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112)
112화
던전 보상.
단순히 던전이 클리어 될 때까지 던전 안에서 살아서 버틴 게 아니라, 던전이 제시한 조건을 성공적으로 클리어 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보상!
보스 몬스터일 때도 있었고, 특수한 미션일 때도 있었다.
이번 같은 경우에는 암석 기사의 시험을 통과하는 것이 그 조건이었다.
최연승 혼자 통과했으니 그 보상을 받게 된 것이다.
[의 후계자로 선택받습니다.] [그 힘을 이어받습니다.]“…뭐?”
* * *
-참으로 오랜만에 깨어났구나. 내 후계자야. 당황하지 말려무나. 성좌로서 해야 할 일을 하나씩 가르쳐 줄 테니까.
은 참으로 긴 봉인에서 깨어났다.
후계자에게 성좌로서의 길을 가르쳐주기 위해서였다.
물론 후계자로 선택받는다고 해서 필멸자가 바로 성좌의 힘을 쓰지는 못할 것이다.
아주 오랜 시간 동안 훈련을 받고 천천히, 하나씩 익혀나가야 하리라.
그런데…?
“미안한데, 나도 성좌다.”
-뭐라고? 내가 귀가 이상해진 모양이구나.
여신은 귀를 의심했다.
분명 필멸자들만 들어올 수 있도록 던전 안에 성소를 숨겨놓지 않았던가.
성좌가 필멸자인 척 하고 던전을 깨지 않았다면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
설마 성좌가 체면이 있지 필멸자인 척 하고 던전을 깼겠는가?
-설마 그랬을 리는 없을 테고…?
“그 설마가 맞다.”
-……
여신은 황당하다는 듯이 최연승을 쳐다보았다.
대체 왜 그런 짓을 한단 말인가?
-지독하구나! 어떻게 그런 짓까지 한단 말이더냐?
여신은 놀란 표정으로 최연승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어비스의 성좌들 중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먼저 태어난 성좌였다.
그런 그녀의 경험 속에서도 최연승 같은 성좌는 본 적이 없었다.
세상에 어느 성좌가 필멸자인 척 위장하고 돌아다닌단 말인가?
“…다른 성좌들을 속이기 위해서.”
-야심이 정말 대단하구나. 그래도 그렇지. 정말 신기한 짓을 하는 것 같은데?
“신기한 건 나도 마찬가지다. 보통 성좌들이 이런 식으로 후계자를 불러서 힘을 전해주나?”
성좌는 유일무이하며 영원한 왕.
늙어 죽지 않는 불멸의 존재인데 후계자가 필요할 리 없었다.
최연승도 이런 식으로 후계자를 불러서 힘을 전수해주는 성좌가 있다고는 처음 들어봤다.
-물론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란다. 여기에는 매우 깊은 사정이 있지.
“들려줄 수 있겠나?”
-물론이란다.
여신은 설명을 시작했다.
길고 긴 옛날, 여신이 어비스에서 손꼽힐 정도로 넓고 강력한 왕국을 갖고 있었을 때부터 시작해서…
‘생각보다 정말 강했나본데?’
성좌의 힘이 꼭 나이에 비례하는 건 아니었지만, 대체로 먼저 태어난 성좌는 더 강한 경우가 많았다.
힘을 쌓을 시간이 더 많은 것이다.
그런 점까지 봤을 때 은 매우 강한 성좌가 분명했다.
그런 성좌가 모든 힘을 다 잃고 성소에 봉인되어 있다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러던 어느 날, 모든 게 지겨워져서 스스로를 봉인했단다.
“…잠깐. 내가 귀가 이상해진 모양인데.”
이번에는 최연승이 들은 사실을 부정할 차례였다.
뭐라고?
그러나 최연승이 들은 건 사실이었다.
왕국이 강해질수록 여신은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였다.
패배를 맛보고 싶은데 왕국은 승리만을 거듭했고, 나태하고 싶은데 할 일만 늘어난 것이다.
어떤 승리와 권세도 질리기 마련.
결국 여신은 자신이 갖고 있던 모든 왕국을 포기해버리고 그녀 스스로를 봉인했다.
누구한테도 승리하지 않아도 되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궁극의 패배와 나태!
“…뭔 미친 개소리야 그게?”
최연승은 황당해서 제대로 말도 잇지 못했다.
인생 귀찮아서 자기를 봉인하는 성좌라니.
그게 말이 되나?
-내 입장에선, 필멸자인 척 하고 끼어드는 성좌도 만만찮게 특이한 존재라는 걸 명심해줬으면 하는구나.
“아니…”
최연승은 할 말이 없었다.
하긴 그것도 성좌 기준으로 보면 이상한 일이긴 하지!
서로를 황당하다는 듯이 대하던 두 성좌.
먼저 입을 연 건 이었다.
-어찌되었든 후계자가 되었으니 잘 부탁한단다. 설명할 필요를 덜어서 기쁘구나.
필멸자였다면 존재력을 어떻게 느끼고 쓰는지부터 가르쳐줬어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가 성좌라면 가르쳐 줄 필요도 없었다.
알아서 잘 하리라!
-알아서 권능을 깨닫고 늘려가 주려무나. 잘 부탁한다.
여신은 매우 기쁜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에서 최연승은 확신할 수 있었다.
이 여신은 스스로를 봉인한 것도 모자라서, 완벽하게 책임을 벗어나기 위해 후계자를 구하고 있었던 것이다.
성좌 자리를 떠넘길 후계자!
“잠깐. 잠깐.”
-왜 그러니? 난 이만 가서 자고 싶은데.
후계자로 넘겨줬다고 해서 최연승은 여신을 내버려 둘 생각이 없었다.
어딜 일만 벌려놓고 그냥 사라지려고 한단 말인가.
“아직 물어볼 게 많으니 기다려. 내가 힘을 물려받았다고 하는데, 내 존재력은 늘어난 게 거의 없어. 어떻게 된 일이지?”
-내 존재력은 최소한만 남아 있었단다. 그걸 이어받았으니 당연한 일 아니겠니.
‘…이런 별 쓸모없는…’
딱히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정작 받은 게 별로 없다니 좀 허탈해졌다.
-후계자. 존재력이 중요한 게 아니란다. 중요한 건 권능이지. 네가 노력하면 점점 더 많은 권능을 쓸 수 있지 않겠니?
“음…”
성좌는 수련에 따라 자신과 관련 있는 권능들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인 최연승이었기에 같은 스킬들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이다.
그건 여신도 마찬가지였다.
여신의 힘을 이어 받은 최연승은, 노력함에 따라 패배와 나태 관련된 권능 스킬을 개발할 수 있…
“…내가 인데 패배, 나태 권능을 얻으면 안 되는 거 아닌가?”
최연승은 자기가 이상한 성좌에게 덤터기 쓴 게 아닌가 두려워졌다.
이건 후계자가 아니라 사기 피해자 아닌가?
괜히 패배나 나태 관련된 권능을 얻었다가 자기 원래 힘이 약해진다면 본말전도였다.
-착각을 하고 있구나. 후계자야.
“…?”
-승리와 패배는 동전의 양면처럼 붙어 있는 것이지. 수련과 나태도 마찬가지란다.
“무슨 소리지?”
-예를 들어 네가 누군가를 속이기 위해 가짜로 졌다고 해보자꾸나. 이건 패배일까, 승리일까?
“……”
-네가 강해지기 위해서 길고 긴 휴식을 취한다고 쳐보자꾸나. 이건 수련일까, 나태일까?
여신의 말에는 기묘한 설득력이 있었다.
한 때 최강의 위치에 있었던 성좌만이 뿜어낼 수 있는 자신감!
처음에는 그냥 존재력 거의 없는, 약하고 이상한 성좌라고 생각했던 최연승도 그 말에 압도되었다.
-보아하니 너는 젊은 성좌일 테니, 자신이 갖고 있는 속성을 지키고 거기에 맞게 행동하기 위해 열심히겠지? 하지만 시간이 많이 흐르고 자신이 갖고 있는 힘이 어떤 건지 완전히 이해하게 된다면, 그 때부터는 그 속성에 자신을 맞출 필요가 없단다. 나 자신이 그 속성이 되는 것이지.
화염의 성좌가 얼음 마법을 써도 그 얼음을 차가운 불꽃으로 정의할 수 있는 경지.
속성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 자신이 직접 그 속성을 정의하는 경지.
이것이 여신이 말하는 경지였다.
-많은 성좌들이 존재력을 키우는 데에만 급급해서 왕국을 늘리고 전쟁을 벌이지만, 가장 중요한 건 자기 자신의 힘을 깨닫는 일이란다.
최연승은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여신이 말하는 것이 진실이라는 것을.
어떤 대가를 지불하더라도 얻을 수 없는 힘의 비밀을 지금 이 눈앞의 성좌에게서 들은 것이다.
[성좌로서 가진 속성에 대한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존재의 힘이 오릅니다!] [스킬 을 얻었습니다!]큰 길에는 문이 없듯이, 깨달음으로 가는 길에는 정해진 답이 없다.
아주 예전에 들었던 단어가 지금 최연승의 스킬 이름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위대한 깨달음으로 인해 성좌로서 가진 속성에 얽매이지 않습니다.
최연승은 진심 어린 감사를 표했다.
“알려줘서 고맙다.”
-후계자가 영특하게 깨닫는 모습이 나 또한 기쁘구나.
여신은 어린 성좌가 배우는 모습이 기특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는 스스로의 생각에 얽매이지 않고 넓게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는 게 좋을 거란다. 그러면 난 이만 가 봐도 되겠니?
“흠. 그런데 내가 힘을 이어 받은 후계자니까, 그쪽을 계속 부를 수 있는 건가?”
-…물론 그럴 수는 있단다. 하지만 후계자는 착하니까 그러지 않겠지?
“아니. 필요하면 부를 건데.”
-……
여신은 무언가 상황이 이상하게 굴러가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필멸자였다면 ‘흑흑 절 성좌로 선택해주시다니 감사합니다!’라며 껌뻑 죽었을 텐데, 최연승은 그러지 않았던 것이다.
오히려 ‘잠은 죽어서 자도 되지 않나? 봉인 안에서 쉬지 말고 내가 부르면 대답 좀 해줘 물어볼 게 많다고’라며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
매우 귀찮을 것 같다!
* * *
최연승은 여신을 붙잡고 이것저것 묻기 시작했다.
젊은 성좌인 만큼 모르는 게 많았던 것이다.
아는 성좌 누구 있나, 예전에는 누가 강했냐, 그 성좌들 중에 지구라는 행성을 탐낼 정도로 성격 더러운 놈은 누구 있냐, 혹시 뭐 숨겨 놓은 비자금이나 아티팩트 없냐, 나 싸울 때 뭐 도와줄 수 있냐, 원래 갖고 있던 권능 스킬 중 쓸만한 거 뭐 없냐, 그거 얻을 수 있게 지도 좀 해줘라…
은 성소 안에서 웅크린 채 귀를 막으려고 했다.
하지만 힘을 이어 받은 후계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고막에 목소리를 때려 박았다.
대답해줘!
-…후계자야. 우리 타협을 하는 게 어떠니? 하루에 한 번만 부르는 건 어떤가?
“내가 왜 그래야 하지?”
-후계자야. 네가 내 힘을 전부 이어받기는 했지만, 나는 여전히 대답을 거부할 수 있다는 걸 명심해줬으면 좋겠구나!
여신은 자신도 파업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연승은 무자비한 질문 폭풍으로 여신의 귀를 따갑게 할 수 있었지만, 여신도 각오하면 대답하지 않고 버틸 수 있는 것이다.
“…좋아. 하루에 너무 많이 부르지는 않도록 할게.”
-가능하면 년 단위였으면 좋겠는데.
“그건 무리야. 그쪽만큼 든든한 성좌가 주변에 없거든.”
여신의 성소에서 대화를 하고 있어서 망정이었지, 밖이었다면 다른 성좌들이 분노했을 소리였다.
우릴 뭘로 보고!
-그래도 조금만 적게 불러줬으면 좋겠구나…
“알겠어. 알겠어.”
여신이 약한 목소리로 부탁하자 최연승의 마음도 살짝 약해졌다.
사실 여신한테서 이미 충분히 많이 받은 것이다.
존재력이야 거의 없었지만, 패배와 나태의 권능 스킬들을 새로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얻었고.
무엇보다 성좌로서 어떻게 강해져야 하는지 고정관념이 깨진 게 컸다.
집착하지 말고 자유롭게!
‘그래. 난 이미 하고 있었군.’
예전의 최연승이었다면 숨 쉬는 시간도 아껴가면서 무공에 전념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최연승은 요리에 마법에 예전이라면 절대 건드리지 않았을 것들을 여럿 시도하고 있었다.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수련이란 것이 그렇게 좁은 영역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일상에서 겪는 모든 것들이 깨달음에 따라 수련이 될 수 있었다.
‘더 자유롭게. 더 무한히.’
최연승은 주먹을 쥐었다.
아직도 그는 더 강해질 수 있었던 것이다.
[과의 대면이 끝납니다.] [성소에서 나와 지구로 돌아갑니다.]-돌아가면 그만 부르렴. 알겠지?
“상황 봐서 그렇게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