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rown bear country is mine now RAW novel - Chapter 172
불곰국은 이제 제겁니다 172화
172 호수의 나라/구 회장의 고민
3만 원.
니콜라이가 기자이던 시절의 말라위 평균 월급.
지금이 2003년이니 3만 원보다 훨씬 적을 것이다.
인구는 한국의 25% 수준이지만 면적은 1.2배고 인구의 90% 이상이 농업과 농업 관련 사업에 종사한다.
1891년부터 영국의 식민지가 됐다가 1964년에 독립했으니 73년간이나 지배를 받았다.
니콜라이는 말라위 대통령이 자신을 만나길 원한다는 말을 듣고 자하르 대통령에게 전화를 했었다.
-러시아가 아프리카 지역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면 말라위도 품어야 할 게다. 다른 나라엔 도움을 줬는데 말라위만 거부할 수도 없지 않으냐?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말라위 대통령이 직접 연락해왔다면 전에 부룬디 대통령이 연락한 것처럼 무척이나 절박한 상황인 모양이야. 만나서 어떻게 도울지 네가 잘 판단해 보거라.
니콜라이는 ‘페르난도’ 사이비 교주와 15명을 시베리아 교도소로 보내고 말라위 대통령을 만났다.
8월 17일 오후 3시, 앙골라 대통령궁.
향년 60살의 바킬리 물루지 말라위 대통령은 흰머리에 사각형의 금테 안경을 쓰고 있었다.
앙골라 대통령과 이사벨도 함께한 자리에서 말라위 대통령은 자국의 안타까운 현실을 토로했다.
“국민들의 월평균 수익이 20달러가 채 안 됩니다. 이런 상황에 뭘 할 수 있겠습니까?”
“….”
“앙골라의 발전을 목격하고 저는 잠을 이루지 못했을 정도로 충격을 받았습니다. 부룬디와 르완다까지 러시아의 도움으로 경제 발전에 박차를 가하고 있기에 우리도 이렇게 손을 내밀게 된 것이지요.”
말라위의 절박함이 절절히 느껴지는 말이었기에 세 사람은 절로 머리가 끄덕여졌다.
이후로도 물루지 대통령은 어떤 쪽으로 도와줄 것과 말라위가 줄 수 있는 것까지, 긴 시간에 걸쳐 말했다.
“…농업 쪽으로 치우친 경제를 개선하고 지하자원을 개발하면서 말라위의 경제를 앙골라처럼 바꾸길 희망합니다. 러시아와 블랙홀은 이미 증거를 보여 줬으니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니콜라이 대표, 부탁합니다.”
말라위 대통령의 말은 부탁이 아니라 살려달라는 애원에 가까웠다.
니콜라이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신중히 대답했다.
“현지답사를 해야겠지만 지금은 러시아 대선을 앞두고 있어서 제가 직접 가 보진 못합니다. 대신, 전문가들을 보내서 조사해 보라고 하겠습니다.”
“그러면 내 부탁을 들어준다는 거지요?”
“물론입니다.”
“고맙습니다. 러시아에서 사람들이 오면 최대한 돕도록 하겠어요.”
“아프리카에서의 경험이 많은 터라 과거보다 더 빨리 진행할 수 있을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말이 끝나자 말라위 대통령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니콜라이의 손을 굳게 잡았다.
그렇게 러시아는 부룬디와 르완다에 이어 말라위까지 영역을 확대해 나갔다.
8월 29일 모스크바 블랙홀 본사.
모스크바 블랙홀 본사에서 10월에 쏘아 올릴 통신 위성에 대해 보고를 받고 있을 때, 영국에 있던 데니스에게서 기쁜 소식이 도착했다.
-ASML 지분 확보 끝냈어. 5% 더 늘려서 45%까지 확보했어.
“그쪽에서 뭐라고 하던데?”
-처음에 공시했을 때 경영권을 생각하고 매수한다고 하니까 난리가 났었지.
그런데 5일 후부터 급격히 태세를 전환했다.
이렇게 가다간 회사가 문을 닫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ASML 경영진은 ‘블랙홀의 도움을 받아야만 다시 일어설 수 있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45% 중엔 경영진들이 넘긴 지분도 포함되어 있어.
“주가는 어때?”
-블랙홀이 인수했다는 뉴스가 나가면서 조금 오르긴 했는데 당분간은 보합세로 유지될 것 같아. 여태 적자 폭이 꽤 컸었잖아.
“ASML은 언젠가 제 역할을 할 기업이니까 형이 신경을 많이 써 줘.”
-너도 알다시피 지금 반도체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서 흑자로 돌아서려면 꽤 오랜 기간이 걸릴 것 같아. 아이폰이 나오더라도 1~2년 정도까지는 흑자로 돌아서기 힘들 것 같더라.
“적자가 그리 오래가진 않을 거야.”
사람들은 아이폰이 세상이 미칠 영향력을 모르지만, 니콜라이는 잘 알고 있었다.
아이폰이 나오면 후발 주자들이 뛰어들면서 침체하였던 반도체 시장도 급격히 호전된다.
시장 상황은 데니스가 걱정하는 기간보다 훨씬 빨리 바뀌게 될 것이다.
-참, 오성전자 이 회장이 애플에 다녀갔었어. 스티브 잡스와 많은 얘기를 했는데 오성도 아이폰을 따라가기로 했대.
원 역사에서 오성전자는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선택했으나 지금은 애플과 함께하겠다는 뜻.
어차피 구글이나 애플이나 모두 블랙홀의 계열사였기에 니콜라이로서는 상관없었다.
“오성전자가 가장 빨리 움직이는 거네. 다른 핸드폰 회사들은?”
-노키아(핀란드), 모토로라(미국), 엘진전자(한국)와 다른 회사들도 아직 그대로야.
“흐음. 형이 오성전자 이 회장님한테 연락해서 엘진전자를 설득해 보라고 해 줘.”
-엔진은 우리가 투자한 회사도 아닌데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한국 기업이라서가 아니다.
훗날 엘진전자가 만들어 낼 기술력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러면 투자하면 되겠네.”
-엘진전자에 투자를 해? 거긴 가전제품이 주류지 핸드폰 사업은 별론데.
“우리가 투자한 회사 중에 잘나갔던 곳들이 얼마나 됐다고. 진행해 봐.”
-잠깐만!
키보드를 빠르게 두드리는 소리와 동시에 데니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시가총액이 150억 달러가 넘어서 지분 확보하려면 만만치 않을 텐데 괜찮겠어? 대주주가 되려면 17% 정돈 확보해야 하니까 22억 달러는 투자해야 한다고.
블랙홀이 부자 기업이긴 해도 자금 대부분이 주식에 묶여 있었다.
이번에 기업들을 인수하느라 많은 돈을 썼기에 가용할 수 있는 현금에 한계가 있었고.
캐시 카우라 할 수 있는 가스프롬에서 꾸준히 현금이 나오지만 다른 사업에도 계속 자금이 들어갔다.
그렇기에 22억 달러를 단기간에 마련하려면 시간이 좀 필요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번 돈을 많이도 썼구나.”
-네가 여태 세계에 투자한 금액이 얼만데? 고비 특별 자치구는 아직도 적자고 앙골라에서는 최근에야 흑자로 돌아섰잖아. 부룬디와 르완다에 들어가고 있는 자금은 또 어떻고. 이건 뭐 웬만한 국가 예산을 뛰어넘는 자금이야.
거기다 말라위 공사까지 시작되면 더 많은 돈이 필요하게 될 터.
이런 상황이니 돈을 그렇게도 많이 벌었는데도 모자랐다.
그나마 국제유가가 계속 오르고 있어서 천만다행이었다.
‘어디 돈 좀 나올 때 없을까?’
머리를 굴려봐도 당장 나올 구멍은 아이폰밖에 없었다.
몇 달은 기다려야 한다는 결론이다.
“필요한 자금은 일단 일본 은행들에서 가져와. 이 회장에게 말 전하고.”
-알겠다.
전화를 끊은 니콜라이는 돈벌이 수단을 더 생각해 봤지만 지금 시점에 딱히 떠오르는 게 없었다.
그러던 중 니콜라이는 드디어 아빠가 되었다.
응애~ 응애~!
9월 1일 예정일에 딱 맞춰 세상에 ‘짠’하고 나온 딸 ‘안나’는 니콜라이와 알로나의 외모를 닮았다.
아, 못생겼다.
아직 붓기가 안 빠졌기에 갓 태어난 아이를 처음 보는 니콜라이의 객관정인 평이었다.
그런데 가족들은 난리가 났다.
“아이구 예쁘네. 안나가 엄마를 쏙 빼 담았네. 눈코입 안 닮은 데가 없어.”
“니콜라이를 닮은 데는 없는 것 같은데?”
마리아가 남편 이반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닮은 곳이 왜 없어요? 어디 보자….”
마리아는 콘 집어서 말을 하지 못했다.
가족과 친지들도 모두 알로나를 닮았다고 했지, 니콜라이를 닮은 곳은 끝내 찾지 못했다.
그날 밤 니콜라이는 스스로 위안했다.
‘태어난 하루밖에 안 됐잖아. 발가락은 닮았네.’
유일하게 발가락이 닮은 안나를 바라보는 니콜라이의 손을 알로나가 부드럽게 잡았다.
“당신 안 닮았다고 해서 그래요?”
“아니 뭐….”
“하루밖에 안 됐잖아요. 며칠 지나면 살이 올라오면서 얼굴 윤곽이 뚜렷해지니까 그땐 당신 많이 닮아있을 거예요. 안나 예쁘죠?”
“눈에 넣어도 안 아플 것 같아.”
“저도 그래요. 저는 당신만 닮았으면 좋겠는데 낮에 모두 절 닮았다고 해서 조금 속상했어요.”
알로나는 잠든 안나를 그녀의 푸른 눈에 가득 담으며 천사 같은 미소를 지었다.
“요즘 무슨 고민거리 있어요?”
“아니, 그렇게 보여?”
“본사에 갔다 온 후로 얼굴이 좀 달라 보여서요.”
“아, 돈 들어갈 곳은 많은데 당장 현금을 확보하려니까 마땅한 일이 없어서.”
“계열사들이 벌어들이는 것으로도 모자라요?”
“버는 족족 재투자하느라 모아 놓은 돈이 별로 없거든. 연말에 가스프롬에서 나올 돈이 꽤 되긴 한데 그것 가지고도 모자랄 것 같아서.”
“지금까지 잘해 오셨잖아요. 조금 여유를 가지고 생각해 보면 뭔가 방법이 떠오를 거예요.”
“그래, 고마워.”
한꺼번에 일을 너무 많이 벌여놔서 생긴 부작용이긴 해도 결국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다.
9월은 선거 캠프와 집을 오가며 ‘안나’와 오붓한 시간을 가지면서 보냈다.
‘피는 속이지 못한다’라는 말이 있듯이 안나의 변화는 우사인 볼트보다 빨랐다.
알로나의 말대로 안나는 하루가 다르게 사람 같은 얼굴로 바뀌더니 세상에서 가장 예쁜 모습으로 변해갔다.
자하르 대통령과 유리 유수포프 회장도 안나의 모습에 자애로운 할아버지 미소를 지었다.
“고 녀석, 아빠를 많이 닮았네. 사돈어른이 보시기엔 어떻습니까?”
유리 회장의 물음에 자하르 대통령이 머리를 끄덕였다.
“제가 보기에도 그런 것 같습니다. 니콜라이를 많이 닮았군요. 특히 저 뾰족 솟은 귀가 특히 닮았습니다, 허허.”
정말 그랬다.
니콜라이의 귀는 외계인 귀가 연상될 정도로 뾰족했는데 특이하게 그걸 또 닮아있었다.
금발에 파란색 눈인데다가 귀까지 이러니 엘프의 탄생인가?
“어부부, 깍꿍!”
니콜라이는 드디어 자신을 닮은 것이 마냥 좋았기에 나날이 딸바보가 되어갔다.
10월이 되자 예정되어 있었던 대로 러시아의 통신 위성이 성공리에 우주를 향해 쏘아졌다.
이로써 국민들은 러시아 영토 어디서든 핸드폰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자하르 대통령은 선거 기간임에도 기자 회견을 열어 이 기쁜 소식을 전했다.
“통신 위성을 쏘아 올렸으나 지금은 국민들이 편리함을 피부로 못 느낄 겁니다. 하지만 내년 1월 1일부터 출시되는 아이폰을 사용해 보시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경험을 하게 될 겁니다. 정부는 국민들이 더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국민들은 통신 위성이 새로 쏘아졌다는 것에 의의를 뒀을 뿐 대통령의 말처럼 아직은 피부로 느끼지 못했다.
내년에는 앙골라도 통신 위성을 쏘아 올리게 되지만 세계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은 달랐다.
러시아가 하는 일이라면 늘 따라서 했던 한국은 자신들도 통신 위성(나로 2호)을 쏘아 올리려고 러시아 정부와 의논을 했다.
한국 기업들도 러시아의 변화에 촉각을 곤두 세웠다.
신라호텔 VIP실.
오성전자 이 회장은 니콜라이의 뜻대로 엘진전자 구 회장을 만났다.
“구 회장님. 우리도 애플을 따라가야 합니다. 얼마 전에 스티브 잡스를 만났는데 확신하더군요. 아이폰이 나오면 세상이 바뀔 거라고요. 니콜라이 대표도 같은 말을 했습니다.”
“다른 회사들은 아직 아무런 움직임이 없지 않습니까?”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덩치가 커진 기업들은 판단이 느리다.
그 때문에 시대의 흐름을 놓치곤 했다.
한때는 세계를 쥐락펴락했던 일본 기업들.
아날로그를 고집하면서 ‘갈라파고스’가 되어간 일본 기업들이 그 대표적인 예였다.
“안 그래도 이 회장님을 만나서 여쭤볼 게 있었습니다.”
“주식 때문이지요?”
“그렇습니다. 블랙홀에서 계속 주식을 사들이고 있는데 혹시 이유를 아십니까?”
“블랙홀이야 투자 회사니 그렇겠지요.”
“공시한 후에도 야금야금 사들이더니 벌써 7%가 넘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우리 지분도 블랙홀이 16.7%나 가지고 있지만, 여태껏 그 어떤 영향력도 행사하지 않았습니다. 저에게 구 회장님을 설득하라고 한 사람도 니콜라이 대표에요.”
구 회장을 바라보는 이 회장의 눈엔 안쓰러움과 딱한 심정이 가득했다.
블랙홀이 손을 내민 것을 기회로 봐야 하건만 이걸 위기로 여기다니.
“오성에서는 이미 진행 중입니까?”
“러시아 공장 생산 라인을 모두 바꿨습니다.”
“피처폰은 생산 라인을 모두 말입니까?”
“국내 라인만 놔두고 모두 바꿨습니다.”
고민하는 구 회장의 주름살이 더욱 깊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