게 의뢰를 하게 된 건 병력이 여유롭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하지 않았나?”
젠장할, 그럼 도대체 뭘 해주겠다 는 거야?
내가 역정을 내려던 찰나, 경비대 장이 선수를 쳤다.
“이건 어떤가? 지상에 있는 동안 자네들을 확실히 보호해 주겠네.”
“•••그게 무슨 소립니까?”
“우바르가 또 습격을 해올까 걱정 하는 게 아닌가? 지상에 있는 동안 은 놈들에게 위협을 받지 않도록 해 주겠네. 그래, 자네가 임무를 잘 해 결하고 상황이 호전되면 이번 습격 사건을 확실히 조사하고 우바르에게 복수도 대신 해주겠네.”
언뜻 괜찮은 것 같긴 한데….
잠깐.
“깡패들이 설치지 못하게 하고, 습 격사건을 제대로 조사한다? 원래 경 비대에서 해야 하는 일들이잖습니 까?”
“•••그건 그렇지.”
이 양반이. 어디서 말로 대충 때우 려고 들어?
“그딴 말장난 말고- 그래. 여기, 뱃고동 여관을 보호해 주시죠.”
“여관을?”
“예. 제가 계속 머물 곳이기도 하 고, 오늘도 습격이 있지 않았습니 까? 애꿎은 사람들이 다치게 둘 순 없습니다.”
내 말에 경비대장은 선선히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으음, 알겠네. 그럼 일대의 순찰을 두 배로 강화하도록 하지.”
“아뇨, 그 정도론 안 됩니다. 병사 들을 상주시켜 주십쇼. 음, 한 스무 명 정도면 적당하겠군요.”
“스물? 그건 너무 많네.”
이후 흥정 비슷한 과정이 이어졌 고, 우리는 뱃고동 여관을 임시순찰 초소로 삼는 것으로 합의를 보았다.
우바르의 위협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한, 뱃고동 여관엔 열두 명의 병사들이 상주하게 될 것이다.
거기에 더해 경비대 본부에서 두 시간마다 6명의 교대병을 보내어 여 관 주변을 순찰할 계획이었다.
흠. 이 정도면 자다가 습격을 당할 걱정은 없겠는걸. 깡패 놈들이 미치 지 않고서야 경비대 초소를 공격하 진 않겠지.
“그럼 계약서 쓰시죠.”
“…계약서 말인가?”
뭐야, 이 반응.
설마 이런 중요한 의뢰를 하면서 계약서도 안 쓰려고 한 건가? 큰일 날 사람이네.
나는 경비대장의 반응을 무시하곤 엘렌에게서 건네받은 양피지를 셋으 로 나누어 이것저것 작성하기 시작 했다.
이쪽 세계의 계약서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용역 의뢰서처럼 쓰면 되지 않을까?
“간단하게 가장 중요한 사항만 넣 죠.”
“자네, 글을 쓸 줄 아는군?”
“네, 뭐. 어떤 게 들어가야 할까-흠, 착수금과 보수금, 사후의 안전보 장, 비밀보장, 경비대의 지원에 관련 된 내용….”
마음 같아선 양피지를 가득 채워두 고 싶었지만, 혹시 성주의 심기를 거스를 수도 있으니 이 정도만 하 자. 경비대장의 표정이 이상해지는 게 좀 찝찝하기도 하고.
“이 정도면 될 것 같은데요.”
“ O 으 ’’
완성된 계약서를 훑어본 경비대장 은 골치가 아프다는 듯 미간을 찌푸 리더니 의문을 표했다.
“그런데, 왜 계약서가 석 장인가? 자네가 하나, 내가 하나 가지면 되 는 거 아닌가?”
“잠깐. 저는 경비대장님이 아니라 성주님이 고용주인 줄 알았는데요.”
“아, 그렇군. 맞네. 백작님께서 고 용주일세.”
“그렇죠? 백작님과 제가 한 부씩 나눠 가지고 나머지 한 부는 공증 겸 교회에 맡길 생각입니다.”
“공증?”
경비대장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어 이가 없다는 듯 입을 벌렸다.
“네. 공증이요. 어, 혹시 교회에서 용병 계약 같은 거엔 공증을 안 서 주나요?”
“•••그야, 기부금만 적절히 낸다면 안 될 건 없겠네마는.”
“그럼 문제없군요. 자. 얼른 확인하 시고 백작님 도장 받아 오십쇼.”
“아, 알겠네.”
얼빠진 표정의 경비대장은 양피지 뭉치를 받아들었다. 그러곤 몸을 돌 리려다 문득 내게 질문을 던져오는 것이었다.
“근데, 자네. 정말 용병 맞나?”
나는 슬쩍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으쓱여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