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lood Knight's Villains RAW novel - Chapter (70)
나의 악당들 070화
19. 탈출(3)
쿠와아아오!
“ Q ”
굉음과 함께 토굴이 잘게 흔들린 다.
그야말로 오금을 저리게 만드는 포 효다. 그 울음소리만 들어도 지하군 주가 얼마나 거대한 놈인지 짐작할 수 있을 정도였다.
지하군주의 존재는 끊임없이 우리 를 채찍질했고, 덕분에 나는 엘렌을 업은 채 쉴새 없이 토굴 아래로 달 려가고 있었다.
우우웅.
저 멀리, 빛나는 마법진이 보인다. 이걸로 벌써 다섯 번째 함정인가.
엘렌은 신중히 마법함정을 살핀 뒤 말했다.
“물, 정오, 달리다…. 뭐지?”
“물? 흐음.”
두 번째로 마주친 함정에는 ‘땅, 정오, 날다’가 새겨져 있었고, 마법 진을 발동시키자 ‘레서 샌드웜’들의 둥지로 우리를 순간이동 시켰다.
사실 순간이동이라고 체감도 제대 로 못 한 게, 눈 한 번 깜빡하니 웬 굴 안에 처박혀 있더라고. 경황 중 에 한 새로운 경험이었다.
세 번째 함정에는 ‘물, 밤, 서다’가 새겨져 있었고, 건드리니 강력한 냉 기돌풍이 휘몰아쳤다. 네 번째는 ‘땅, 새벽, 달리다’로 ‘레드 하운드’ 무리가 소환되어 덤벼들었다.
내가 지난 함정들을 곱씹는 사이, 잠시 고민하던 엘렌은 침착한 어조 로 말했다.
“아마 공격 주문은 아닐 거야. ‘서 다’라는 문자열이 없으니까.”
“그리고?”
“음… 확실한 건 아니지만, 일단 괴물이 나타날-”
TZ TZ = TZ
아련하게 들려오는 마찰음. 지하군 주의 몸통이 토굴을 긁어내는 소리 였다.
놈은 점점 빠르게 우리에게 다가오 고 있었다. 지체할 시간이 없다.
“엘렌, 주문 준비해!”
귓가로 엘렌이 주문을 속닥거리는 소리가 들려오자, 나는 흐룬팅에 피 의 칼날을 덧씌우며 함정을 발동시 켰다.
마치 은쟁반에 구슬을 굴리는 듯한 괴상한 소리와 함께, 마법진이 일렁 거리더니 웬 거대한 바윗덩이를 툭 뱉어냈다.
묵직한 소리와 함께 바닥에 떨어진 바위에서 우둘투둘한 팔다리가 툭 튀어나왔다.
“•••거북이?”
모습을 드러낸 것은 바윗덩이가 아 니라 거북이의 등껍질이었다. 그것 도 평범한 등껍질이 아니라 날카로 운 돌기가 돋은, 어지간한 SUV만큼 이나 커다란 거북이의 등껍질이었 다.
내가 잠시 얼을 빼고 있는 사이, 등껍질에서 거무튀튀한 무언가가 튀 어나오더니 쏜살같이 덤벼들었다.
쐐액.
“흡!”
난 반사적으로 옆으로 몸을 날리며 검은 물체를 피했다. 그러자 그 물 체는 고무줄처럼 튕기더니 제자리로 돌아가 버렸다.
크르르르!
검은 물체의 정체는 다름 아닌 거 북의 대가리였다. 놈은 순간적으로 목을 길게 늘여 마치 뱀처럼 공격을 해온 것이다.
나타난 몬스터는 단단한 턱에 거친 가죽, 두꺼운 팔다리와 꼬리를 가진 ‘늑대거북’이었다.
놈은 목을 낮게 떨어 으르렁거리면 서도 가끔 턱을 부딪치며 위협적인 금속음을 내었다.
와이씨, 겁나게 크네. 내가 지금껏 마주친 몬스터 중에서 단연 최고 사 이즈다.
하지만 놀란 건 놀란 거고, 지금 중요한 건 놈을 돌파하는 것이었다. 나는 온 신경을 곤두세운 채 흐룬팅 을 양손으로 고쳐 쥐었다.
그와 동시에 늑대거북이 또다시 공 격을 감행해 왔다. 내 몸통보다도 커다란 아가리가 쩍 벌어지며 쇄도 해오는 모습에 절로 모골이 송연해 진다.
“으읏!”
나는 옆으로 펄쩍 뛰며 놈의 공격 을 피함과 동시에 전력으로 흐룬팅 을 내리그었다.
하지만 붉은 광채를 흩뿌리는 흐룬 팅도 놈의 목을 베기엔 역부족이었 는지, 고작 반 뼘 정도 파고든 게 전부였다. 아마 흐룬팅이 아닌 평범 한 칼이었다면 가죽에 흠집조차 내 지 못했을 것이다.
끄에에엑!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놈에게는 상 당한 고통이었나 보다. 늑대거북은 마치 늙은이의 비명 같은 괴상한 소 리를 지르며 목을 잽싸게 움츠렸다.
“어 억?” 그러자, 놈의 목에 칼을 박아넣고 있던 나도 덩달아 딸려가고 말았다.
“읏!”
그대로 늑대거북의 등껍질에 충돌 하기 직전, 나는 재빨리 몸을 틀어 단단한 돌기에 발을 디뎠다.
끄에에, 끄에!
늑대거북은 등껍질 속으로 머리를 숨기려 안간힘을 썼지만, 목덜미에 박힌 흐룬팅이 껍질에 걸린 상태였 다.
나는 손잡이를 단단히 거머쥔 채 놈의 피를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피 의 칼날이 탐욕스럽게 일렁일 때마 다 늑대거북의 상처에서 피가 울컥 울컥 솟아올랐다.
그때, 엘렌이 주문을 완성했다.
“Ostende te, quod papillon!”
와, 내가 미친 듯 날뛰며 지랄발광 을 했는데도 업힌 채로 마법을 부리 다니. 이 세상 집중력이 아니라니까.
녀석의 짜랑거리는 목소리에 응답 하듯, 엘렌의 손끝에서 하얀 나비가 피어올랐다. 레벨이 오르며 하며 새 로 습득한 주문으로, 냉기계열 1.5 랭크 스킬인 ‘서리나비’였다.
“Durand-am eom!”
엘렌의 명령에 나비는 힘차게 날갯 짓했다.
하얀 날개가 팔락거릴 때마다 반짝 거리는 얼음 조각이 사방으로 흩날 렸다. 그렇게 날아간 서리나비는 늑 대거북의 등껍질 안으로 시린 공기 를 불어 넣기 시작했다.
끄에에엑!
늑대거북은 필사적으로 발버둥 쳤 지만, 나와 서리나비를 뿌리칠 수는 없었다.
나는 등껍질과 흐룬팅을 단단히 붙 든 채 끝없이 피를 빨아들였고, 서 리나비는 춤추듯 비행하며 놈의 공 격을 빗겨내었다.
끼이이.
늑대거북은 점점 둔해져 갔다. 놈 은 필사적으로 꼬리를 휘둘러 서리 나비를 박살 내는 데 성공했지만, 끝끝내 나를 떨쳐내진 못했다. 거대 한 거북은 결국 온몸에 성에가 낀 채 죽음을 맞았다.
으- 진짜 어지간히도 질기네, 이 거북이 새끼. 놈의 발버둥을 버티느 라 손아귀, 팔, 다리 등 안 아픈 구 석이 없다.
“‘달리다’는 괴물 소환을 의미하는 문자열인 것 같아.”
“그런가 보네. 휴우, 이런 놈이 또 나왔다간-”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뒤에서 묵 직한 굉음이 들려왔다.
쿠구궁!
지척에서 들려오는 거대한 소리.
나는 등줄기에 소름이 돋아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리기 시작했다.
지진이라도 난 듯 땅이 흔들린 탓 에 약간 느려지긴 했지만, 나는 간 신히 균형을 잡고 속도를 올렸다.
“•••흡,”
등을 통해 엘렌의 숨결이 느껴진 다. 목에 둘러진 녀석의 팔이 잠시 굳는가 싶더니 이내 덜덜 떨리기 시 작했다. 뒤를 돌아본 게 틀림없다.
“포이, 더, 더 빨리.”
나는 입을 여는 대신 필사적으로 다리를 놀렸다. 그러던 중 앞에서 수직굴을 발견하고 고함을 질렀다.
“엘렌, 춤의 정령!”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엘렌은 주문을 외기 시작했고, 나는 망설임 없이 수직굴 안으로 몸을 던졌다.
“Ventum, Av-em!”
의지를 품은 바람이 휘몰아치더니 나와 엘렌의 몸을 떠받쳤다.
엘렌은 정령에게 힘을 불어넣기 위 해 막대한 마나를 소모했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추락 속도를 조금 늦 추는 게 전부였다.
엘렌의 마력과 숙련도가 아직 부족 하다는 뜻이겠지….
rz rz rz rz 그때, 수직굴 위로 거대한 기척이 들려오자 나도 모르게 고개를 위로 꺾었다.
그우우우.
깊은 어둠 속에서 한 쌍의 안광이
번뜩거린다.
사람의 몸통만 한 주홍빛 눈동자, 천천히 벌어지는 세로 동공, 무언가 썩어가는 것 같은 악취, 흙더미를 스치는 비늘 소리….
토굴 최강의 포식자인 지하군주가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흐 ■흐• O —” —–,–
놈을 올려다본 엘렌은 순간 패닉 상태에 빠졌다.
지하군주는 눈을 마주치는 것만으 로 정신을 날려 버릴 만큼 위협적인 존재였고, 그 여파로 우리를 떠받치 고 있던 춤의 정령도 사라지고 말았 다.
이어지는 추락.
“으헉!”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지만, 다 행히 수직굴은 거의 끝나가고 있었 다.
타닥!
가까스로 착지에 성공하자마자 튕 기듯 앞으로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드드드드!
지하군주의 거대한 존재감은 굳이 보지 않아도 충분히 전해져왔다.
수직굴에 이어지는 수평굴은 전과 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널찍하 고, 높았다. 덕분에 지하군주가 일으 키는 굉음도 거세게 메아리쳐댔다.
무의식중에 턱이 덜덜 떨린다. 이 를 악물고 어둠 속으로 달려가던 중 여섯 번째 마법함정을 발견했다.
“엘렌! 앞에 함정!”
“O ” —–9
“정신 차려, 임마!”
머리를 잘게 흔든 엘렌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하늘, 밤, 날다?”
“하늘?”
젠장, ‘하늘’은 처음 보는 문자열인 데…!
근데 문자열은 둘째치고, 가운데에 떠오른 기호가 말도 안 되게 불길하 다.
지금까지 지나온 함정들은 기호의 의미를 파악하기가 모호한 경우가 많았다.
손처럼 보이는 개 모양의 기호, 꽃 처럼 보이는 바람 모양의 기호, 뱀 인지 지렁인지 헷갈리는 기호….
하지만 지금 보이는 기호는 별로 헷갈릴 구석이 없었다. 인간의 몸, 짐승의 머리, 이마에 돋은 한 쌍의 뿔, 박쥐의 것을 닮은 피막 날개…. 전형적인 악마의 형상이었다.
“썩을, 이게 뭐-”
나는 이를 갈며 뒤를 돌아보았다.
쿠와오오!
마침 피부가 따끔거릴 정도의 어마 어마한 포효가 들려왔다. 한 줌의 전의마저 꺾이는 듯했다.
앞에는 악마, 뒤에는 지하군주라니.
악마계열 몬스터는 아무리 약해도 20렙 후반은 돼야 상대할 만한데.
으, 어차피 지하군주에게 잡히면 무조건 죽는다. 그러면 차라리….
“포이, 가까이 가줘.”
“뭐?”
“ 얼른!”
엘렌의 채근에 나는 마법함정에 바 투 다가섰다. 그러자 녀석은 혼자 무어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이건, 이건 함정이라기엔 너무 당 당한 모양새야. 진짜 함정이라면 아 무도 알아차리지 못하게 숨겼겠지. 이 정도 수준이라면 투명화를 섞는 것도 어렵지 않았을 테니까….”
“엘렌, 지금 이럴 시간 없어!”
“함정이라기엔 불필요한 술식이 너 무 많아. 문자열로 단서를 드러내는 것도 그렇고, 기호를 중간에 새겨둔 것도….”
쿵, 쿵, 쿵!
땅을 울리는 굉음에 뒤를 돌아보았 다. 그리고 그 순간, 난 숨이 멎을 뻔했다.
거대한 뱀처럼 기던 지하군주는 몸 에 바싹 붙이고 있던 다리들을 천천 히 펼치고 있었다. 마법함정에서 뿜 어진 빛이 놈의 날카로운 다리에 번 쩍거리며 산란했다.
지하괴물은 거대한 뱀에 지네의 다 리를 붙여둔 것처럼 생긴 괴물이었 다.
시야에 들어온 것은 거대한 대가리 와 몸통의 일부, 세 쌍의 칼날 같은 다리와 검붉게 번들거리는 비늘이 다였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놈은 그 어떤 전설 속의 괴수보다 공포스러운 자 태를 뽐냈다.
“그래, 이 술식이 들어가 있는 건 발동 방식에 변화를 주기 위해서야. 그렇다면?”
“엘렌, 더 이상은,”
내가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함정을 발동시키려던 찰나, 엘렌이 먼저 손 을 뻗었다.
녀석의 하얀 손에서 흘러나온 마나 가 마법진에 달라붙었다. 나는 마음 의 준비를 했지만, 함정은 작동하지 않았다.
“이건?”
엘렌은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 며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마법진의 좌하단에 새겨진 문자열이 번쩍거리 며 변화했다. 엘렌은 마치 환호하듯 문자열을 읊었다.
“하늘, 정오, 날다!”
“뭐?”
“저걸 봐!”
엘렌이 마법진 중앙의 기호를 가리 켰다. 악마의 형상은 산산이 흩어지 더니 새로운 모양을 갖추었다.
파츠츠츳.
새로 떠오른 기호는, 누가 봐도 한 눈에 이해할 수 있는 직관적인 모양 새였다.
“•••태양?”
“포이, 뛰어!”
쑤와앙!
엘렌의 외침과 함께 흉악한 파공음 이 들려오자 나는 본능적으로 몸을 던졌다.
지하군주의 칼날 같은 다리가 우리 를 꿰뚫기 직전, 태양 기호가 떠오 른 마법진에 내 손이 닿았다.
쾅!
땅이 박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