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rown bear country is mine now RAW novel - Chapter 146
불곰국은 이제 제겁니다 146화
146 전혀 새로운 방법/이래도 버틸 수 있겠어?
반군 소탕 작전(일명 말려 죽이기).
과거의 전쟁은 대부분 육군 병력으로 적을 섬멸하고 승리하는 식이었다.
이런 방법은 그만큼 아군의 피해도 감내해야 했다.
그러나 니콜라이는 본인의 주특기를 살렸다.
‘전쟁에서 꼭 무력만을 사용하라는 법 있나?’
고도의 심리전.
심리전도 병법의 한 방법이었기에 기자 시절의 경험을 살리기로 한 것.
며칠 후.
니콜라이가 지시한 것들이 속속들이 준비되었다.
반군의 본거지는 르완다 국경에서 부룬디로 길게 이어진 산악 지대였기에 아군 병력이 이 지형을 완전히 둘러싼 상태였다.
“말씀드렸듯이 8년간 무력으로 해결을 못 봤으니 이런 방법도 써먹어 봐야 합니다.”
니콜라이의 말에 부룬디 총사령관도 긍정을 표했다.
“확실히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UN도 우리 정부도 이런 방법을 쓴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아마 돈 때문이었을 겁니다.”
현대전엔 천문학적인 돈이 소요된다.
전쟁의 승패를 결정짓는 것은 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니콜라이는 자신의 주특기인 ‘여론몰이’에 ‘돈’까지 접목시켜 반군 세력들의 멘탈을 흔들기로 한 거였다.
사령부 천막에서 내용물을 확인한 니콜라이는 만족했다.
“전단지는 제가 말한 대로 잘 나왔네요.”
“부룬디엔 이걸 만드는 시설이 없어서 탄자니아 인쇄소에서 급히 만들었습니다.”
“사령관님에게 이런 일까지 신경 쓰게 해서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개의치 마십시오. 이것도 전쟁의 일부분이니까요.”
당당한 모습이긴 해도 사령관의 얼굴엔 깊은 그늘이 내려앉았다.
‘너무 지쳤어. 이젠 쉬고 싶군.’
끝도 보이지 않는 긴 내전. 얼마나 많은 부하들이 목숨을 잃었던가. 민간인들은 말할 것도 없고.
생각하면 할수록 그의 마음은 갈기갈기 찢어졌다.
그도 집에서는 보통의 가장이었기에 가족들과의 행복한 생활이 그리웠다.
러시아가 어떤 방법을 쓰든 상관없었다.
제발 이 내전을 하루빨리 끝내 주길 간절히 원했다.
“대표님, 이 부분 말입니다.”
사령관이 전단지의 한 부분을 짚었다.
“현상금이요?”
“네. 네 명 중 누구라도 죽이면 1,000만 달러를 지급하기로 했는데, 우리 쪽 군인들도 포함되는 겁니까?”
“물론입니다.”
전단지에는 두목과 그 아래 핵심 인물 세 명에게 현상금이 각각 1,000만 달러씩 걸렸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1,000만 달러 자체로도 엄청난 금액이다.
그런데 지금이 2002년이고 여기가 세계 최빈국이라는 걸 고려하며 1,000만 달러는 그 열 배인 1억 달러와 비슷한 가치를 지녔을 터.
“아군, 적군 누구든 상관없습니다. 놈들을 죽였다는 걸 증명하기만 하면 됩니다.”
양쪽 병사들에게 동기부여를 확실히 심어 줄 방법이었기에 이 문구를 넣었다.
다른 전단지도 있었다.
반군 병력 중 신분이 밝혀진 자들의 가족사진과 투항하라는 글귀가 담긴 전단지.
투항하면 죄를 묻지 않는다.
가족과 살 집을 제공하고 정착금 1,500달러도 지급한다… 등.
반군 세력이 4만여 명이니 모두 투항하면 몇천만 달러가 들어가게 될 것이다.
‘몇백억 원이면 싸게 먹힌 거지.’
8년간의 내전에 들어간 돈에 비하면 새 발의 피 수준이었다.
어차피 내전이 끝나면 앙골라 때처럼 모든 비용을 몇십 배로 받아 낼 것이기에 상관없었다.
영토가 넓진 않지만 여기도 석유, 코발트, 구리, 백금이 많이 매장되어 있으니 말이다.
니콜라이가 이런 방법을 쓴다고 하나, 반군 병력이 한꺼번에 모두 투항하지 않을 거란 건 알고 있었다.
이 방법들의 핵심은 다른 데 있었다.
서로를 불신케 한다.
핵심 인물 네 놈은 언제 부하들이 총을 겨눌지 몰라 불안에 떨게 될 것이다.
그게 아니더라도 반군 병사들은 동요하게 될 터.
거기다 다른 방법까지 썼다.
산악 지대를 에워싼 병력 뒤엔 러시아 전차와 장갑차 부대가 벽을 치고 있었다.
아군 병사들이 하는 일이라고는 교대로 경계 근무를 서면서 매일 구수한 냄새가 풍기는 돼지고기와 소고기를 구워서 먹는 거였다.
“사방을 모두 틀어막으면 길어도 한 달을 못 버틸 겁니다.”
그들은 필요할 때마다 약탈로 연명해 왔기에 4만여 명의 병사들을 먹일 곡식이 없을 거다.
곡식이 다 떨어지면 물만 마시고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겠나?
굶어 본 사람은 안다.
채 3일을 버틸 수 없다는 걸.
혹여나 버틴다고 해도 전투를 할 만한 몸은 아니게 된다.
윗 대가리들은 잘 먹고 있는데 부하들은 굶는다?
관리들의 착취가 심해지고 굶주림에 버티지 못하면 결국 사람들은 폭동을 일으킨다.
역사 속 수많은 왕조가 이런 폭동으로 무너졌다.
반군 세력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런 방법들은 적군의 굶주림이 극에 달할수록 효과가 크다.
“가족들 육성이 녹음된 것도 계속 틀어 놓으십시오.”
“알겠습니다.”
투항을 권유하는 가족들의 육성 방송까지 곁들였다.
굶주린 병사들에게 이런 것들이 스며들면 그들의 멘탈은 박살이 날 것이다.
한편, 반군의 본거지는 니콜라이의 예상대로 크게 동요했다.
부룬디 정부군답지 않은 여러 방법을 한꺼번에 시도해 버리자 전투가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양상으로 흘러갔기에.
“다른 나라들은 가만 있는데 갑자기 왜 러시아가 참전을 해? 거기 지휘관이 누구야?”
반군 사령관의 물음에도 부하들은 이렇다 할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외부와 이미 단절된 상태라 정보가 없었기에.
“정말 외부로 나갈 방법이 모두 막혀 버린 건가?”
“…르완다 국경 쪽 산악지대까지 모두 막혀 버렸습니다.”
“병사들 동향은 어때?”
“오늘 새벽에 열두 명이 사라졌습니다. 상황이 너무 안 좋습니다.”
완전히 고립되었다.
이렇게 되면 가장 큰 문제는 식량이다.
“식량은 얼마나 있나?”
“양을 줄여서 배급한다고 해도 일주일 정도 버틸 수 있는 양밖엔….”
“산짐승들을 잡으면?”
“4만 명이 넘는 병력이 산에 은신한 후로 산짐승들이 사라졌습니다.”
“무슨 일을 이따위로 처리한 거야? 최소한 식량은 준비해 뒀어야지 않나?”
“필요할 때마다 마을들에서 충당했었고 갑자기 이런 일이 생길 줄 몰랐던 터라….”
지금 와서 저런 말이 무슨 소용인가.
지금은 대책이 우선이었다.
“정부군이 방벽을 친 곳 중에서 약한 곳으로 치고 들어가면 되지 않겠어?”
“병력뿐만 아니라 러시아 탱크와 장갑차가 포진해 있습니다.”
“그러면 이렇게 당하고만 있어야 돼? 방법을 찾아! 어떤 거라도 상관없으니까.”
“….”
사령관조차 방법이 없는데 부하들이 무슨 방법을 찾겠나.
“일단 식량 배급량을 최대한 줄여. 버티면서 방법을 찾아봐야지.”
“…알겠습니다.”
사령관의 지시가 떨어지고 첫 배급이 시작되자 병사들의 불만은 바로 터져 나왔다.
“이게 말이 됩니까? 하루에 옥수수 가루 150g으로 어떻게 버팁니까?”
“사령관님의 지시야. 당분간은 어쩔 수 없어. 산에서 먹을 수 있는 것이면 뭐든 캐 먹도록 해.”
“산에 먹을 게 뭐가 있다고 캐 먹으라는 겁니까? 벌써 다 캐 먹었는데요.”
그 흔하던 ‘뿔닭’도 벌써 씨가 말랐다.
“조금만 참으라니까!”
“언제까지요? 지금 온 사방이 포위당했는데 대체 언제까지 참으라는 겁니까?”
병사들의 불만이 계속 커질수록 간부들은 바짝 긴장하기 시작했다.
이 옥수수 가루 150g조차도 10일쯤 지나면 바닥을 보일 것이다.
그렇게 되면 걷잡을 수 없게 된다.
‘폭동이 일어나겠어.’
그들도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는 걸 알았기에 밤이면 몰래 전단지를 읽었다.
매일 수십 대의 헬리콥터가 상공에서 전단지를 뿌려 대는 터라 병사들 대부분 전단지를 보았다.
반군은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간부들 상황이 이러니 병사들은 더했다.
‘어머니, 여보….’
한 병사는 전단지에 있는 가족사진을 보며 몰래 숨어서 눈물을 흘렸다.
이틀 후 아침이 되었을 때, 사라진 병사는 300명이 넘었다.
“사령관님. 탈영병이 갈수록 늘고 있습니다.”
“이러다 말라 죽겠군. 정말 방법이 없나?”
“….”
“이런 방법들을 정부군이 생각해 냈을 린 없고, 역시 러시아인가?”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
“앙골라 내전이 갑작스럽게 끝났을 때 자세히 알아봤어야 했는데….”
너무 늦었다. 후회가 밀려왔다.
하지만 투항할 수는 없었다.
8년간 수많은 고비가 있었지만 잘 버텼다.
지금도 그 고비중 하나라 생각하면 된다.
병사들은 몰라도 자신을 포함한 세 명은 목숨을 부지할 수 없을 것이니 끝까지 버티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다시 5일이 지나자 탈영병의 수는 감당하기 힘들 정도까지 되었다.
“사령관님….”
“또 무슨 일이야?”
“남쪽 구역이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정확히 말해봐!”
“남쪽 구역의 병사들이 모두 투항해 버렸습니다.”
“뭣이! 거기 병력이 얼마나 됐었지?”
“지휘관들을 포함해 3,000명이 넘습니다.”
“하아….”
지휘관들까지 투항했다면.
‘이쪽 방어진도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단 얘긴데….’
사령관의 심장이 터질 듯이 요동쳤다.
“놈들이 탈영병들을 이용해 투항 방송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어떤 놈이 이딴 계획을 만들었는지 정말 지독하군.”
“더는 통제하기 힘듭니다. 결단을 내리셔야 합니다. 약한 곳을 치고 들어갈지 아니면….”
아니면 투항을 하든지.
말끝을 흐렸음에도 사령부 막사에 있는 지휘관들은 모두 알아들었다.
“사령관님, 우리에겐 아직도 4만 명이 넘는 병력이 있습니다. 그냥 치고 들어가시죠. 아무리 탱크와 장갑차가 있다곤 해도 이 병력을 한꺼번에 막아내진 못할 겁니다.”
“치고 들어가잔 말이지….”
그때, 맑은 하늘에서 갑자기 굉음이 울리더니 10여 대의 전투기가 지나갔다.
사령관과 지휘관들도 그걸 목격했다.
“저 전투기들이 투입되면…?”
“우리에겐 저걸 막아 낼 수 있는 게 없습니다.”
과거의 정부군도 전투기가 있었으나 그땐 반군 세력이 흩어져 있었기에 게릴라전으로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정부군이 반군을 산악 지대로 몰아넣은 상태였기에 전투기의 융단 폭격이 시작되면 벗어날 방법이 없다.
진퇴양난.
사령관은 끝이 다가오고 있음을 강하게 느꼈다.
“4일 후에 최종 결단을 내리도록 할 테니, 다들 그때까지만 기다려 보도록 해.”
사령관의 말이지만 지휘관들은 그 말에서 어떤 희망도 느끼지 못했다.
다음 날 새벽 3시.
반군 지휘관 중 북쪽 르완다 국경을 지키고 있던 지휘관들이 몰래 한자리에 모였다.
“우리… 성공할 수 있겠지?”
“며칠 후면 사령관 때문에 우린 어차피 죽을 목숨이야. 그럴 바엔 마지막 방법을 써 봐야지.”
“맞아. 우리가 살 방법은 이것밖엔 없어.”
“나는 이대로 못 죽어. 내가 돌아오기만 기다리는 가족은 어떡하고.”
“나도 같아. 모두 가족만 생각하자고.”
지휘관 15명은 서로의 손을 굳게 마주 잡았다.
어둠 속에서 그들의 눈빛이 번뜩이는 것 같다.
지휘관들의 마지막 계획은 부룬디 내전이 끝을 향해 가고 있음을 뜻했다.
다음 날 새벽 1시.
북쪽 병력이 야밤을 틈타 구렁이처럼 조용히 움직였다.
“최대한 소리를 죽여라. 오늘 이후 너희들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다.”
다른 지휘관도 힘을 보탰다.
“사령관과 그 아래 세 명만 죽이면 모두 끝나. 앞으로 30분만 가면 도착한다. 1시간이면 충분해. 빨리 움직여.”
그들이 향하는 곳은 반군 사령관 막사가 있는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