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123)
123화
내공을 담은 주먹은 어떤 장비보다도 강력했다.
단단한 금속 덩어리를 진흙처럼 다루는 건 기본일 정도로.
게다가 최연승은 자신의 육체를 다루는 데에는 경지에 오른 사람이었다.
손가락 끝에 내공을 담고, 금속을 주무르고, 금속의 움직임을 읽고, 다시 금속의 모양을 잡고…
한 번도 해본 적 없었지만 최연승은 몇천년 정도는 해본 것처럼 능숙하게 모양을 잡아갔다.
온갖 초식으로 단련된 육신은 거장이나 보여줄 훌륭한 솜씨로 금속의 모양을 만들어갔고, 끝없이 내공을 뿜어내는 단전은 금속을 제련하는데에 도움을 줬다.
[가 화신의 재능을 얕봤다며 감탄합니다.]고양이 성좌는 최연승의 재능에 매우 만족스러워했다.
생각해보니 몸 쓰는 일 하나는 정말 잘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대충 모양 잡힌 것 같은데. 여기서 멈추면 되나?
최연승은 금속을 주무르고, 접고, 두드린 다음 숏소드 형태로 만들었다.
스스로 평가하기 조금 조심스럽긴 했지만, 최연승은 나름 괜찮은 물건을 만든 기분이었다.
‘처음 만드는 것치고 이 정도면 괜찮지 않나?’
-확인.
최연승은 성좌의 눈으로 미완성 아티팩트에 담긴 힘을 확인했다.
푸른빛의 숏소드:
내구력 90/90, 냉기 공격력 80
스킬 사용 가능.
레벨 제한 65.
레벨 제한이 65인데 공격력이 그보다 높고, 내구력도 이 정도면 괜찮은 것 같고…
최연승은 뿌듯한 마음으로 고양이 성좌에게 물었다.
-이제 여기다가 칼자루 꽂은 다음 마무리 지으면 되겠지?
[가 정색합니다. 절대 안 된다고 말합니다.]-…?
[가 천 번은 더 두드리고 접으라고 말합니다!]-아니… 이게 그렇게 할 일인가?
[가 이 일을 가볍게 여기지 말아달라고 부탁합니다.]-…그렇군. 확실히 네 말이 맞아.
최연승은 고양이 성좌의 말을 듣고 반성했다.
단순히 주먹을 내지르고 되돌리는 수련 하나 하나를 최연승이 가볍게 여기지 않듯이, 고양이 성좌 또한 그런 것이다.
-내가 수련하듯 진지하게 했어야 했는데 말이지.
[가 이제야 자신의 마음을 알아준 거냐며 감동합니다.] [ 스킬이 작동합니다. 위대한 걸작을 만들어낸다면 존재의 힘이 오릅니다!]새로운 수련의 길을 찾아낸 최연승의 존재력이 확장되기 시작했다.
땅, 땅, 땅, 땅-
“…언, 언제까지 치는 거야?”
“말려야 하지 않습니까?”
연구원들은 당황스러운 눈으로 최연승을 쳐다보았다.
처음에 맨손으로 금속을 주무르고 모양을 만드는 것에 놀랐지만, 지금은 다른 의미로 놀라고 있었다.
최연승이 계속 똑같은 과정을 묵묵히 반복하고 있었던 것이다.
“니가 눈치 줘서 빡친 거 아냐?”
“무… 무슨. 눈치 안 줬어.”
“뭐? 눈치를 줬어? 어떤 놈이?”
“이 자식이 흘겨봤습니다 아까.”
“헌터가 열 받으면 무슨 난리를 필지 뻔히 아는 놈이 철없게…”
“아, 아닙니다.”
“지금 열 받아서 저러는 거면 가서 말려야 할 것 같은데요.”
그러나 최연승의 표정은 매우 평화로웠다.
연구원들의 말을 듣고 있지도 않았다.
고양이 성좌가 옆에서 계속 지저귀고 있었던 것이다.
[한 번 치고 잠깐 쉰 다음 두 번 치고 리듬에 몸을 맡겨서 흥겹게…]-……
최연승은 좀 조용히 하라고 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일단 고양이 성좌는 최연승보다 몇백 배나 더 뛰어난 대장장이였다.
그리고 이렇게 신난 것도 보기 드물었고…
‘받은 게 많으니 이 정도는 해줘야지.’
고양이 성좌는 뛰어난 대장장이답게 온갖 조언을 해줬다.
아티팩트를 만드는 데 있어서 지름길이나 마찬가지였다.
-잠깐. 냉기를 어떻게 뿜어내지?
[……]고양이 성좌는 말이 없었다. 최연승이 마법을 못 쓴다는 걸 잊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일에 존재력을 쓰는 건 미친 짓이고.’
최연승은 생각에 잠겼다.
마법이 없다지만 냉기를 뿜어내는 게 불가능한 건 아니었다.
무공도 그 정도는 가능했던 것이다.
‘모인 내공 중에 냉기만을 따로 골라내서 모은다.’
어비스를 돌아다니며 몬스터들을 사냥하던 시절에는 이런 자잘한 수법이 필요가 없었다.
최연승이 전력으로 맞서 싸울 정도의 상대라면 이런 식의 냉기로는 어림도 없었던 것이다.
극한까지 갈고 닦은 혼원신공을 전력으로 때려 박아야 하는 상대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여기는 지구.
싸움만이 있던 어비스와 달리 싸움 외의 일이 더 많았다.
이런 자잘한 일도 수고롭게 생각하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어야 했다.
[무공, 빙백신공(氷白神功)을 만들었습니다.]랭크:A-
‘이런. 너무 어렵게 만들었군.’
최연승은 혀를 찼다.
앞으로의 일을 생각해보면 무공을 만들 때 좀 쉽게 만드는 편이 좋았다.
그렇지 않으면 권속에게 줘도 권속이 쓰지 못하는 웃기는 상황이 나오는 것이다.
스킬의 랭크는 낮아도 됐다. 어차피 노력에 따라 같은 스킬도 점점 랭크가 올라가니까.
쩌저저적!
냉기를 내뿜자 청철석이 그 냉기를 흡수하고 더욱 더 진한 빛을 내뿜었다.
‘이 정도면 완성된 것 같은데…’
얼어붙은 푸른빛의 숏소드:
내구력 200/200, 냉기 공격력 120
스킬 사용 가능.
레벨 제한 75.
‘훨씬 강해지긴 했다.’
물론 이 자리에서 아티팩트의 차이점을 발견한 건 최연승과 고양이 성좌밖에 없었다.
성좌의 눈이 없고 확인 스킬도 없는 사람들은 그저 겉모습만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끝난 건가?’
‘아까랑 색이 좀 다르지 않아?’
‘기분 탓이겠지. 설마.’
* * *
“일단 완성했다.”
최연승은 푸른빛을 내뿜는 한손검을 내려놓고서 응우옌을 쳐다보았다.
최연승답지 않게 그 태도는 조심스러웠다.
왜냐하면…
‘이게 어느 정도 수준인지 모르겠군.’
최연승은 이제 막 처음으로 아티팩트를 만든 초심자였다.
그에 비해 여기 의 연구원들은 밥 먹고 아티팩트 만드는 방법만 고민하는 이들.
당연히 온갖 아티팩트들을 봐왔을 테니 기준도 높을 것이고 보는 눈도 높을 것이다.
고양이 성좌의 도움을 받았다지만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기준을 만족시킬지는 의문이었다.
‘너무 형편없으면 그건 그거대로 좀 민망한데.’
최연승이 부끄러움이 없다지만, 기껏 자리 빌려서 만들었는데 그 결과물이 너무 별로면 민망할 수밖에 없었다.
“고생하셨습니다. 혹시 예전에 만드신 적이 있습니까?”
“아니. 나 때는 이런 식으로 만드는 일 자체가 없었는데.”
“정말 처음이신 겁니까!?”
응우옌은 경악한 얼굴로 최연승을 쳐다보았다.
이게 정말 처음 만드는 사람의 솜씨라고?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다.
여기 있는 연구원들이 누군가.
온갖 최첨단 장비를 사용해 최고 수준의 인공 아티팩트를 만드는 이들이었다.
그런데 맨몸으로 처음 금속을 주무른 최연승이 이들보다 더 뛰어난 걸 만들었다니.
믿기지가 않았다.
“그렇다면 정말로 대단한 겁니다.”
“너무 아부하는 것 아닌가? 아직 성능 확인도 안 했을 텐데.”
“정밀 감정은 안 했어도 알 수 있습니다.”
응우옌은 진지하게 말했다.
아직 감정에 들어가지 않았지만, 오랜 경험으로 짐작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일단 칼날의 예리함과, 뿜어내는 마력의 빛. 밸런스 있게 잡힌 검의 형태까지.
잘 만들어진 아티팩트는 이런 겉모습을 갖고 있었다.
“자세히 측정을 한 다음 결과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봐. 갖고 가서 측정 들어가.”
성좌의 눈이나 마법 없이도 지구의 사람들은 아티팩트를 감정할 수 있었다.
사용 시 파괴력이나 뿜어내는 마력량, 안에 갖고 있는 스킬 등을 여러 테스트로 찾아내는 것이다.
시간이 좀 오래 걸리긴 했지만 정밀한 감정을 위해서는 필수적인 과정이었다.
‘내 체면 세워주려고 이러는 건 아니겠지.’
최연승은 응우옌이 그의 체면을 생각해서 이러나 싶었다.
아직 측정도 제대로 안 된 것치고는 너무 반응이 과했던 것이다.
“자. 따라오시지요. 남은 시설을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응우옌이 최연승을 데리고 나간 뒤에야 남은 연구원들은 입을 열었다.
“진짜 잘 만들어진 물건 맞나?”
“글쎄… 제대로 측정을 해봐야 알 것 같은데.”
“설마 그렇게 만들었는데 우리가 만든 것보다 잘 만들어졌을리가 없잖아.”
누군가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러나 그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자리에 있는 사람들도 내심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정말 그들이 만든 것보다 뛰어날지도 모른다!
“…응우옌 님이 허튼 소리를 하실 분은 아니신데.”
“헌터 놈 눈치를 보신 걸 수도 있지.”
“모두 조용히 해라.”
팀장이자 수석 디자이너인 프랭크가 연구원들의 입을 다물게 했다.
“측정한 다음 나온 결과를 보고 떠들면 되는 거다. 일단 측정부터 진행해!”
“아, 알겠습니다.”
측정을 위해 달려가는 연구원의 뒷모습을 보며, 프랭크는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만약 정말로 저 헌터가 만든 아티팩트가 더 성능이 괜찮다면…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 * *
“아. 예. 회장님. 견학하고 계십니다. 바꾸라고요?”
응우옌은 의아해하며 스마트폰을 최연승에게 건넸다.
-연승아.
-예. 형.
-재미는 있냐? 이런 거대한 회사가 굴러가고 돈을 만들어내는 모습이 가슴 두근거리진 않냐?
-어. 별 생각 없습니다만. 왜 전화하셨죠?
-…재미없냐?
-재미는 있었습니다만…
전화 너머로 황경룡이 기쁨으로 발을 구르는 소리가 들렸다.
‘?’
-왜 전화했느냐면… 초대가 왔다. 이건 네가 직접 와서 봐야 할 것 같다.
* * *
황경룡은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뭡니까?”
“알렉스 놈이 널 초대했다.”
“그 놈이 누군데요?”
“…이름 정도는 알아둬라. 네가 최근에 엿먹인 회사 갖고 있는 재벌 가문이 파커 가문이잖나.”
알렉스 파커.
황경룡 못지않게 강력한 재벌 그룹을 거느린 파커 가문의 회장이었다.
“절 초대했다고요?”
“그래. 무슨 꿍꿍인지 모르겠단 말이지.”
“흠…”
최연승은 의자를 끌어내고 앉아서 생각에 잠겼다.
아마 로날드를 빼돌린 게 최연승이라는 건 상대도 들어서 알고 있을 것이다.
아주 당당히 데리고 나갔으니까.
“복수하려고 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만? 명분도 없는데다가 대놓고 습격을 하지는 않을 거 아닙니까.”
“나도 그렇게 생각하긴 한다. 하지만 적진은 적진이잖냐. 까놓고 말해서 놈이 미쳐서 함정이라도 파면 어쩌려고? 알렉스 그 놈은 아주 피도 눈물도 없는 사악한 늙은 놈이야.”
황경룡은 쉬지도 않고 알렉스를 욕했다.
그룹을 운영하면서 몇 번 부딪혔던 악연이 있었던 것이다.
냉혈한, 구두쇠, 계략가 등등 온갖 안 좋은 말은 다 갖다 붙여도 모자라지 않았다.
“근데 함정 파도 별로 문제 안 되잖습니까.”
“……”
듣고 있던 황경룡은 무심코 납득했다.
생각해보니 최연승은 성좌였던 것이다.
“아… 아니. 정체가 들킬 수도 있잖아.”
“정체가 들킬 정도로 몰릴 것 같지는 않고, 무엇보다 생각해보니 급하면 힘 좀 써도 될 것 같긴 합니다.”
“?”
“제 주인이 힘 내려줬다고 생각할 거 아닙니까.”
최연승의 내공이 갑자기 늘어나면 성좌들이 ‘아니 저 놈! 성좌였는데 필멸자인 척을 하고 있었군!’이라고 생각할까?
아니었다.
최연승의 주인이 힘을 내려줬을 거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럴듯한데?”
“그렇죠?”
“그러면 가는 김에 저택 좀 부수고 그 자식 뼈마디 개수 2배로 늘려주고 오면 안 되냐?”
“……”
“…농담이야 임마…”
황경룡은 급히 수습했지만, 최연승 생각에 반쯤은 진담인 것 같았다.
입맛을 다시는 걸 보니 더더욱 그랬다.
‘내가 악신 성좌였다면 더 좋아하셨을 것 같단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