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140)
140화
해룡(海龍) 아르고.
이무기나 씨 서펜트라고도 불리는 이 대형 괴수 몬스터는 특히 동아시아권에서 유명한 몬스터였다.
바다 속 던전을 뚫고 나와 중국, 일본, 한국 등 동아시아의 해안가에 막대한 타격을 입혔던 것이다.
워낙 사납고 파괴적인 놈이라 놈의 등급은 아무리 작은 새끼여도 B+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 최연승의 눈에 보이는 아르고의 덩치는 A-급에서 A급은 충분히 되어 보였다.
-비상이다! 제주국제공항 쪽으로 해룡 출현! 헌터들 소집해!
-놈이 주변 날씨를 바꿔서 부르기 쉽지가 않습니다!
-빌어먹을! 저런 커다란 놈이 바다 밑에서 오는데 왜 아무도 눈치를 못 챈 거야!
아르고는 주변으로 태풍과 비바람을 일으키며 사납게 땅을 찢어발기고 콘크리트를 집어삼켰다.
실로 흉악한 파괴력이었다.
“…제주도는 대체 뭔 죄를 지어서 이런 놈들이 매번 오는 거지?”
예지가 끝나자 최연승은 골치 아프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예전부터 제주도는 지형적으로 피해를 보는 곳이었다.
중국 상하이에서 잡지 못한 몬스터가 제주도로 오고, 일본 나가사키에서 잡지 못한 몬스터가 제주도로 오고…
제주도에 꿀이라도 발라 놓은 것일까?
-꽤 강하지만 성좌의 힘에 비하면 별 것 아닌 놈 아니더냐?
-지금 내가 존재력도 안 쓰고 강기공도 안 쓰고 있다는 걸 잊고 있는 건 아니겠지. 그리고 무엇보다 저렇게 덩치가 큰 놈은 주변에 민폐를 심하게 끼친다고.
던전 안에서는 마음껏 공격을 피해도 됐다.
어차피 박살나도 던전 안이니까.
하지만 던전 밖에서는 공격을 피하면 몬스터가 건물과 민간인들을 공격하는 것이다.
-너는 지금 권속으로 알려져 있으니, 성좌의 힘을 빌린 것처럼 꾸미면 어떠니?
-그건 확실히 나쁘지 않군. 하지만 놈이 난동을 피우는 걸 막기 힘든 건 여전하잖아. 거 참. 나름 성좌 여럿한테서 권능을 받았는데 이런 상황에서 쓸 권능이 없다니.
, , , 등 믿기 힘들 정도로 여러 성좌의 권능을 갖고 있었는데도 이런 상황에서 쓸 만한 게 없다니.
‘아니… 잠깐만.’
최연승은 자신이 갖고 있던 권능 스킬을 떠올렸다.
중급 성좌가 되고서 얻은 스킬.
.
상대를 자신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강력한 권능 스킬이었다.
원래 성좌와 1:1 할 때 쓰려고 아껴두고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지금 같은 상황에서 매우 쓰기 좋아 보였다.
‘역시 다른 성좌들이 아니라 스스로를 믿어야 하는 법인가?’
-후계자는 권능 스킬이 너무 적구나. 무력에만 의지하지 말고 스스로의 존재력을 갈고 닦아서 권능 스킬들을 만들어보렴.
-명심하도록 하지.
확실히 여신의 말대로 최연승은 너무 성좌로서의 권능에 무심하긴 했다.
오로지 전투에만 몰두한 세월!
그것도 나쁘진 않았지만, 좀 더 다양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여러 권능들이 있는 게 좋았다.
-내가 만들 수 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권능 스킬이 뭐가 있을 것 같나?
-요리에 관한 권능이 하나 만들어질지도 모르겠구나.
-농담 말고.
-농담 아닌데?
-…진짜?
-그렇게 열심히 했으니 가능성이 높지 않겠니. 그리고 또 수련에 관해서 권능을 깨달을 수도 있겠지.
-수련이라…
최연승은 생각해봤다.
존재력을 사용해서 만드는 수련의 방.
온갖 운동기구가 즐비하고 상상하면 몬스터가 튀어나오고 시간은 엄청나게 느리게 흘러가는…
[쌓은 경험으로 인해 깨달음을 얻습니다.] [권능 스킬, 이 만들어지기 시작합니다.] [완전한 깨달음을 얻기까지 몰두하십시오.]“!”
여신의 말대로, 이제까지 쌓은 경험이 있어서 권능 스킬이 빠르게 만들어져나갔다.
-괜찮군… 왜 고양이 성좌나 조종자 성좌는 이런 걸 말해주지 않은 거지?
-…너무 기본적인 거라서 말 안 한 것 아니겠니?
어쨌든 대비책이 생기자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최연승은 스마트폰을 꺼내 문자를 보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준비를 해놔야지.’
일단 황경룡한테 먼저 문자를 보냈다.
-형. 여기 제주도인데 해룡 아르고 나올 거 같아요. 여기 사람들 모르니까 놀라게 하지 말고 조용히 대비 ㄱㄱ.
-…미친놈아 중요한 내용 이렇게 심플하게 보내지 마!! 심장 떨어질 뻔했잖아!!
“으음. 문자를 보내는 방법에 문제가 있었나?”
최연승은 반성했다.
문자를 보낼 사람은 한 명 더 있었다.
바로 이창식이었다.
이창식에게 비밀을 털어놓진 않았지만, 이창식은 비밀을 지켜달라면 지켜줄 정도로 입 무거운 사람이었다.
-창식이 형. 클랜의 극비정보를 입수했는데 제주도에 해룡 아르고가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A급에 상당하는 놈이니만큼 한국도 만약을 위한 대비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극비 정보니까 비밀 지켜주시고 조용히 대비해주십시오.
“음. 어렵군. 너무 딱딱한가?”
옆에서 걷던 일레야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무슨 고민, 하고 잇서요?”
“문자를 보내려고 하는데 너무 딱딱한 거 같아서 고민이야.”
“그럴 때는 이모티콘이 좋아요.”
“그래?”
최연승은 일레야의 말을 듣고 이모티콘을 넣었다.
-극비 정보니까 비밀 지켜주시고 조용히 대비해주십시오. ^^ 🙂
‘한결 낫군.’
* * *
몬스터 때문에 마음이 불편하긴 했지만 교류전을 멈출 수는 없었다.
게다가 만약의 경우 몬스터가 안 나타나면 최연승만 삽질한 게 될 테니, 교류전에도 최선을 다해야 했다.
“근데 지금 생각해보니까. 여기 중국이나 일본 헌터들 와있잖아.”
“네.”
“걔네들이랑 한국 헌터들이 경쟁 붙으면 난 한국 헌터들을 도와줄 것 같은데.”
아무리 최연승이 어비스에서 만 년 넘게 방황하다 돌아왔다 하더라도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이 날아가진 않는 것이다.
몬스터 때문에 중국하고 한국이 시비 붙으면 기본적으로 한국 편을 들 수밖에 없는 본능!
“우리보다 약한 놈들을 뭐하러 도와주지?”
“저 놈 말은 무시하고.”
“돕고 싶프면. 도와도… 되지 않나요?”
“그렇지? 도와줘야겠다. 저 안토니 놈은 혼자 놀라고 하고.”
“아… 아니. 최연승. 같은 클랜 헌터끼리 협력하지 않으면 안 되지…”
안토니는 약한 소리를 냈다. 물론 실력으로 질 생각은 없었지만, 남들이 다 팀으로 덤비는데 혼자 개인으로 뛰는 건 한계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교류전의 친선 경기는 보통 뭘 하지?”
“글쎄. 주최하는 클랜마다 달라지는데.”
한 클랜이 계속 여는 게 아니라, 여러 클랜이 돌아가면서 초대하고 부르고 장소 정하는 거라 성격이 매번 달라졌다.
“저번에 내가 갔던 교류전은 테니스랑 야구였어.”
마법이 허용되는 테니스와 야구는 그야말로 살벌했다.
화염구를 던지는 투수와, 암흑검을 들고 맞서는 타자.
“그건 재밌었겠는데. 이번 교류전 주최가 누구지?”
“요.”
“…?”
저번에 만난 기업스파이 김찬성이 소속된 클랜이자, 최연승이 30년 전에 만났던 헌터 정원욱이 클랜장을 맡고 있는 클랜.
“금혈어면 정원욱이 클랜장일 거고, 어… 설마 등산은 아니겠지.”
“그게 무슨 뜬금없는 소리야?”
“걔가 등산 엄청 좋아했거든.”
“…진, 진짜냐?”
안토니는 슬슬 불길해지기 시작했다.
클랜이란 게 원래 클랜장의 독재국가 같은 거라, 클랜장 취향이 상당히 많이 영향을 끼쳤던 것이다.
진짜…
여기까지 와서 등산은 아니겠지?
* * *
‘어라. 창욱이잖아?’
호텔 레스토랑에서는 벌써 몇 명의 헌터들이 앉아서 먹고 마시고 있었다.
최연승은 그 사이에 있는 익숙한 얼굴을 발견했다.
같은 클랜 헌터들인가 싶었는데 아니었다.
한쪽에는 중국 헌터들.
다른 한쪽에는 일본 헌터들.
서로 자기네 말로 떠들고 있었던 것이다.
‘뭔 이야기를 하고 있지?’
“이번 달에 우리 공략조의 레이드 성공 횟수가 몇 번인지 아나? 무려 15번이다. 이틀에 한 번 뛴 셈이지.”
“하… 숫자로 자랑하는 건 좀… 부끄럽지 않습니까? 솔직히 E급이나 D급 던전은 몇 시간이면 깨는데. 그런 면에서 저희는 B+급 던전을 공략하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너희 공략에는 A급 헌터가 같이 있었잖아!”
“그게 뭐 어때서 그렇습니까?”
‘저건 예전하고 똑같군.’
다른 나라 헌터들끼리 모이면 가장 먼저 하는 일.
바로 자기 자랑이었다.
내가 몇 마리를 잡았느니, 내가 어느 등급 던전을 깼다느니…
얼핏 우스워보였지만 이건 정말 중요한 자존심 싸움이었다.
이럴 때 아니면 언제 상대를 이겨보겠는가.
그런데 이창욱은 입 꾹 닫고 묵묵히 앉아 있었다.
성격상 저런 자랑에 서투른 게 분명했다.
“난 최근에 B급 헌터들을 패고 다녔는데.”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헉.”
중국의 C+급 헌터, 왕야룽은 최연승의 모습에 움찔했다.
최근 워낙 유명해서 얼굴을 본 적이 있었던 것이다.
UHC 경기도 경기지만, 무공 영상을 올린 게 더 컸다.
중국이나 한국 쪽은 무공 사용자들이 예전부터 많은 편이었고 지금도 그랬다.
최연승의 파급력이 더 클 수밖에 없는 것이다.
현재 A급 무공 사용자의 위치에 가장 가까운 게 최연승이었으니…
“최연승 헌터인가?”
역시 B급 헌터를 상대할 때 나설 수 있는 건 같은 B급 헌터였다.
B-급 헌터, 천위웨이가 나서서 최연승에게 손을 내밀었다.
다른 헌터들보다 머리 하나는 큰 데다가, 정장 위로도 알 수 있을 정도로 근육이 발달해 있는 모습.
‘근접 딜러형 헌터인가?’
최연승의 추측대로, 천위웨이는 힘에 자신이 있는 헌터였다.
상대가 최근 명성을 얻고 있는 무공 사용자라고 해도 질 생각은 없었다.
꽉-
‘내 힘이 어떠냐?’
‘이 놈이 미쳤나?’
최연승 입장에서는 어처구니가 없을 뿐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중국에는 은퇴한 무공 사용자들이 꽤 많을 텐데, 이렇게 어이없는 짓을 하다니.
꽉!
천위웨이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최연승은 쯧쯧 혀를 차며 손을 놓아주었다.
“힘이 괜찮군.”
“그… 그렇지?”
최연승이 배려해주자 천위웨이의 안색이 밝아졌다.
자칫하면 망신당할 수 있는 상황을 피한 것이다.
“방금 얼굴 찌푸리지 않았습니까?”
“안 찌푸렸거든. 이 자식아.”
투닥거리는 두 나라 헌터들을 보며 최연승은 자리에 앉았다.
“넌 왜 자랑을 안 하냐?”
“…자랑에 서툴러서 말입니다.”
“서투르면 뭐 어쩔 수 없지. 그런데 이번 친선 경기 종목이 뭔지 알고 있냐?”
“그걸 어떻게 알겠습니까?”
이창욱은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클랜장이 직접 발표하기 전까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비밀인 것이다.
둘의 대화가 제법 흥미로워서, 떠들던 다른 나라 헌터들도 대화에 끼어들었다.
“내 생각에는 역시 1:1 대결 같은데.”
“그건 감정 쌓여서 안 한다니까.”
“한국이니까 양궁일지도 모르겠군.”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나왔다. 천위웨이는 최연승의 의견이 궁금해져서 물었다.
“최연승 헌터. 여기 있는 헌터들 중에서 가장 경험이 많고 연륜이 있을 텐데…”
“지금 나보고 나이 많다고 시비 터는 거냐?”
“아… 아니. 아니다!”
그 성격 더러운 천위웨이가 꼬리를 내리는 모습에 다른 헌터들은 놀랐다.
최연승이 뿜어내는 압박은 다른 헌터들의 아우라와 질적으로 달랐다.
말 그대로 심장을 짓누르는 수준의 압박인 것이다.
“시비가 아니었나?”
“그, 그냥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서 물어본 거다.”
“난 등산 할 것 같은데.”
“…푸흡!”
“풉!”
어처구니없는 추측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심지어 이창욱도 당황스러운 얼굴로 최연승을 쳐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