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138)
138화
“괜찮습니다. 저도 권성 같은 이상한 칭호로 불리고 있으니 말입니다.”
“연승아. 오랜만에 만났는데 칭호 이야기부터 하고 싶지는 않다.”
‘하긴 그것도 그렇긴 하군.’
30년(+만 년 이상) 넘게 걸려서 재회한 사람들끼리 서로 칭호 변명부터 하기에는 시간이 아까웠다.
* * *
“철혈빙제 님. 그러니까 그 때 게이트에서 나온 악마, 푸오뒤렝거의 숨통을 끊으셨던 게…”
“그래. 내가 놈의 숨통을 끊었지.”
“그 공격은 헌터 역사 중 가장 아름다운 공격이었습니다!”
“고맙군. …그런데 오랜만에 만난 동생과 이야기 좀 하면 안 되겠나?”
이창식의 말에 안토니는 시무룩해져서 뒤로 물러섰다.
남 인정하는 일이 별로 없는 안토니였지만, 이창식은 꽤나 존경하는 편이었던 것이다.
모처럼 만난 김에 이것저것 물어보고 가능하면 자신의 실력도 인정 받고 싶었는데…
“아.”
“?”
일레야가 뭔가 생각났다는 듯이 입을 열자 최연승은 의아하다는 듯이 쳐다봤다.
“왜 그러지?”
“크… 큰일났서요.”
“?”
“사실 드래곤 황이 오기 전에 철혈빙제와 만나게 되면 대화 못 하게 훼방 놔달라고 부탁했는데…”
“……”
머뭇거리면서 말하는 일레야의 모습에 최연승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 이 형이 진짜…
“진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는데요. 어떡하죠?”
“괜찮아. 그냥 신경 꺼. 그 형은 좀 무시해도 돼.”
“그래요? 그러면 무시해야지.”
일레야는 천진난만하게 말하며 웃었다. 그녀도 보통 성격은 아니었다.
애초에 B급에 올라올 정도의 사람 중에 평범한 사람은 없었던 것이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건지 물어봐도 되나?”
“경룡이 형이 형이랑 놀지 말라고 했답니다.”
“그랬나.”
이창식은 씁쓸하게 웃었다. 황경룡의 생각도 이해가 갔던 것이다.
“여기서 기다리고 계셨던 겁니까?”
“아니. 우연이다. 네가 오는 것도 몰랐으니까. 클랜장이 철저하게 정보를 통제했나보군.”
“이제 클랜장도 아닌데요.”
“한 번 붙은 습관은 쉽게 사라지지 않으니까.”
이창식은 그렇게 말하고 묵묵하게 앞으로 걸어갔다. 그걸 본 안토니는 감탄했다.
이창식은 가만히 서있어도 영화배우 같은 효과를 뒤에서 만들어내는 남자였다.
어떻게 저렇게 중후하게 멋있을 수가 있지?
‘스킬인가? 스킬이라면 갖고 싶다.’
“아마 클랜장이 그렇게 말한 건 널 걱정해서일 거다.”
“그럴 겁니다.”
“한국에 돌아올 생각인가?”
“글쎄요. 별 생각은 없습니다만.”
“돌아오지 마라.”
“!”
이창식의 말에 최연승은 깜짝 놀랐다.
“저한테 뭐 서운한 거 있으십니까?”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아니다.”
이창식의 얼음 같던 표정이 살짝 무너졌다.
황경룡이나 이창식 같은 클랜의 리더들을 언제나 당황하게 하는 건 최연승이었다. 그건 지금도 비슷했다.
“네가 거기서 잘 지내는데 굳이 한국에 올 필요 없다는 뜻이다. 게다가 클랜장의 힘이라면 네가 한국에서 지내는 것보다 훨씬 편하겠지.”
최연승은 솔직히 감동했다.
이창식 같이 애국심 넘치는 사람이 저런 말을 할 줄이야.
정말 최연승을 아끼니까 할 수 있는 말이었다.
“그래도 형이 필요하면 와서 도와는 드리겠습니다.”
이창식은 피식 웃었다. 최연승의 말이 웃겼던 것이다.
“네가 필요하면 내가 가서 도와야지.”
A급 헌터를 B급 헌터가 도와준다니. 말도 안 됐다.
“들어보니 국대 감독 성적이 별로시라고 들었는데.”
“…그것도 알고 있었나? 그건 네가 신경 쓸 일 아니다. 난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최선을 다해서 할 뿐이니까.”
‘이 형은 참 분위기를 잘 잡아.’
같은 말을 황경룡이 했다면 최연승은 ‘아 폼 잡지 마십쇼’하면서 비웃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창식이 하니까 왠지 쓸쓸하고 중후하고 그럴듯해보였다.
얼굴 차이인가?
[가 저 잘생긴 필멸자를 권속으로 끌어들이는 게 좋지 않겠냐고 묻습니다.]‘글쎄. 창식이 형을 굳이 이 복마전에 끌어들이고 싶지 않군.’
[그러면 그 정력 좋은 필멸자는 끌어들여도 되는 거였냐고 가 묻습니다.]‘예리한 질문 던지지 마라. 반박하기 힘드니까.’
“교류전, 잘 하고 가라. 네 무공에 관심 가진 헌터들이 많으니까 한국 헌터들에게도 좋은 기회가 될 거다. 이번에 새로 올라온 무공 사용자들도 몇 명 있고. 그리고… 한국에 있을 때 도움 필요하면 불러라. 대부분은 클랜장의 힘이면 해결되겠지만 한국에서는 내가 더 도와줄 수 있으니까.”
“감사합니다.”
대화가 끝나자 이창식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묘비 앞에 꽃을 놓았다.
“…잠깐. 이 꽃, 형이 놓으신 거 아닙니까?”
“아니다.”
“?”
그러면 누가 놓은 거지?
* * *
“그러면 이대로 제주도로 가면 되나?”
“아니. 서울에서 볼 일이 좀 있어서.”
“관광인가요??”
일레야가 잔뜩 기대한 목소리로 물었다.
“관광 생각은 별로 없…”
“……”
“긴 했지만 하고 싶다면 데려다주지.”
“고마워요!”
일레야는 신이 나서 최연승을 껴안았다. 최연승은 일레야를 붙잡고 천천히 떼어내며 말했다.
“일단 뵐 분이 있으니까 그 분부터 뵙고.”
궁금해진 안토니가 물었다.
“누군데?”
“이춘옥 여사.”
“부모님이신가?”
“난 부모님이 안 계신다.”
“미, 미안하게 됐다. 그러면 누구시지?”
“한식의 달인이자 명인이신 분이지. 경룡이 형한테 부탁해서 특별히 소개 받을 수 있었다.”
“…뭐?? 왜???”
“왜냐니. 한식 배우려고.”
“……”
안토니는 귀를 의심했다.
뭐지?
내가 뭘 잘못 들은 건가?
“그 눈깔은 뭐지? 시비거는 건가?”
“아, 아니. 시비를 거는 건 아니다. 다만 잘 이해가 가지 않아서…”
“요리의 가짓수를 늘리기 위해서 배우려는 거다.”
“저, 재수업는 사람한테는… 앞으로, 요리해주지 맙시다.”
“나도 그럴까 생각하고 있다.”
“아, 아니야! 아니야! 오해다!”
* * *
“정말 많이 배울 수 있었던 자리였어.”
‘상대도 황당해하던 거 같은데…’
안토니는 속으로 생각했다.
요리사 입장에서는 왜 헌터가 한식 배우러 왔나 싶어서 의아해했을 것이다.
일레야는 매우 만족했는지 방실방실 웃으면서 다다다 빠르게 감상을 토해냈다.
“한옥이 좋았어요.”
“그래? 다행이군.”
“사람 목 치는 건 어디서 볼 수 있나요?”
“…그건 안 해.”
“사약 체험 같은 것도 안 해요?”
“그것도 안… 하나? 나도 30년 만에 오는 거라서…”
최연승은 확신을 가지지 못하고 말끝을 흐렸다.
망나니가 사람 목 치는 건 확실히 안 할 것 같은데…
“궁전만 돌아보고 슬슬 출발하자. 관광도 좋지만 일하러 온 거니까.”
“네.”
‘알겠어. 알겠어.’
일레야가 만족할 때까지 관광을 도와주고 나서, 비행기로 돌아오고 나자 최연승은 깨달았다.
‘아차. 안토니 놈한테 산낙지를 먹였어야 했는데.’
* * *
제주도에는 벌써 헌터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여럿 있었다.
이번 교류전에 참가하기 위해 온 헌터들이었다.
한국 헌터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중국이나 일본 쪽에서 온 헌터들도 있었고, 최연승 일행처럼 아시아 밖에서 온 헌터들도 몇 명 보였다.
놀라운 건 무공 사용자들이 몇 명 보인다는 점이었다.
“그런데, 교류전에선… 뭐, 함니까?”
“뭐야. 교류전 한 번도 참가 못 해봤나?”
안토니는 거드름을 피우며 입을 열었다.
“그쪽한테, 안 물어봤슴니다.”
“너한테 안 물어봤대.”
“…너희 둘, 나에 대한 존중이 너무 없는 것 아니냐?”
안토니는 울컥했다.
안토니가 그래도 어디 가서 이런 대접 받는 사람이 아니었던 것이다.
최연승 부탁 때문에 기껏 교류전에 참가해줬더니.
“알겠다. 어디 한 번 설명해봐라.”
“허락, 하겠슴니다.”
“…보통 각 클랜들이나 헌터들이 레이드한 영상과 자료들을 갖고 와서 공유한다. 이런 걸 보면서 서로 어떻게 레이드를 하는지 공부하는 거지. 스킬은 공개해도 되고, 공개 안 해도 된다. 보통은 몇 개 정도는 알려주는 편이지.”
헌터가 갖고 있는 스킬은 공개할 이유가 전혀 없었지만, 교류전에 참가하는 이상 공개되어도 타격이 적은 스킬 몇 개는 알려주는 편이었다.
그러면 다른 헌터들은 그 정보를 토대로 스킬을 얻을 방법을 찾곤 했다.
“물론 쉬운 스킬이거나 알려진 스킬의 경우 별로 숨기지 않지만, 그 이상은 대놓고 숨기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이제 거래를 해야 하지.”
“거래?”
“그래. 돈이나, 아티팩트나, 갖고 있는 스킬이나 정보 같은 걸로 교환을 하는 거다.”
“아. 그래서…”
최연승은 황경룡이 교류전 가기 전에 주머니에 카드 몇 개 찔러 넣어준 걸 떠올렸다.
원래 갖고 있던 블랙카드 말고도 왜 이렇게 이것저것 챙겨주나 했었는데…
‘원하는 게 있으면 돈으로 사라는 거군.’
헌터도 사람이었다.
아무리 희귀한 스킬을 갖고 있어도, 돈으로 밀어붙이면 정보를 파는 것이다.
“교류전은 겉으로 보면 화기애애한 친목의 장이지만, 그 안은 치열한 암투가 벌어지고 자존심싸움이 이어지는 각축전이지.”
“안토니. 솔직히 네 설명에 감탄했다. 네가 이렇게 잘 설명할 줄은 몰랐는데.”
“…예전부터 의심가는 거였는데 이 나를 무시하는 거 아니냐?”
“무시라니. 난 이카로스 클랜에서 널 가장 믿고 있다.”
“…뭘 좀 아는군. 그래. 그럴 줄 알았지. 눈이 있다면 날 의심할 일은…”
안토니의 말은 무시하고 최연승은 시선을 돌렸다.
무공 사용자 더 없나?
“이쪽 쳐다보는 헌터들이 좀 많은 것 같은데.”
“최근에 레이드 한 것 때문에 주목 받는 거 아닌가요?”
“하긴 그것도 그렇겠군.”
물론 그것도 있었지만, 최연승 본인이 뛴 경기와 올린 영상 때문이 더 컸다.
크리스토퍼와 붙은 경기는 막시밀리안과 붙은 경기와 차원이 다른 반응을 불러왔다.
새로 올라온, 등급 조작 의심을 받는 헌터가 막시밀리안을 이긴 것도 물론 대단한 일이긴 했다.
기세 좋게 으르렁대던 막시밀리안은 완전히 고꾸라졌고 그 위로 최연승이 올라왔으니까.
하지만 크리스토퍼와의 경기는 그 내용 자체가 너무 대단했다.
성좌의 힘을 빌렸는지 B급 헌터의 능력을 초월해서 몰아붙이는 크리스토퍼.
그리고 그 크리스토퍼의 공격에도 거침없이 파고들어서 반격을 찔러 넣은 최연승.
기대하지 않았던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만드는 명경기였다.
경기가 끝날 때에는 예상 시청자 숫자의 5배를 넘는 사람들이 경기를 보고 있었으니, 그만큼 경기가 대단했던 것이다.
그리고 무공 정보를 싹 풀어버린 것도 상당히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었고…
“최연승 헌터, 맞으십니까?”
“?”
어딘가 싸늘한 기운을 풍기는, 영화배우처럼 잘생긴 헌터가 최연승에게 말을 걸어왔다.
그는 공손하게 최연승에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청해왔다.
“안녕하십니까. 이창욱이라고 합니다.”
“…혹시 이창식 헌터와 무슨 상관이 있니?”
“아버지 되십니다.”
“아아…!”
“아아아!”
그 말에 일행은 바로 납득했다.
어쩐지!
뒤에 배경 효과 같은 걸 달고 다니더라!
“??”
“아무것도 아니야. 창식이 형이 말 안 해주다니 섭섭한데.”
“아버지께서는 제가 아버지 이름을 빌리는 걸 좋아하지 않으십니다. 물론, 저도 그렇고요.”
“그 형이 좀 엄격하긴 하지. 그래도 그 형만큼 잘 챙겨주는 사람도 드물지만.”
“……”
이창욱의 무표정한 얼굴에 살짝 미소가 스치고 지나갔다. 기분 좋은 걸 숨기는 얼굴이었다.
‘저런 건 또 창식이 형이랑 비슷하군.’