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139)
139화
“창식이 형이 아무 말도 안 해주셨나? 예전 클랜에 대해서…”
최연승은 궁금해져서 물었다.
황경룡은 심심하면 자식들 붙잡고 ‘딸아 여기 앉아보렴 내가 개쩌는 이야기를 들려주마’하면서 예전 클랜 시절 이야기를 떠들곤 했다.
어찌나 많이 떠들었는지 아이네는 예전 클랜에서 일하던 사무원과 사귀는 여자친구 이름도 알 정도였다.
하지만 이창식은 과묵하고 묵직한 사람.
예전 이야기를 자식한테 그리 많이 했을 것 같진 않았다.
“많이 하셨습니다.”
“뭐? 진짜?”
“예. 드래곤 황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하셨고, 최연승 헌터에 대해서도 많이 하셨습니다.”
“그 형이? 신기한데. 경룡이 형은 욕하셨나?”
“안 하셨습니다.”
“저런. 경룡이 형은 창식이 형 욕했을 텐데.”
“……”
이창욱은 어렸을 때부터 이창식에게 많은 것을 듣고 자랐다.
1세대 헌터들과, 이창식과 같이 뛰었던 클랜 헌터들.
몇몇 이야기는 분통 터지는 이야기였고 몇몇 이야기는 감동적인 이야기였다.
“저는 아버지와 같은 클랜에서 뛰시던 헌터 분들을 다 존경하고 있습니다. 그 분들은 영웅이었습니다.”
“뭐? 아니야. 그냥 먹고 살려고 한 건데.”
최연승은 갑작스러운 말에 어이없다는 듯이 대답했다.
돈 벌어서 잘 먹고 잘 살겠다고 클랜 들어온 헌터들인데 무슨 소리란 말인가.
그러나 이창욱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닙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칭찬해주니 고맙지만 아닌 건 아닌 건데… 어쨌든. 넌 어디 클랜 소속이지?”
“ 소속입니다.”
불개. 한국의 대형 클랜 중 하나로, 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클랜이었다.
클랜을 나오고서 이창식이 딱히 클랜에 들어가지 않았으니, 이창욱이 저런 대형 클랜에 들어간 것도 당연했다.
“아버지께서는 쓸데없는 짓 하지 말라고 하셨지만, 저는 최연승 헌터께 인사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말로 하지는 않았지만, 이창욱에게 최연승은 삼촌 같은 존재였다.
황경룡이나 다른 헌터들이 그랬던 것처럼.
“이렇게 인사해줘서 고맙다. 필요한 거 있으면 말해라.”
“아닙니다. 여긴 한국이니, 최연승 헌터께서 필요하신 게 있으시면 저한테 말해주십시오.”
‘누가 창식이 형 아들 아니랄까봐 말하는 것도 비슷하군.’
“그러면 이만 가보겠습니다.”
“아. 잠깐만. 창욱아.”
“예?”
“밥은 먹었냐?”
“…안 먹었습니다만…?”
“저런. 따라와라.”
* * *
제주도에서 18년 째 밥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귀식 옹은 속으로 생각했다.
‘헌터들 중에 희한한 놈들이 많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참으로 희한한 놈들이여.’
제주도에 헌터들이 자주 찾아오긴 했지만, 지금 저 헌터들처럼 현찰 다발 앞에 박으면서 ‘주인어른! 주방을 빌리게 해주십시오!’라는 헌터는 처음 봤던 것이다.
주방 한 번 빌려주는 걸로 몇백 받으니 기분이야 좋았지만 참으로 희한했다.
뭐하는 놈이여 저거?
쿵-
최연승은 주방을 빌려 밥부터 지었다.
워낙 시설이 잘 되어 있고 식자재들이 많아 요리하기 편했다.
게다가 이번 서울 여행에서 한식의 장인에게 요리법을 배우지 않았던가.
‘여긴 몸국집인가?’
제주도 특유의 돼지국밥, 몸국.
그걸 보니 최연승의 머리에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예전에 잡았던 어비스 몬스터의 뼈와 살코기를 푹 끓여 육수를 만든 다음, 위에 해초인 모자반을 얹고 파와 김치를 넣어 다시 끓이고, 소금과 마늘, 간장으로 간을 하면 완성이었다.
별로 어렵진 않았다.
국밥이란 게 사실 끈기와 정성으로 만드는 음식이지 화려한 테크닉으로 만드는 음식이 아니었으니까.
최연승이 괜히 어비스에서 국밥 끓여주고 다녔겠는가.
하지만 이건 조카에게 한 끼 대접해주는 일.
최연승은 무엇보다 집중해서 몰두했다.
‘이춘옥 장인의 말을 떠올리자.’
원래 육수는 오래 끓여야 맛이 나오는 법이지만, 무공은 시간의 순리를 거스를 수 있었다.
강력한 내공으로 인한 효과.
화염이 치솟고 육수가 점점 더 진해지기 시작했다.
“괜찮은 거 맞나??”
김귀식 옹이 당황해서 물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평소 주방에서 나올 화력이 아니었던 것이다.
“괜찮습니다.”
최연승은 말과 함께 밥 짓기에 들어갔다.
그냥 쌀이 아니었다.
무려 최연승의 영토에서 오크들이 기른 어비스의 쌀!
생쌀 상태로 몇 번 먹어봤지만 딱히 독 같은 건 없이 잘 완성된 쌀이었다.
아다만티움을 가마솥 형태로 바꾸고, 최연승은 밥을 하기 시작했다.
“허. 젊은 친구도 밥 좀 할 줄 아는구만?”
“감사합니다.”
김귀식 옹은 감탄했다.
웬 미친 헌터 놈이 가마솥을 들고 다니나 의아해했는데, 동작이 제법 훌륭했던 것이다.
거기에 냄새까지!
‘요리 좀 할 줄 아는 놈인가?’
* * *
“……”
“……”
“……”
이창욱, 안토니, 일레야는 서로 어색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아 있었다.
최연승이 사라지자 새삼 깨달은 것이다.
여기에는 대화를 이끌 수 있는 사람이 없다!
이창욱은 원래 과묵했고, 안토니는 말 안 하는 게 나았고, 일레야도 딱히 처음 보는 사람과 말할 정도로 사교적인 사람도 아니었으니…
“다 됐다.”
“감사합니다!”
“고맙다!!”
“기다렸어요!”
“뭐야. 그렇게 배가 고팠어?” 최연승은 의아해했다.
셋의 반응이 너무 뜨거웠던 것이다.
“밥이 잘 됐을지 모르겠군. 자. 먹어봐.”
모락모락 김이 나는, 윤기 도는 흰쌀밥은 배가 고프지 않던 사람도 군침을 돌게 만들었다.
이창욱은 고개를 꾸벅 숙인 다음 한 술을 떴다.
“…!!!!”
이…
이 맛은…!
* * *
폭풍 같은 식사가 끝나고, 헌터들이 나가자, 김귀식 옹은 속으로 생각했다.
‘역시 이상한 놈들인가봐.’
18년 째 밥집을 운영했지만 국밥 먹으면서 저렇게 지랄발광하는 놈들은 처음봤던 것이다.
무슨 삼년은 굶은 것처럼 먹는 놈부터 시작해서, 눈물을 글썽거리면서 먹는 놈도 있고…
“뭐 얼마나 잘 만들었길래…”
김귀식 옹은 궁금해서 쌀밥을 한 술 떴다.
최연승이 ‘어르신도 한 번 맛보십시오’하고 남기고 간 것이다.
“!!!!!!!!!!”
* * *
“정말 감사합니다. 절 위해 그런 요리를 대접해주시다니.”
이창욱은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냥 밥 한 끼 먹여준 거다.”
“아닙니다. 저는 느낄 수 있습니다. 지금 제 힘이 상승해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뭐?”
최연승은 의아해했다.
어비스의 재료를 사용하면 헌터들의 마력이 회복되고 지친 몸이 회복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런데 힘이 상승했다고?
-확인.
랭크:B+
일시적으로 반사신경과 힘이 증가합니다.
‘…수련의 대지면 내 영역 맞군.’
일시적인 스킬이라지만 이런 효과가 나올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게 성좌의 힘이란다.
나태의 여신이 말을 걸어왔다.
-오만한 빛의 엘프가 아름다움에 뜻을 두듯이, 성좌가 뜻을 둔 것은 성좌의 힘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지.
-그렇군…
-후계자가 저 필멸자를 위해 그만큼 마음을 써서 만들었으니, 이런 효과도 오히려 약하다고 볼 수 있겠지. 명심하렴. 성좌의 힘에는 한계가 없단다.
-그래. 명심하겠다.
-그리고 나도 좀 대접해주렴.
-…아. 그래.
고양이 성좌만 음식 달라고 투정부려서 잊고 있었지만, 성좌란 기본적으로 쾌락을 좋아하는 족속이었던 것이다.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클랜 헌터들과 할 준비가 있어서.”
“아. 그래. 들어가봐. 어차피 안에서 만날 테니까.”
“예.”
이창욱은 꾸벅 인사하고 가버렸다. 안토니는 그제야 입을 열었다.
“예의가 바른 친구군.”
“넌 그런데 왜 입 다물고 있었냐?”
“저 놈이 날 질투해서 철혈빙제에게 안 좋은 소리를 할 수도 있으니까.”
최연승은 놀랐다.
안토니 놈이 생각보다 이창식에게 진심이었던 것이다.
꽤 광팬인가?
‘하긴 나도 리 여원 사인 챙겨놓곤 했었지.’
* * *
“금혈어 클랜입니다.”
“패스해.”
“불개 클랜이군요.”
“패스하라니까. 내가 몇 번을 말해? 클랜에서 온 놈들만 말하라고.”
“하지만 이카로스 클랜이 정말 올까요? 교류전에 참가하는 건 보통 대부분이 한국 클랜입니다. 이카로스 클랜이 굳이…”
“온다는 정보가 있었다고.”
클랜, 소속 헌터 마레크는 호텔 부지 입구의 벤치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여러 헌터들이 들어오고 있었지만 마레크가 노리는 건 딱 하나였다.
“왔습니다!”
“그럴 줄 알았지. 봐라.”
마레크는 바로 일어나서 다가섰다. 그리고는 깜짝 놀랐다는 듯이 외쳤다.
“세상에! 이카로스 클랜의 헌터 분들을 여기서 만나게 될 줄이야! 정말로 영광입니다! 살면서 쓸 행운을 여기에 다 쓰게 된 것 같습니다!”
마레크의 호들갑에 안토니는 만족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의가 바른 친구군.”
“예의가 바르기보다는 좀 수상하지 않나요?”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최연승은 일레야와 그렇게 속삭이며 대화를 나눴다.
상대방은 매우 호의적으로 나왔지만 그 동작에서는 숨길 수 없는 어색함이 살짝 느껴졌다.
이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었나?
‘하긴 이카로스 클랜 소속이면 접근해서 나쁠 거 없겠지.’
교류전의 목적은 정보 획득.
이카로스 클랜은 헌터들의 강함도 강함이지만 그걸 뒷받침하는 지원이 최고 수준이었다.
친해져서 이것저것 들을 수 있다면 남는 장사인 것이다.
“휘태커 생각나는군.”
“그 사람, 저한테도 다가왔어요.”
“너한테는 뭐라고 했지?”
“스탈린 좋아하냐고 하던데요?”
“…그 자식은 아무리 생각해도 스카우트의 재능이 없어.”
마레크는 열심히 안토니를 칭송하고, 안토니는 거들먹거리며 그걸 받아들였다.
별 의미 없다고 생각한 최연승은 둘의 대화를 끊었다.
“그래서 인사는 그 정도로 하고. 할 말은 그게 다인가?”
“아. 그게… 그… 정말 이런 부탁드리기 황송하지만… 혹시 괜찮으시다면 앞으로 있을 친선 경기에서 협력하지 않으시겠습니까?”
교류전이라고 서로 영상만 보고 떠들진 않았다.
헌터들이 모인 이상 자기가 강하다는 걸 뽐내고 싶어 하는 건 당연한 일.
당연히 여러 친선 경기들이 있었다.
“굳이…”
“당연히 안 되지.”
“!”
단칼에 잘라버리는 안토니의 모습에, 최연승은 솔직히 놀랐다.
“어, 어째서입니까? 제가 무슨 말실수라도?”
“아니. 너는 보는 눈이 있긴 하다. 하지만 난 나보다 약한 놈과 같이 싸우지는 않아서.”
“……”
마레크는 할 말을 잃었다.
이카로스의 안토니가 오만한 놈이라고 듣기는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저, 저는 부족한 점이 있긴 하지만 저희 클랜의 다른 헌터들은…”
“다 나보다 약하겠지.”
나름 대형 클랜인 를 통째로 무시해버리는 당당함에 마레크는 할 말을 잃었다.
뭐지 이 새끼는?
“그러니 안타깝게 됐다. 정진해서 올라오도록. 물론 난 더 높은 곳으로 가있겠지만.”
안토니는 지 할 말만 하고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마레크는 황당해서 눈만 깜박거리다가 최연승을 보며 말했다.
“뭐… 뭐하는 놈입니까, 저거??”
“…내가 괜히 다 미안하군. 잊어버려라.”
최연승은 마레크의 어깨를 툭툭 치며 위로한 다음 들어가 버렸다.
교류전은 아직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이상한 놈들이 많이 보이는 기분이었다.
물론 최연승이 데리고 온 이들도 만만찮게 이상한 사람들이었지만…
“!”
그 순간 최연승의 스킬, 가 발동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