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rown bear country is mine now RAW novel - Chapter 165
불곰국은 이제 제겁니다 165화
165 10년을 앞선 기능들을 넣음/특별 자치구가 껄끄러운 부시
-곧 스티브 잡스가 설명하겠지만 오늘 이후로 세계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겁니다. 더 빨라지고, 더 넓어지고 더 가까워지면서 마치 세상이 하나가 된 듯한 느낌을 받게 될 겁니다. 또한….
니콜라이의 축하 영상이 끝나자 스티브 잡스가 박수를 쳤다.
짝! 짝! 짝!
사람들의 박수 소리도 이어지면서 발표장을 집어삼켰다.
소리가 잠잠해질 즈음, 잡스의 제품 설명회가 이어졌다.
【에어팟, 핸드폰, 인터넷】
화면에 세 개의 아이콘이 떴다.
“이것들은 각각 세 개의 제품이 아닙니다.”
잡스는 그것들을 하나로 묶어서 핸드폰 사진 안으로 집어넣었다.
“이렇게 단 하나의 제품이죠. 우리는 이 새로운 제품을….”
잡스가 말을 끊자 청중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숨을 죽였다.
“‘아이폰’이라고 부릅니다. 오늘 애플이 전화기를 재발명합니다.”
‘안토니오 무치’가 전화기를 최초로 발명한 이후, 전화기의 한계를 뛰어넘는 세기의 제품이 세상에 나타났다.
화면에 아이폰 1세대가 모습을 보이면서 다시 우레와 같은 박수가 이어졌다.
지금의 1세대 아이폰은 원 역사로 치면 3세대에 버금가는 수준이었다.
니콜라이의 조언이 제품 속에 그대로 스며들면서 그만큼 완성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아이폰은 내년인 2004년 1월 1일에 출시됩니다.”
제품 설명회에 참석한 미국의 기자들은 애플의 ‘아이폰’을 대대적으로 기사화했다.
이 뉴스를 세계 각국의 방송국들도 내보내면서 ‘아이폰’은 광고 한 번 하지 않고 세상에 이름을 알리게 되었다.
하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늘 양면성이 있기 마련.
인터넷상에서는 아이폰을 까 내리는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다.
-저거 솔직히 일반인 중에 누가 사겠음? 저거 만들어서 파느니 그냥 작고 실용적으로 만드는 게 이득일 거임.
-일반 PDA 기능과 다를 게 없음. 디자인의 차이일 뿐. 무식하게 생겼네. 무게도 상당할 것 같다. 저거 바지에 들어가기나 할까?
-진짜 저런 걸 왜 사? 이미 mp3도 있고 옆에는 배터리 잘 안 나가고 통화, 문자 잘 되는 노키아, 오성, 모토로라 폰이 있는데 저런 건 다 쓸데없는 사치셈.
-느낌이 오신다….
-드디어 애플이 망할 겁니다. 니콜라이 대표와 스티브 잡스는 IT업계를 망치는 사기꾼입니다.
인터넷상의 여론이 점점 부정적으로 흘러가자 가장 먼저 이에 편승한 나라는 일본이었다.
NHK에서는 모토로라와 아이폰을 비교해서 자국의 핸드폰이 더 뛰어나다는 걸 강조해 보였다.
사회자가 크게 확대된 두 제품의 사진을 테이블에 올렸다.
“사진상으로 봐도 두 제품은 확연히 다른데요. 모토로라와 어떤 점이 다른가요?”
패널로 나온 두 사람 중 한 명이 말을 받았다.
“스티브 잡스가 혁신이라고 했는데 이건 그냥 PDA의 확장판과 다를 바 없습니다. 디자인만 심플하게 바꾼 것뿐이죠. 저걸 바닥에 떨어뜨리기라도 하면 액정은 그냥 박살 나는 겁니다. 모토로라는 폴더형이라 그럴 일이 없죠.”
“맞습니다. 터치형 스마트폰이라고 했는데 저거 불편해서 누가 사겠습니까? 그리고 지금 인터넷도 제대로 사용 못하는 나라가 얼마나 많은데 핸드폰으로 인터넷을 한단 말입니까? 또, 전화 통화를 무한대로 할 수 있으면 대체 요금은 어떻게 받을 겁니까?”
“제품 설명회에서 사용량에 따른 데이터 요금제라는 말이 나온 거로 아는데요?”
“그게 웃긴다는 겁니다. 사회자님은 그런 말을 들어 본 적이 있습니까?”
“…처음 들어 봅니다.”
“사람들은 익숙한 제품을 쉽게 버리지 못합니다. 아이폰은 잠깐 관심을 받게 되겠지만 오래가진 못할 겁니다. 두고 보십시오. 애플은 아이폰 때문에 큰 타격을 받게 될 테니까요.”
“타격은 이미 왔습니다.”
다른 패널이 주가 차트 그래프 판을 앞에 세웠다.
“아이폰이 그렇게 대단한 제품이면 주가는 순식간에 올라갔을 겁니다. 그런데 여기 보십시오. 오히려 7%나 떨어졌습니다. 이게 뭘 의미하겠습니까? 시장에서도 아이폰을 부정적으로 본다는 겁니다.”
두 패널 모두 20분 내내 아이폰을 부정적으로 얘기하면서 한편으로는 은근히 모토로라를 치켜세웠다.
원 역사에서 아이폰을 발표한 첫날 주가는 8% 급등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반대로 7%나 떨어진 것.
이런 결과는 니콜라이가 개입하면서 생겼다.
현시대의 사람들로서는 이해되지 않는 기능들이 거의 10년이나 앞당겨 들어가게 되면서 사람들이 허풍이라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애플에서는 내년 1월 1일에 아이폰을 선보인다고 했는데요. 그러면 제품은 지금 러시아에서 생산되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러시아의 칼루가에 있는 오성전자 공장에서 곧 생산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아이폰을 경쟁사가 될 수도 있는 오성전자에서 생산하는 건 니콜라이 대표 때문일까요?”
“그렇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니콜라이 대표는 최근 애플 주식을 더 매수해 51%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젠 지분율로도 애플의 확실한 주인이 된 거죠. 오성전자도 대주주로 있어서 맡겼을 겁니다.”
“이제 몇 개월 후 아이폰이 세상에 모습을 보이면 결과는 정확히 둘로 나뉘겠군요?”
“네. 애플이냐 아니면 기존의 핸드폰 회사들이냐로 나뉠 겁니다.”
일본은 아이폰이 애플을 망하게 할 제품이라고 했으나 한국의 오성전자에서는 다른 판단을 내렸다.
오성전자 본사 회의실.
이 회장은 아이폰이 발표되자마자 긴급회의를 발동했다.
원 역사에서는 이렇게까지 빠르게 반응하지 않았는데 니콜라이가 애플의 주인이 되면서 바짝 긴장한 것이다.
“블랙홀은 우리 오성전자의 지분을 16.7%나 가지고 있어. 그런데도 니콜라이 대표는 우리에겐 아무 말도 없이 아이폰을 발표했단 말이야. 이게 뭘 의미하는 것 같나?”
55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서로의 눈치만 보며 입을 꾹 다물고 있자 이 회장이 한 사람을 콕 집었다.
“거기, 최 부장이 말해 봐.”
지목을 당한 최 부장이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니콜라이 대표가 아무런 언질이 없었던 건 어차피 제품 생산은 우리에게 맡길 생각이어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우린 어떤 결과가 나와도 타격이 없을 테니 말입니다.”
“그러면 자네는 아이폰이 어떻게 될 것 같나?”
“너무 생소한 제품이라 쉽게 단정하긴 어렵지만, 여론을 참고하자면 힘든 싸움이 될 것 같습니다.”
“아이폰이 망한단 말이야?”
“꼭 그렇다는 건 아닙니다. 다만 이번만큼은 니콜라이 대표가 판단을 잘못한 게 아닌가….”
“니콜라이 대표가 애플이 망할 제품을 내놨단 말이지?”
“….”
“모두 최 부장과 같은 생각인가?”
그때 가장 끝에 앉아 있던 인물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니콜라이 대표가 어떤 인물인지는 모두 알지 않습니까? 여태껏 그분이 한 일들을 보자면 아이폰은 스티브 잡스의 말대로 세상을 바꿀지도 모릅니다. 다른 회사들이 눈치를 보고 있을 이때 우리는 애플의 도움을 받아서 치고 나가야 합니다.”
이 회장이 그를 유심히 보더니 머리를 끄덕였다.
“자네, 미국 법인에서 얼마나 있었지?”
“5년째입니다.”
“넓은 세상에서 안목을 키운 모양이군. 나도 자네와 같은 생각이야. 우리도 아이폰의 흐름에 올라타야 한다고 봐. 반도체를 선택했을 때와 비슷한 상황인 것 같군.”
모두 반대했을 때 과감히 투자했었기에 오성전자 반도체가 지금의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
죽느냐 사느냐.
이 회장은 지금이 그 갈림길임을 알았다.
니콜라이 대표가 선택한 거라면 틀림없이 세상을 바꿀 제품일 것.
그는 다른 의견도 계속 들어 본 후에 과감히 결단을 내렸다.
“니콜라이 대표는 내가 따로 만나 볼 테니까 책임자들은 우리도 스마트폰을 생산할 수 있을 준비를 하도록 해. 반도체 부분만 빼고 모든 역량을 여기에 쏟도록. 모두 알겠어?”
“네.”
애플을 따라갈지 아니면 안드로이드로 갈지는 아직 선택하지 않았으나 오성전자가 가장 빨리 방향을 튼 건 확실했다.
엘진 전자에서도 회의를 열었으나 오성전자와 같은 빠른 결정은 내리지 못했다.
“일단은 내년 1월 1일 이후를 지켜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제품 생산 라인을 갑자기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아이폰의 시장 반응이 나온 것도 아니니까요.”
대체로 이런 의견이 많았던 터라 원 역사와 마찬가지로 뒤로 밀리게 되었다.
미국 백악관.
콜린 파월 국무장관의 보고가 이어지고 있었다.
“후진타오가 주석이 되긴 했지만, 중국엔 아직 장쩌민 전 주석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모든 걸 넘기고 쉽게 물러날 인물이 아니지요. 늙으면 욕심을 내려놔야 하는데. 앞으로도 뒤에서 상왕 노릇을 하려 들 겁니다.”
“저도 그렇게 느꼈습니다. 그리고 고비 특별 자치구는 문제가 복잡한 것 같았습니다. 고이즈미 총리에게 듣기론 중국이 러시아에 차관을 빌렸었는데 일본에 빌렸던 차관까지….”
파월 국무장관은 일본에서 들었던 얘기를 풀어놓았다.
“어떻게 일이 그렇게 꼬여 버렸군요. 중국도 참 답답하겠습니다. 그렇다고 우리한테 손을 벌릴 수도 없으니 말이지요. 그러면 특별 자치구는 계속 니콜라이 대표가 시장으로 있게 되는 겁니까?”
“네. 본인이 싫어서 물러나지 않는 한은 종신직이라고 합니다.”
“종신직이라….”
작은 땅도 아니고 인구도 계속 늘고 있으면서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곳의 종신직이라니.
정치를 하는 입장에서는 참으로 부러운 자리였다.
“몽골에서는 뭐라던가요?”
“중국과 같은 상황이었습니다. 니콜라이 대표가 처음부터 완벽히 준비해 둔 모양입니다.”
“그 사람이 하는 일은 늘 그렇지요. 흐음. 국가도 아닌데 국가처럼 운영할 수 있는 특이한 곳이란 말인데….”
부시는 고비 특별 자치구가 왠지 모르게 걸렸다.
사막을 녹지화해서 도시를 만들고 거기에 세계인들을 주민으로 받아들였으니 겉으로는 분명히 평화의 상징인데도 그는 꼭 가시를 삼킨 것처럼 껄끄럽게 느껴졌다.
‘이렇게 끝내려고 거기에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하진 않았을 거야. 니콜라이가 어떤 인물인데.’
절대로 손해 보는 장사를 하지 않는 인물이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고비 특별 자치구는 틀림없이 뭔가 다른 일을 위해 만든 도시라 생각되었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부시 대통령의 시선이 비서실장에게로 향했다.
“자네 왜 그러나?”
“…네?”
“표정이 왜 그러냐고?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가?”
“아닙니다. 속이 좀 안 좋아서….”
“많이 안 좋으면 오늘은 일찍 들어가지 그러나?”
“아닙니다. 잠깐 볼일 좀 보고 오겠습니다.”
비서실장이 다 죽어 가는 표정으로 나가자 CIA 국장이 머리를 갸웃했다.
밖으로 나온 비서실장은 정말 죽을 맛이었다.
니콜라이가 백악관에서 한 말을 믿고 여유 자금을 탈탈 털어서 애플 주식을 사 모았다.
그런데 오르는 건 고사하고 아이폰 발표 후에 7%나 떨어져 버렸다.
‘이러다가 퇴임 후에 이혼당하는 거 아닌지 몰라.’
말이 여유자금이지 집을 담보로 대출까지 받았기에 그의 속은 시커멓게 타들어 가고 있었다.
‘니콜라이 대표가 실없는 말을 했을 리는 없는데….’
지금 팔아야 하는 건지, 아니면 아이폰이 나오는 내년 1월 1일 이후에 희망을 걸어봐야 하는 건지.
아무에게도 말도 못하니 그의 마음은 더 타들어 갔다.
화장실에서 온 힘을 다해 지금의 사태를 고민한 그는, 결국 니콜라이를 믿기로 했다.
‘CIA 국장에게도 애플 주식을 사라고 한 걸 보면 그냥 한 말은 아니야. 그래, 끝까지 가 보자고.’
자신의 노년을 책임져 줄 투자금.
비서실장은 마음속으로 ‘잘될 거야’를 수도 없이 되뇌었다.
한편, 칼루가에 있는 오성전자 공장에 간 니콜라이와 샤샤는 설비를 일부분 수정하는 곳곳을 돌아보며 직원들을 격려했다.
그리고 아이폰에 꼭 필요하게 될 제품들을 떠올리며 지시했다.
“액정을 보호할 수 있는 필름이 필요할 겁니다. 핸드폰 커버도 다양하게 만들어야 하고요. 샤샤, 그거 보여 드려.”
“응.”
니콜라이가 이미 알고 있던 여러 디자인을 그린 그림을 총책임자에게 보여 주었다.
“이렇게 뒤쪽만 보호할 수 있고 덮개를 씌울 수도 있습니다. 강한 플라스틱보단 말랑말랑한 재질이 좋을 겁니다. 색깔과 그림도 다양하게 하고요. 러시아 중소기업 중에서 이런 걸 전문적으로 하는 곳이 있을 테니 찾아서 의뢰하십시오.”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건 아이폰 2세대 때 같이 내보낼 건데 이어폰을 만드는 회사에 의뢰해 보십시오.”
다른 그림은 일명 콩나물 이어폰이었다.
“여기에 맞춰서 만들어 보고 성능 테스트는 스티브 잡스에게 최종적으로 맡으라고 하세요.”
“지시대로 하겠습니다.”
“C타입 충전기로 채택한 건 어떻습니까?”
“기존 핸드폰들도 사용하고 있어서 문제없습니다.”
아이폰은 세상 사람들의 부정적인 반응에도 이렇게 러시아에서 제 갈 길을 가고 있었다.
애플은 원 역사에서 미국 기업 최초로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달성한 기업이다.
내년에 그 역사가 시작되면 시가총액은 같이 가게 될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핸드폰 회사들을 인수할 생각을 하는 블랙홀로 인해, 세계 핸드폰 생태계는 많은 것이 변할 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